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8화 - 역사의 흐름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3장 복음전쟁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8화 - 역사의 흐름 -

개성공단 2020. 2. 21. 11:54

아아 부끄럽다.

 

내 목소리에 동조 했는지,

남녀노소 모두가 손을 들어 올리며 소리를 질렀다.

 

아아, 나는 그들을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의 이익을 위해서 그들을 끌여들었다.

인간으로서 이 보다 더한 악행이 있을까

 

"루기스 형. 이제 다들 정한 것 같아. 어떻게 하지?"

 

우드가 눈동자를 번쩍 뜨며 나에게 묻고 있었다.

예전의 겁쟁이는 이제 없다.

그 말투와 근육의 강세에 정신의 고양이 보였다.

 

하지만, 모든 것이 사기 행위라고 해도,

이제는 멈출 수 없다.

나의 손을 믿고 잡아 준 다른 사람의 손들을

뿌리치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우드를 비롯한 주위 청중들에게 말했다.

 

"오늘 밤은 아직 차분히 기다리세요.

다음 날, 신호가 올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밤하늘을 올려다 보니, 별들에 섞인 하얀 섬광이 빛났다.

내게 이끌리듯 빈민굴 주민들도

눈을 깜빡이며 그 하얀 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시에 바람을 타고 실려 오는 굉음.

그것은 성녀와 문장교도들이 전쟁을 시작한 신호일 것이다.


이제 이 모든 것은 갈루아마리아 시민들에게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고,

깨닫게 하기 위한 시작이 되었다.

 

정말 자신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냐고

그렇게 말하는 듯한 청중의 시선이 꽃혔다.

 

"걱정마세요. 내일, 이 도시는 끝장일 것입니다.

잘 들어 우드, 앞장서서 이 들을 이끄는 거야.

설령 도시의 무리들이 협력을 요구해와도

절대로 응하지마. 차라리 그 뺨을 후려갈겨"

 

우드에게 하나하나 타이르듯 그렇게 말했다.

 

이제 문장교도가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 지 안 이상,

갈루아마리아는 이 쪽이 어떤 태도를 취하든

쉽게 위병단을 보낼 수 없을 것이다.

 

만약 병력을 파병한다고 하면,

성 안의 병력이 부족해 질 것이고,

필요한 노동력이 상실 될 것은 물론 이였다.

 

성 안으로 들어온 문장교도 내통자들도

이때다 싶어서, 불안감을 조성하는 소문을 퍼뜨릴 것이고,

그리하여 도시가 기능상실에 빠지게 될 것이다.

 

주위에 도시 국가에게 구원을 부탁하더라도,

전령이 오가는 데는 3주일이 걸릴 것이다.

 

그리하여 갈루아마리아의 위병단이 약해진다면,

아무리 헤르트 스탠리라도

문장교도들이 압도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이건 내 희망적 생각이지만...

 

"성벽은 놈들을 지켜주는 수호신 따위가 아니야.

그냥 냄비야. 우리는 그 냄비 안이 익을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돼"

 

단언하는 말투로 그렇게 고했다.

 

열광적인 청중의 외침 속에서

루기스는 앞으로의 지구전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우드가 그에게 다가왔다.

 

"루기스 형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를께.

하지만 지금, 내 기분이 진정되지 않았어"

 

우드치고는 꽤 강한 어조였다.

나도 모르게 눈동자를 떴다.

 

그런데 뭐 어쩌라는 건가

설마, 대문 앞 전투에 참가하겠다는 건가? 그것은 안된다.

우드는 그 상징적인 체격도 있고,

빈민굴 안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존재다.

그가 속절없이 목숨을 전쟁터 속으로 던져버리면,

빈민굴 주민들의 사기는 영락없이 떨어져 버릴 것이다.

 

게다가 과거의 은인 이였던 그를,

나보다 먼저 죽게할 수는 없었다.

 

그를 막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갸날픈 어느 손이 나를 가로막았다.

우드의 여동생 셀레알의 손이였다.

 

셀레알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녀의 오빠 등 뒤로 시선을 보냈다.

 

 

 

*

 

 

 

용서할 수 없어

우드에 가슴에 새겨진 감정은 이 한마디 뿐 이였다.

