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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7화 - 악한 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3장 복음전쟁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7화 - 악한 자 -

개성공단 2020. 2. 18. 14:48

"루기스 씨, 이런 짓은 의미가 없다는거 알고 계시잖습니까?

서로 칼을 내려 놓으시지 않겠습니까?"

 

시퍼런 칼날을 반짝이며, 헤르트 스탠리가 달래듯 중얼거렸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검을 겨누는 모습엔 빈틈이 없었다.

기습 하듯이 달려들었다간, 몸은 두개로 갈라졌을 것이다.

 

가슴에서 넘쳐나는 감정을 입에 올리지 않도록,

가능한 여유가 보이는 모습을 연출하듯, 대답했다

 

"좋은 생각인거 같군... 서로 칼을 내리도록 하지"

 

양손에 둔한 은광을 발하는 나이프를 가지고,

도저히 경솔하게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였다.

 

상대는 미래의 구세주, 영락없는 천재,

태양같은 위용을 보이는 자, 헤르트 스탠리 였다.

 

빈민굴에 모래 먼지가 흩날렸다.

어둑한 이 거리에서 이 큰길만은 묘하게 햇빛이 비추었다

 

저 녀석과 정면으로 싸우는 건

제정신이 아닌 사람 뿐 일거야

 

 

 

*

 

 

 

'그래서, 그 소녀는 어디에?"

 

벌써 도망쳐 버렸다 라고

인파로 넘쳐나는 혼잡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래저래 악운은 강한 녀석이지만,

낯익은 빈민굴을 뛰어 다닐 정도는 된다.

 

주위의 인파를 둘러봐도 그 작은 모습이 없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헤르트와 시선을 마주 보았다.

 

"...루기스 씨, 왜 그런 짓을?"

 

헤르트의 그것은 지극히 순수한 질문처럼 여겨졌다

모든 것을 선의와 정의로 나누는 그에게는

아무래도 보기 드문 곤혹스러운 표정 이였다.

 

"몰라서 묻는거야?

지인의 여동생이 팔뚝 하나가 떨어지게 생겼는데

가만 있으라는 거야?"

 

헤르트는 뒤에 늘어선 위병을, 눈을 가늘께 뜨면서 응시했다.

 

사실이냐고 헤르트가 묻자, 발뺌할 수 없다고 느낀 위병은

"네 대장님"이라고 경례를 하고 대답했다.

 

헤르트가 위병단의 대장격인가?

 

하지만, 지난 여행 때 그런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스탠리 가문이 이 갈루아마리아에서는 유명한 가문인 것은 알고 있다.

 

그렇다면 위병단도 시민 모임이라지만, 가문에 따라서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했다.

따라서, 헤르트가 단기간에 대장을 맡았다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였다.

 

부하 위병과 두세 마디를 나눈 헤르트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좋습니다. 그 소녀의 확보를 명령합니다.

다만, 그 자리에서의 집행은 허락하지 않습니다."

 

나도 모르게 눈을 부릅뜨고, 귀를 의심햇다.

뭔가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었다

 

이 녀석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아까 그 도마뱀 녀석보다 이해가 가질 않았다

 

헤르트라는 인간은 악함을 가질 인간이 아니다.

그리고 도마뱀 처럼 자신의 공적을 위해

셀레알을 확보하려고 할 리도 없다. 그런데 왜?

 

"...여긴 벽 밖이야, 스탠리.

위병단이 빈민굴을 수색할 이유는 없어"

 

나의 그 말의 의도를 꿰뚫어 보았다는 듯이,

헤르트는 두 눈썹을 올리고, 천천히 그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몰랐었군요..? 이해합니다. 루기스 씨...

소녀에게는 문신이 있었다고

부하로부터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그냥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마치 구슬리는 듯한, 달래는 듯한 말투 였다.

나는 아무래도 그 말투가 전혀 맘에 들지 않았다

 

확실히, 셀리알의 목덜미에는, 문신이 있다.

그 문신은 전과자라는 증거 였다.

 

그러고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다.

헤르트는 전혀 나와 말이 맞지 않는 고집쟁이이며,

악한 자를 결코 용서하지 않는 다는 것을...

 

즉, 이 녀석은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문신은 전과자의 증표이며,

설령 소녀라고 해도, 갈루아마리아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면,

혐의는 쉽게 풀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라고 말이다

 

그 녀석에겐 더 할 나이 없이 정당한 이유 겠군

 

"문신이 있는 자는 원래 갈루아마리아에 접근하는 것 조차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는 주변 도시 국가들과도 연계된 조항입니다.

루기스 씨, 당신 말은 이해합니다만, 이번 건은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문신이 있다는 것을 알아버린 이상

 

헤르트는 마음속으로 범죄자임을 확신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맡기라고?

참 질 나쁜 농담이군

 

물론 헤르트의 말은 항상 옳다.

나도 그 구세의 여행에서 헤르트에게 감화되어 있는

부분이 없다고는 말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역시 나는 너와 다르다

 

"어쩔 수 없군... 어이, 나다. 나를 심판해라."

 

그 당당한 말에 무슨 뜻이냐고 묻는 듯,

헤르트가 눈을 부릅떴다.

 

이젠 되돌릴 수 없다.

 

헤르트는 틀림없이 셀레알을 벌하고 말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네놈에게 맡겨달라는 소리는 할 수 없다.

 

헤르트의 머리 속엔 '죄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라

단어는 없는 것이 분명했다.

 

헤르트는 알지 못 한다.

 

의사를 부를 돈은 없고, 약을 살 수도 없다.

영양가 있는 식량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병든 가족이 지쳐가는 것을, 단지 눈동자만을 적시며

지켜볼 뿐인 나날들을

 

아무리 신에게 기도해도 세계는 아무것도 돕지 않으며,

이 세상에 자신을 돕는 존재한 없다는 것을.

그렇게 깨달아버리는 잔혹함을

 

그런 사람들이 음식과 약을 원하기 때문에

죄에 물들일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은 헤르트에게 국한된 일이 아니다.

그를 포함한 강자는 이를 알지 못한다.

 

"그 절도범은 나라고 했어.

그리고 그 소녀는 공범이 아니야. 그냥 지나가던 애라고"

 

물론, 죄는 죄고, 벌은 벌이다.

 

하지만 그러한 세계에서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그 소녀 원래 말을 못하는 병을 앓고 있어서,

말을 못 했던 것 뿐이라고..."

 

여유를 보이며, 그게 뭐가 대수라는 듯이 말했다.

 

이젠 되돌릴 수 없다.. 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은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

분명 그 깊숙한 곳에서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와 헤르트 스탠리는

그 의지, 일생, 영혼 등 모든 것에 있어서

결코 맞먹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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