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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95화 - 전장의 주인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5장 가자리아 내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95화 - 전장의 주인 -

개성공단 2020. 3. 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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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 섬광이 전쟁터를 뒤덮었다

 

장검이 빛의 속도로 돌아갔고

눈깜짝할 사이에 하늘로 튀어올랐다

그것은 혼자 보기 아까운 비기였다

 

전쟁터라는 난전 속에서

아무리 훈련을 싸운 기사라도

평상시의 정신을 이루기 어렵다.

뼈와 살을 분쇄하는 이 원시적인 지옥은

사람이든 엘프든 야생시절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이였다.

 

하지만 카리아만은 달랐다

 

그녀는 정신을 

흐트러지지도, 무너지지도 않으며,

적을 참수하기 위해 유지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그 모습에

감탄하지 않는 자들은 없었다.

 

이 전쟁터라는 이름의 지옥에는

묘한 매력이 있었던 것이다.

 

너도나도 무기를 손에 들고

그녀를 향해 돌격한다

 

하지만 카리아는 그들을

은빛 장검으로 도려내면서 심장을 갈랐다

 

카리아는 그들의 머리통과 몸통을 부수며

알 수 없는 어두운 기쁨을 느꼈다

 

이곳은 바로 감정의 도가니였다.

억압하던 감정을.

싸움이라는 극장에서 누구나 배우가 되어 외쳤다

 

카리아도 검을 휘두를때마다

눌러왔던 자신의 감정을 조금씩 외쳐대었다

 

"좀 더 제멋대로인 여자이고 싶었어"

 

카리아는 적병의 머리를 부숴가면서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남자의 발 밑을 붙잡고,

뭘 하든 나에게 맡겨만달라고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를 빼앗는

그런 이기적인 여자가 되고 싶었다

 

카리아는 온몸에 피를 칠한

붉은 드레스를 입으며 한걸음씩 내딛었다

 

은빛 눈동자가 가늘어지면서

피와 기름이 묻는 장검을 다시 하늘로 들었다

 

무슨 어리석은 생각을 하는 거지

나 같은 여자가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그저 꼴불견인 모습 일거야

울음을 터뜨리고 무릎을 꿇은 채,

그 남자에게 내 옆에 있어달라고 간청해 보는

 

...그런 여자를 연기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직도 카리아의 가슴속에서 외치고 있는 감정을

그녀의 장검이 대신해서 외쳤다

 

아이러니 하게도, 

오늘의 검술은 평소의 그녀보다 매우 놀라웠다.

힘이 세지도 않으며, 섬세하면서도 힘이 없엇다

 

여기서 내가 뒤를 돌아본다해도, 루기스는 없을거야

조용히 멈춰서는 것 따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인가?

그런 것에 대한 답은 없다

 

비록 이 등 뒤에 루기스가 없다고 해도

나는 싸울 수 밖에 없다.

 

녀석은 누구도 아닌, 나에게 부탁했다

 

그렇다면 그 부탁을 완수하는 것이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 놈이 나를 믿는 건지, 믿지 않는 것인지

그것은 차마 모르겠다만...

나는 녀석을 믿고 있음에 틀림없어

 

카리아는 피에르트가 부러웠다

그녀는 아무런 여지 없이 루기스에게

매달릴 수 있었으니까

 

내가 만약 그 짓을 했다면

루기스는 무서운 눈으로 봤을 지도 모른다

 

나는 그에게 어떤 사람일까?

루기스는 나를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 걸까?

 

모두 부질없는 생각이다

나는 그에게 강한 사람으로 보여야만 해

의지하기에 고민할 바 없는 그런 사람으로

 

꿋꿋하고, 자랑스럽고, 날카롭고,

예리하고, 구부러지지않고, 부러지지 않고,

두려움으를 모르는 그런 사람으로

 

결코 울부짖고,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약한 여자로는 절대 안돼

 

은빛이 반짝였다.

소리를 내며 휘둘리는 그 장검은 

카리아 주위 적병의 피와 살를 찢어냈다

 

이제 이곳은 전쟁터의 중심지

적과 아군 모두 카리아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카리아가 칼을 휘두를 때마다, 전장이 신음했고

그 다리가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전장도 함께 움직였다

 

확실이 그녀는 전장의 주인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승패는 아직도 운명의 손안에 있다

아무리 카리아가 영락없는 영웅이여도

몇배가 넘는 군사는 쉽게 무너져 내리지 않을 것이다.

 

아직 무언가 결정적인 무언가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하늘에서 굉음을 내며 나타났다

 

"키야야야얔"

 

그 절규와 동시에 거구의 무언가가 나타났다

 

커다란 붉은 눈동자를 자긴 거대한 체구는

끝도 없이 울어대며, 가자리아를 흔들고 있었다.

 

그 마수가 이곳을 목표로 한 이유는 단 하나.

 

저번에 맛 보았던 그 감미로운 맛을

한번 더 느껴보고 싶었던 욕구 때문이였다.

 

그 몸은 원숭이 같기도 한 모습

 

온몸의 털은 곤두섰고, 사지는 마치 철사로 짜여진 듯 했다.

배에 달린 엄청나게 큰 입은 그 강인함을 엿볼 수 있었다

 

몸집도 원숭이처럼 손발을 땅에 붙이는 것이 아니라

두 다리만을 이용해 대지를 짓밟고,

양팔은 사냥감을 잡는 격이였다

 

엘프도, 그리고 사람들도

그 모습을 보고 직감했다.

 

이것은 자신이 맞설 상대가 아니란 것을...

 

그러던 중 카리아는 침을 꿀꺽 삼키며

눈 앞에 닥쳐온 그 위협을

마치 남의 일인 양 바라보고 있었다

 

과연 이건 재앙(魔)이다

단순한 마(魔)수 였을 존재가, 지금 어떤 요인을 거쳐서

짐승의 가죽을 버리고 순수한 재앙(魔)으로 군림하려 했다

 

그 팔에는 몇개의 화살이 꽂혀 있었지만,

그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으스스한 연기가

천천히 상처를 치유해 나갔다.

 

카리아는 그 광경을 본 기억이 있었다.

맞아, 분명히 저것이 마수를 치유하는 거라고 들었었어

그래, 그 루기스에게서

 

은빛 눈동자가 출렁였다

 

"야, 원숭이! 

네 녀석, 잘도 이런 때에 나와 주었구나!"

 

여기는 더 이상 전쟁터가 아니였다

단지 살육의 무대가 있을 뿐이였다

 

"그래... 그 기억이 떠오르게 해주는 구나

그 때도, 그 녀석은 없었어..."

 

지난날, 커다란 숲에서 만났던 날...

두고 보라고 말했는데도, 

멧돼지 마수를 도살하고 되돌아 봤을 때도,

루기스는 자리에 없었다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였다.

은빛의 장검이 마수에게 향했다

 

"그래, 이건 그냥 화풀이야

알고 있나? 내 화풀이는 굉장히 길다는 거"

 

엘프도, 사람도, 그 누구도 항거할 수 없다고 직감한 그 존재에

카리아는 칼을 겨누며 혼자 격렬하게 말했다.

지금 그 등 뒤에 그 남자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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