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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6화 - 도마뱀과 나의 숙적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3장 복음전쟁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6화 - 도마뱀과 나의 숙적 -

개성공단 2020. 2. 18. 13:40

위병이 눈초리를 강하게 하고,

대검을 내리찍는 순간

 

한 순간 청색의 빛과 은색의 빛이 뒤섞이며

하나의 음이 만들어 졌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많은 사람들은

어느 하나 소리를 내지 못했다.

 

소녀의 오른팔을 떨어뜨렸을 대검은

무언가에 튕겨나가 허공으로 날라간 다음,

맥빠진 소리를 내며, 땅에 처박혔다.

 

그것은 어떤 남자였다.

아무런 맥락도 전조도 없이 

바람과 함께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났다.

 

"저기 아가씨, 놀 때마다 목숨 거는 건 이제 그만두라고"

 

녹색 옷을 걸친 루기스가 옆구리에

소녀 셀레알을 껴안으며 말했다.

 

셀레알이 순간 안도한 듯 표정을 풀고,

다음에는 불만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변했다.

죽기를 결심했는데, 도움을 받을 줄은 몰랐단 표정이였다.

 

그렇다 치더라도 이 남자는 어떻게 나타난 것일까

...라고 셀레알은 궁금증을 나타냈다.

 

아무리 발버퉁쳐도 보통 사람이라면 나타날 수 없는 거리였다.

자신의 오른팔은 대검에 의해서 잘려나갈 지경 이였는데,

이 남자는 마치 마법처럼 손에 든 칼로 대검을 튕기면서

자신을 도우러 나타난 것이였다.

 

"누구냐 네 놈은...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거냐?"

 

갑자기 나타난 루기스의 등장에 기가 막힌 위병단 사이에서

유일하게 그 남자가 목소리를 냈다.

파충류 같은 눈망울을 가지고 있는 남자 였다.

 

"여전히 붙임성이 없네, 도마뱀.

내가 아는 남자의 여동생이 있던 곳에,

떨어질 것 같았던 대검을 튕겨냈던건데, 뭐 문제 있어?"

 

 

 

*

 

 

 

이 녀석은 이상한 놈을 만났단 듯이,

조금 인상을 찌푸렸다.

 

이름은 모르지만, 파충류처럼 눈을 끔뻑이는 위병이다.

지난 세계에서 저것을 본 기억이 있었다.

그 때는 아마 대장 계급이였다지 아마?

 

이기주의로 어디까지나 배타적이었으며, 별명은 도마뱀이였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부하든 뭐든 내버리는 것이 원인이였던 것 같다.

 

 

"...그 소녀는 도둑놈의 동료다.

죄인을 처벌하는 것은 우리 위병의 몫이다.

방해를 한다면 네 놈도 똑같이 해줄 수 밖에..."

 

눈동자를 가늘게 뜨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려 하지도 않은 채, 도마뱀은 말했다.

악의마저 담겨 있을 시건에 눈총을 받는 것은

여간 기분 좋은 것이 아니다.

 

도마뱀은 그대로 말을 이었다

 

"도둑놈은 갈루아마리아를 찾아온 상인에게서 물품을 훔쳤고,

그 놈은 도망가기 쉬운 빈민굴로 달아났다.

그리고 그와 협력을 한 것이 바로 이 소녀란 말이다."

 

"과연, 열심히 일하기는 하는군,

무저항하는 소녀의 팔을 베려고 할 정도니까 말이야"

 

"흥, 될 수만 있다면, 네놈의 혀도 잘라버리고 싶군

암튼 뭔 소린지 알았다면, 어서 그 소녀를 넘겨라"

 

동시에 도마뱀은 나도 도둑의 동료라고 판단하며

허릿춤에 있는 대검을 뽑아들려 했다.

 

위병의 수는 도마뱀을 포함해서 5명,

빈민가 사람들은 그다지 의지가 될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피에르트가 달려 오는 상황은 원하지 않는다.

숨겨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그들과 칼로 맞선다?

상대는 5명이다 너무 무모하다.

 

적어도 기습이나 덫을 놓는거면 몰라도,

정면에서 다수와 싸우는 것은

제정신을 어머니 뱃속에다가 두고 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 잠만 그거 완전 카리아 잖아

 

 

"도마뱀씨, 여기가 벽 안이라면 몰라도.

여기는 빈민굴이라고요. 갈루아마리아가 아니란 말입니다"

 

도마뱀의 눈썹이 꿈틀하고,

뒤에 서있던 위병의 몸이 약간 굳어졌다.

 

정면에서 적대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아니라면

나의 혀로 적을 유린할 수 밖에 없다.

이 도마뱀이라는 남자는 머리가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그는 여기서 돌아갈 지도 모른다.

 

"......네놈이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거냐?"

 

"네, 물론이죠.

빈민굴에서는 법도, 당신들의 권한도 통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당연한 것처럼 단속을?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 성벽도시 갈루아마리아가 통치하고 있는 영역은

바로 그 벽안 뿐 이였다.

