목록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3장 복음전쟁 편 (25)
8성 연합
푸르스름한 대검이 햇빛을 반사했다. 그 대검이 루기스의 목을 겨누며, 하늘에서 뛰어 올랐다. 도마뱀이라고 불리는 눈동자가 핏발이 선채 루기스를 응시했다. 증오의 대상을 바라보는 것 처럼, 그는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턱이 뻣뻣할 때마다 가슴속까지 긁어버릴 정도의 분노가 일었다. 말을 할 때마다, 참을 수 없는 증오가 날아올랐다. 언젠가 그 남자를 죽이겠다고 복수의 칼을 박박 갈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서 끝낼 수 있다. ...하며 도마뱁의 뺨이 일그러지며 살짝 웃음을 지었다. 복도에서 몰래 들었던 헤르트와 카리아의 대화에서 자세한 내용은 듣지 못했지만, 확실히 하나의 말을 들었었다. 루기스라는 모험자가 문장교도의 습격에 나타난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도마뱀은 뺨이 당길 정도의 ..
- 결착 그 검에는 원래 이름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여러번 이름을 바꿧다고 해야 옳다. 손에 쥐는 자에 따라 이름과 모습을 바꾸고 역할을 수행하다가 다시 이름이 없어졌다. 수많은 영웅의 손을 거쳐가며 여러 명에 몸을 새겼다. 때로는 영광 그 자체와 승리를 가리키는 검으로 불렸다. 그 검이 영웅에 손에 닿는 것은 마치 신이 정한 운명 같았다. 그렇게 영웅이 역할을 다했을 때, 그 검은 남 모르게 잠에 들고, 다음 소유자의 품으로 옮겨질 때를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검은 지금 무거운 눈동자를 뜨고 있었다. 그런데 묘한 것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자신의 이름이 몸에 새겨져 있지 않았다. 동시에, 옛날에 마력으로 쓰여졌을 검 자체가, 소유자의 육체에 짜넣어져 있었다. 오랫동안 살아온 검이였지만, 이런 일을 ..
공간 뿐 아니라, 소리도 갈라버릴 것 같은 헤르트의 일격 시퍼런 칼날이 밤중에, 나의 옆구리를 절단했다. 그 일격에 호응하는 것 처럼, 오른팔의 나이프를 목덜미로 날렸다. 천재는 단번에 죽여야 한다. 두 번에 호흡을 허락한다면 나는 패배할거야 딘번에 녀석의 목을 절단시켜야 한다. 동시에 왼손에 잡은 칼을 헤르트의 시퍼런 칼날을 막도록 궤도를 비틀어 날렸다. 막을 수는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헤르트의 검의 궤도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좋았다. 한번의 호흡으로 이 싸움은 끝날 것이다. 과연 내가 이길 수 있을 것인가 '키이이잉'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기묘한 혼성음이 들렸다. 헤르트의 시퍼런 칼은 나의 옆구리 통해 내장을 도려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칼을 막으려고 하던 왼손의 칼은 막기..
칼에서 떨어져 나온 은가루가 밤의 어둠 속에서 떨어져 나갔다. 시퍼런 칼날이 내 오른쪽 어깨에서 번쩍 빛나고, 그것을 쫓아내듯이 나이프의 은이 하늘을 찢었다. 그것은 나에게는 혼신을 담은 일격이였지만, 헤르트 스탠리에게는 단순한 일격일것이다. 하지만, 녀석의 일격을 막기 위해서는 나는 힘을 억지로 쓸 수 밖에 없었다. 무기의 차이도 있었지만, 큰 역량의 차이가 나와 놈의 사이에 존재 했다/ 칼의 손잡이가 삐걱삐걱 흔들렸다. '키잉' 철과 철의 접합음이 조용히 울렸다. 주위의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 아니 느끼지 못할 수도 있었다. 나 자신은 결투 이외의 것에 눈을 돌릴 생각도, 귀를 기울일 생각도, 도저히 할 수 없었다. 작에 숨을 내쉬고, 눈동자를 가늘게 만들었다. 이전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는 없..
성녀 마티아는 입안에 피맛이 퍼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마티아는 숨을 헐떡이며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갈루아마리아 도시 내의 공방전은 문장교도들에게 하나의 지옥을 출현시킨 듯한 모습이였다. 도시 내로 들어가자마자, 폭우처럼 퍼붓는 화살, 예상은 했었지만, 희생자가 너무 컸다. 도시는 희생된 문장교도의 피와 유해가 섞이기 시작했다. 마티아는 입에 고인 피를 땅에 뱉어냈다. 피와 시체가 뒤섞인 냄새는 연약한 부녀자라면 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티아는 쓰러질 수 없었다. 왜냐면 그녀는 문장교도의 우두머리인 성녀이기 때문이였다. '고오오오오오오' 위병단과 문장교도가 창을 맞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하나의 음악처럼 들리는 듯 했다. 문장교도 군세도 위병단 못지 않았다. 수 자체는 조금씩 줄어가고 ..
