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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91화 - 신령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1장 순례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91화 - 신령 -

개성공단 2020. 5. 9. 10:10

프리슬란트의 대신전

그 안에 마법사의 브레스이 덮였다

인간이라고 하는 씨앗이 그릴 수 잇는 궁극의 기술

 

브레스는 공기를 휘감아 모양을 이루며 불길을 머금었다

그렇게 생겨난 불꽃뱀은 곡선을 그리며 허공을 기었다

불꽃이 딱딱 소리를 내는 동시애

피에르트 볼고그라드의 검은 눈이 명멸한 듯 깜박였다

 

피에르트는 자신의 시야에 비친 섬광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불꽃뱀의 존재가, 스스로의 손끝에서 튀어나온 것을 아는데도

몇 초가 필요했을 정도였다

 

그것들은 모두 일종의 반사행동이엿다

 

그녀의 목구멍은 모래가 잔뜩 채워진 것처럼 말라서

침을 아무리 삼켜도 도저히 풀릴 수 없을 것 같았다

정체 모를 초조와 감정의 탁함만이 가슴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차가운 한숨이 새어나왔다

몇 번이고, 숨이 입가에서 새어나왔다가

허공으로 흘러내렸다

 

검은 눈이 아직 가지런하지 않은 시야 앞에서

황금의 성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 분명히 그 여자는 이렇게 말했었다

 

자신과 루기스는 태어났을 때부터, 소꿉친구였다고

 

말이 머릿속에서 되새겨지는 것과 동시에

손가락에서 솟아난 불꽃뱀이 성녀에게 송곳니를 세우는 것은

거의 같은 순간이였다

염열과 불꽃이 거룩한 여자를 죽이기 위해 일어서갔다

 

그 사이에도 뭐라 말할 수 없는

정체 모를 감정의 폭풍이 심장을 감싸고 잇는 것이

피에르트로서는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성녀는 그와 소꿉친구였다고 말했다

물론 그래서 어쩌냐는 생각도 분명히 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있기만 하면

거기에 점유권이라도 생긴다는 말인가, 바보스럽군

그렇든 말든 나하고는 상관없다

 

하지만 그것과는 상반된 듯

부스스 발바닥으로부터 떠오르는 감정도 있었다

 

그것은 정말 추악해서, 도저히 남에게는 말할 수 없는

 

질투와 부러움

내가 알지 못할 때부터, 그를 알고 함께 지냈다

그리고 그와 생각을 공유하고 잇었다

그 일에 대한 질투심과 부러운 마음이

가슴속에서 빙빙 뒤섞여서 메스꺼움마저 느낄 것 같았다

 

온 몸에 경련에 일어난다는 것이

이런 일인가, 히고 피에르트는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과 달리

피에르트는 또 하나의 감정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것은 그 질투와 부러움의 대상을

스스로의 마법 아래에 물리쳤다는 안도의 맛

거친 숨결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지만

가슴속에는 조금의 침착함이 되돌아 온듯 했다

 

마법사라는 인종은 칼이나 창을 가진 모험자와는 다르게 

본래 서로에게는 그 기술을 겨누지 않았다

원래부터 그 수가 많지 않고, 신분이나 지위가 있는 사람이

그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가 있었다

 

마성을 다루는 자끼리 서로 으르렁거리면

반드시 한 쪽은 죽기 때문이였다

 

마는 결코 안이한 것이 아니다

잃어버린 생명을 구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으며

위험을 확실히 감내할 수도 없다

마법사라고 하는 무리들은, 위험 그 자체를

속옷처럼 겹쳐 걷고 잇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므로 마법사를 꺼리고 싫어하는 국가나 종족이라는 것도

당연히 존재했고, 반면 무력으로 그들을 적극적으로 보유하는 국가도 있었다

 

그래서 마법사의 결투는 때로 대화에서 시작된다

상대의 허점을 찾기 이해, 그 정신을 조금이라도 흐트러뜨리고

우위에 서지 위해서 말이다

 

피에르트는 거친 한숨을 겨우 가다듬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깨는 아직도 위아래로 흔들린 채였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알류에노가 한 말은 

자신을 동요시키기 위한 것이였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문장교의 영웅과 대성교의 성녀가

오래된 연고를 가지고 잇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이것은 기사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차라리 서민들이 하는 뒷담화가 더 신빙성이 높을 것이다

분명 그 말은, 자신의 발밑을 흔드는 혼란을 부추키기 위한 것이였을 것이다

 

게다가 성녀 알류에노가 루기스가 소꿉친구였다는 것을

어째서 알류에노 쪽이 말하는 것인가

 

