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1장 순례 편 (23)
8성 연합
보검과 시퍼런 칼날의 격전의 순간 어디까지나 응축된 영원이라고 생각되는 순간이였다 목은 초조한 듯 말라붙었고, 신체의 온갖 근육에는 긴장이 넘쳤다 그러면서도 내 눈동자는 눈앞의 영웅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헤르트 스탠리, 하늘에 떠오르는 태양 그 자체 내가 계속 애타게 동경하던 영웅 그것이 지금 나의 적으로서 검을 잡고 있었다 그 흉포한 의지를 추호도 숨기려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아주 좋다, 이 이상 바랄 것은 없다 나에게는 이것이 바로 시작이자 끝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천천히 한숨을 입술에서 흘리고 보검을 오른쪽 어깨 위로 들어올렸다 이상하게도 망설이는 일은 없었다 지금 해야 할 혼신의 일격을 휘두르기에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보검이 말하는 듯 했다 이제 가슴속 깊은 곳에는 잔재주나 거짓 같은 것을 떠올..
철과 철이 서로 잡아먹으며, 그 살을 발라내는 소리가 났고 소리가 하나씩 겹쳐질때 마다, 귀를 스치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것이 몇 번이나 숨을 쉴 새도 없이 날 정도로 기세가 이어졌다 프리슬란트의 대신전, 신성한 제전 그 구석지에서 당당한 황금과 혁혁한 대악이 서로의 목숨을 없애기 위해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결말이 여기에 정해진 것 처럼 시퍼런 칼날이 헤르트 스탠리의 시야에서 몸을 비틀었다 불꽃이 공중으로 튀었다 일찍이 한 번, 태어난 고향에서 눈 앞의 대악에 양단되어 다시 녹여, 다시 주조된 칼날은 예전과 비교해 매우 단순했다 세부를 장식하는 장식도 없고, 칼날에 새겨진 이름도 없었다 명가문인 스탠리 가문이 갖기엔 간소하다고 할 수 있는 것 마법 또는 신의 총대도 받지 못한 무명의 한 검 그..
프리슬란트의 대신전 그 안에 마법사의 브레스이 덮였다 인간이라고 하는 씨앗이 그릴 수 잇는 궁극의 기술 브레스는 공기를 휘감아 모양을 이루며 불길을 머금었다 그렇게 생겨난 불꽃뱀은 곡선을 그리며 허공을 기었다 불꽃이 딱딱 소리를 내는 동시애 피에르트 볼고그라드의 검은 눈이 명멸한 듯 깜박였다 피에르트는 자신의 시야에 비친 섬광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불꽃뱀의 존재가, 스스로의 손끝에서 튀어나온 것을 아는데도 몇 초가 필요했을 정도였다 그것들은 모두 일종의 반사행동이엿다 그녀의 목구멍은 모래가 잔뜩 채워진 것처럼 말라서 침을 아무리 삼켜도 도저히 풀릴 수 없을 것 같았다 정체 모를 초조와 감정의 탁함만이 가슴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차가운 한숨이 새어나왔다 몇 번이고, 숨이 입가에서 새어..
"루기스를 방해하진 못 할거에요, 난 그의 공범자니까 그 말을 듣고 눈 앞의 성녀가 작게 미소 짓는 것을 피에르트는 볼 수 있었다 아니, 웃었다기보다는 입술을 치켜올리듯 일그러뜨렸다고 말하는 편이 가까울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녀의 표졍은 분명 자애의 미소 그 자체 성녀다운 분위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 황금색의 눈만은 달랐다 마치 찬란하게 빛나듯, 그녀의 눈동자는 크게 펼쳐져 잇었다 그 모습은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전에 마치 뺨에 바늘을 찌르는 듯한 통증을 피에르트에게 느끼게 하고 잇었다 적어도 대륙에서 이름을 날릴 정도의 성당 기사가 순식간에 몸이 조각상으로 바뀌었는데 겁나는 표정 하나 짓지 않다니 피에르트는 허벅지가 약간 경련된 것을 느끼며, 발걸음을 반보 앞으로 내밀었다 거기에 담..
헤르트 스탠리 일찍이 학우이기도 했던 그가 시퍼런 칼날을 휘두르는 모습에 무심코 피에르트 볼고그라드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의 머릿속 안에는 조금의 자랑스러움과 일말의 쓸쓸함이 떠올랐다 성벽도시 갈루아마리아의 학원에 있을 무렵 헤르트 스탠리는 저런 얼굴을 보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모두가 발길을 멈추는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유유히 어디까지나 여유가 있던 것이, 그의 모습이였다 그 끝없는 재주를 가지고 모든 것을 엎드리게 하는 태양 그것이 헤르트 스탠리라는 이름의 황금이라는 본질이였다 가까이 가면 피부가 타고, 눈을 짓눌리고, 의지는 부서진다 그래서 학원에서 어느 누구도, 그를 자기와 같은 줄에 두지 않았고 그 등에 매달리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그 태양이 눈을 부릅뜨고, 이를 보여주면서까지 혼..
