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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7화 - 황금과 모략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3장 복음전쟁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7화 - 황금과 모략 -

개성공단 2020. 2. 20. 12:59

그날 밤은 지독하게 조용했다.

 

위병단의 사무실에서, 

헤르트 스탠리는 창문을 통해,

도시의 빛을 황금색 눈동자로 보고 있었다.

 

그 빛은 번화하고 활발하지만 어딘가 시끄러웠다.

그는 어릴 적부터 이 빛을 보고 자라 왔다.

 

그 빛이 요즘 어디론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은 기분탓일까

아무래도 잠에 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요즘 이런 기분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하듯이, 도시는 평화 그 자체였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한 공기를 같이 마시던 피에르트는

그 루기스라는 남자에게 몸을 기대 버린 것 같다

 

헤르트의 손가락이 살짝 턱을 쓰다듬었다. 그것은

빈민굴에서 루기스를 구해낸 점에서 알 수 있었다.

 

헤르트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빈민굴은 죄인과 반역인이 모인 곳.

그곳에 피에르트가 일부러 몸을 의지하는 이유는

루기스 때문이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불가사의 했다.

 

아무리 그녀를 설득해도, 그녀는 도시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고,

끝까지 그 남자를 옹호했다.

도시에 적대하는 일에 마법을 쓰지 않겠다고 맹세하면서 까지,

나 자신의 정의로는 그녀를 움직일 수 없었다

 

분명, 정의에 반발하는 행동 이였지만,

나 자신도 그건 비슷한지, 

헤르트는 자기혐오와 미소가 섞인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갈라이스트 왕국에서 발발한 문장교도의 반란이

자신의 가슴을 설렁거리게 했다.

지하 신전에서 마주한 문장교도들과 그 성녀가

이 소동에 뭔가 관여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혹시라도 헤르트는 그 때 삼촌에게 이 사건을

전부 얘기 했더라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의미 없는 상상이 헤르트의 머리를 뒤덮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번 사태는 자신에게 생기는 벌이라는 건가

그것이 진실이라면, 헤르트는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고,

그렇게 받아들였다.

 

불가사의 한 것은 빈민굴 사건도 그랬다.

 

부대장과 부하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고 보고했다.

문신의 소녀도, 결투도, 없었다고 말이다.

 

그 보고에 온몸의 피가 쏠리는 듯 했다.

부대장의 전횡도, 제멋대로의 집행도

모두 규율을 벗어난 행위다/

그렇다면 이것은 모두 보고되어야 한다고

헤르트는 단장에게 이 보고를 제출했다.

 

하지만 결과는 아무 일도 없었다... 였다.

 

헤르트는 회의감에 빠진 채 눈동자를 찡그렸다.

위병단은 정의를 위한 조직이 아닌,

그저 그들의 이익을 위한 조직이엿던 것이다.

 

눈 앞에 보이는 갈루아마리아의 불빛이 여전히 칙칙했다.

 

"어머, 별일이내. 대장님도 그런 얼굴을 할 줄이야"

 

방문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자연스럽게 헤르트의 고개가 문 쪽으로 향했지만,

그 목소리가 누구인지 알았기에 경계를 취하진 않았다.

 

카리아 버드닉, 두 송이로 갈라진 은발과

머리와 같은 빛갈의 커다란 눈동자.

단정한 얼굴과 검술은 위병단 전원을 매료시켰다.

오죽하면 그 부대장조차 설설 기어다닌다지...

 

"어머 놀랐어? 

노크를 해도 대답이 없길래, 그냥 들어와 버렸는데"

 

 

 

*

 

 

 

도마뱀으로 불리는 부대장은 그의 눈동자를 번득이며,

대원들을 데리고 위병단 본거지의 복도를 순찰했다.

땅과 발이 스칠때마다, 약간의 진동이 턱에 통증을 느끼게 했다.

 

그 날 부터 머리 뚜껑에 굵은 못이 박힌 것 같았다.

아직도 그 날의 기억이 머리 속에서 가시지 않았다.

 

그것은 이를 깨물 정도의 굴욕과 

모든 것을 휩쓸어버릴 정도의 분노 였다.

 

도마뱀의 눈빛이 강해지고 미간에 강한 주름이 잡혓다.

턱의 상처에서 고통이 일어날 때마다, 가슴을 도려내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도 빈민굴의 그 시궁쥐가 잊혀지지 않는다.

 

동시에 저, 나이 어린 대장도 맘에 들지 않았다.

나이 어린 사람이 가문 만으로 윗자리에 오르다니...

하지만 받아들여하는 것이였다.

