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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4화 - 여기는 빈민굴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3장 복음전쟁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4화 - 여기는 빈민굴 -

개성공단 2020. 2. 1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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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아와 행동을 달리한 채.

거주지를 빈민굴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이였다.

 

왜 하필이면 빈민굴이냐면,

이곳이야말로 갈루아마리아의 동태를 살펴보는 동시에,

문장교도의 동향을 살피기에도 탁월한 지점이였기 때문이다.

 

문장교도는 갈루아마라아 탈환을 위해

이곳 주민들의 힘을 이용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잘 되지 않는가 보다.

당연하다. 오늘만을 바라보고 사는 인간은,

엄청난 일에 손을 뻗을 의사가 남아 있을리 없었다.

 

나도 그렇게 살아 왔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빈민과의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서

빈민굴에서 거주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여

나와 라그도르 안을 포함안 문장교도 세력은 

빈민굴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해당한 것은 아니였다.

 

"저기... 루기스 오빠... 언니는 어디 있어?"

 

"아직도 자고 있어. 밤에는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잤나봐"

 

나 보다 두 배의 덩치를 가진, 빈민굴의 주민 우드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술집에서 내기를 하며 말했다

 

여기는 나에게 있어서, 최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장소다.

나는 어렸을 때 부터 이런 곳에서 생활에 왔기 때문에,

벌레가 나오든, 침상이 딱딱하든, 밤에 창녀의 목소리가 들리든,

기분이 좋지 않든 편안히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우드에게 언니라고 불린 그녀,

피에르트 볼고르라드는 달랐다.

학원 기숙사를 발로 차고, 여기에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그 열정으로는 환경의 격변을 감당하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이곳에 온 지 조금 지났지만, 아직도 잠에는 익숙하지 못한것 같다.

 

"야 덩치, 패가 안좋으면 다음을 기다리라고"

 

"그럴리가, 구사야"

 

느린 말투로 우드는 손에 쥔 패를 보여 주었다.

그 미소는 빈민굴 주민치고는 상당히 잔잔햇다.

이는 그녀의 원래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어찌보며 그것은 행운이지만, 여기서 살아가기엔 불행이다.

 

빈민굴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눈이 번쩍 뜨이고, 굶주린 듯한 모습 뿐 이였다.

누구나 오늘을 살기 위해 필사적이였다.

 

내기의 대가인 술이 오자,

우드는 두툼한 입술을 깨물며, 그것을 단숨에 들이켰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여유가 있어도 좋은 것 같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화다. 너무 좋다.

물론 이것도 라르그도 안의 원조가 잇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덜커덩'

 

2층 침실에서 희미한 비명과 마루를 밟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겨우 눈을 뜬 것 같았다.

우드가 2층으로 시선을 돌리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루기스... 일어 났으면, 나도 깨워달라고 했잖아"

 

몸치장을 가볍게 하고 일층으로 내려온 피에르트는

참으로 언짢은 듯한 음색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깨웠다고요 공주님. 안 일어나는데 나보고 어쩌라고요"

 

이 문답도 대체 몇번째 일까

어이가 없을 정도로 반복해 온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피에르트는 오늘도 밤에 잠을 설친 것 같다.

 

그녀는 검은 머리를 그 자리에서 정리하며

아직도 불만이 가슴속에 쌓여있는지 입술을 삐죽삐죽 내밀고 말했다.

 

"당신이 와달라고 한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침에 사람이 일어날 정도 까지는 기다릴 수 없어!?

왠지 업신여기는 기분이 든단 말야!"

 

아침 식사로 나온 빵이 딱딱하다고 

그녀는 내 귓가에 또 불평했다.

 

"사치스러운 소리 하지말라고, 

여기서는 그것도 충분히 귀한 음식이야"

 

라르그도 안이 없었다면,

피에르트는 여기서 살 수도 없었을 것이다.

잠자리도 그렇지만, 여기는 식생활이 매우 딴판이다.

빵 한 조각에 목숨을 거는 곳이 바로 여기 빈민굴이다.

 

"저도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싶었지만요,

자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말이지요"

 

그렇게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며,

내기를 위한 새로운 카드 패를 뽑았다.

 

그 말에 불만이 있는지 없는지 피에르트는,

입을 꾹 다물고 먹을 수 없는 빵을 천천히 입에 머금었다.

 

그 모습을 보면 다람쥐 같은 귀여운 동물이

먹이를 먹는 행동이 생각났다.

그녀도 가만히만 있어 준다면 귀엽게 보일지 몰라도,

목소리를 들으니 지난 세계에서의 기억이 떠올라서,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오빠, 나는 이국인은 처음 봤어.

그런 사람들과도 어울리는 구나"

 

우드가 패를 손에 넣으며 말했다.

큰 코를 꿈뜰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좋은 패가 들어 온 것 같았다.

 

"뭐... 이국인이라고 해도 같은 인간 이잖아?

그녀는 숲에 사는 엘프 같은 부류가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며, 카드를 하나 뽑았다.

오, 좋은 패가 들어 왔군

 

"어? 루기스 당신, 엘프와도 교류를 한적이 있나요?"

 

그 이야기에 살짝 끼어든 것은, 피에르트 였다.

그녀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귀를 쫑긋하고 있었다.

우드는 카드게임에 집중한 채, 목청을 바꾸어 말했다.

