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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2화 - 나란히 선 두 영웅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3장 복음전쟁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2화 - 나란히 선 두 영웅 -

개성공단 2020. 2. 24. 11:49

칼에서 떨어져 나온 은가루가 

밤의 어둠 속에서 떨어져 나갔다.

 

시퍼런 칼날이 내 오른쪽 어깨에서 번쩍 빛나고,

그것을 쫓아내듯이 나이프의 은이 하늘을 찢었다.

 

그것은 나에게는 혼신을 담은 일격이였지만,

헤르트 스탠리에게는 단순한 일격일것이다.

 

하지만, 녀석의 일격을 막기 위해서는

나는 힘을 억지로 쓸 수 밖에 없었다.

무기의 차이도 있었지만,

큰 역량의 차이가 나와 놈의 사이에 존재 했다/

 

칼의 손잡이가 삐걱삐걱 흔들렸다.

 

'키잉'

 

철과 철의 접합음이 조용히 울렸다.

주위의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 아니 느끼지 못할 수도 있었다.

나 자신은 결투 이외의 것에 눈을 돌릴 생각도,

귀를 기울일 생각도, 도저히 할 수 없었다.

 

작에 숨을 내쉬고, 눈동자를 가늘게 만들었다.

 

이전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는 없었다.

이 쪽의 작은 칼을 살린 검술은,

모두 헤르트에 의해 막히고 있었다.

 

즉, 칼의 이점을 살린 전술은 

도저히 의미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것이였다.

 

원래대로라면, 상대가 칼을 다루는 순간,

그 순간에 틈을 찾아내 일격을 가하는 것이 방법이긴 하지만,

나의 연격은 헤르트의 검 사이를 다루는 정밀함이나

날카로움을 가지지 못했다.

 

물론 카리아의 검일지라 하더라도,

헤르트의 틈에 칼을 꽂아넣기는 힘들 것이다.

 

어쨌든, 조금이라도 상대의 시간을 깎기 위해

희미해진 어둠 속에 은의 일선을 날렸다.

 

'컁'

 

팔을 옆으로 크게 휘두르며, 헤르트의 옆구리를 향했다.

 

그대로 한걸음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 순간 마치 호흡을 맞춘 듯한 타이밍에

하늘을 가르는 듯한 소리가 났다.

이게 무엇인가 깨닫고 나면,

헤르트의 시퍼런 칼날이 나를 막아낸 것이엿다.

 

그것은 이해를 할 수 없는 반응 속도였다.

나의 움직임을 판별하고, 손끝과 무릎의 움직임을 보이는 순간에,

헤르트는 나의 몸 쪽으로 시퍼런 칼날을 날렸던 것이다.

 

이제는 신체 어딘가를 다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게 없는 것이였다.

 

나의 손목이 무리한 사용에 항의를 하듯이

힘줄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전했다.

 

헤르트의 시퍼런 칼날을 막아내기가 점점 힘들어 졌다.

엄지손가락에선 피가 뿜어져나왔고,

옆구리에 이어 손도 점점 상태가 나빠져갔다.

 

"루기스 씨, 검을 내리는게 어떨까요?"

 

"이런 일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또 말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헤르트의 말을 잡아먹듯이, 그렇게 말했다.

헤르트가 말을 멈춘 것을 보니, 정곡을 찔린 듯 했다.

 

"그럴 수는 없어.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너의 적이기 때문에

너와 상종 할 수는 없어.

그렇다고 네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러면서 두 개의 은빛을 어둠 속으로 날렸다.

 

나는 정말 한심스러운 사람이다.

사실, 헤르트는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가슴을 쥐어뜯을 정도의 증오도, 미칠 것 같은 부러움도,

전부 나의 이기적인 마음에서 나온 것이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여기서 네놈의 재주에 굴복해버린다면,

나는 옛날과 아무것도 변한게 없을 것이다.

 

이를 세게 물었다.

식도에서 새는 한숨이 열을 띠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대로 가다간 죽는다.

헤르트의 시퍼런 칼날이 나의 머리를 도려내는

그런 처참한 광경이 머리 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본능이 의지를 비틀고, 죽음이라는 두려움이 머리를 짓눌렀다.

 

폐가 움찔한 것처럼 숨이 찼고,

등줄기와 이마를 땀방울이 핥았다.

 

헤르트는 지난번 결투에서 보았던 흉포한 얼굴로

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감입니다. 루기스 씨, 솔직히 저는 당신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보다는 흥미가 가득차 있었습니다.

당신이 다른 길로 갔더라면, 저와 당신은 좋은 친구가 됬었을 것입니다."

 

헤르트는 흉포한 빛을 띤 눈동자를 더 이상 억제하지도 않으며 말했다.

그가 한발짝만 디디면 어떠한 술책을 부리더라더,

나의 몸은 양단될 것이라고 머리 속은 말해주고 있었다.

 

친구? 뭔 개소리를 하는거야

다른 길로 갔더라면 친구가 돼 있었을 거라고?

헤르트가 농담을 하지 않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건 진짜 개소리였다.

 

"뭔 개소리야 그건, 그런 일이 이루어 질거 같아?"

 

공기가 떨릴 정도의 전율 속에서,

가벼운 어조로 대답했다.

 

그것은 시간을 벌기 위함도 있었지만, 진심이라는 의미도 있엇다.

 

"내가 너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이렇게 적이 될 수 밖에 없어.

그렇지 않으면, 나는 단지 너를 올려다 보게 될 뿐,

엎드려 누운 채 비참한 길을 다시 걸을 수는 없어"

 

과거의 여정이 선명하게 눈동자에 그러져 갔다.

 

헤르트를 그저 올려다 볼 수 밖에 없었던 자신.

그 검술에 압도되어 손을 뻗지도 못하고,

자신의 부족함에 바보같은 체념마저 느끼고,

여자들이 끌리는 것도 당연하다고,

자신의 혀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저건 천재이기에 당연한 거라고...

 

아아, 이제야 알았다. 나는 병신이였어

 

나는 장부가 들끓는 증오를 느끼면서도,

악문 이가 부서질 정도의 질투를 품으면서도,

네놈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었던 것이다.

헤르트 스탠리, 그 방대한 재능, 

영웅 또는 용사와도 같은 그릇의 네 놈과...

 

헤르트는 살짝 뺨을 무너뜨리며

 

"마치 구면인 것 같은 말투내요

어쨌든, 이제 슬슬 결판을 내야겠죠?"

 

서로의 미소가 적잖이 겹쳐졌다.

 

나는 깨달았다.

운명의 여신인지 악마인지 그런것은 없다

 

나는 단지, 나 스스로의 의지로 여기에 선 것이다.

 

"아무튼 저는 스스로 믿는 정의와 진실의 이치를 따라,

여기서 당신을 베겠습니다"

 

"멋지군, 전쟁터에서 스스로의 의지를 관철하다니...

아, 헤르트 스탠리. 

나의 야망과 영혼의 존엄을 위해

여기서 네놈을 죽인다."

 

그게 신호였던 것 같다.

 

희미해지기 시작한 밤의 장막 속에서

은빛과 시퍼런 칼날이 

서로의 목숨을 불태울 것처럼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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