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5장 가자리아 내전 편 (15)
8성 연합
"환영술로 적을 방심케 하다니 정말 대단한 전략이구나 조카야" 그건 비웃는 말투가 아닌 진심으로 감탄하는 듯한 말투였다 라기아스의 목소리는 절체절명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상당히 여유로워 보였다. 그 태도가 나의 가슴 속 깊은 곳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었다 "뭐, 이것 외엔 생각이 안 떠오르더 군요 그런데 당신은 상당히 여유로워 보이시내요?" 사실 환영술 전략은 나의 생각이 아닌, 엘디스가 돌발적으로 행했던 것이였다 물론 그 덕분에 나는 지하도에서 시체로 남지 않을 수 있었다 아무튼, 어딘지 여유가 없어 보이는 나와 다르게 라기아스는 어디까지나 여유로워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설마 어딘가에 비장의 카드를 숨기고 있다는 건가? "...숙부님, 하나만 질문하겠습니다" "이렇게 만난 게 몇년만인가 조카..
어둠 속에 불꽃이 튀었다 동시에 쇠와 쇠가 접합하는 소리가 나면서 누가봐도 어둠 속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음을 예감케 했다. 여기애 있는 것은 고작 십수명 정도로 구성된, 두 병사의 무리였다. 그 두 무리가 이 왕궁의 탈출구인 지하도에서 패권을 다투고 있었다 한쪽은 적의 수괴를 토벌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혁명군 한쪽은 자신의 주군을 지키겠다는 사력을 담은 라기아스 직속의 정예군 이였다 전쟁터라고 하기엔, 이 곳은 너무 작았다 어둠 속에서, 전장의 화려함 따위는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병사들의 눈동자에는 그 어느 때보다 열광이 가득했다. 자신의 손으로 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한다 자신의 손으로 이 역사의 흐름을 결정한다 그렇게 방금, 어둠 속에서 서로의 그림자가 사라져 갔다 수는 서로 소수였지만, 승기를 잡..
"나는 그녀를 신용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 멈춰서는 것은 할 수 없어 설령 무리를 해서라도, 라기아스의 퇴로를 끊는 것 그것만이 내가 해야할 일이라고 믿어" 루기스의 말이 끊겼다. 더 이상 할 말은 없다는 듯 보였다 "그래서 변명은 그게 끝인가? 도무지 납득이 나지 않는 군 너는 그 은발의아이가 어떤 기분으로 전선을 향했는지차 모르고 잇는 거지?" 루기스가 한 말을 모두 잘라내듯이 엘디스가 말했다 그렇게 말을해도, 그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엘디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눈동자를 반짝이며 엘디스의 눈썹이 올라갔다 그 표정에는 영락없는 노기가 담겨 있었다 "너는 타인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거야? 아아, 너란 녀석 진짜 싫어..." 아직도 난감한 표정을 하고 있는 루기스를 엘디스의 눈동자가 바라..
주저 앉은 자세에서 일어서려니 오른팔이 그대로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들었다. 목구멍 안쪽에서는 통렬한 구역질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멈춰있던 아랫도리를 억지로 깨우고 뼈를 삐걱거리며 그대로 일어섰다 이마는 땀방울로 가득찼고, 입가는 벌써 숨으로 헐떡였다. 하지만 일어섰기에 나쁘지는 않았다 카리아는 적을 뒤엎기 위해 전선으로 향했다 그렇다면 나도 그만한 일을 하지 않으면 언된다 단지 웃으며 그 등을 지켜보는 일 따위는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였다. 나 같은 손발을 부리지 않느면 그 존재를 인정 받을 수 없으니 말이야 "약속을 어기는 건가 루기스" 온몸을 일으켜서 한숨을 돌릴 무렵,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후위에서 숨어있는 엘프 공주의 목소리 였다.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던 건가?..
마수의 가슴속에 떠 있는 것은 틀림없는 향략이였다 몸 안쪽에서 기어나오는 힘은 끝이 없었고, 사지에는 살을 에는 듯한 정기가 넘쳐나왔다 지금까지 없던 고양과 만능감이 온몸을 덮고, 이제 그 몸은 마수라는 틀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공허함이 있었다 힘의 끝자락을 조금씩 휘두르는 것만으로 눈 앞의 사냥감은 곧바로 모습을 흐트러냈다. 손가락 끝을 팅기면 피를 튀기고, 손으로 누르면 뼈를 부러뜨리고 절명했다. 너무나 어이없는 사냥감들의 존재에 그 마수는 불만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눈 앞의 사냥감은 다른다 은발의 검객은 자기가 힘을 발휘하면 달아가기는 커녕, 힘으로 맞서려고 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묘미란 것인가 사냥이란 보람을 느낄 수 있기에 쾌감이 있는 것이다. 힘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이 사냥감은 쓰러지..
