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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9화 - 망설이는 자와 교만하는 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3장 복음전쟁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9화 - 망설이는 자와 교만하는 자 -

개성공단 2020. 2. 18. 17:10

어깨는 벌벌 떨고 있었고, 몸 자체가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스스로의 숨결이 귀에 닿고, 눈동자는 눈물을 글썽였다.

피에르트 볼고그라드는 한없이 가슴속에서 기어나오려는 

감정의 폭풍에 휘둘리려고 하고 있었다

 

내 눈 앞에서 결투가 시작되고 있다.

한 쪽은 황금의 눈동자와 모발을 가진, 천재 헤르트 스탠리

한 쪽은 짙은 녹색을 입고, 나와 같이 납으로 평가받는 자, 루기스

그 두 사람이 검을 섞으려 하고 있었다.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승패는 뻔해

피에르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했다.

 

처음엔 혹시나 하는 기대가 그녀에 가슴에 있었다.

루기스라면 혹시 저 천재에게 손가락이 닿을 수 있지 않을까

 

결과는 끔찍했다.

겹겹히 허공을 가르는 참격은, 헤르트의 시퍼런 칼날에 쉽게 맞아 떨어졌다.

제비와 매의 싸움, 제비가 아무리 높이 날 지언정,

더 큰 상고에서 매에게 잡혀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피에르트의 감정을 더욱 흔들고 몰아붙인 것은 그 사실만이 아니였다.

그 사실에 자신이 어딘가 안심해버리지 않았을까, 의심하기 시작했다.

 

헤르트는 천재이며 어느 누구도 그와 맞먹을 수 없었다.

 

루기스의 역습을 바라면서도, 헤르트의 천재성을 기원하는 모순.

그 상반된 감정에 피에르트는 말려가고 있었다.

 

싫어, 아니야,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린아이처럼 머리를 흔들며, 그녀는 입에서 쏟아질 것만 같은 감정을 막았다.

 

자신의 이상이자, 납으로 시작하여 황금을 이루려는 자, 루기스.

진정한 황금으로 다른 이를 가까이 하지 않는 태양, 헤르트 스탠리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피에르트는 재차 그 의문을 자신에게 던졌다.

눈동자 속에서는 두 사람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누구에게 의지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여기엔 루기스도, 헤르트도 없다.

그리고 그 둘이 결투를 시작하고 있다,

그럼 나는 무엇을 어떻게 결정하면 좋은 것일까?

 

피에르트의 이성이 한계를 맞으려 하고 있었다.

 

 

 

*

 

 

 

약간의 바람 소리와 함께, 그 날카로운 아픔은 날아들었다.

 

처음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범위 였다.

 

분명 싸움은 왼쪽 옆구리에서 일어났는데,

이해할 수 없는 묘한 고통은 오른쪽 옆구리에서 기어나온 것이다.

 

"씨발...이 도마뱀새끼!"

 

어금니를 깨물 정도로 악물고 오열을 눌렀지만,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를 다치게 한건 헤르트의 대검이 아니였다.

 

뒤에서 기습한 도마뱀의 장검 이였다.

 

"대장님... 부랑자처럼 결투하는 것은 

위병단의 이름이 떨어지기만 할것입니다"

 

옆구리에는 피가 나오기만을 기다린 듯,

온 바닥에 흙과 섞어져 있었다.

 

"뭐하는 것이냐 네놈은? 내가 분명 개입하지 말라 했는데?"

 

헤르트의 격양된 목소리 였다.

 

늘 여유를 보이던 것과 다르게, 지금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격양되어 있었다.

몹시 인간다워 보였기에, 지금 헤르트의 모습은 싫어보이지 않았다.

 

옆구리에는 아직도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통증은 온몸을 기어나갔다.

아직은 괜찮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고통이 온 몸에 퍼지고, 끝내는 의식을 유지할 수 조차 없게 될 것이다.

 

"무례를 용서해주십쇼 대장님.

하지만 말입니다. 빈민과 결투를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저 놈들은 분명 기어 오를 것입니다!

빈민이란 그거 짓밟기만 하면 되는 존재입니다!"

 

대장격인 헤르트의 질책을 받으면서도

도마뱀의 목소리는 어딘가 밉살스러움과 비아냥거림 같은 색깔이 섞여있었다.

 

"더해서, 이 녀석은 절도를 자백하고, 

대장님에게 칼을 겨누었던 자 입니다. 이 자리에서 즉결 처분이 가능합니다."

 

대검이 불쾌한 소리를 내며 끌렸다.

진짜 듣기 싫은 소리다.

 

도마뱀은 자신이 인정하는 범위에 없는 사람은,

짓밟히고 사라져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하물며, 위병단의 대장격이 그것을 상대로 결투라니,

도마뱁에게는 있을 수 없는 행위였다.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시선은 하얘지고,

자신의 몸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피를 막을 수단도 없다.

도망쳐야 한다. 이 자리에서 이탈하지 않으면 죽는다.

 

도마뱀이 나의 목을 쳐날리기 위해

내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였다.

 

아 이런 젠장할

나의 마지막이 이런 놈들에게

옆구리를 찔리고, 목이 댕강당하는 것이라니

 

기묘하지만 피는 부족하고 의식도 명료한 상태인데,

내 머리속의 뇌는 사지를 움직이라고 속삭였다.

 

'휘잉'

 

바람 소리가 들렸다.

 

이쪽으로 도마뱀의 발걸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도마뱀의 목을 벨 기세로

검을 꺼내는 헤르트 였다.

 

그리고 은색의 빛이 또 한번 하늘을 오려냈다.

 

칼날의 일섬이, 명확한 살의를 가지고,

도마뱀의 아래턱을 잘라 부수고 있었다.

 

도마뱀은 경악한 표정으로 눈동자를 크게 뜨었다.

 

그래 네놈에게는 그런 비참한 표정이 어울리지

 

'휘이이이이잉'

 

그리고 바람소리가 강하게 들렸다.

 

"......루기스!"

 

의식을 놓기 전에 들은 것은, 울음이 섞이듯이 들려오는, 그 목소리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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