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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2화 - 원하는 물건 - 본문
"성녀 마티아로부터 온 전갈이 있습니다.
...보름, 즉 오늘에, 첫번째 봉화가 울렸다, 라고 말입니다"
라르그도 안의 말 처럼
그날 밤, 첫번째 봉화가 고함을 질렀다.
그 시작은 갈라이스트 왕국 남부의 농촌이였다.
평온 그 자체라고 해도 무방할 그 땅이
문장교도를 칭하는 일당과 농민들이 해방을 요구하며
영주의 자택을 습격했다.
돌발적인 행동이 아닌, 묘하게 계획적으로 행동했다.
기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습격에
영주군은 준비도 못한 채 패퇴했고,
영주는 자신의 영지를 버리고 저 멀리 도망가버렸다.
이때까지는 영락없이 이 들의 반란은 성공했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러나 결국 농민의 반란
기습은 잘 됐지만 본격적으로 군대와 맞서면
무기도 못 휘둘러 보고 무너질 것이다.
상부에게는 그저 하찮은 반란이라고 여겨진 이 사건은
후에, 문장교도의 대반란 또는 복음전쟁이라고도 불리는
역사에 기록될 대전쟁의 서막 이였다.
그리고 그 봉화가 지금 타올랐다.
*
하룻밤이 흘러서 아침이 되자,
그 정보는 라르그도 안에게 배송되었다.
찌부러질 듯한 술집 2층에서
피에르트, 안과 함께 문서에 시선을 던졌다.
그렇다고 해도 문서는 암호화 되어 있었기에
앤이 말하는 말에 귀를 기울인다고 하는 편이 맞았다.
요점을 짚자면, 반란은 일단 성공 했다는 것이였다.
태양이 눈동자를 빛으로 대지를 비추는 가운데,
눈썹을 들고 중얼 거렸다
"시작의 봉화인가, 너무 요란하게 했다면
국군이 경계를 갖추는 태세가 되버릴거야"
안은 보고가 빨라서, 전달역이 앞섰을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분명 반란은 성공했을 것이다. 적어도 과거 역사에선 그랬다.
이 일의 성공은 매우 기쁘지만, 걱정도 걱정이였다.
문장교 해방을 슬로건으로 내민 이상,
대성교를 국교로 삼고 있는 갈라이스트 왕국으로서는
얼른 국군이 나서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 점은 걱정하지 마세요. 대성교를 싫어하는 것은 우리들만이 아닙니다."
앤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딘가 여유를 품고 있는 목소리 였다.
전쟁터라는 이름의 말은 이미 달리기 시작했음에도,
그 모습은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그 소녀다운 외모를 생각하면 더욱...
그나저나, 대성교를 싫어하는 존재라...
눈을 가늘게 뜨고 혀로 입안을 쓰다 듬었다.
확실히 갈라이스트 왕국에 한정되지 않고,
대성교는 주변국에도 일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각국의 정치에 간섭할 정도로 그 영향력은 커져만 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경건한 대성교 신도 인것은 아니다.
오히려 겉으로만 밑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특히 상류층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신교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시에, 정치가들 중에서도, 어느 정도 대성교의 힘이 약해졌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무리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였다.
즉, 복음전쟁은 문장교도들 만으로 불길이 번진 것이 아니라
대성교와 이해관계를 가진 자들이 마음대로 기름을 뿌린 결과이기도 했다.
정말 이것을 업보라고 해야 할 것인가
"그래서 성녀님께서는 저희에게 무엇을 전하셨나요?"
아직도 아픈 옆구리를 감싼 채, 의자에 기대 쓴웃음을 지엇다.
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녀 마티아께서는 마리아를 향한 대비를 원하시고 계시니.
그 대비를 마치기 전까지는 경거망동 하라는 지시입니다."
어디까지나 어젯밤의 반란은 갈라이스트 왕국의 폭정이
문장교도를 폭발시켰다고, 그렇게 보이고 싶었던 모양이다.
