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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1화 - 남매와 재앙을 운반하는 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3장 복음전쟁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1화 - 남매와 재앙을 운반하는 자 -

개성공단 2020. 2. 19. 10:18

"우드, 고마워 할 필요는 없어, 이건 계약이잖아?"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그런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감정도 잘 알겠지만, 

침통한 표정을 얼굴이 가득 채운 상대에게 

이 정도의 말은 해주고 싶었다.

 

"......"

 

셀레알이 말 없이 오빠의 옷자락을 잡아당긴 게 보였다.

그 표정도 어딘가 아픔을 동반하고 있었다.

 

왜, 나와 피에르트가 이 남매와 함께

빈민굴에서의 생활을 하고 있을까?

 

그들이 문장교도도 아니고, 라르그도 안의 지인이기 때문도 아니였다.

그들이 우리를 흠모 해주기 때문도 아니였다.

 

간단히 말하면 그들과 계약에 의해 성립된 관계였다.

 

나는 라르그도 안으로부터의 지원물자와 그들 남매의 보호를 조건으로 내세웠고,

그들은 나에게 빈민굴에서의 주거 알선과 주위를 설득하기 위한

완충재 역할을 해주는 그런 계약이였다.

 

빈민굴의 거주자를 상대로 이런 중장기적인 계약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구하면, 그 후의 일은 아무래도 괜찮기 때문이다.

그 성격은 나도 경험했기에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정보 따위의  교환이라면 문제는 없지만,

이번과 같이, 문장교도의 연결역이라면  고심해 볼 문제다.

 

"하지만... 이건 아니야..

계약이라고 해도, 자신의 목숨까지 걸었잖아..."

 

그 점에 있어서 우드와 셀레알은 적임자 였다.

 

그들은 어느 정도의 인망을 가지면서, 보호를 필요로 했다.

자신의 힘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규칙인 빈민굴에서는 실로 드문 사람이였다.

 

형인 우드는 용감한 남자였다.

부모를 여의고 의지할 사람도 없는 가운데, 그 거구로 셀레알을 키워 왔다.

빈민굴이라는 열약한 곳에서도 뒤틀리지 않는, 근성을 가진 남자다.

 

셀레알은 그 오빠를 동경하는 마음으로 자라오고 있었다.

평소의 모습에서 그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지금도 그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본래 보호 같은 것은 필요 없을 남매 였다.

 

우드가 거구 때문에 빈민굴 젊은이들 사이에 중심적 존재가 되고,

그것 때문에 위병단에게 찍히고,

동생을 지키려다가 반죽음을 당할 때까지 말이다.

 

"괜찬아, 난 내 방식이란게 있어.

그것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간섭 받을 수 없지"

 

담배를 씹기 위해 손가락을 움직이려다가,

고통 때문에 물러선다.

마조가 아닌 이상, 이 행위는 역시 위험하다.

 

빈민굴의 주민에 대한 폭행

 

그것은 위병단에 있어서는 일상의 하나 였다.

빈밀굴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풍경 중에 하나였다.

 

법적인 문제는 머리 속에 담아두지도 않은 채,

오직 자신의 화풀이를 위해서만, 빈민굴 거주자들에게 트집을 잡았다.

 

"......"

 

셀레알이 눈을 내리깔고, 그 손으로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래, 이 모든 것은 일상이였겠지만. 그 사건 이후

우드는 용감함을 빼앗겼고, 셀레알은 목소리를 빼앗겼다.

지금의 우드는 싸움 근처에는 다가가지도 못하고,

셀레알은 손짓 만이 유일한 목소리가 되었다.

 

참으로 불합리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불평 없이 세계는 돌아가고 있다.

 

대성당이 하루 죙일 영혼의 평등이란 것에 

모순을 느끼니, 가슴이 더 답답해졌다.

 

"그래, 신경 쓸 필요 없어. 우린 이렇게 주거도 주선 받았잖아?"

 

피에르트가 맞장구 치며 말했다.

 

그녀의 눈은 눈물 때문인지, 약간 부어있었다.

못 본 척 해줄까

 

피에르트는 우드와 셀레알을 달래 듯이, 말을 이었다.

 

"..라기 보단, 루기스는 어짜피 가만히 나두어도,

항상 어딘가를 다치고 오니까, 그리 속상한 일도 아니야"

 

이 여자, 사람이 누워서 못 움직인다고 말을 막하내?

 

물론 그것이 남매에게 위로가 된다면야, 딱히 뭐라하지 않았다.

 

'목숨을 왜 걸었나...'라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는 없다. 아니, 믿어 줄 수가 없겠지

 

지난 세계의 구세 여행 때,

누구나 나를 제외한 파티의 일원에게 감사하는 가운데,

너희 남매만이 나에게 경의를 표했고, 그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약간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역시 상처받은 몸은 휴식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피에르트가 이야기를 마쳤음을 보고, 입을 열었다.

 

"뭐... 한동안은 이 상태 일 거니까

셀레알도 당분간 외출은 삼가해달라고.

분명히, 신께서도 안정을 취해두라고 하실거야"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무엇인가 미안해 하는 목소리 였다.

그 목소리는 열려 있던 문 쪽에서 들려왔다.

 

문 쪽에는 작은 그림자 하나가 서있었다.

그리고 그림자는 방 안으로 들어왔고,

그 정체는 다름아닌 작은 몸에 술통을 짊어진,

어딘가 열등감이 드는 듯한 미소를 띤 라르그도 안 이였다.

 

거짓말이지, 하고 입술이 소리 없이 움직였다.

 

그녀의 여기에 오는 것은 한 가지 의미 말곤 없다. 그것은...

 

"성녀 마티아로부터의 전언이 있습니다.

...보름의 밤, 즉 오늘에 첫 번째 봉화가 울릴 것이다..라고요"

 

재앙을 운반해 왔음을 알리는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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