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8화 - 대낮의 결투 - 본문
머리 속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맑았다.
폐 안을 찬 공기가 가득 채워지며
한 순간의 무음이 공간을 뒤덮었다.
'킹'
칼이 허공을 가르며 울부짖었다.
오른발을 내밀어, 팔꿈치에 힘을 실은 채,
좌우의 나이프를 달리게 했다.
노리는 곳은 목덜미와 손목
초격의 구상은 미리 정하고 있었다.
헤르트 스탠리와 싸울 일이 있다면,
반드시 초반은 이렇게 하겠다고...
그렇다고 해도, 승률은 희박하다.
그런데 초반을 상대방에게 양보했다가는
스스로 목을 단두대에 내미는 격이다.
틈새를 재고 항상 주도권을 잡으며 싸워야 한다.
'키잉 - 키잉'
물론 이 남자는 상대하기에 상당히 어별다.
적은 헤르트 스탠리, 즉 영웅이다.
기습으로 노린 두 줄기가, 흰 빛이 튕겨나갔다
헤르트는 양손검 중 하나는 정면으로,
다른 하나는 손목을 돌려 가볍게 해치웠다.
".....당신들은 손대지 마세요. 참견한다면, 베겠습니다."
나의 기습에 대검을 뽑으려던 위병들에게
헤르트가 등 너머로 말했다.
기사도 정신이라 해야 할까나, 참으로 감사한 일이지만,
혼자서도 괜찮겠다는 여유로도 들려왔다.
이 쪽은 초조해서 위가 터질것만 같은데,
저 녀석의 목소리는 여유 그 자체라고 해야할까, 땀 한방울 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새어 나롱 것 같은 거친 숨을
억지로 목구멍에 집어넣고, 눈을 가늘에 떴다.
이 결투형 싸움은 이전에 술집에서 카리아와 벌인 결투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것은 유희적으로 벌인 것이지만, 이번에는 목숨을 걸고 벌이는 것이다.
다소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헤르트의 목만 따면 된다.
헤르트의 자세는 이쪽의 공격에 방어하기 위한 태세였다.
다만, 나에 대해서 살기나 적의 같은 것은 없어보였다.
젠장 미치겠군
조금 전의 일격으로, 헤르트는 나의 역량을 파악했을 것이야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밖에 없다
'키잉- 킹'
발 밑에서 모래 먼지를 일으켜서, 무릎을 깨는 일격을 날렸다.
그리고 몸을 반 정도 회전시켜, 옆구리를 도려내는 반원을 그렸다.
그러나 어느 하나도 헤르트에게 상처 하나 주지 못했다.
내가 아무리 검을 휘둘러도, 그는 나의 모든 공격을 튕겨냈다.
두 사람의 검이 맞붙을 때마다, 귀청을 찢는 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졌다.
숨을 쉴 여유가 없다.
폐는 공기를 찾아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고,
여러번 신체를 움직이는 다리는 무너지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조금이라도 호흡을 쉬었다간,
그 사이에 이쪽의 몸뚱이는 날라가고 말 것이다.
헤르트에겐 살의는 없었고, 적의 또한 존재하진 않았다.
다만, 가끔씩 나의 목을 어떻게 잘라낼까 하고 상상이라도
하고 있을 것 같은 흉악한 시선이 가끔 보였다.
그 상냥한 표정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광포함이
눈동자에 반짝이고 있었다.
한 번 이내로 승기를 못잡으면 난 끝이다...
머리 속이 부족한 공기 때문에, 시야가 조금씩 흐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저쪽에서 아직까지는 공격은 없다.
화가 나지만, 다행이 나의 몸은 다시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이래서는 이길 방법이 없다.
대지를 깊이 차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여기서 일격을 맞는다면 아마도 죽음은 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헤르트는 걸음을 움직이는 모습 조차 보이지 않았다.
"...서로 검을 내려 놓으시죠. 루기스 씨, 이런 건 의미가 없어요"
그가 아까 뱉어낸 그 말은, 아까와는 조금 의미가 달랐다.
몸은 땀을 흘려 열을 흘려 보내지만,
땀이 따라 잡을 수 없는 만큼, 열이 내 가슴속을 온통 뒤덮기 시작했다.
숨은 화염이 되어 입안을 태울 것만 같았다.
당신의 기량으로는 저에게 상처 하나 줄 수 없어요
...라고 헤르트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다. 인정하지. 아직 나이가 어리긴 해도,
너의 그 검기의 빛엔 그늘이 하나도 없다.
카리아의 장검에는 아직도 달콤함이 섞여 있다.
피에르트의 마법은 아직 갈고 닦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네놈, 헤르트 스탠리의 검기는 무서움이 느껴졌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위병들도 그 광경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 졌다.
그 사이에 도마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셀레알을 찾으러 가버린 것일까
심장이 더욱 빨리 뛰기 시작했다.
영웅은 운명에 의해 선택되고,
용사는 신의 총애를 받은 자라고는 하지만,
이 놈의 경우는 이 놈 자체가 신이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들 정도 였다.
"여유롭네, 확실히 정면에서 만큼은 내 검기로는 어림도 없지.
이마에서 떨어지는 땀을 닦고 혀를 굴렸다.
"루기스 씨, 저는 당신이... 싫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흥미마저 갖고 있죠.
당신이 도둑질을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베어버리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검을 넣어주세요.
그러면 나는 당신을 해치지 않겠다고 신에게 맹세하겠습니다."
눈동자가 나도 모르게 동그랗게 굳고, 피부가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헤르트가 왜 나에게 흥미를?
가슴 속은 복잡했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좋지 않은 것이 내 운명과 얽혀버린 것만 같았다.
게다가 일찍이 숙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떻게 해보지도 못하고 쩔쩔매던 그 상대가,
자신에게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약간의 고양심
게다가,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뭐라는 거야. 난 아직 이 몸에 상처하나 받지 않았다고..
내게 무기를 버리게 하려면, 이 몸을 베어라, 헤르트 스탠리"
내 말이지만, 너무 오글거렸다.
하지만, 이것으로 그는 올 것이다.
설령 그것이 함정일지라도, 헤르트라는 남자는 그런 성격인 사람이다.
그것만은 내가 잘 알고 있다.
황금 머리를 흔들며, 헤르트의 무릎이 순간 움직였다.
소리는 없었다
그 직후, 하얗고 반짝이는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강렬하다. 이 단어 외엔 표현 할 수 없었다.
내가 이해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 밖까지는 아니였다.
나는 알고 있었다.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이 순간 말고는 없다는 것을
그 움직임을 시야에 넣기 이전에,
극단적으로 허리를 숙여서 검을 허리에 두었다.
기회는 한번, 단 한번 밖에 없다.
황금이 임박했을 순간
상대의 아랫배를 도려내기 위한 일격이
공중으로 날아올렸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경험들을 토대로 날린 일격이였다.
잘못하면 아무런 의미도 없이, 허공을 베는 일격이 될 수 도 있지만,
이것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일격이였다.
그리고 그 후 내가 들은 것은, 바람의 포효,
그리고 느낀 것은 몸을 가르는 듯한 아픔 이였다.
p.s 무슨 눈동자 성애자인가 눈동자 묘사 더럽게 많이 나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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