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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0화 - 납덩이의 갈림길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3장 복음전쟁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0화 - 납덩이의 갈림길 -

개성공단 2020. 2. 24. 11:16

어둠 속에 떠오르는 두 번째 하얀 섬광을 올려다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성녀에게 무슨 일이 닥친 거지?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머리 속에서 정리가 전혀 되지 않았다.

 

성녀 마티아가 내건 두 번째 섬광은

진군의 의도를 나타내는 것이였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다.

나아가지 않을 수 없었던 무언가가 있었음을

성녀는 섬광으로 말하고 있었다.

 

살며시 턱밑에 손가락을 대었다.

초조감과 곤혹감이 머리 속을 휘젓고 있었다.

 

빈민굴의 주민들 또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저 섬광의 끝을 응시하고 있었다.

 

"루기스 형, 무슨 일이야?"

 

우드가 중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게 초조함을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문장교도의 진군을 전하는 신호야.

갈루아마리아를 앞에 두고 참을 수 없나 보지.

걱정마, 성녀는 빈민굴의 주민들을

전쟁터로 내몰지는 않을거니까"

 

빈민굴의 주민들이 아무리 투쟁심으로 불태우고 있다해도

변변찮은 무기도 없는 주민들을 동원하는 것은

너무나도 불안 요소가 많은 일일 것이다.

 

이대로 지체하면

불안이 사기를 뛰어넘을 것이다.

어서 내가 결단을 내려야 했다.

 

턱밑에 손을 얹고 눈썹을 찡그렸다.

 

성녀가 진군을 결정했다는 것은

오늘밤 승부가 나지 않더라도,

향후 추세가 결정되는 무언가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위병단의 붕괴이거나,

성녀의 죽음이라는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도 이대로 가만히 팝콘이나

튀겨서는 안되며, 선택을 해야 되는 시간이 온 것이다.

 

공을 올리기 위해서 어느 한쪽을 택해야 했다.

 

"...우드, 지금부터 나는 놈들의 난투에 참가하러 갈께"

 

전쟁터에 발을 들여놓고 검을 주고 받는 다면,

모든 것을 여기서 결정해야만 했다.

 

문장교도와 위병단, 어느 쪽에 가담하느냐

 

원래는 서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수녀의 목을 벤다, 그런 구상 이였다.

 

그러나 이 상황은 더 바랄 수 없게 되었다.

지금은 현 상황에서 더 나은 쪽에 가담해야 했다.

 

당연히 위병단의 손을 잡아야지

 

...라고 머리는 그 선택이 옳다고 나에게 말했다.

 

과거 역사에서 문장교도는 갈루아마리아을 함락시켰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마리아에는 헤르트 스탠리가 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닥돌을 시전했다면,

틀림없이 패배하고 말 것이다.

 

물론 이것도 나의 예상이지만,

헤르트라고 하는 영웅은 틀림없이 그것을 이루어내 버릴 것이다.

 

솔직히 지금 이대로 위병단에 참여하기엔

그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부대장 격인 도마뱀과 싸운적도 있으니...

 

빈민굴에 거처를 뒀더라도,

길드의 일원이라는 신분과 시민권은 아직도 유지 중이다.

 

갈루아마리아를 위협한 문장교도, 그 수괴인 성녀의 목을 벤다면,

위병단과의 알력이 있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명예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약간 너무 긍정적인 전망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면서 씹는 담배를 입에 넣으며

머리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된다면, 내가 빈민굴을 설득한 것도 헛수고라는 건가...

납덩이가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역사는 금덩이가 좌지우지 하는 군...

 

어쨌든, 이대로 상황을 응시하는 것만으로는

문장교도 격퇴의 공이 모두 헤르트의 수중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것만은 절대 안된다.

 

그러니 이 방법 외에는 취할 선택지가 없다.

 

응? 왜 그래? 당연한거 아니야?

또 무슨 선택지가 있단 말인가?

 

루기스는 머리를 움켜잡고 전전긍긍하기 시작했다.

 

우드가 이런 행동을 보이고 있는 나를

이상한 듯이 쳐다 보았다.

 

그래... 내가 만약 위병단을 선택한다면,

빈민굴들과 피에르트는 버려야 할거야

 

어금니가 맞물리며 입안에서 일그러진 소리를 냈다.

 

기억하자,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 시대로 돌아간 것이였지?

 

맞아. 헤르트에게 공적을 주지 않기 위해서야

위병단으로 들어가서 성녀의 목을 자른다면,

정의의 사자는 물론이고, 길드에서의 신용은 날로 높아질거야

 

그럼? 빈민굴의 주민들은?

 

머리 속의 무언가가 나에게 질문했다.

 

나의 눈 앞에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우드와 그의 여동생 셀레알, 그리고 주민들이 있었다.

 

내가 위병단을 택한다면,

그들은 죽지는 않을 지언정,

변함없이 조롱받고, 짓밟히는 나날을 반복할 것이다.

 

나의 목적은 알류에노 하나 뿐이야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가 나오든 상관없어!... 상관없..

 

"루기스 오빠..."

 

익숙하지 않은 몫소리 였다.

본래 목소리를 잃었을 우드의 여동생인 셀레알의 것...

나는 그녀의 갸날픈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지금부터 도시에 간다면....

빠르고도 몰래 가는 방법이 있어요..."

 

그 눈동자에 나는 알 수 없는 감각이 온몸에 도졌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차가운 무언가가 등골을 어루만지는 감각이였다.

 

"도시의 하수를 내려보내는 수로가 있어요...

한명 정도라면, 작은 배로..."

 

셀레알의 말을 보조하듯 우드와 장로가 말을 덧붙였다.

 

그들의 말을 듣는 동안,

천천히 가슴 깊숙한 곳에 고인 진흙을 퍼내는 듯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아아, 그렇군.

모든 것이 납득이 될 것 같아

 

내가 무엇때문에 이 시대로 돌아왔는가

무엇때문에 그 굴욕의 때를 딛고 이 시대로 되돌아왔는가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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