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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93화 - 납의 방식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5장 가자리아 내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93화 - 납의 방식 -

개성공단 2020. 3. 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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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리아의 성문 앞

가자리아의 반란군을 놓치지 않기 위해

평시의 몇배나 되는 병사가

여기에 배치되어 있었다

 

이 가자리아의 최전방에서

아직 적군과의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틀림없이 이곳 역시 전쟁터였다

왕궁 앞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피투성이의 전장을 띠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그 비명소리는 틀림없는 엘프의 소리였다.

 

그럼 적은 누구 인가?

마수였다.

원숭이 같은 거대한 마수가 

병사들의 적이 되어 이 곳에 있었다.

 

그 모습은 너무나도 공포스러웠다.

자연이란 모습에서 동떨어져서

누군가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듯한 모습이였다.

 

마수라는 것은

원래 그런 모양이였다.

 

그렇든 말든

마수가 가자리아를 습격하다니...

이제까지 수백년간 그런 일은 없었다.

 

성문의 수호를 맡은 병사들은

공포스러운 심정으로 그 마수를 막고 있었다

 

"쏴라! 화살을 멈추지 마라!

조금만 버티면 원군이 올 것이다!!"

 

그 말에 힘 입은 듯

화살이 흉기가 되어

원숭이 모양의 마수로 닥쳤다

 

사실 원군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병사의 대장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왕궁에서는 

핀 라기아스와 엘디스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기에,

성문 앞의 병사들은 그 전투의

결정타를 맡도록 배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근데 그 결정타를 맡은 병사들이 공격받고 있다.

왕궁에서는 원군을 보내 줄 것인가?

그럴리가 없다

그들은 이쪽보다 중요한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 이였다.

 

그래도 성문을 지키기 위해서

충분한 병사가 집적되어 있었기에

마수를 조금씩 몰아넣고는 있었다.

 

하지만 피해는 조금도 줄지 않고 있었다.

마수가 팔을 휘두를 때마다 병사 몇몇이 날라갔고,

마수가 고함을 지를 때마다 병사 몇몇이 쓰러졌다

 

진지하게 말해서

도저히 단독으로 상대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였다

 

하지만 이렇게 성벽이라는 방어구와

화살이라는 도구가 있었기에

조금씩 마수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병사들은 조금 진정한 듯이

마음을 억누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 마수는 왜 이렇게 흥분한 것일까?

성문에서 마수를 바라보는 병사들은

그것이 매우 의문 투성이 였다.

 

숲 속에서 마수를 본 적은 있어도,

보통 그냥 위협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였다.

하지만, 저렇게 돌격을 해오는 일은 없었다.

 

이 마수는 무언가에 매달리듯

이 성문을 목표로 돌격을 해왔던 것이였다.

 

갑자기 무언가가

병사들의 코를 찔렀다

누군가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술을 마신걸까, 와인냄새가 굉장히 지독했다.

 

"키야야야야약"

 

또 다시 원숭이의 커다란 외침에

주위의 나무들이 쓰러졌다

 

하지만 이미 적응을 한 병사들은

화살을 멈추지 않고 쏘아댔다.

 

병사 대장은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꼇다

마수의 외침이 방금까지와는 

다른 목소리였기 때문이였다.

 

무언가 위협하는 목소리가 아니다.

말하자면, 주위에 울러퍼지기 위한,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한 목소리 같은....

 

하지만, 그것은 단지 예감이였지만,

다음 광경을 본 순간, 진실처럼 느끼게 되었다

 

조금씩 엘프 병사들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갔다

그들의 눈동자에 경악과 절망이 물들여 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본 것은.

방금 마수의 고함에 이끌리듯

원숭이 모양의 마수가 

성문 앞으로 차례차례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였다

 

그 틈을 타고 

방금 가자리아를 습격했던 원숭이 마수는

거구를 흔들면서 강하게 땅을 치며 도약했다.

 

그 큰 체구가 도약하며 본 광경은

굳건한 성문이 아니라, 성내의 작은 시가지 였다.

 

 

 

*

 

 

 

"비를 내리게 해줬으면 좋겠어.

