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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92화 - 세상의 모든 것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1장 순례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92화 - 세상의 모든 것 -

개성공단 2020. 5. 11. 16:57

철과 철이 서로 잡아먹으며, 그 살을 발라내는 소리가 났고

소리가 하나씩 겹쳐질때 마다, 귀를 스치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것이 몇 번이나 숨을 쉴 새도 없이 날 정도로 기세가 이어졌다

 

프리슬란트의 대신전, 신성한 제전

 

그 구석지에서 당당한 황금과 혁혁한 대악이

서로의 목숨을 없애기 위해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결말이 여기에 정해진 것 처럼

 

시퍼런 칼날이 헤르트 스탠리의 시야에서 몸을 비틀었다

불꽃이 공중으로 튀었다

 

일찍이 한 번, 태어난 고향에서 눈 앞의 대악에 양단되어

다시 녹여, 다시 주조된 칼날은 예전과 비교해 매우 단순했다

 

세부를 장식하는 장식도 없고, 칼날에 새겨진 이름도 없었다

명가문인 스탠리 가문이 갖기엔 간소하다고 할 수 있는 것

 

마법 또는 신의 총대도 받지 못한 무명의 한 검

그것이 지금 헤르트 스탠리가 휘두르는 유일한 칼이였다

 

그렇지만 헤르트 스탠리라고 하는 재주를 가진 자에겐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물건임에 틀림없었다

 

검은 여분의 장식이나 어느것 하나 무엇 필요로 하지 않고

그저 무자비한 힘만 가지고 있음 되었다

 

헤르트에게 있어서 그것은 틀림없는 확신이였다

자신에게 매달리는 모든 것을 깨물고 깍아내며

그래야만 헤르트라는 인간의 재능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칼날의 일진일진이 훌륭하게 그것을 재현해는 듯 했다

 

그러나, 그 재주로도 이 결투는 아직 끝을 보이지 않았다

 

황금 머리카락이 하늘에 흩날렸다

단 한번이라도 방심하면, 무서운 결말을 밟을 것이다

 

눈앞에서 투박한 보라빛 선을 그리는 검

그리고 대악, 루기스 브리간트의 눈은

모든 것을 비예하듯 날카롭게, 주위의 분위기를 감쌌다

 

그 행동이나 무기는

그 날 밤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칼날의 일흔도, 발을 디디는 속도도, 모든 것이 껍질을 벗겨낸 것 같았다

 

요컨대, 오늘에 이르기까지 온갖 고난이 있고, 심장을 뛰게하는 경험을 넘어

그는 지금 여기에 온 것이였다

그것은 모두 그의 의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을 진정으로 완강하게 하는 자는

어느 시대를 봐도 자기 자신 뿐이다

 

그래, 그는 눈부시게 강해진거야

그렇다고 물러설 이유는 되지 않겠지만

 

헤르트는 마주 보듯이, 양손의 손가락을 꽉 끼고

황금 눈에 타오르는 듯한 빛을 머금었다

지금 이 때를 위한 것인 만큼, 그날부터 오늘까지의 모든 것이 있었다

 

헤르트의 목적은 한 가지. 딱 한가지를 알고 싶었다

 

그날 밤 헤르트는 그 모든 것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옳다는 것은 무었인가, 선과 악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는 어느 쪽인건가, 전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지금까지 자신이 부동이라고 믿고 의지해 온 것이

사라져 버렸던 기분을,... 헤르트는 아주 잘 기억하고 있었다

 

옳다는 건 무엇인가, 정의와 악은 또 무엇인건가

대체 내가 믿었던 것 뭐지?

 

주위에 있는 대성교 사람들은 루기스를 대악으로 불렀고

문장교는 그를 영웅이라고 불렀다

마치 다른 인간이라도 가리키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헤르트는 루기스, 그리고 자기 자신도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었기에, 도저히 답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선이든 악이든, 

사람의 마음대로 그 뜻을 흔드는 걸지도 모르고

이 세상에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생각을 버리고

주위에서 주는 대로, 대답을 구해버릴 만큼

그날 밤부터 헤르트는 순수하지도, 현명하지도 않게 되어버렸다

 

그렇기에 오늘, 여기서 답을 구하자

그를 넘어서지 않으면, 그것은 결코 잡을 수 없어

 

헤르트가 품은 단 하나의 확신

루기스를 넘어선 끝에 무언가가 있고

그 이전에 얻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직 한 가지만 필요하다

 

지금은 당당한 햇빛을 쏘고 있는 것은

이미 예전과 같은 신의 뜻도, 대의적인 정의도 아니다

 

단지,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커다란 의지만이

다시금 걸음걸이와 그 숨결을 움직이는 것

그것 말고는 무엇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

 

게다가 말이다

지금 이 때에 이르러서는

헤르트에게 무엇인가 깊게 생각하고 궁리하는 일 따위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

지금 자신의 유일한 적

루기스 브리간트가 눈 앞에 서 있었으니까

 

 

 

 

 

*

 

 

 

 

 

허공에 불꽃이 튀고, 일 순간 그것이 눈을 두드렸다

뭔가 그리운 감촉이라고 생각해버렸다

눈꺼풀이 살짝 깜박였다

 

예전엔 그 모습을 보고 눈이 말똥말똥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틀림없이 영웅들 속에서, 그 몸을 발하는 모습

마치 기사 이야기를 그리는 것 같은, 그 당당한 행동

어디까지나 고상하고 완벽했다

 

정의로운 체현자, 신의 뜻을 부여받은 자

헤르트 스탠리는 그런 인간이였다

경의는 항상 그를 향해 있었고, 모든 빛은 거기에 있었다

 

반면, 나는 버려진 아이로 그늘진 사람

그 빛에 태어질수도 없고, 단지 애타게 영웅을 눈동자에 비칠 뿐

그리고 결국 이 손에는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고

그 무엇 하나 이루어질 수 없는 몸

 

그것으로 끝일 터였다

막을 내려, 아무런 없는 내 인생을 끝날 뿐이였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한 그림자가 내게 이르기 전까지는...