 

"엘프... 그거 숲을 헤메는 나그네를 먹어 치우는 것들을 말하지?"

 

그럴리가 있나

 

물론, 엘프에 대한 그런 편견이라든지,

일종의 오해가 있는 것은 아주 잘 알고 있다.

우드는 너무 극단적인 편견이지만...

 

엘프, 숲에 사는 사람, 정령을 모시는 자

 

호칭은 다양하지만,

국가 간은 몰라도, 인간과는 교류가 없기 때문에

여러 편견과 오해를 받고 있다.

 

실제로 나도 이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는

푸른 피부를 하고 나무 위에서 살며,

집단으로 개돌하는 것이 기본 생태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뭐라고 해야 할까...

신이 낳은 인간과는 다르게

정령이 손수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마치 조각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무리 였다.

 

떠올리고 싶은 것은 아니였지만,

구세의 여행에 동참했던 그 공주도 확실히 외모가 미치도록 아름다웠다.

보통 사람이 그 외모를 보는 순간,

그 자리에서 그녀를 만난 것을 신에게 감사할지도 모르는 것이였다.

 

현재는 엘프라는 종족이 멸망했기에,

그들의 외모를 아무리 설명한다고 해도,

아무도 믿으려 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드의 편견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글쎄... 뭐, 옛날에 몰래 봤을 뿐이야.

우드, 이번 내기는 와인과 치즈 어때?"

 

아름다움에서는 뭐라 설명할 수 없었지만,

성격에 관해서는 단연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편견에 차 있고,

온갖 차별을 합리적으로 긍정하는 무리일 뿐 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치관이라는 것이 우리와 동떨어져 있었다.

나는 정말로 그들과 교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구세주 님은 잘만 사귀는 듯 했다.

 

피에르트는 상상과 다르다면서 어두운 표정을 지었고,

우드는 별 상관 안하며 내기를 재촉했다.

 

피에르트가 이제야 빵을 다 먹었을 때일까,

우드와 서로 패를 테이블에 올렸을 때,

멀리서 귀를 찌르는 듯한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빼애애애액"

 

그건 마치 징 소리 처럼 들렸다.

어디선가 갈라진 감촉을 느끼면서도,

귀에 잘 와 닿는 소리 였다.

 

이 소리는 우드의 여동생 셀레알이 사람을 불러낼 때 쓰는 것이였다.

 

"이거 진짜 오늘 운수 더러운 날이내.

패가 왜 이래?"

 

카드를 서로 비춰보니까 

나는 4땡, 우드는 5땡 이였다.

치즈와 와인을 주문하며, 허리 밑의 칸을 흔들채,

징 소리에 이끌리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루, 루기스 오빠..."

 

내기의 승자인 우드는 테이블에 앉은 채 겁먹은 듯 얼굴을 파랗게 하고 있었다.

그 손발은 거구에 어울리지 않는 떨림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징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벌벌 떨면서도, 의자에서 일어서려는 것은

일종의 오기와 책임감의 표현인 것일까?

그녀의 코가 흔들리고, 호흡도 거칠어지고 있었다

 

"괜찮아, 우드. 

어짜피 위병단의 말단이 빈민굴에 하찮은 짓을 하러 왔겠지."

 

아주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우드의 눈동자를 바라본채 그렇게 말했다.

우드는 안심한 표정과 어딘가 복잡한 모양의 눈동자를 얼굴에 띄웠다.

 

그리고 피에르트에게 

너는 여기에 남아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으라 말하자,

그 말은 단칼에 거절 당했다

 

"왜? 싫어. 나는 공범자야.

그러기 때문에 나는 너를 따라갈거야

왜? 이유라도 있는 거야?"

 

피에르트는 진심인 듯, 자신만만한 소리로 대꾸했다.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구슬리듯 혀를 움직였다.

 

"네 머리는 너무 튄다고, 

만약에 위병단이 온 거라면, 너를 본 적이 있는 녀석도 있을 거야"

 

이 도시 국가는 교역의 중심지라고는 하지만,

피에르트의 검은 머리와 같은 색의 눈동자는

너무 눈에 띄었다.

 

만약에 위병단이 그것을 보고 위에 보고한다면?

조금 곤란하게 될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발적으로 빈민굴에 왔지만,

그들은 그녀가 유괴를 당했다고 판단할 수도 있기에

위병단이 이 곳에 소란을 펼칠 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피에르트가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닐것이다.

오히려, 나의 표정을 꿰뚫어 보고는,

이렇게 말을 꺼냈다

 

"그럼 루기스는 내가 필요하지 않다는 거내?

그럼 원하는대로 돌아갈까?

위병소 초소에 들렸다가 가야지!"

 

상쾌할 정도의 미소를 지으면서 피에르트는 내 눈을 보고 그렇게 말했다

 

이것은 협박 이였다.

 

크나 큰 한숨이 목구멍으로 흘러 나오는 것을

억지로 삼키며 대답했다.

 

"그럼 후드라도 쓰도록 해... 

적어도 눈에 띄지 안게 숨죽여줘..."

 

피에르트는 반쯤 집어먹은 빵을 접시에 놓으며,

2층에 있는 후드를 가지러 올라갔다.

그녀는 묘하게 기분이 좋아 보였는 지, 눈을 가늘게 떴다.

 

걱정스러운 듯이 이쪽을 응시하는 우드를 보면서,

억제하고 있던 크나 큰 한숨을 그 자리에서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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