대신전의 제전 그 속에서 희미하게 떠오른 그림자가 한가로이 흐릿하게 윤곽을 드러냈다 동시에 제단 위에 주저않은 그것이 벌떡 일어나는 기색이 느껴졌다 제단이 훨씬 높은 곳에 비치된 탓일 것이다 그 모습은 마치 하늘을 옮겨놓은 것 같기도 했다 그 순간 천천히 사람의 모습이 만들어져 갔다 헤르트 스탠리의 눈동자는 어둠을 가르는 듯한 분위기를 들끓었고 그의 모습이 누구냐는 것은 물어볼 필요조차 없었다 국가를 턱으로 부순 사악한 용 인류의 천적으로 칭해지는 악한 자 배덕자, 배신자, 이 세상 모든 악덕의 주인 그 이름은 대성교 사람으로선 누구나가 다 알고 있었고 누구나 그 이름을 기피하고 입에 담기도 꺼려했다 불러야 할 때에는 온갖 악의를 담아 가슴속이 타들어가는 증오와 공포를 일으키며 불리는 이름, 그 이름은...
대신전 자체를 먹어 치울 것 같은 불길한 검은 안개 계승 단장인 가르간티아의 실종 그 두 가지 이상이 맞물려도 성당 기사단은 와해라는 생각을 절대 담지 않았다 정체 모를 그러한 광경에 후퇴를 강요당하더라도 등을 돌리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그들이였다 누군가는 곁의 전우가 쓰러져 가는 것을 보며 마법이 쳐진 창을 휘둘렀다 그것은 신의 적을 토벌하기 휘한, 신으로부터 받은 마술 신의 적을 모조리 짓밟기 위한 무기 그것을 맞은 자는, 선의도 악의도 그런 건 아무 상관없이 그저 신의 적으로 간주되는 그런 무기였고 그만한 권능이 성당 기사에게 부여되어 있었다 성당기사는 신의 적을 잡아먹는다 그것은 때로는 그들이 폭력적일 정도의 권능을 가지는 점이 되기도 했지만 그러나 지금 이 때야말로, 권능의 올바른 취급 방식일..
옆에서 피에르트가 속 눈썹을 튀기며 입을 열었다 그 말이 이상하게 걸리는 게 마음에 걸렸다 "루기스, 카리아가 보이지 않아요 맹수 기사도 마찬가지에요" 어딘가 곤혹스러움과 망설임조차 실은 목소리 피에르트 치고는 희한한 목소리였다 그녀는 좋든 나쁘든 남에게 망설인다거나, 그런 나약함을 보이지 않는 성질이였다 머리맡에서 우러나오는 고뇌와 약한 마음이란 것도 어느새 스스로 씹어 삼키고 마는, 피에르트는 그런 인간이였... 아니, 그건 그냥 지난 세계의 이야기일 뿐이야 나 스스로도 정말 어리석군, 언제까지 질질 끌 셈인가 예전의 그녀들,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이다 그녀는 피에르트 볼고그라드이긴 하지만 이미 내가 아는 그녀와는 또 다른 인간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지금의 피에르트와 과거의 그녀를 대조하는 것은 무례 ..
오싹한 뭔가가 등골을 핥아갔다 그것은 얼음 덩어리를 그대로 피부에 바른 듯한 기분 엘디스는 목구멍에 심하게 까칠한 것을 느끼면서도 벽안을 부릅뜨고 정령술을 발했다 나타난 것은, 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에 가라앉을 정도로 귀신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무거운 안개의 소용돌이 장엄한 고요함마저 느끼게 하는 프리슬란트 대신전 그 흰 벽을 엘프의 검은색이 뒤덮고, 억지로 마구 짓밟아 갔다 그 기세는 공간 자체를 바꾸어 먹을 것 같았다 이것은 저주, 인간을 굴복시키기 위한 저주의 안개였다 저주에서는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특히 인간, 일찍이 정령의 밑을 떠난 자 같은 경우 엘프의 주술은 모든 인과를 뿌리칠 정도, 강하게 작용한다 인간을 잡아서, 인간을 해치기 위한 기술 사실 본래의 정령술에서, 한참 이상한 곳으로 ..
은검과 홍창이 서로 겹쳐 환상적인 색채를 띄우며 불꽃을 튀겨갔다 그것이 몇 번이나, 양쪽의 틈새에서 계속 되고 있었다 붉은색이 하늘을 날고 어둠을 가르면 은빛은 사나운 턱을 보이며 이삭 끝을 내리쳤다 반면, 은색이 허공을 벗어나 목덜미에 바짝 다가서면 붉은색은 원을 그리며 쇠를 튕겨 나갔다 방심만 하다간, 무기가 몸에 닥쳐 목숨이 쏟아지기 직전인 광경 그것으 바로 숨을 삼킬 시야조차 주어지지 않는 공격과 방어의 갈채 한 합이 적의 수비를 꿰뚫기 위한 창이요, 서로의 목을 베기 위한 검이였다 불꽃이 공간을 맴돌았다 그것은 더 이상 인간적이라 차마 부를 수 없는 한 막 마치 짐승이 물고 물리는 격이였다 카리아 버드닉의 은검은 한번 휘두르는 것으로, 주위의 분위기를 바꿔놨다 아무런 장애없이 검을 휘두르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