 

하지만 그 때 모든 것이 끝나 있어도

나는 최후까지 가슴속, 감정의 밑바닥에서

태양 같은 영웅의 등을 계속 보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보검을 허공에 미끄러지게 한 다음, 보랏빛 선을 그렸다

시간은 이미 충분했고, 시야에 그려진 궤도는 조금도 잘못된 거 없이

헤르트의 몸통을 향해 날랐다

 

허공을 가르는 감촉이 손아귀에 있었다

 

동시에 귀에는 칼날이 하늘을 베는 소리가 났다

시야 끝에 조각만큼의 시퍼런 칼날의 섬광이 보였나

나의 휘두르는 칼에 맞서, 그 궤도 그대로 나의 목을 베기위한 그것...

 

뺨이 일그러지듯 흔들렸다

 

여전히 인간 따위 포기했나 싶을 정도로 빠른 반응속도와 몸놀림이였다

이쪽이 보검을 휘두르는 것이 뻔할 싶을 정도로

상대편의 시퍼런 칼날이 바로 앞에 버티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가늘어졌다

 

무서운 예감이 있었다

이대로 있다간, 저 칼날에 베어지고

나는 목을 떨어뜨려서, 피를 토해내고, 온갖 내장을 튀기며

그렇게 아무 일 없이 죽어버릴 것이라는 걸...

 

반사적으로, 내딛고 있던 다리를 한 걸음 더 깊게 내밀어, 간격을 좁혔다

칼날이 적의 몸통에서 손목을 향해 방향을 바꾸었다

 

뭔가 생각해서 한건 아니다

단지 머리맡에 떠오른 직감을 따랐을 뿐이다

물론 사고는 열에 녹아버렸기 떼문에, 

뭔가를 생각할 여유는 한 조각도 없었지만...

 

그러므로 나의 가슴속에 존재했던 것은

그저 물러서면 거기서 죽는다는 하나의 생각 뿐

단지 그것만을 위해 한 걸음을 내딛었다

 

보검은 휘둘리는 대로, 곧은 보랏빛을 그리며 하늘을 갈랐다

동시에 헤르트가 손목을 억지로 비틀 듯, 백검을 회전시킨 것이 보였다

 

쇠가 겹쳐 터지는 소리

동시에 타는 냄새 같은 것이 콧구멍을 찔렀다

보랏빛과 백색이 다시 그 몸을 포개었다

 

충돌 순간, 두 팔을 찌그러졌다는 듯 절규를 지르며,

적의 강력함을 뇌에 전했다

동시에 등뼈가 오열을 터트렸고, 두 다리는 비명을 질렀다

아까부터 이 모양이군,

근데 이제 와서 비명 한 두번 지른 듯 무슨 소용이 있겠어

 

앞을 보니

헤르트의 눈에는 본 적도 없는 등불이 깃들어 있었다

지독하게 흉적인 영맹성마저 감춰져 있는 듯 했다

 

과연 이것이 헤르트 스탠리라는 인간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옛날 쯤에는 큰 정의를 가지고 눌러 죽였던, 폭발적이고도 난폭한 성질...

 

그것은 결코 영웅적이 아니며, 우아하다고 할 수 잇는 것도 아니였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적인 폭력적 충동

그것이 지금 중심을 잃은 것처럼,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 훌륭해, 틀림없이 최고일거야

이것이 헤르트의 스탠리의 영락없는 전력인 셈인가

그렇다면 헤치고 극복하는 의미가 있을거야

 

혐오스러운 과거와 결별하기 위해선 

내가 동경했던 영웅을 정면에서 뛰어넘어야 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분명 나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어

그렇기 때문에, 나는 분명 여기에 있는 것일 거야

 

여하튼 과거에 부딫힌 그대로인데

남다른 영웅들 옆에서 나란히 설 수 있겠는가

차마 알류에노의 손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으려면, 그에 걸맞게 되지 않으면 안된다

 

두 번 다시, 이 손에서 흘러내리는 일이 없도록 말이야...

 

보랏빛과 흰색

서로의 날을 맞댄 채 한 순간

그 직후, 무조건 내리치듯 칼을 치며 다시 한번 겨루었다

폐가 한번의 숨을 삼키며, 몸을 경련 시킨 것 같았다

 

더 이상 서로 말은 필요 없다

이때만큼은 서로 버티고 서는 것이 세상의 전부였고

이 때야말로 세상의 중심이였다

 

나도 그리고 헤르트도 분명히 직감하고 있엇을 것이다

 

다음 일격이 이 황홀한 한 때를 마무리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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