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3장 복음전쟁 편 (25)
8성 연합
놈들이 우리를 업신여기고 있다 시궁쥐 같은 군중에 던져진 첫마디는 맥락도 없는 그 말이였다. 청중 뒷편에서 몸을 가린 우드가 두툼한 입술을 떨었다. 조금 흔들리는 왼손을 여동생 셀레알이 잡고 있었다. 밤의 빈민굴은 지독하게 어둡다. 하늘은 시커멓게 칠해져서 떠들썩한 곳은 창관 뿐, 갈루아마리아에서 새어나오는 등불은 벽에 가로막혔다. 평소에는 벽 안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막으며 살아갔지만, 오늘만은 달랐다. 술짚 앞의 광장에서 휘황찬란한 불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그 불은 한 남자를 어둠에서 비추고 있었다. "사실 이야기 할 내용은 생각해두지도 않았어. 일단 무턱대고 모아놔서 미안해요"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불에 몸을 비추면서도 큰 긴장이 없다는 듯 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 사람은 녹색 옷을 입은..
"정신 유도의 마법? 그런거는 쓸 수 없어. 애초에 들어 본 적도 없는 마법 인걸" 민망한 표정으로 입술을 작게 만드는 피에르트 였다.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파랗게 질려 가는 것을 느꼈다. 다음에 해야 할 말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만약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빈민굴의 주만들을 회유할 계획은 근본부터 무너져 내리게 된다. "어... 이름은 다를지도 모르지만, 사람의 의식을 희미하게 빼앗는 뭐 그런거 없어?" 지난 세계에서는 분명 비슷한 것을 본 적이 있었다. 혼란에 빠져있던 사람들을 손가락질 한번으로 단숨에 진정시키는 그런 마법을 보았던 것이다. 그러한 마법이 있다면, 무기력에 빠진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때의 피에르트가 그 마술을 쓸 수 없다고는 생각도 못했..
라르그도 안이 정보를 가져온 며칠 후, 반란에 대한 소문이 갈루아마리아로 들어왔다. 도시 내 혼란을 막기 위한 함구령이 내려졌지만, 소문은 이미 도시 전체로 뻗어 나간 후 였다. - 문장교도의 반란으로 영주가 죽었고, 여러 영주의 목이 갈라이스트 왕국의 성문에 내걸렸다 ...라는 왜곡된 소문이 갈루아마리아 시민들을 크게 열광하게 했다. 열광? 그렇다. 그들에게는 강 건너의 화재 일 뿐이였다. 이렇게 재미있는 불구경은 없을 것이다. 어디까지 위협이 퍼지더라도 이 성역에는 불이 미치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곳은 성벽도시 갈루아마리아, 역사상 한번도 함락을 당하지 않은 성스러운 도시 * 그 날, 카리아의 존재는 위병단에서 하나의 이야깃거리로 잡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갈라이스트 왕국 기사의 몸이면서도, 지금..
"성녀 마티아로부터 온 전갈이 있습니다. ...보름, 즉 오늘에, 첫번째 봉화가 울렸다, 라고 말입니다" 라르그도 안의 말 처럼 그날 밤, 첫번째 봉화가 고함을 질렀다. 그 시작은 갈라이스트 왕국 남부의 농촌이였다. 평온 그 자체라고 해도 무방할 그 땅이 문장교도를 칭하는 일당과 농민들이 해방을 요구하며 영주의 자택을 습격했다. 돌발적인 행동이 아닌, 묘하게 계획적으로 행동했다. 기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습격에 영주군은 준비도 못한 채 패퇴했고, 영주는 자신의 영지를 버리고 저 멀리 도망가버렸다. 이때까지는 영락없이 이 들의 반란은 성공했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러나 결국 농민의 반란 기습은 잘 됐지만 본격적으로 군대와 맞서면 무기도 못 휘둘러 보고 무너질 것이다. 상부에게는 그저 하찮은 반란이라고 여겨진..
"우드, 고마워 할 필요는 없어, 이건 계약이잖아?"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그런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감정도 잘 알겠지만, 침통한 표정을 얼굴이 가득 채운 상대에게 이 정도의 말은 해주고 싶었다. "......" 셀레알이 말 없이 오빠의 옷자락을 잡아당긴 게 보였다. 그 표정도 어딘가 아픔을 동반하고 있었다. 왜, 나와 피에르트가 이 남매와 함께 빈민굴에서의 생활을 하고 있을까? 그들이 문장교도도 아니고, 라르그도 안의 지인이기 때문도 아니였다. 그들이 우리를 흠모 해주기 때문도 아니였다. 간단히 말하면 그들과 계약에 의해 성립된 관계였다. 나는 라르그도 안으로부터의 지원물자와 그들 남매의 보호를 조건으로 내세웠고, 그들은 나에게 빈민굴에서의 주거 알선과 주위를 설득하기 위한 완충재 역할을 해주는 그..
