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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3화 - 바라건대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3장 복음전쟁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3화 - 바라건대 -

개성공단 2020. 2. 24. 13:27

공간 뿐 아니라, 소리도 갈라버릴 것 같은 헤르트의 일격

시퍼런 칼날이 밤중에, 나의 옆구리를 절단했다.

 

그 일격에 호응하는 것 처럼,

오른팔의 나이프를 목덜미로 날렸다.

 

천재는 단번에 죽여야 한다.

두 번에 호흡을 허락한다면 나는 패배할거야

딘번에 녀석의 목을 절단시켜야 한다.

 

동시에 왼손에 잡은 칼을 헤르트의 시퍼런 칼날을 막도록

궤도를 비틀어 날렸다.

막을 수는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헤르트의 검의 궤도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좋았다.

 

한번의 호흡으로 이 싸움은 끝날 것이다.

과연 내가 이길 수 있을 것인가

 

'키이이잉'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기묘한 혼성음이 들렸다.

 

헤르트의 시퍼런 칼은 나의 옆구리 통해 내장을 도려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칼을 막으려고 하던 왼손의 칼은

막기는 커녕 부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오른손의 칼은 그의 목덜미 가죽 한 장

도려내지 못했다.

그 전에, 나 자신의 몸통이 양단되어 절명할 지경이였다.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

 

 

 

깊은 밤 속에서 카리아는 황홀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공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은의 장검이 쥐어져 있었고,

루기스가 위기 상황일 때, 들이닥칠 예정이였다.

 

하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카리아는 저들의 광경을 보자, 

은빛의 커다란 눈동자를 흔들리기 시작했고,

하얀 뺨은 주홍빛 마저 띠기 시작했다.

 

루기스의 은빛 칼날, 헤르트 스탠리의 백날

두 사람의 무기가 마치 선율을 그리듯 어둠을 갈랐다.

그러나 루기스의 상태는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앗, 하는 사리에 목이 베어질 것 같은 기색이였다.

 

그런대도 카리아는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기쁨에 가까운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다.

 

저 루기스라는 남자가 문장교도 편에 서서

칼을 휘두르고 있다.

자신의 의지로 말이야

 

아아, 이보다 더 환희할 일이 있을까

루기스는 나를 위해서 싸우고 있는거야

피에르트라는 마법사도 어딘가에서 이 싸움을 지켜보고 있겠지만,

이 싸움만은 그 여자가 아닌 나를 위해서 싸우는 거야

 

카리아의 심장이 멈추지 않았다.

물론 위급한 상황일경우

헤르트의 목을 뒤에서 베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루기스가 목숨을 다해 칼춤을 추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였다.

 

루기스의 검술은 아직 미숙한 면이 있다.

걸음걸이도 강자의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은 아직 약자의 자세.

그 천재와 맞서서 도저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그것을 알면서도, 할 수 있는 것은 

목숨을 걸며 싸우는 루기스를 향해 경의만을 표할 뿐 이였다.

 

결투는 점점 끝나가는 것으로 보였다.

루기스에게 불리한 것만 같았다.

 

여기서 루기스가 죽는다면,

그때는 나도 운명을 함께할 것이다.

그것이 그를 이 전쟁터에 데려온 나의 의무,

루기스에 대한 가장 큰 경의의 표시이기 때문이다.

 

카리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하지만, 바라건대

 

그 순간, 카리아는 눈동자를 가늘게 떴다.

잠시도 시선을 돌리고 싶지 않은 공방임에도 불구하고,

햇빛이 눈동자를 가리려하고 있었다

 

 

 

*

 

 

 

등이 햇빛의 따뜻함을 느꼈다.

 

태양이 밤의 장막을 찢고,

간신히 무거운 허리를 들어 그 위광을 나타냈다.

한 남자가 햇빛을 등지고 서있었다.

 

황금의 남자가 햇빛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몸통을 갈라야 할 시퍼런 칼날의 기세가 멈췄다.

옆구리를 베었음에도, 내장에는 이르지 못했다.

 

오른손아, 움직여야 해

이 자리를 제외하고는 이 남자의 몸통을 벨 날은 오지 않을 거야

여기서 죽이지 않는다면,

반드시 이 녀석은 또 살아날거야

 

그 순간, 남자는 오른쪽 어깨에서 통증을 느꼈다.

 

루기스의 오른손검은 목을 강타하지 못했으나,

궤도를 돌려서 헤르트의 오른어깨에 적중 했던 것이다.

 

헤르트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비틀며 칼을 튕겨냈다.

한 동안은 손을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저의 라이벌, 루기스 씨"

 

헤르트가 그렇게 말을 흘리면서,

도망갈 수도 없는 나의 머리맡에 시퍼런 칼을 내리쳤다.

햇빛이 칼날을 반짝이고 있었다.

 

바라건대 이 손에 다시 한번 검을...

 

 

 

*

 

 

 

피에르트의 비애에 찬 오열이

바람에 섞여 허공을 날았다

 

반복되는 목숨을 건 공방.

그 칼날이 맞부딫힐때마다, 피에르트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 했다.

그는 또 무리를 하고 있었다.

 

포기하거나, 도망가거나, 상관 없이 하면 될텐데

...그녀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그렇게 된다면 하루하루

아래를 향한 채 살아가며 눈을 내리깔아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루기스라는 남자는 그런 것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나 처럼 평범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잃을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나의 이상적인 존재였다.

 

그래서 그런 그이기에 

피에르트 볼고그라드는 그를 황금으로 만들겠다고

스스로에게 결정했다.

 

그런데 그런 루기스가 지금 내 손에 흘러내리려고 하고 있다.

 

그녀는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여기서 무기를 들고 루기스를 도울 수도 없고,

마법으로 지원을 할 수도 없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

 

피에르트는 눈물을 글썽이며 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이건 마법이 아니라, 그저 기도 였다.

아무 의미도 없을지 몰라도,

그녀는 이게 의미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틀림없어, 

내가 그에게 검을 박고,

그를 주조한 장본인이니까 말이야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검을 내리치려는 헤르트를 앞에 두고,

피에르트의 말이 조금 공간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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