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6화 - 복음 전쟁 - 본문
성벽도시 갈루아마리아 대문의 상부
때는 밤, 큰 성문은 굳게 닫힌채,
아침 종이 울리기 전에는 누구에게도 열리지 않는다.
매우 견고하기에, 억지로 열리는 일은 없을 것이고,
내일도 앞으로도 미래에도 계속 그럴 것이다.
위병단의 망루도 제각각이다.
보초를 서는 일 만큼 따분한 일이 없다.
물고기가 헤엄치지 않는 호수에서
물고기를 노리는 악당을 보고하라는 격이다.
이미 아무 의미 없어진 일,
그건 바로 파수꾼 이였다.
시간과 체력 낭비, 그리고 지루한 나날이였다.
그런 파수꾼의 귀에서
빈민굴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또 쓸데없는 일로 법석을 떠는 거겟지.
그래, 이 울분은 내일 저 쪽에서 풀어주마.
파수꾼은 살짝 뺨을 징그럽게 들어올렸다.
*
때맞춰 갈루아마리아 대문 부근에
어둠에 숨어있는 일당이 있었다.
긴 머리카락을 흔든 한 소녀가 한숨을 내쉬든 소리를 굴렸다.
"저 쪽은 잘 해결된 것 같습니다.
과연 용자는 예상대로 우수했습니다."
빈민굴에서 울려 퍼지는 음성을 귓전에 받아들여,
은빛 손을 가진 성녀 마티아는 조그맣게 턱을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면 큰 기대는 없었다.
빈민굴도 잘 안되면, 화장터로 만들 생각이였다.
뭐가 됐든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왔기에 상관은 없었다./
"당연하죠. 루기스가 실패한다면, 세계는 이미 글러먹은 거에요"
곁에서 검은 머리의 여자가 맞장구치며 말했다.
살짝 눈을 가늘게 뜨고 라르그도 안에게 시선을 보냈다.
이 여자는 루기스와 같이 있던 피에르트 라는 사람 이였다.
그 쓸데없이 혀와 머리가 도는 남자는
이 여자를 인질로 보낸건가? 기특한 사람이다.
...하며 마티아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안을 이 곳으로 돌려보내라고 전했지만,
설마 이 여자까지 따라올 줄이야 예상 밖이였다.
마티아라는 여자는 자신이 계산이 틀리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는 여자 였다.
이상에 도달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최초로부터 자신의 계산이 어긋나는 것은
받아 들이기 어려웠다.
"안심하세요 성녀 마티아, 그녀가 우리를 방해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특히 영웅 루기스님을 거역하는 일은 하지 않으실 겁니다."
마티아의 우려를 나타낸 얼굴을 본 안은 달래듯 중얼거렸다.
그 말에는 자신이 피에르트를 데리고 와버린
꺼림칙함도 담겨 있었을 것이다.
안에게는 틀림없는 신용을 두고 있었기에,
마티아는 무덤덤하게 그 말을 받아들였다.
피에르트라고 칭하는 여자는
루기스라는 이름을 중얼거릴때마다,
가슴을 두근거렸다. 사모하고 있는 사이인가?
피에르트가 어디까지 그를 바라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사모하는 감정은 때로 신앙이 되고, 장님으로 이어진다.
마티아는 신앙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매우 편리하고 위험하다는 그 양면성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피에르트를 아예 내버리거나 받아들이긴 어려운 선택이였다.
뭐, 자기자신도 그 신앙을 품으면서도,
그것을 이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으니까
마티아의 눈 앞에는
신앙의 전사들이 그녀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엷은 입술로 마치 축사를 전하듯,
반면 성 안의 적들에게 저주를 전하듯이 마티아는 입을 열었다.
"일찍이 우리 신은 무지한 우리에게 말했다.
우리는 오직 모든 것을 운반하는 자이며,
지혜를 기르고, 스스로 고민하고, 스스로 의지로 결정하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 그게 신의 뜻이다."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 빛을 발하는 목소리 였다.
엄숙하고 귀에 조용히 울리는 음색
"모두 눈이 있다면 보고, 귀가 있다면 들어라.
우리의 가호는 우리 손에, 그리고 결정은 우리의 의지에!"
낭랑하게 들리는 단어들, 어딘지 노래하듯이 하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 가슴속을 고양시키는 듯한 말투 였다.
피에르트도 그 검은 눈동자를 깜빡이며,
흥미롭게 그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과연 이것이 성녀다운 말씀인가 하고,
사람을 끌어모으는 카리스마가 이런 것인가 하고 말이다.
생각해보면 헤르트 스탠리도 비슷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구심력이라고 해야 되나...?
남들이 스스로 손을 내밀게 하는 사람을 끌어모으는 재주가 있었다.
마티아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저 배덕의 도시를 보아라!
그들 대성교는 우리의 신앙과 성지를 짓밟고,
심지어 그 잘못된 믿음으로 모든 것을 신에게 위임하고 있다.
주님은 말씀하셨다. 넓은 바다에서 노를 젓는 것은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다!
모든 것은 우리의 뜻대로 결정하라고 말씀하셨다!"
성녀라고 불리는 여자의 눈동자가 신앙에 어른거렸다
대성교의 교의는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은
신에게 이양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고,
모든 인간이 지복을 얻는 방법이였다.
그런 생각은 문장교도인 마티아에게는
받아 들일 수 없었다
그녀의 말은 열을 붙여가며 어둠을 달려갔다.
"닻을 올려라! 배는 이미 나왔다!
지금부터 치러지는 것은 성전이 아니다.
단지 우리의 의지와 우리의 행동을 위한
우리의 전쟁일 뿐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성녀의 목소리에 부응하고 추종하는 것처럼
목소리의 덩어리가 암흑 속으로 발원되었다.
이제 그녀의 눈동자에는 사랑스러운 마리아의 모습만 비추었다.
마리아는 저주가 걸려있는 듯 했다.
눈동자의 어두운 반짝임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마티아가 창을 하늘로 치솟았다.
그것은 하늘에 기도하듯이,
그리고 하늘에게서 반역을 지시받듯이,
창 끝에서 섬광이 반짝였다.
그 섬광은 역사의 전환점이 시작됬음을 알렸고,
그것은 복음 전쟁이라고 불리는 문장교도에 의한 반란이,
그리고 성벽도시 갈루아마리아의 공방전의 시작이
일어날 것임을 알리는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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