경계를 품고 있을 갈루아마리아를 조금이라도
방심시키고 싶은 배짱 이였을 수도 있다.
옆에 있던 피에르트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 표정은 적지 않게 당황이나 동요가 있어 보였다.
뭐, 당연하면 당연하다고 해야 하나
유학생이라고는 하지만
갈루아 마리아는 그녀가 한 때를 보낸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곳을 함락시킬 계획을 눈 앞에서 듣는 꼴이라니
"뭐 어찌됐든, 무엇은 행할 것인가는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
수단,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거 아니야?
역사상으로 갈루아마리아는 한번도 함락 된 적이 없어.
설마 정면으로 닥돌하자는 건 아니겠지?"
피에르트는 어이가 없어하는 말투로 말했다.
어쨋든 일리가 있다.
역사상 갈루아마리아는 한번도 함락되지 않았다.
그것은 이곳 시민의 자랑이자, 마음의 지주이기도 했다.
그런 이곳을
정규병도 아닌, 오히려 폭도에 가까운 문장교도 집단으로
갈루아마리아를 함락 시킨다? 세살 먹은 아이도 웃을 것이다.
"하하, 물론이죠.
수단에 관해서는 이미 몇 가지를 생각해 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를 여러분에게 부탁하러 온 것입니다.
이것은 성녀 마티아의 뜻 임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안이 고개를 깊이 끄덕이며 말했다.
내 가슴속에는 지독히도 싫은 무엇인가가,
마치 흙탕물을 귓속에 천천히 붓는 듯한 예감이 들었다.
*
"차라리 해가 동쪽에서 뜨는게 빠르겠군..."
마른 내가 목소리로 말했다.
안이 요구한 것은 이 한가지 였다
- 빈민굴 주민들의 폭동 또는 집단적 반항
그것이 성녀 마티아의 소망 이였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들으니
뇌 속에 검은 추를 여러개 채워 넣은 기분이 들었다.
"빈민굴 거주자라는 노동력이 상실된다면,
대부분의 도시 기능이 마비될 것입니다.
특히 유통과 관련해서는 눈에 띄게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긴 했다.
빈민굴의 주민들이 주된 노동력인 갈루아마리아에서
그들이 파업이라도 일으킨다면, 그것은 곧 도시의 기능 정지로 이어진다.
폭동까지 일어난다면, 더 이상 교역도시로 취급되지 않는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비록 며칠일지라도 도시 내의 혼란은 불가피 했다.
그리고 그것은. 틀림없이 위병부터 도시 전체의
저항력 저하로도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게 쉽게 가능하다면 누구도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구조에 도시가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빈민굴 주민들은 이제 스스로 무기력을 벗삼아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무엇을 봐도, 무엇을 느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꿈도 희망도 없는 사람들이였다.
그들을 원망할 수는 없었다.
"절망이 너무 뿌리가 박혀 있는 사람들이잖아...
저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선동을 한단 말야
저들은 도시에게 조종당하는 인형과 다를게 없어"
입술을 깨물며, 그들의 기분을 이해한 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들은 마치 구세여행을 하고 있을 나를 본딴 것 같았다.
하루하루를 무기력에 빠져 있고, 의심도 분노도 없던 그 심정
너무나 나도 잘 알았기에, 묘하게 마음이 무거웠다.
몸 자체가 돌이 되버린 기분이었다.
사실 과거 역사에서도 문장교도는 빈민굴의 주민들과
협력을 얻는데 실패했다.
갈루아마리아를 함락 시켰으나 빈민굴의 주민들을
잘 통제하지 못한 문장교도들은
도시의 기능을 회복하지 못한 채, 타 도시국가의 연합군에
패배하고 말았다.