어둠 속에 떠오르는 두 번째 하얀 섬광을 올려다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성녀에게 무슨 일이 닥친 거지?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머리 속에서 정리가 전혀 되지 않았다. 성녀 마티아가 내건 두 번째 섬광은 진군의 의도를 나타내는 것이였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다. 나아가지 않을 수 없었던 무언가가 있었음을 성녀는 섬광으로 말하고 있었다. 살며시 턱밑에 손가락을 대었다. 초조감과 곤혹감이 머리 속을 휘젓고 있었다. 빈민굴의 주민들 또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저 섬광의 끝을 응시하고 있었다. "루기스 형, 무슨 일이야?" 우드가 중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게 초조함을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문장교도의 진군을 전하는 신호야. 갈루아마리아를 앞에 두고 참을 ..
전투가 시작된 지 몇시간이 지났다. 대문 앞에는 일그러진 바람이 불고 있었다. 위병들이 쏘아대는 화살이 눈에 띄게 적어지자, 그 모습에 문장교도 병사들이 사기를 올리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는 가운데 성녀 마티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이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적들이 약해진 것이다. 물론 갈루아마리아의 위병들에게 이쪽의 기습은 예상 외의 것이였지만, 강한 저항 끝에 무너질 것이라고 그녀는 예상 했던 것이다. 하지만 적은 너무 약했고, 그 수 또한 적었다. 그 때, 마티아의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오오오오오오오' 그건 쇠가 흔들리고 나무 부품이 삐걱거리는 소리, 커다란 무언가가 스르르 움직이는 그런 소리였다. 문장교도 병사들을 비롯한 안과 피에르트가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며..
아아 부끄럽다. 내 목소리에 동조 했는지, 남녀노소 모두가 손을 들어 올리며 소리를 질렀다. 아아, 나는 그들을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의 이익을 위해서 그들을 끌여들었다. 인간으로서 이 보다 더한 악행이 있을까 "루기스 형. 이제 다들 정한 것 같아. 어떻게 하지?" 우드가 눈동자를 번쩍 뜨며 나에게 묻고 있었다. 예전의 겁쟁이는 이제 없다. 그 말투와 근육의 강세에 정신의 고양이 보였다. 하지만, 모든 것이 사기 행위라고 해도, 이제는 멈출 수 없다. 나의 손을 믿고 잡아 준 다른 사람의 손들을 뿌리치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우드를 비롯한 주위 청중들에게 말했다. "오늘 밤은 아직 차분히 기다리세요. 다음 날, 신호가 올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밤하늘을 올려다 보니, 별들에 섞인 하얀 ..
그날 밤은 지독하게 조용했다. 위병단의 사무실에서, 헤르트 스탠리는 창문을 통해, 도시의 빛을 황금색 눈동자로 보고 있었다. 그 빛은 번화하고 활발하지만 어딘가 시끄러웠다. 그는 어릴 적부터 이 빛을 보고 자라 왔다. 그 빛이 요즘 어디론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은 기분탓일까 아무래도 잠에 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요즘 이런 기분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하듯이, 도시는 평화 그 자체였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한 공기를 같이 마시던 피에르트는 그 루기스라는 남자에게 몸을 기대 버린 것 같다 헤르트의 손가락이 살짝 턱을 쓰다듬었다. 그것은 빈민굴에서 루기스를 구해낸 점에서 알 수 있었다. 헤르트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빈민굴은 죄인과 반역인이 모인 곳. 그곳에 피에르트가 일..
성벽도시 갈루아마리아 대문의 상부 때는 밤, 큰 성문은 굳게 닫힌채, 아침 종이 울리기 전에는 누구에게도 열리지 않는다. 매우 견고하기에, 억지로 열리는 일은 없을 것이고, 내일도 앞으로도 미래에도 계속 그럴 것이다. 위병단의 망루도 제각각이다. 보초를 서는 일 만큼 따분한 일이 없다. 물고기가 헤엄치지 않는 호수에서 물고기를 노리는 악당을 보고하라는 격이다. 이미 아무 의미 없어진 일, 그건 바로 파수꾼 이였다. 시간과 체력 낭비, 그리고 지루한 나날이였다. 그런 파수꾼의 귀에서 빈민굴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또 쓸데없는 일로 법석을 떠는 거겟지. 그래, 이 울분은 내일 저 쪽에서 풀어주마. 파수꾼은 살짝 뺨을 징그럽게 들어올렸다. * 때맞춰 갈루아마리아 대문 부근에 어둠에 숨어있는 일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