그것은 엄청난 싸움 이였다. 마수의 팔은 강철이라고 의심할 정도였지만, 카리아는 그것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 둘이서 서로 맞댈때마다, 주변의 공기를 절단시키고 있었다. 누구나 그 일격을 보고 깨달았다 저건 말도 안돼 우리는 현실이 아닌 헛것을 보고 있는거야 마수가 뱉는 공기가 이 세계를 왜곡시키는 거야 마수의 일격엔 살의가 없었다 단지 방해되는 것을 떨쳐버릴 뿐인 단순한 손바닥치기 였다. 하지만 저 손바닥에 닿으면 몇 사람이 죽을까 반면 카리아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은의 장검을 빛내며 언제나 있는 일처럼 마수의 손바닥을 반겼다 그 흉기라고 할 수 있는 손바닥이 카리아를 육포로 만들려는 순간 카리아는 은발을 흔들며 몸을 반회전 시킨 후, 마수의 손바닥을 향해 칼을 내리 찍었다 '키이잉' 쇠와 쇠가 접합하는..
은빛의 섬광이 전쟁터를 뒤덮었다 장검이 빛의 속도로 돌아갔고 눈깜짝할 사이에 하늘로 튀어올랐다 그것은 혼자 보기 아까운 비기였다 전쟁터라는 난전 속에서 아무리 훈련을 싸운 기사라도 평상시의 정신을 이루기 어렵다. 뼈와 살을 분쇄하는 이 원시적인 지옥은 사람이든 엘프든 야생시절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이였다. 하지만 카리아만은 달랐다 그녀는 정신을 흐트러지지도, 무너지지도 않으며, 적을 참수하기 위해 유지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그 모습에 감탄하지 않는 자들은 없었다. 이 전쟁터라는 이름의 지옥에는 묘한 매력이 있었던 것이다. 너도나도 무기를 손에 들고 그녀를 향해 돌격한다 하지만 카리아는 그들을 은빛 장검으로 도려내면서 심장을 갈랐다 카리아는 그들의 머리통과 몸통을 부수며 알 수 없는 어두운 기쁨을 느꼈다 이곳..
"전부, 돌격하라!" 마티아의 목소리가 주위를 울렸다 아군이 보답하듯, 포효했고, 사기가 떨어진 적군을 찢어대기 시작했다. 이쪽의 전선을 지탱하는 것은 문장교도의 기사들과 소수의 엘프병... 합치면 겨우 150명이 될 것 같았다 너도나도 창과 검을 손에 쥐고, 천이 넘어 보이는 적을 향해 덤벼들었다. 이제 이렇게 된 시앙 엘프도 인간도, 성녀 마티아의 호령 아래 혁명의 기치를 살려 적군의 정예를 억누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마지막 주어진 기회였다 자신도 모르게 한 숨을 내쉬었다. 지난 세계에서 피에르트가 비와 폭풍을 불러들여서 전술의 하나로 썻던 것을 알고 있었다. 작은 규모였긴 했지만, 위력은 실로 엄청났다. 하나의 날씨가 커다란 역사의 전환점이 되기도 하는 것이였다. 하지만, 이런 홍수를 내다니 이것은..
가자리아의 성문 앞 가자리아의 반란군을 놓치지 않기 위해 평시의 몇배나 되는 병사가 여기에 배치되어 있었다 이 가자리아의 최전방에서 아직 적군과의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틀림없이 이곳 역시 전쟁터였다 왕궁 앞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피투성이의 전장을 띠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그 비명소리는 틀림없는 엘프의 소리였다. 그럼 적은 누구 인가? 마수였다. 원숭이 같은 거대한 마수가 병사들의 적이 되어 이 곳에 있었다. 그 모습은 너무나도 공포스러웠다. 자연이란 모습에서 동떨어져서 누군가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듯한 모습이였다. 마수라는 것은 원래 그런 모양이였다. 그렇든 말든 마수가 가자리아를 습격하다니... 이제까지 수백년간 그런 일은 없었다. 성문의 수호를 맡은 병사들은 공포스러운 심정으로 그 마수를 막고..
성녀님의 목소리가 호들갑스럽게 전장을 흔들었다 이것은 기회다 처음으로 이 발리안느라는 여자의 행동에 빈틈이 생겼어 내 손에 휘두를 수 있는 검은 없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야아아앗!" 몸을 비틀어서 어깨를 움직였다. 오른팔에 온 힘을 넣어서 발리안느의 목구멍을 내리쳤다 순간 내 오른팔은 흉기로 변모했다. 두둑, 하고 느끼기 싫은 감촉이 느껴졌다. 오른팔의 손톱이 발리안느의 목을 찌르는 모습이 보였다 이건 정말 최악이다. 이건 그냥 뒷골목의 막싸움에 불과해 눈 앞에는 목구멍을 손에 갖다대는 발리안느의 얼굴이 보였고, 오열을 하 듯이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아마 식도가 상했을 것이고, 숨만 쉬어도 격통이 오게 될 것이다. 자, 이제 편하게 해주마 그렇게 생각을 마친 후, 발리안느와 시선이 마주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