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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1화 - 카리아 라는 여자-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3장 복음전쟁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1화 - 카리아 라는 여자-

개성공단 2020. 2. 17. 10:21

이제는 길드가 내주는 에일에 완전히 익숙해진건지,

카리아는 개인실로 돌아와 그것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이전에는 네놈을 비오는 날의 하늘로 비유했던가?"

 

그녀는 이 비유를 생각외로 맘에 들어하는 듯 하였다.

얼굴에는 부드러운 표정을 띄우며, 취기를 즐기고 잇었다.

 

그러나 그런 모습에서 나온 말은, 전혀 음색이 다른 말 이였다.

 

"그건 잘못된 비유였어. 네놈은 제멋대로 이리저리 날아가면서

화약 같은 폭발물을 가지고 돌아온다 말이야.

루기스, 대체 네놈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거 같아?"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분위기가 나빠진 것 같았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곤두섰고, 혀는 나를 사람을 찔려버리려는 노기가 담겨 있었다.

 

이전 세계에서 그녀가 분노를 표출하는 대상은 항상 나였기에,

그녀가 어떤 모습을 하든, 겉과 속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근데 왜 저렇게까지 화내는 거지? 도무지 종 잡을 수가 없내

 

"참아달라고, 그렇게 화낼 일은 아니잖아.

그 성녀에게서 벗어날려면, 그만한 거래가 필요했다고"

 

나 또한 에일에 혀를 적시며, 카리아의 역정을 받아넘겼다.

이 여자와는 알고 지낸지가 꽤 오래되었다.

하지만, 폭력도 가해지던 지난번과는 큰 폭으로 나아졌지만 말이다.

 

나를 바라보던 은빛 눈동자는 

조롱과 마치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변했디/

 

이거 그냥 완전히 바보 취급 하잖아?

 

"그래서 문장교도에 대해 협조하라는 조건을 그냥 승냑해버리고,

추가로 그 여자까지 졸개로 만들었다고?"

 

그 여자, 볼고그라드를 지칭한 것일 것이다.

무엇인가 가시가 돋힌 표현이였다.

그렇게까지 이전 세계에서 사이가 나빴었나?

 

"남들이 들으면 내가 개새끼 인줄 알겠다!

좀 더 좋은 말로 해 줄 수는 없는거야?"

 

어깨를 움츠리고 시선을 숙이면서

땅에 기어가듯이 목청을 낮추며 말했다.

 

"그리고 협력이라고 하면서 중간까지는 잘 이용해 먹다가,

어디선가 내버릴 작정이겠지"

 

그러니까, 이 쪽도 똑같이 해주겠다 이거지

...라고 눈꺼풀을 가볍게 긁으며 카리아에게 말했다

 

물론 그럴 만하다.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고, 품격도 학식도 없는 나를

대체 누가 신용 하겠는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과거에 대한 지식뿐,

이런 초라한 남자를 누가 신용을 한단 말인가

뭐, 원래 신용 따윈 받아 본 적이 없던 인생이기에

그런 거래에는 정말 익숙했다.

 

의심을 받고 있는 인간이 

의심의 싹을 자르려면 무엇이 필요 하겠는가

 

지하 신전에서 주고 받은 대화로 짐작하건데,

갈루아마리아 함락의 발판 정도로 도와준다면

성녀는 아마 의심을 풀을 것이다.

 

에일의 쓴 맛이 목구멍을 지나가며,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놈들이 나를 이용한다면, 나도 놈들을 이용하겠다는 거야"

 

에일이 든 잔을 카리아 사이에 놓인 테이블에 놓았다.

 

"놈들이 성벽도시에 쳐들어 오는 순간, 

나는 바로 배신해서, 그들을 쳐부수는거야"

 

힘껏 주먹을 불끈 쥐며, 눈을 가늘게 떴다.

 

평범한 사람이 이름을 널리 알리기에 가장 편한 곳이 바로 전쟁터다.

그리고 나는, 이 전쟁의 과정과 결과의 일부를 머리 속에 가지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너무나도 훌륭한 작전이였다.

약간 위험할지라도 알류에노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지

 

"흥, 그렇다 말인가

그럼 그 피에르트 라는 여자를 졸개로 삼은 이유는?

