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96화 - 죽음의 구현 - 본문
그것은 엄청난 싸움 이였다.
마수의 팔은 강철이라고 의심할 정도였지만,
카리아는 그것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 둘이서 서로 맞댈때마다,
주변의 공기를 절단시키고 있었다.
누구나 그 일격을 보고 깨달았다
저건 말도 안돼
우리는 현실이 아닌 헛것을 보고 있는거야
마수가 뱉는 공기가 이 세계를 왜곡시키는 거야
마수의 일격엔 살의가 없었다
단지 방해되는 것을 떨쳐버릴 뿐인
단순한 손바닥치기 였다.
하지만 저 손바닥에 닿으면 몇 사람이 죽을까
반면 카리아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은의 장검을 빛내며
언제나 있는 일처럼 마수의 손바닥을 반겼다
그 흉기라고 할 수 있는 손바닥이
카리아를 육포로 만들려는 순간
카리아는 은발을 흔들며
몸을 반회전 시킨 후,
마수의 손바닥을 향해 칼을 내리 찍었다
'키이잉'
쇠와 쇠가 접합하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났다
사실은 검과 피부의 접합임에도 말이다.
카리아는 자신의 손에 전해지는 감촉에서
눈앞의 괴물의 위협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 피부는 생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만큼, 딱딱했다
칼을 휘두른 정도로는 도저히 상처입힐 수 없을거라고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마수가 손바닥을 잠시 멈춘 그때에
카리아는 다시 도약해서
마수의 손목을 향해 혼신의 일격을 가했다.
그 일련의 동작은 모두가 숨을 삼킬 듯한 아름다움 이였다.
그녀의 검술은 엄청난 단련을 해왔던
천부적인 재능을 증명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인간으로서의 재능이였다
전장에, 조금전보다 둔한 소리가 울러퍼졋다
카리아는 강철 같은 손바닥에 비해
손목이야말로 손을 구동시키기에
단단하게 고정 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카리아가 내리친 것은 손목이 아니라
그냥 원숭이의 가죽 한 장 이였다.
카리아의 은빛 눈동자가 경악에 흽싸였다
어떻게 이런 존재가 있을 수 있는 거지?
마수라는 존재와 마주할 때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라는 점을 갖춰야 한다.
그것은 카리아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고,
지금까지 그 생각을 빼먹은 적은 없었다
실제로 카리아도 손목을 내리쳤을 때,
이게 통하지 않을 것도 내림 짐작하고 행했다
하지만, 카리아는 경악하고 말았다
완벽하게 베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의 상처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이 원숭이의 몸은 전 세계에 있는
수백가지의 칼을 가지고 오더라도
절대 그 몸뚱이를 벨 수 없을 것 같았다
이것은 이 세상의 생물이 아니야
이것은 악마(魔) 그 자체야
카리아가 그렇게 머리 속으로 생각하는 동안
마수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카리아가 있는 곳으로 주먹을 내리쳤다.
도망쳐, 이길 수 없어,
...라는 머리 속의 명령에
카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움직여서
그 자리를 떴다.
다음 순간, 방금까지 서 있던 곳이
원숭이의 주먹으로 분쇄되었다
틀림없이 지금 거기에 머물러 있었다면
생선 쥐포마냥 짓눌러 죽어있었을 것이다.
그 순간, 그녀에게 다가온 죽음의 감촉이
카리아의 이마에 식은 땀을 흘리게 했다/
어깨가 바위로 된 듯 무거워 지면서
장검을 움켜잡는 손 끝이 떨렸다.
이런 일은 얼마만일 걸까
카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비웃듯이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공포에 흽싸인 뇌는 어서 도망가라고 명령했다
과연 그것이 타당한 방법이긴 하지
지금 이 자리에서 단독으로
저 마수에 대항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야
저것은 더 이상 인간이 어찌해볼 존재가 아니다
검술이든 마법이든
죽음의 구현을 뒤틀리게 할 방법은 없을거야
동화책의 기사가 아닌 이상
칼 한자루로 싸우는 것은 멍청이 외엔 없을 것이야
'케에에에에엨'
다시 발광하는 마수의 외침과 함께
주위의 병사들은 마수를 등지고 모두 도망쳤다
이제는 그들의 눈동자에서 광기가 빠져있었고
생명의 고귀함을 다시 그 몸에 떠올리고 있었다
그것이 가장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이제 이곳은 병사들이 싸우는 전쟁터가 아니다
원숭이 마수가 이 전장을 모두 갈아치우고 있었다
이제 전장의 주인은 원숭이였다
"그렇다면 저 원숭이를 죽인다면
승리는 이 손에 굴러들어간다는 것이군
기다려라, 루기스...
네놈이 싫다고 할 정도로, 승리를 가지고 돌아오겠다"
카리아는 혼잣말로 유쾌한 듯 중얼거렸다"
지금 승리의 길조차 보이지 않는 이 자리에서
철수 같은 선택지는 카리아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설령 칼날이 피부에 통과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 존재가 틀림없는 죽음의 구현제라고 해도,
그것에 맞서지 않는 이유는 되지 않았다.
카리와는 루기스와 약속을 했었기에
절대 물러설 수 없었다.
그놈이 나를 믿은 것을
후회하게 해서야 되겠는가
과거에도 카리아는 강하다고 해서
영웅으로 칭해진 것은 아니였다
굴복을 모르는 정신성
햇빛을 떠올리게 하는 고귀한 영웅의 빛
자기 안에 존재하는 나약함 조차
끊어버리는 정신성이야말로
카리아 버드닉이라는 존재를 영웅으로 만든 이유다.
카리아는 검을 다시 꺼내들었고
마수를 향해 계속 휘둘렀다
어딘가 있을 것이다
이 괴물을 절명케 할 급소가 말이다
마수의 힘은 강력함이 틀림없었지만
소소한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온 몸으로 사지를 휘두르면
사냥감은 모두 띠끌로 변하겠지만
거기에 기법이나 전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한 걸음만 잘못 내딛어도 바로 죽는다
카리아는 그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여하튼 본능은 죽음의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이 감각은 맛 본 적이 있었다
스스로를 무력하게만 느껴지는 그 통렬한 절망감
한때, 숲에서 멧돼지 마수를 상대했던 그 때였다
그때는 어떻게 승리했었는가
온몸을 온통 메우는 피로는
한숨도 제대로 돌리지 못하는 그 상황에서
마치 주마등을 달리는 것처럼,
기억의 줄을 더듬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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