 

벽 밖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빈민굴 주민들은 

성벽도시 시민도 아니고 부랑자 조차 아니다.

그저 야영만 하는 불량배 일 뿐 이였다.

 

만약 갈루아마리아가 그들을 단속할 권한을 부여하러면,

빈민굴 주민에게도 시민권을 주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분명 곤란한 일이다.

여태까지 사람이 아니라고 깔보던 존재가

갑자기 시민의 일원이 된다?

전혀 인정할 리가 없었다.

 

동시에 지금까지 빈민굴 거주자를 헐값에 육체노동과 매춘을

중개하던 길드로부터도 불만이 분출될 것이다.

 

교역도시인 갈루아마리아에서는

값싼 육체노동이 도시를 돌아가게 하는 중요한 부분 이였다.

그들을 굴릴 수록 경제는 윤택해지고, 도시는 번창했다.

 

그런데 그들을 시민으로 인정한다면, 

더 이상의; 그런 관례는 인정되지 않을 것이고,

갈루아마리아는 더 이상의 번영을 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뒤틀림을 찔러주면

도마뱀도 납득하고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단속은 당연한 것이다. 그 이유는 너희들이 열등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눈을 휘둥거리게 떴다.

등줄기와 사지 관절에 뭔가 단단히 박히는 느낌이 들었다.

 

"아가리 좀 터는 거 같은데, 그걸로 내가 굴복할 줄 알았나?

그 사고 자체가 미련하다는 거야.

네놈들 같은 빈민굴의 거주지를 누가 통치해 주고 있는 줄 아는거냐?

다름 아닌 나 같은 시민들이다!"

 

말을 이어가면서, 도마뱀은 마치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 듯이

목소리를 크게 키워나갔다.

 

"네놈들 같은 열등한 사람들은 법도, 논리도 필요 없어!

너네는 그냥 갈루아마리아의 영광에 달라붙는 곰팡이에 불과할 뿐이야!!"

 

도마뱀은 당연한 사실을 알리듯이 당당히 말했다.

 

그것은 아마도 그의 본의일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수 많은 갈루아마리아 시민들의 말이기도 했다.

 

턱을 쓰다듬고 한순간 고민했다.

피부가 뜨겁고, 눈동자가 녹아내릴 지경이였다.

 

과연, 아무래도 이 녀석은 나를 빈민굴 거주자라고 깔보면서,

우습게 보고 있는 모양 이였다.

 

사실 이 녀석은 지난 세계에서 

우리의 여행 일행에게 아가리로 개 털리고 도망간 적이 있었다.

 

그 때 아가리를 턴 건 분명 피에르트 였나?

 

아무튼 나는 이 녀석을 한번 본 적이 있었기에,

나도 대꾸를 이어갔다.

 

"이봐, 좀 더 진심을 말하라고

너는 그냥 공적을 올려서 성공하기 위해,

그 누구도 죄인다운 이유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독단으로 처벌하려 하는 거잖아. 안 그래?"

 

도마뱀의 눈동자가 순간 움찔하고,

좀 더 파충류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나를 바라 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비추는 것은 경멸과 분노 였다.

아마, 깔보던 사람에게 자신의 본의를 들켰기 때문이겠지

 

그의 시선을 느끼며,

허리 밑의 칼에 손을 대었다.

 

두 칼은 손에 잘 쥐어지도록, 조정되어 있엇다.

동시에, 등 뒤에 숨어 있던

셀레알의 등을 막다른 골목으로 도망치게 하듯이 힘차게 눌렀다.

 

아아, 정말이지 나도 그 여자와 같은 입장이 되어 버렸잖아,

결국은 이성도 생각도 없는 시궁쥐란 말인가

 

위병들은 나의 태세를 보고, 

더 이상 말로 해결할 수 없음을 짐작했기에,

대검에 손을 얹고 도마뱀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엇다.

 

순간의 고요

머리 속에는 피투성이가 되어 있을 나의 모습이 상상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도망하지는 않는다.

나는 나의 존엄한 삶을 이성이라는 가죽으로

질식시키는 선택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나도, 도마뱀도, 위병단도, 그리고 빈민굴의 거주자도

깨뜨리지 못한 정적을, 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부대장? 나는 그런 독단을 명령한 적이 없군"

 

목소리를 받아들인 귀가 경련했다.

녹아 내릴 것 같았던 눈동자는 어느새 차가워지고 있었다.

 

분명 네놈은 

복음전쟁 때, 갈라이스트 왕국에서 삼촌과 같이 있을 것인데...

 

하지만, 잘 못 봤을리가 없다.

 

"당장 대검에서 손을 떼고 설명을"

 

그 드높은 목소리고, 군중을 가르고 당당해 보이는 그 모습도 영락없었다.

 

 

헤르트 스탠리, 나의 숙적 그 자체인 사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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