설마 네 놈, 그렇게도 여자가 고팠던가?"

 

개소리하고 자빠졌내

피에르트의 얼굴만 쳐다봐도, 

지난 세계의 기억이 떠올라서 구역질이 나올 것 같다고,

 

다그치면서 이 쪽을 바라보는 카리아에게

대답하듯이 입술을 열었다.

 

"피에르트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야.

너 처럼 말이지"

 

그 말이 튀어나온 순간 카리아의 눈썹이 올라갔다.

과연, 이 이야기는 빠르게 끝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금은 자신이 없는지 몰라도, 조직 안에서라면 분명히 두각을 나타낼거야.

문장교도의 신용을 사기 위해서라도 그녀의 도움이 필요했어"

 

호오, 라고 카리아가 중얼 거렸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녀가 나와 협력하든 하지 않든 딱히 상관은 없었지만 말야"

 

카리아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그걸 나한테 한 말은, 이유가 있어서겠지?"

 

물론이지, 하고 턱을 쓰다듬었다.

 

하녀를 불러서, 에일을 하나 더 주문했다.

 

네가 도시국가의 자위조직에 연줄을 만들던지,

될 수 있으면 그 주둥이로 동료의식이라도 키워줬으면 좋겠다.

나에겐 할 수 없는 방법이니까

 

하녀가 가져온 새로운 에일은 맛이 매우 썼다.

카리아도 얼굴을 찡그리면서, 말의 계속을 재촉하듯, 입술을 적셨다.

 

도시국가 갈루아마리아에는 방위기구로서의

귀족이 아닌 시민으로 구성된 자위 조직이 존재한다.

 

그 조직은 시민이라면 누구나 소속 될 수 있고,

도시를 지키는 방패나 창이 되어 국가의 수호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갈루아마리아에서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자위조직 내에서는 동료 의식이라는 것이 매우 강력하다.

나 같은 촌뜨기가 그 사이에 끼어들려다간 발길질을 당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카리아는 다르다. 카리아는 기사 출신이다.

게다가 전통 있는 갈라이스트 왕국의.

 

자위대는 스스로를 부정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세 가지를 향해 뻗어 달리는 것이 있다.

그 세가지는 바로 전통, 전설, 품격이다.

 

이것은 시민으로 구성된 자위 조직에는 때때로 얻기 어려운 것이였다.

 

품격이나 전통을 얻으려고 귀족 출신들로 구성원을 메워 버리면,

시민에 의한 자위조직이라는 외형은 무너져 버린다.

때문에 그들은, 겉으로는 부정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기사라고 하는 존재를 동경한다.

 

그런 곳에, 기사이며 미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카리아가

전직 기사로서, 아가리만 잘 놀리면,

자위 조직 녀석들도 마음을 열어 버릴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열어버리면,

그들에게서 정보를 얻는 것은 한결 수월해 질것이다.

 

카리아에게는 자세한 전말을 말하고,

피에르트에게는 그저 입을 다문 것은 이 때문 이였다.

 

피에르트는 그저 목표를 향해 분발해 주기만 하면 되지만,

카리아는 자세한 내막을 알지 않으면 안되는 작전 이였다.

 

얘기를 끝내는 순간, 어딘가 차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흥, 거절하지.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거 같은데, 나는 네 맘대로 움직이는 인형이 아니라고"

 

카리아는 차갑고 노기를 품은 시선과 함께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 표정을 본 것은 두번째 였다.

첫번째는, 구세여행 때 내가 그녀의 말에 반박했을 때.

 

오랜만에 보는 그 표정은 예전보다 더욱 나를 두렵게 하고, 당황하게 했으며,

마음 속에서 처참함이 기어 올라왔다.

왜냐하면 그 표정은 사람을 무섭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어딘가 사람을 매료시켜 버리는 아름다움 같은 석도 감돌게 하고 있었으니까

 

생각하면 나는 이 때,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는 지도 몰랐다.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피에르트의 건이 너무나도 잘 되었기 때문에,

대성공이다 자축하며 더 이상의 위기는 없을거야

...라고 망상을 해버렸을 지도 모르는 일이였을 것이다.

 

아무튼 그 망상을 모두 배신하듯

이 여자는 은발을 반짝이며, 정말 즐거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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