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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84화 - 기사도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1장 순례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84화 - 기사도 -

개성공단 2020. 5. 9. 03:55

은검과 홍창이 서로 겹쳐

환상적인 색채를 띄우며 불꽃을 튀겨갔다

 

그것이 몇 번이나, 양쪽의 틈새에서 계속 되고 있었다

 

붉은색이 하늘을 날고 어둠을 가르면

은빛은 사나운 턱을 보이며 이삭 끝을 내리쳤다

반면, 은색이 허공을 벗어나 목덜미에 바짝 다가서면

붉은색은 원을 그리며 쇠를 튕겨 나갔다

 

방심만 하다간, 무기가 몸에 닥쳐 목숨이 쏟아지기 직전인 광경

 

그것으 바로 숨을 삼킬 시야조차 주어지지 않는 공격과 방어의 갈채

한 합이 적의 수비를 꿰뚫기 위한 창이요, 서로의 목을 베기 위한 검이였다

불꽃이 공간을 맴돌았다

 

그것은 더 이상 인간적이라 차마 부를 수 없는 한 막

마치 짐승이 물고 물리는 격이였다

 

카리아 버드닉의 은검은 한번 휘두르는 것으로, 주위의 분위기를 바꿔놨다

아무런 장애없이 검을 휘두르고, 때려눕히며, 짓밟는 모슴은 강자 그 자체

 

그녀의 행동은 이제 마성에 가까웠다

비록 마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인간적이라고는 부를 수 없을 것이다

그 검은 또 하나의 실로 변해, 무기의 끝으로 그 손을 뻗고 있었다

 

천상에서 흘러내린 재주를 가진 자가

참을 수 없는 단련을 통해 몸에 넣은 끝의 결정이, 

지금 여기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르라스 가르간티아 또한, 인간적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먼지가 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선혈이 춤추듯 허공을 뛰는 사이

 

카리아의 은빛 눈동자가 살짝 눈썹을 올렸다

자신의 왼쪽 어깨가 어느새 찢어져 있었지만

뇌수의 흥분 때문인지, 통증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피를 튀길 때마다, 고양심이 보다 더 해갈 뿐

 

하지만 적에게 한 걸음 내디딘 것은 확실해

 

카리아는 천천히 은검을 땅을 향해 휘둘렀다

적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서가 아닌, 단지 창을 쳐부수기 위해

 

붉은색은 그 의도를 헤아린 듯, 창과 몸을 끌어당겼고

둘 사이에는 작은 틈이 생기고 말았다

서로 한 발짝만 내디디면, 서로의 송곳니가 맞닿을 수 있는 거리 말이다

 

"상당히 이성적인 처신이로군

오직 열정에 치우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먼저 입을 연 것은 카리아였다

마치 스스럼없이 느껴지는 말이였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전혀 다른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가르라스 또한 마찬가지

눈동자는 마치 다른 것을 담으면서, 말을 가볍게 새어 내고 있었다

그는 이 섬뜩한 상황인 와중에 입을 열었다

 

"기사였다면 알고는 있겠지. 기사도를 실천하라

상대를 짐승에서 인간으로 탈바꿈해라, 그래야 자신의 명예도 자랄 것이다

기사장전의 첫 문구다. 마수 상대라면 모를까

기사를 상대로, 무례함을 범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그리 무례한 인간이 아니야"

 

그런 가르라스의 비아냥 거리는 말에

카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기사도, 예절

네가 그런 할 말한 처지는 아니지 않나?

 

"기사 따위의 직함을 버려도 아깝지 않다던

네놈이 갑자기 변심한 모양이로구나, 무슨 일이라도 생겻나?"

 

카리아는 가자리아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녀의 가는 손가락이 강하게 은검을 움켜쥐고 있었다

 

"아니.. 난 변하지 않았어, 지금이나 옛날이나 말이야

단지 모든 것은 당신 동생의 명예를 위해서..."

