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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93화 - 여정의 끝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1장 순례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93화 - 여정의 끝 -

개성공단 2020. 5. 11. 17:55

보검과 시퍼런 칼날의 격전의 순간

어디까지나 응축된 영원이라고 생각되는 순간이였다

 

목은 초조한 듯 말라붙었고, 신체의 온갖 근육에는 긴장이 넘쳤다

그러면서도 내 눈동자는 눈앞의 영웅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헤르트 스탠리, 하늘에 떠오르는 태양 그 자체

내가 계속 애타게 동경하던 영웅

그것이 지금 나의 적으로서 검을 잡고 있었다

그 흉포한 의지를 추호도 숨기려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아주 좋다, 이 이상 바랄 것은 없다

나에게는 이것이 바로 시작이자 끝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천천히 한숨을 입술에서 흘리고

보검을 오른쪽 어깨 위로 들어올렸다

이상하게도 망설이는 일은 없었다

지금 해야 할 혼신의 일격을 휘두르기에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보검이 말하는 듯 했다

 

이제 가슴속 깊은 곳에는 잔재주나 거짓 같은 것을 떠올리지 않았다

내가 동경했던 영웅은 어떠한 덫 따위에 죽을 수 없는 놈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므로 오직 내뱉을 수 있는 혼신을...

그것만을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수 있는 것 없었다

 

이에 비해 헤르트는 허리 아래에 백검을 갖추고 자세를 갖췄다

그것은 그 날 밤과 같은 자세

일찍이 넘볼 수도 없었고, 넘을 수 도 없었던 그것이 거기에 있었다

 

금색의 눈동자는 어디까지나 형형한 폭위를 담고 있다

거기에는 일찍이 있었을 법한 선량한 마음이라던가 곤혹이라던가는

무엇 하나 갖추고 있지 않았다

오직 순전한 의지만이 거기에 있었다

 

저리는 새끼손라가를 검자루에 잡아, 눈을 가늘게 했다

숨을 들이마시고, 이를 가볍게 물리며 준비를 갖추었다

그렇게 나와 헤르트는 서로 자세를 취했다

 

어느 새 주위에서는 소리와 공간, 그 자체가 사라진 듯 했다

호흡을 하지도, 침을 삼키리겨도 하지 않은 채

단지 눈 만이 적을 붙잡을 뿐이였다

 

이제 서로 말은 없다

단지 시작할 순간을 학수고대 할 뿐

 

아아, 이 순간을 얻기 위해서 상당한 긴 여청을 거쳤다

몇 번이고 무릎을 꿇었던 날 들...

굴욕과 체념조차 안고, 몇 번이나 타들었던 마음...

 

몸이 당겨진 현처럼 긴장감이 넘쳤다

보검 끝이 하늘을 흔들듯이 흔들렸다

그래, 그렇고 말고, 말 조차 껴려지는 여정이였지

 

그리고 그 끝이 여기 있다

 

소리라고 할 수 없는 소리가 났고

동시에 나와 헤르트 서로의 가슴에 있던 무언가가

두 사람의 다리를 구동시켰다

 

호흡을 맞춘 듯. 두 사람은 동시에 격돌했다

어느 쪽이 먼저 가는 일도, 늦는 일도 없이...

 

보검의 칼끝이 가늘게 울리고

백검은 소리조차 양단하어 하늘을 달렸다

어둑어둑한 어둠 속에서 오직 두 개의 선만이 휘황하게 떠올랐다

 

그것은 틀림없이 나에게 최고이자

혼신의 일격이였다고 확신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밟아온 모든 것을 거듭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적의 심장을 무찌르듯 폭위를 발한 것은 흉한 칼날....

끝 없이 재능 있는 자는 신음하듯 눈동자를 활활 타올렸다

 

그 한 척은 마치 폭풍과도 같았다

나의 왼쪽으로부터 심장, 그리고 목까지 참확하려는 일섬

주위의 공기는 쉽게 양단되어, 그대로 칼날 까지 길을 터주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단지 적의 목숨을 묵살하기 위한 것

 

피할 수 없는 죽음이, 가까워지려 하고 있었다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명확한 죽음이 말이다...

