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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9화 - 상식 밖의 행동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3장 복음전쟁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9화 - 상식 밖의 행동 -

개성공단 2020. 2. 24. 09:30

전투가 시작된 지 몇시간이 지났다.

대문 앞에는 일그러진 바람이 불고 있었다.

 

위병들이 쏘아대는 화살이 눈에 띄게 적어지자,

그 모습에 문장교도 병사들이 사기를 올리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는 가운데 성녀 마티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이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적들이 약해진 것이다.

 

물론 갈루아마리아의 위병들에게 이쪽의 기습은

예상 외의 것이였지만, 강한 저항 끝에 무너질 것이라고

그녀는 예상 했던 것이다.

 

하지만 적은 너무 약했고, 그 수 또한 적었다.

 

그 때, 마티아의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오오오오오오오'

 

그건 쇠가 흔들리고 나무 부품이 삐걱거리는 소리,

커다란 무언가가 스르르 움직이는 그런 소리였다.

 

문장교도 병사들을 비롯한 안과 피에르트가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며 마티아를 응시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마티아의 머리 속엔 

갈루아마리아가 문장교도를 친히 맞이하는 그런 광경만 가득했다.

 

그러나 그 광경은 지워지고,

주위에 탁한 공기가 가득차기 시작했다.

 

"성녀 마티아님. 어떻게 하시겠어요? 

가능성은 적지만, 저것이 아군일 수도 있어요"

 

안의 말투도 어딘가 회의적으로 보였지만,

그녀의 말에 마티아는 정신을 차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티아는 주위의 병사들이 공황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말을 이어나갔다.

 

"모두 진정하세요. 저건 단지 바람일 뿐입니다."

 

냉정을 근본으로 두고하는 안 조차, 

눈동자에 동요하는 기색을 두고 있었다.

그렇다면 병사들은 안봐도 뻔한 것이였다.

 

마티아는 혀로 입안을 어루만지며,

아무도 모르게 이를 깨물었다.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공중에 흩날렷다.

 

이것은 함정일거야

우리를 짐승처럼 몰아갈 작정인거야

 

물론 안의 말대로 아군일 가능성도 있다지만,

그랬더라면 적어도 신호라도 보내줬을 것이다.

 

시야에 비치는 것은 검게 덮인 하늘과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열린 대문 뿐.

움직임 같은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역시 적의 함정이 분명해 보였다.

 

현 상황에서의 최선책은 철수를 선택하는 것.

호랑이굴에 스스로 발을 들여놓는 것은 어리석은 자 뿐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철수할 수는 없다.

 

여기까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왔던가

성지 탈환이라는 목표를 두고

나를 제외한 모두가 나를 우러러보며

성녀라는 나를 믿으며 온 힘으로 도와왔다.

 

여기서 그만 둘 수는 없다.

 

마티아는 호흡을 가다듬고, 머리속에서 말을 정리했다.

 

"모두들 들어라

방패를 세우고 돌입 준비를 하라.

우리의 길은 정해졌다.

모두 동무의 시체를 발판으로 삼아,

적들의 피로 목을 축일 각오를 하라!"

 

그 말은 결사의 돌격을 의미했다.

아무도 그녀의 말에 반박하려 들지 않았고,

자신의 창과 방패를 움켜쥐으며 돌격자세를 취했다.

 

마리아는 성녀라는 칭호를

귀족이나 문장교도의 핏줄이였기에 얻었던 것이 아니다.

 

그녀의 뛰어난 재능과 카리스마를

다른 모두가 인정했기에 얻은 것이였다.

 

그러나, 문장교도 모두의 일원이 

그녀를 성녀로 인정한 것은 아니였다.

성과물을 가져와야 했다.

 

그것이 갈루아마리아의 탈환

만약 여기서 철수해버린다면,

그녀의 성녀라는 지위도 사라져버릴 것이다.

 

마티아는 하늘을 향해 창을 치켜세웠다.

창의 끝에서 하얀 섬광이 빛났다.

 

그것은 지금부터 우리는 돌입을 개시한다는 일종의 신호였다.

 

 

 

 

*

 

 

 

피에르트에 있어서 이 돌격은 

너무도 이해할 수 없었다.

 

대성문이 열러버린 것은 틀림없는 함정.

문장교도들을 유인해서 성안에 몰아넣고,

조각조각 찣어버리려고 하는 것이였다.

 

그것을 모를리 없는 데도, 그들은 진군하기 시작했다.

 

"...저기요?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이건 함정이에요. 이러면 개죽음이라고요"

 

평범한 사람이라면 성문을 스스로 여는 것 같은

계책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피에르트는 알고 있었다.

이러한 계책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위병단에 있었다는 것을...

 

물론 이쪽에 다수라면 이 계책은 실책일 것이다.

하지만 이 쪽은 영락없이 소수의 전력이였다.

 

그 사람은 어둠 속에서 이러한 수까지 판별하고

이러한 계책을 발동 시켰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피에르트는 마티아의 귓가에

노골적으로 만류하는 표현을 했다.

 

그러나 마티아는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

그녀에게 대답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상식 밖의 일을 행할 때도 있지요.

이 가슴에 결심을, 팔에 어리석음을, 등에 의지를 

걸고 나아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게 대체 무슨 뜻일까.

마티아의 말은 피에르트에게는 너무나 불가사의 했다.

 

물론 자신도 일찍이 세계를 변모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식 위에서 시도한 것.

 

하지만, 모든 것이 함정인 것을 알면서,

스스로 깊은 곳에 들어가려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그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선택이였다.

 

하지만, 그녀는 나아가려고 했다.

때로는 상식 밖의 일을 행할 때도 있다면서..

 

...문득 피에르트의 뇌리에 루기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그도 그랬다.

지하신전의 선택은 생각 있는 행동이라고는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는 그런 선택지를 택했다.

 

피에르트는 이제 아무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자신도 아무 생각 없이 그의 등을 따랐을 뿐이기에

이것이 어쩌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모른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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