눈을 떴을 때, 내 몸이 있던 곳은 주점을 거점으로 하고 있는 2층이였다. 아마도 시간은 밤으로 보인다. 창가에서 달빛이 방안을 부드럽게 비추고 있었다. 주위에는 소리가 없고, 정적이 주위를 감쌌다. 하지만 속마음은 정 반대였다. 가슴속에는 난감함과 혼란이 서로 손을 잡고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뭐지? 어떻게 된거야? 헤르트 스탠리와 검을 주고 받고, 도마뱀의 턱이 작살난 것 까지는 기억나는데... 하지만 그 후, 어떻게 현장에서 도망칠 수 있었는지가 확실치 않다. 분명 나는 숨지기 일보 직전이였기에, 누가 나를 여기까지 운반해 준 것이다.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마지막으로 느꼈던 것은 바람의 포효 였다. 그리고 누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와 무언가에 감싸이는 듯한 감촉, 그런 감촉을 애매한 의식 속에서 기..
어깨는 벌벌 떨고 있었고, 몸 자체가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스스로의 숨결이 귀에 닿고, 눈동자는 눈물을 글썽였다. 피에르트 볼고그라드는 한없이 가슴속에서 기어나오려는 감정의 폭풍에 휘둘리려고 하고 있었다 내 눈 앞에서 결투가 시작되고 있다. 한 쪽은 황금의 눈동자와 모발을 가진, 천재 헤르트 스탠리 한 쪽은 짙은 녹색을 입고, 나와 같이 납으로 평가받는 자, 루기스 그 두 사람이 검을 섞으려 하고 있었다.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승패는 뻔해 피에르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했다. 처음엔 혹시나 하는 기대가 그녀에 가슴에 있었다. 루기스라면 혹시 저 천재에게 손가락이 닿을 수 있지 않을까 결과는 끔찍했다. 겹겹히 허공을 가르는 참격은, 헤르트의 시퍼런 칼날에 쉽게 맞아 떨어졌다. 제비와 매의 싸움..
머리 속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맑았다. 폐 안을 찬 공기가 가득 채워지며 한 순간의 무음이 공간을 뒤덮었다. '킹' 칼이 허공을 가르며 울부짖었다. 오른발을 내밀어, 팔꿈치에 힘을 실은 채, 좌우의 나이프를 달리게 했다. 노리는 곳은 목덜미와 손목 초격의 구상은 미리 정하고 있었다. 헤르트 스탠리와 싸울 일이 있다면, 반드시 초반은 이렇게 하겠다고... 그렇다고 해도, 승률은 희박하다. 그런데 초반을 상대방에게 양보했다가는 스스로 목을 단두대에 내미는 격이다. 틈새를 재고 항상 주도권을 잡으며 싸워야 한다. '키잉 - 키잉' 물론 이 남자는 상대하기에 상당히 어별다. 적은 헤르트 스탠리, 즉 영웅이다. 기습으로 노린 두 줄기가, 흰 빛이 튕겨나갔다 헤르트는 양손검 중 하나는 정면으로, 다른 하나는 손목..
"루기스 씨, 이런 짓은 의미가 없다는거 알고 계시잖습니까? 서로 칼을 내려 놓으시지 않겠습니까?" 시퍼런 칼날을 반짝이며, 헤르트 스탠리가 달래듯 중얼거렸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검을 겨누는 모습엔 빈틈이 없었다. 기습 하듯이 달려들었다간, 몸은 두개로 갈라졌을 것이다. 가슴에서 넘쳐나는 감정을 입에 올리지 않도록, 가능한 여유가 보이는 모습을 연출하듯, 대답했다 "좋은 생각인거 같군... 서로 칼을 내리도록 하지" 양손에 둔한 은광을 발하는 나이프를 가지고, 도저히 경솔하게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였다. 상대는 미래의 구세주, 영락없는 천재, 태양같은 위용을 보이는 자, 헤르트 스탠리 였다. 빈민굴에 모래 먼지가 흩날렸다. 어둑한 이 거리에서 이 큰길만은 묘하게 햇빛이 비추었다 저 녀석과 정면으로..
위병이 눈초리를 강하게 하고, 대검을 내리찍는 순간 한 순간 청색의 빛과 은색의 빛이 뒤섞이며 하나의 음이 만들어 졌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많은 사람들은 어느 하나 소리를 내지 못했다. 소녀의 오른팔을 떨어뜨렸을 대검은 무언가에 튕겨나가 허공으로 날라간 다음, 맥빠진 소리를 내며, 땅에 처박혔다. 그것은 어떤 남자였다. 아무런 맥락도 전조도 없이 바람과 함께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났다. "저기 아가씨, 놀 때마다 목숨 거는 건 이제 그만두라고" 녹색 옷을 걸친 루기스가 옆구리에 소녀 셀레알을 껴안으며 말했다. 셀레알이 순간 안도한 듯 표정을 풀고, 다음에는 불만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변했다. 죽기를 결심했는데, 도움을 받을 줄은 몰랐단 표정이였다. 그렇다 치더라도 이 남자는 어떻게 나타난 것일까 ...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