적어도 적군의 눈을 가리고, 멈춰서게 할 정도로"

 

피에르트는 루기스의 말을 중얼거리며

너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진작부터 깨달았지만

루기스는 마법을 무슨 도라에몽의 주머니라고 생각한 걸까

하지만 그것은 정반대 였다.

 

마법이란 사람이 만든 술식을

그저 손으로 배껴쓰는 것에 불과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불을 지를 수는 있어도,

그냥 불을 지를 바엔, 성냥을 사오면 되는 것이다.

편리하긴 해도, 만능과는 거리가 멀었다

 

피에르트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예전부터 평범한 삶을 수치로 여기며

닿지 않는 등을 바라보며 살고 왔기에 말이다.

 

원래 비를, 그것도 호우를 내리는 것은

수많은 마법사도 불가능한 일이였다.

 

하지만, 피에르트는 여유까지 보이며,

맡겨놓으라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피에르트의 가슴에 식은땀이 흐르고,

긴장과 초조함에 목구멍이 막힌 듯 좁아져 갔다.

 

그 남자의 기대를 배반하고 싶지 않았다.

그 심정만이 피에르트의 가슴 속에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도로

어떠한 예감이 그녀의 머리 속에 있었다

 

과거에 루시스와 보검을 접목시켜서

그를 부활시켰을 때처럼,

마력과 기력이 충족 된 상황이라면

모든 것을 재현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다...

 

손가락 끝에 마력이 집적되어 갔다

날씨를, 대규모 자연을 조종하는 마술은

전에 들은 적도, 상상한 적도 없었다.

그러니 마법 술식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피에르트는

손을 하늘로 치켜들고 있었다.

그 손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자의 것이였다.

 

그녀는 늘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이

 

은의 장검을 다루며, 초인적인 결단력을

보이는 여성 카리아...

그녀는 영락없이 천재라고 할 만 했다

 

그 명료함과 냉철함이라 할 수 있는 결단력

보통사람 앞에서 절대 꿇지 않는 행동력...

어느 것을 보더라도

그녀는 보통이 아니였다.

 

그리고 성녀 마티아

문장교도를 이끄는 지휘관이자,

그녀를 숭배할 정도의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오직 나만이 가진 것이 없다.

루기스와 동행하는 사람 중에 나만 평범하다

 

이대로는 버려질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이루어 져서는 안된다.

그런 불안감이 가슴 속을 덮고 잠복해 있었다.

 

루기스를 납으로 남기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나다

그렇다면 나도 그를 따라가야 한다.

그의 옆에 걸맞게

나라는 인간도 황금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무모해 보이는 의뢰를 수락했다.

 

하지만, 아무리 마력을 가다듬어도

호우를 내리게 하는

적당한 술식은 짜여지지 않았다.

시간은 이제 더 이상 없다.,

조금 있으면, 코앞까지 적부대가 닥칠 것이다.

 

아아, 나는 이게 끝인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납덩이는 납덩이인가

 

그렇다면, 이런 세상의 규칙 따위에

더이상 얽매이려 하지 않겠어

 

피에르트는 이제까지 배워왔던

마법의 술식을 전부 집어치우고

 

그녀의 머리속에서

알지도 못하고, 알 수 없는 

마법 술식을 양피지 위에 그리기 시작했다.

 

아아, 이 감각은 뭐지?

마치 내 손으로 새로운 세계를 그리는 것만 같아

이 몸을 차고 잇던 큰 쇠고랑을 부러뜨리는 시원함

 

지금, 새로운 마술이 여기서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동자에

말을 탄 몇몇의 적부대가 보였다.

 

"홍수여 나와라! 세상을 부수고 여기에 나오거라!"

 

빠직, 하고

피에르트의 뇌내에서 무엇의 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본인조차 몰랐지만

 

하지만, 지금 여기에서, 확실히 마법은 성공했다

'

그것은 그냥 비가 아니라

홍수처럼 많은 물이 쏟아져 나왔어

적부대의 호위대를 거칠게 삼켜 갔다

 

피에르트 볼고그라드.

오늘의 이 시점에서 그녀의 몸을 덮었던

납 조각이 떨어져나갔다.

동시에 그녀의 몸 속의 황금이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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