피에르트는 긴 속눈썹을 흔들며, 눈을 가늘게 떴다

시야의 끝에는 불꽃이 흩날리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성녀와 대악이 어렸을 때부터, 인연을 가졌다는 사실

그야말로 대성교로서는 무엇보다도 덮고 싶은 현실일 것이다

그걸 설마 당사자인 성녀가 희희낙락하게 말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역시 그건 허언일거야... 아니, 그래야 해

피에르트는 그렇게 스스로의 가슴으로 결론지었다

마치 자기에게 타이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제 사실은 불길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니 더 이상 생각할 필요도 없다

반짝이는 불꽃을 시야 끝으로 잡으며

피에르트는 입술에 이를 세웠다

 

그 순간이였다

 

불길 속에서 황금이 보였다

그것은 혁혁한 위용을 가지고 주위를 비애하듯 빛나고 있었다

 

동시에 소리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 피에르트의 귓볼을 때렸다

 

"대단한 재능이군요. 

저는 겁쟁이라서, 이런 폭력은 못 쓰겠습니다만"

 

알류에노는 마치 유리 세공이라도 하는 섬세함으로

손바닥으로 불꽃의 폭풍을 어루만졌다

그렇게 불꽃뱀은 그녀의 가는 손가락에 조여졌다

 

기묘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였다

피에르트의 요염한 검은 눈은 굳은 듯 그 광경을 비추고 있었다

 

성녀라는 인간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마력의 맵을 가볍게 잡아 올리고는

그대로 손아귀로 어르고 있었던 것이였다

 

도저히 현실의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마력을 그대로 내 손안에 넣어 버린다는 것은

비록 어린아이라도 할 수 없다고, 알 정도 였다

 

모르는 사이에, 피에르트의 이마에 땀 같은 것이 흐르고 있었다

 

"게다가... 이거 형식마술이지?

내가 만들어낸 것이, 나를 해칠리가 없잖아"

 

그런 가벼운 느낌이라고 할 수 있는 소리를 앞에 두고

피에르트는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그녀의 귀에는 알류에노의 말 따윈 전혀 들리지 않았고

머릿속에 떠 있는 말은 단 하나

 

명확한 죽음

 

마법사끼리의 결투

그 근간은 어떻게 상대의 마법을 기능시키지 않는가 하는 것

 

지금 적은 눈앞에서, 자신의 마법을 무찔렀고

동시에 나는 지금 빈손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 승부는 순식간에 끝날 것이다

자기가 죽고, 상대가 살아남는다는 효과로...

 

여하튼 마력을 다시 가다듬을 시간도, 브레스를 토할 틈도 없다

설령 그것을 이루려고 해도, 적은 결코 지켜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결국 끝장이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여기에 있다

자신의 저승사자가 지금 눈 앞에 서 있을 것 같았다

 

피에르트가 파악한 현상은 단지 그것 뿐

영리한 머리도 이제 그 이상의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불가능 했다

죽음이라는 이름의 하얀 손가락만이

머리 뚜껑을 만지작 거리고 있을 뿐

 

"말했잖아, 피에르트 볼고그라드

안심하면 된다고, 내가 너에게 구원을 줄테니 말이야"

 

듣고만 있어도, 눈동자가 경련을 일으키고

목이 뒤집힐 것 같은 소리의 나열

공포라는 공포가 온몸에서 베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리고 피에르트는 동시에 직감했다

눈앞의 이것은 성녀가 아니다

 

알류에노라고 밝힌 여성이 아니야

전혀 다른 뭔가가 있어

그 무언가가 한 걸음을 내딛으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피에르트의 두 다리는 마치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그것은 공포에 휩싸여 움직일 수 없다거나

힘이 빠져 버렸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였다

 

그저 움직일 수가 없는, 마치 얼어붙은 것처럼...

 

 

"운명은 결코 거역할 수 없어

설령 그대가 영웅이라 할 지라도"

 

그 사이에도, 한 걸음, 또 한 걸음 또 다가왔다

황금의 눈과 머리칼, 표정조차도 알류에노라고 하는 성녀가...

 

하지만 그 목소리와 분위기만이 

뭔가 다른 것에 칠해진 것처럼 달랐다

그것이 얼마나 기묘한지 불쾌감을 느끼게 했다

 

"아, 그러고보니, 너부터가 처음이겠군

일단 자기소개를 하지, 피에르트 볼고그라드"

 

즐거운 듯한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귓전에 뭔가가 휘감겨 가는 것이 피에르트에게 느껴졌다

 

"나는 신령 아르티우스, 너에게 절대적인 행복을 주겠다"

 

그리고 그 갸날프게 보이는 손가락이 

자신의 뺨에 닿는 것을 피에르트는 느낄 수 있었다

 

순간 공기를 떨게 하는 무언가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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