 

도시의 인간, 위병단,

그리고 자신들을 멸시했던 존재,

그리고 무엇보다 우드는 자기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공포에 질려 여동생 하나 지키지 못했던 자신,

한번 상처받은 정도로, 마음의 부리를 부러뜨려버린 자신

 

우드는 그 자신을 책망하며, 흰 벽을 바라보았다

 

이 벽이 지금까지 빈민굴의 주민들을 추락시켰고,

위를 바라보게 할 생각을 없애고 있었다.

 

루기스의 말을 따르더라도,

이 벽을 앞에두고, 자신의 감정을 연기할 수는 없었다.

우드는 그 감정을 움켜쥔 채,

커다란 나무에 자신의 팔음 감고, 혼신에 힘을 가했다.

 

그 순간, 나무에서 소리가 들려오며,

천천히 뿌리가 땅 속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몇 분간의 힘겨루기 끝에,

커다란 나무의 뿌리는 우드의 팔로 끌려갔다.

 

.......!

 

주위의 사람들이 양쪽 눈을 부릅뜨고,

경악의 얼굴로 우드를 바라보았다.

 

그 광경의 끝에 있던 것은, 나무를 치켜드는 우드의 모습.

그것은 투쟁심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했다.

 

우드는 그 나무를 나무토막 다루듯이,

하얀 성벽에 마구 찧기 시작했다.

 

'쿠우웅'

 

우드는 그 행위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사실, 그 행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우드의 힘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성벽은 마법의 힘을 깃댄 것이였기 때문에,

왠만한 물리적인 충돌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것은 우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큰 그의 감정이

이 행동을 제지하지 못했고, 오히려 부추기기만 했다.

 

주위 사람들은 우드의 이 행동에 눈물을 글썽이며

모두들 벽에 다가서기 시작했다.

 

어느 사람은 손에 돌을 들고, 벽에 던졌으며

 

어느 사람은 나뭇가지나 공구를 손에 들고

벽에 상처를 주기 시작했다.

 

남녀노소 모두가 하나 같이 그 행위를 반복했다

 

그것은 완전히 무의미한 행동이였지만,

그들의 감정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목을 들고 있던 우드가 입을 열었다

 

"이건 그냥 벽이야!

여기에 서있을 뿐인 벽이라고!

아무것도 무서워 할 필요 없어! 셀레알!"

 

얼굴에 땀을 흘리며,

목소리를 잊어 버렷을 여동생에게 말을 걸었다.

 

셀레알의 눈동자가 눈물에 젖어갔다.

그 벽을 보는 것만으로, 다리가 오그라들기까지 했다.

언젠가 그 벽이 우리들을 죽여버리지 않을까

자신들은 평생 저 벽에 고통받으며 살아가지 않을까

항상 그런 생각 뿐 이였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저건 그냥 벽이다. 희고 크기만 한 벽.

 

"...응....오빠"

 

셀레알의 목이 오랜만에 소리를 냈고,

그녀의 작고 가냘픈 팔이 벽을 향해 돌을 던졋다.

 

 

 

*

 

 

 

한결같이 벽에 맞서는 그들을 보고

나는 무심코 입을 가렸다.

 

나는 용감한 그들에게 말을 걸 자격이 없다.

그들을 이용하려고 하는 나에게는, 도저히...

 

이제 준비는 모두 갖추어졌다.

갈루아마리아는 내일부터 위협에 빠질 것이다.

나는 이제 나를 위해 행동하면 될 것이다.

 

어떻게 세력 간 맞붙게 해서, 성녀의 목을 벨 것인가,

그 공적을 어떻게하여 이 손에 움켜쥐겠는가

 

천천히 머리를 굴리다가,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이상하게도, 대문 앞에서 문장교도의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계획대로라면, 슬슬 적당히 해도 괜찮을텐데

 

그 위화감이 가슴을 태우고 있을 때,

밤하늘에서 예정이 없는 2번째의 섬광이 빛났다.

 

나는 그것을 보고 한 가지를 깨달아 버렸다.

 

역사란 천재들의 손바닥 위에서 춤추는 것이고,

평범한 사람인 나는 그것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고...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