그것은 문장교도들에게 치명적인 패배가 되었고,
그들의 활동을 약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말 없이 담배를 물고 있는 나를, 라르그도 안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는 무언가 기대에 빛나고, 간청하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엇다.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 거야
일찍이 너네들이 하지 못했던 일을,
평범한 내가 해낼리가 없잖아
역사를 바굴 수 있는 것은 바로 영웅 뿐 이니까
"...며칠 시간을 달라고.
어짜피 성녀님도 이리로 오실 것이고,
그렇다면 다소 유예할 시간은 있을 거잖아?"
원래는 나에게 기대하지 말라고 대답해야 하는데...
사정이 달라져 버렸다.
나는 원래 문장교도와 협력하는 척하며,
그들을 기습해 좌절시키고 공을 세워 이름을 날리는 것.
그러므로 전적으로 협조할 필요는 없었고,
협조할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공을 세워 이름을 날릴 영웅이
도시에 등장해 버렸다.
그는 헤르트 스탠리, 후에 영웅이 되는 자
지금 갈루아마리에는 녀석이 있다.
최악의 사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작 한 사람이라고 누구는 말할 것이고,
이 가슴속에 떠오르는 두령무을 비웃는 녀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그런 평범한 사람의 상상에 딱 들어맞아 줄 만큼
그 녀석은 점잖은 인물이 아니다.
헤르트 스탠리라는 남자는 혼자만으로도 판을 바꿀 수 있으며,
지옥의 파수꾼과 구세의 영웅이 될 수 있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헤르트의 존재를 고려하면,
문장교도들을 단지 역사대로만 움직이는 것은 너무나 위험했다.
자칫 잘못하면, 그들이 크게 패배하고, 놈이 명성을 얻게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
가능하면 내가 그들과 맞먹을 때 까지는
세력을 키워 나가는게 바람직하다.
그래서 이번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 쪽도, 나 같은 평범한 사람 외에
천재가 한 명 있었다.
"피에르트, 너의 힘을 빌리고 싶어. 간단한 일이야
네가 딱딱한 빵을 먹는 것보다 더 쉬울거야"
느닷없이 말을 받은 피에르트는 살짝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보수는 버터를 바른 빵을 준비해주는 거지?"
나는 버터 같은 것을 입에 대 본적도 없었기에, 힐끗 안을 쳐다 봤다.
그녀도 어딘가 쓴 웃음을 지었다.
과연, 버터라고 하는 고급품도 안도 취급하기엔 어려운 물건인가.
적어도 설탕은 있어야 한다는 피에르트와
적잖게 당황해하는 안을 뒤로 하고, 코 밑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이번 일은, 역시 터무니 없을지도 모른다.
본래 역사에 없었던 일을, 천재인 피에르트의 손을 빌린다고 해도,
내가 이룰 수 있을까 ...라는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무엇인가가 내 안에 싹트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씹는 담배를 천천히 이빨로 깨물었다.
내 목적은 이름을 알리고,
알류에노를 데리고 갈 수 있을 정도의 신분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틀림없는 나의 목적이다.
합당한 신분을 얻기 위해 이름을 높인다..
그럴 만한 일에 지금과 같은 도박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좀 더, 안전하게 명성을 얻는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의문이 나의 머리속을 휘졌고 다녔다.
그러가다 갑자기 납득이 간 듯,
말 한마디가 가슴에서 머리로 뛰어 올라갔다.
- 나는 갈채를 받고 싶은거야. 나의 몸을 가릴 정도의 갈채
이게 무슨 꼴인가, 그냥 허영심 덩어리로 가득찬 사람아닌가
아아, 나는 천재들을 바라보기만 했을 뿐이였다.
그 찬란함에 몇 번이나 몸이 타버렸을까.
몇 번이나 속을 태웠을까
나는 그 동안 동경과 굴욕 그리고 체념을
몇번이나 이빨로 곱씹었을까 생각했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비웃는 듯한 한숨이,
입가에서 흘러 나왔다.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 > 제3장 복음전쟁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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