 

아, 그렇고 말고 당연한 일이다

저 헤르트 스탠리의 일격이, 내가 간단히 맞설 수 있겠는가

.... 이런 상상이 그대로 될 리가 없지

 

그러므로 나는 궤도를 바꾸는 일 없이, 보검을 내려놓고

조금이나마 저 영웅의 칼날에 닿게 하기 위해

어깨와 칼을 마치 물건을 다루듯이, 억지로 비틀었다

 

헤르트의 칼날은 우선 틀림없이, 내 속을 드러내고 심장을 찌를 것이다

그 자체는 막을 길이 없다

내가 영웅에게 칼을 꽂으려고 한다면, 어쩔 수 없는 대가다

 

디디고 있던 다리를 무리하게 한 걸음 눌러, 구동시켰다

거리가 비좁하게 느껴질 정도로 좁혀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몸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닌

단지 적을 도축하기 위한 첫걸음

 

그것은 바로 저승사자의 수중에 스스로 발을 딛는 것과 같았다

헤르트의 시퍼런 칼날은 이미 나의 살에 달라붙어

피를 조금씩 새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데도 확실히 그 궤도는 헤르트의 상정에서 조금 벗어났다

칼날은 칼이 아니라 어깨에 꽂혔고, 

그야말로 눈깜짝할 새로 생명을 깰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로서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눈 속의 모든 것을 상정하고 판별하여, 선을 그려갔다

그리고 그대로 팔을 흔들었다

한 치의 착오도 없이, 보검은 당연히도 그 궤도를 따라갔다

갑갑하다고 생각되는 틈 속에서, 허리를 빙 돌리며

보검에 모든 힘을 집중했다

 

섬광이 반짝였다

 

헤르트 스탠리라는 사람을, 내가 애태운 사람을,

태양과 같은 영웅을 죽이기 위한 일섬이

어둑어둑한 어둠 속에서 보라빛을 내며 윙윙거렸다

보검이 그 몸에 새긴 영웅을 죽이는 자의 이름을

빛내고 있었다

 

나와 헤르트의 신음소리가 새고

보검과 백날은 서로 피를 맞으며, 주위를 물들였다

그것들은 숨쉬듯이 약간의 떨림을 동반하고 있었다

 

그렇게 황홀한 순간이 끝났다

 

수중에는 고기를 베는 그런 감촉이 있었다

내뿜는 피 냄새가 콧구멍을 치고, 뼈가 찢어지는 삐걱거림이 전신을 습격했다

서로 피를 토하고, 마치 겹치듯이 칼을 든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

 

어느 쪽에도 더 이상 힘이 없었다

움직일 수도, 몸을 비틀 수도 없다

 

당연한 일이다

두 개의 칼날은 서로의 몸을 뚫고

그리고 나서 완전히 생명의 근원을 끊고 있었다

시야가 흐릿하다, 과연 지금 살고 있는지 죽어가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단지 온몸을 뛰어다니는 혈액이 나오고 있다는 것 뿐...

 

서로의 갸날픈 호흡만이 들렸다

아무래도 아직 살아 있기는 한 것 같다

그것은 분명 기적에 가까운 일이겠지...

하지만 그 기척도 몇 순간 안에 끝을 맺게 될거야

 

뭔가 열 같은 것이 등뼈를 덮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물마저 뚝뚝 떨어질 것 같아

 

아, 나는 영웅을 이 손으로 죽이고, 영웅의 손에 죽는구나

 

스스로의 심장이, 소리를 명확하게 약해져 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의 힘으로 입술을 벌렸다

 

"잠시의 이별을, 헤르트 스탠리"

 

헤르트의 눈동자가 겨우 부릅뜨고

그리고 마치 평시처럼, 말을 내뱉었다

 

"네에, 가능하다면, 다음엔 친구로 지냈으면..."

 

그는 그것만을 말한 채, 조용한 정적만을 말했다

육체로부터 열이 사라지는 감촉이 있었다

 

이제 더 이상의 바램은 없다

그리고 마모된 의식을 내려놓는 순간이였다

 

그 순간, 마치 불협화음 그 자체 같은 소리가 겹쳤다

 

"이런, 더 이상 필요 없는 건가?"

 

이미 생기를 잃어버렸던 심장이 쿵쾅쿵쾅 소리를 내었다

그것은 어딘지 굉장히 불쾌하고 마음에 안드는 소리였다

 

목소리 그 자체처럼 들리는 것 같지만

목소리 같은 무게감이 없는 소리

그것이 지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다시 그 영혼을 받아가도록 하지

이 세상의 구원과 행복을 위해서 말이야"

 

눈은 경련해댔고, 몸은 계속 뿜어대는 혈액을 차갑게 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것 같지 않은데도

지금 다가오는 누군가가 명확한 위협이라고 

머릿속이 고하고 있는 듯 했다

 

황금색 머리칼이 시야에 들어왔다

한때는 친숙하고 모정까지 품었던 모습

그것이 지금 옛날과는 전혀 다른 표정을 지으며, 그곳에 있었다

 

몸은 이제 말을 듣지 않았다

게다가 시퍼런 칼날까지 꽂힌 채였기 때문에

비록 말이 듣는 다고 해도, 쉽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레서 그 뚜렷한 위협을 앞에 두고, 눈만 뜨고 있었다

 

"이런, 그런 무서운 눈은 하지 말라고

조금은 우호적으로 해주면, 나도 기쁘겠는데..."

 

소꿉친구 알류에노의 모습을 한, 무언가가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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