 

그 말과 동시에 정적이 공간을 지배했다

은검과 홍창은 소리 하나 내지 않고, 공간을 흔들고 있었다

 

카리아, 가르라스 양쪽은 모두 깨닫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적은

틈을 타서 목숨을 날려버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란 것을

 

그렇기에 혼신의 일침으로 하루빨리 죽여야 할 상대라고

서로가 서로를 직감하고 있었다

 

카리아는 은검을 앞으로 내밀듯이 해서 적의 목을 겨누었다

반면 가르라스는 흉포한 눈을 뜨고, 카리아의 급소를 응시했다

 

그 자세 그대로, 양쪽 모두의 움직임이 딱 멈추었다

 

어둠에서는 소리나 움직이는 것 하나 없이

오직 정적만이 그 공간을 지배하고 있었다

손끝의 떨림도, 호흡의 흔들림조차 느껴지지 않았기에

이제는 심장조차, 정적의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린게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몇 초였나, 아니 몇 분이였나, 어쩌면 수십분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계속 된 것은

 

질식해 버릴 것 같은 그 모습은 너무나도 답답할 정도

 

두 사람에게 끌려다니던 시간이 지쳐서

미쳐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정적이 깨지며

 

불꽃이 터졌다

 

누가 먼저 움직였는 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공간이라는게 움직이기 전에

두 사람이 아름다운 선을 그리고 있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붉은색의 창이 가늘고 가는 몸으로 꿋꿋하게 질주했다

그것은 단적으로 말하면, 그저 찌른다고 할 수 있었다

단지 창을 들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허를 찌르는 일도, 허를 찔리는 일도 없을 그런 일격

 

그러나 가르라스는 그것이 혼신의 일침이라고 믿고

굳은 의지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상대하는 카리아는 손목을 돌리며

배에 힘을 주고, 칼을 들어 혼신의 힘으로 막아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눈가에는 불꽃이 겹겹이 튀고 있었고

손목과 허리뼈는 삐걱거리며, 더 이상은 힘들다는 비명을 질렀다

 

이건 정말 엉뚱한 짓이다

이 맹수녀석과 일기로 맞서려 하다니

 

하지만 그렇다쳐도, 카리아는 맹수라고 불리는 가르라스를 상대로

뭔가 일을 진행해버리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가르라스 가르간티아는 일체의 잔재주나 덫을 넘어서

상대의 의도를 당연하듯이 짓밟는 그런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미친놈과 자신의 주인과는 궁합이 맞지 않을 것이다

 

확실히 루기스가 나약한 사람이다고는 할 수 없다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믿을 수가 없을 정도

하지만 카리아는 일찍이 술집에서 결투를 했을 때,

그리고 지금까지 있었던 날을 생각했다

 

베르페인의 결투 때도 그랬고. 서니오 전투에서도 그랬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를 가르라스 앞에 놓으면, 최악의 궁합으로

그야말로 최악의 결말을 맞이 하게 될 것이다

카리아는 그 상상읋 하자 등줄기에 뭔가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카리아는 지금 이 자리에 섰다

그의 방패가 되기로 결정했으니 말이다

 

지금 루기스는 소꿉친구 때문에 여기에 왔으며

그리고 그를 방해하는 존재 또한 이 자리에 왔기 때문에

지금 내가 그 존재를 타도 하겠다고 그렇게 맹세했다

 

정말 어리석은 역할을 택해버린 것 아닐까, 하고

카리아는 속으로 웃었다

 

하지만 뭐 나쁘진 않아

루기스가 자신의 의지를 쫒는 동시에

나도 나만의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으니까

 

뜻을 이루려고 한다면

언젠가 그 대가도 함께 찾아오는 법이지, 안 그럴까 루기스?

 

카리아의 가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손가락뼈가 본래 있을 수 없는 소리를 냈다

 

카리아는 그 소리를 뿌리치고, 억지로 온몸을 움직였따

그리고 나날의 수련에서, 마음으로 떠올렸던 궤도를 그리기 위해

 

다시 손목을 흔들어, 은검을 정면으로 흔들었다

왼쪽 어깨 부근이 도려낸 듯한 감촉이 있었다

 

은색의 검은 붉은색의 선을 거두며, 

하늘을 양단하는 듯이 사납게 그 어금니를 내세웠다

 

섬광이 반짝이며,

세계의 이치 조차 제쳐놓고

단지 적의 머리를 베기위한 선이 그려졌다

 

그 직후

 

어둠 속에 떠올랐던 그림자 중 하나가 무너지고,

나머지 한 그림자만 남아있는 동시에, 하나의 말이 흘러나왔다

 

"길을 달려, 모든 적을 무찌른다.

사람들은 그것을 기사도라고 불렀다"

 

남은 그림자는 붉은 창을 털어내고, 피를 튀기며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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