 

그러나 그때 그 빈민의 목숨을 헤르트가 막아선 것은

내장이 뒤틀리는 일 이였다.

빈민굴 사람에겐 품위도 긍지도 없다.

그런데도 이 몸의 명예보다 그의 목숨을 중하게 여기다니

도마뱀은 젊은 대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빈민굴의 주민은 인간이 아니다.

 

권리도 없고 생명엔 가치도 없으며,

말엔 무게가 없는 그저 시궁쥐일 뿐이다.

자신 이외에도 갈루아마리아 주민 누구에게나

마음속 깊이 숨어 있는 인식이였다.

도마뱀은 그 때문인지 헤르트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턱이 다시 갈라지는 듯한 통증이 엄습했다.

 

아아, 그녀의 모습이 다시 보고 싶어졌다.

 

카리아 버드닉, 모두의 동경이자,

그 늠름함과 아름다움은 전설상의 여신과 같다.

흔들리는 은발에 홀리지 않은 위병은 거의 없었다.

 

도마뱀에 있어서도, 그것은 변함이 없었다.

그 모습만 봐도 통증이 가라앉은 느낌이였다.

 

동시에 내가 상처를 입히게 된 원인인

그 시궁쥐에 대한 증오가 높아졌다.

 

그 여자에겐 더 멋진 모습으로 보이고 싶었는데...!

하필이면 그 거지 같은 놈 때문에...

 

위병단이 빈민굴의 인간에 상처를 입히는 짓을 해서는 안됬다.

그러므로 그 소동은 아무것도 없던일이 되었다.

단장도 이것을 알았기에, 처벌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복수는 꼭 할 것이다...

두고보자 그 쥐새끼...

 

도마뱀의 특징인 그 눈동자에

검은 불꽃이 튀어 올랐다.

 

"어머 놀랐어? 

노크를 해도 대답이 없길래, 그냥 들어와 버렸는데"

 

결의를 가슴에 숨기고 복도를 나아갈 때,

그의 귀에서 여신처럼 숭배하는 카리아의 목소리가 울렸다.

 

 

 

*

 

 

 

"제가 부족한 거 같아서, 이런 표정을 보여 보렸내요?"

 

헤르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카리아에게 화답했다.

그녀는 여전히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서있었다.

 

"그럴리가 없지. 네놈처럼 부족할 게 없는 사람이 그런 표정을 지은다고?

무언가를 걱정하는 표정이군. 문장교도 때문인가?"

 

반은 맞는 말이였다

 

카리아도 지하신전의 문장교도를 보았었다.

그렇다면, 나와 같은 염려를 안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

갈라이스트 왕국의 반란이 이곳으로까지 번지지 않을까

 

"맞습니다. 그들은 앞으로 위협적으로 변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 보다는..."

 

순간 헤르트의 입이 멈추었다.

헤르트는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정체를 말해도

좋은 것인지 고뇌했다.

 

헤르트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 질려버리고 말았다.

내가 고민을 하다니... 정말 나답지 못한거 같다.

이 감정은 대체 뭐라고 하는 걸까

 

이제까지 나는 정의와 선의로 가득찬 백색 공간에서 살아왔다.

거기서 벗어나는 것은 모두 악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백색 공간에 탁함이 번진 계기는 무엇일까

 

깊게 생각할 것도 없다.

헤르트의 머리 속에 녹색 옷의 모험자가 떠올랐다.

 

그는 도대체 무엇일까?

정의,악,아군,적... 어느 하나 명확히 구별되지 않았다.

이런 부류는 처음보는 것이였다.

 

"...당신의 동료였던 루기스라는 모험자가 있었잖습니까.

그 어딘가 이상한 분위기가 잇는"

 

카리아의 눈동자가 순간 꿈뜰했다.

 

"저는 솔직히 그를 잘 모르겠습니다.

악랄하게 처신해놓고도 

스스로 죄를 뒤집어쓰면서 까지

빈민굴을 구하려고도 했습니다.

정의일 수도, 악일 수도 어느 하나 명확히 구별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은 그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말에 카리아는 가볍게 어깨를 움츠렸다.

그리고 그녀는 손 끝을 공중에 가볍게 흔들면서

 

"대책없고, 모험주의이면서, 어리석은 자이다.

하지만 흥미가 생겼다면, 직접 가보러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헤르트의 황금빛 눈동자가 반짝였다.

카리아는 얼굴에 아름다운 선을 그린 듯한

미소를 띠고 천천히 그 입술을 열었다

 

모든게 놈의 뜻대로 되는 건 전혀 재미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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