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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5화 - 새겨진 이름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3장 복음전쟁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5화 - 새겨진 이름 -

개성공단 2020. 2. 24. 17:58

푸르스름한 대검이 햇빛을 반사했다.

그 대검이 루기스의 목을 겨누며, 하늘에서 뛰어 올랐다.

 

도마뱀이라고 불리는 눈동자가

핏발이 선채 루기스를 응시했다.

증오의 대상을 바라보는 것 처럼,

그는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턱이 뻣뻣할 때마다 가슴속까지 긁어버릴 정도의 분노가 일었다.

말을 할 때마다, 참을 수 없는 증오가 날아올랐다.

언젠가 그 남자를 죽이겠다고

복수의 칼을 박박 갈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서 끝낼 수 있다.

...하며 도마뱁의 뺨이 일그러지며 살짝 웃음을 지었다.

 

복도에서 몰래 들었던 

헤르트와 카리아의 대화에서

자세한 내용은 듣지 못했지만,

확실히 하나의 말을 들었었다.

 

루기스라는 모험자가 문장교도의 습격에 나타난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도마뱀은 뺨이 당길 정도의 미소를 지었다.

여신님께서는 나에게 복수와 응징의 기회를 주시는구나

그래서 젊은 대장이 하는 말을 전적으로 긍정하고,

전장에서는 녹색의 옷을 찾기를 주력했다.

 

모든 것은 자신의 치욕을 씻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도리를 위해서

 

부유한 자는 선천적으로 부유한 자이며,

가난한 자는 선천적으로 가난한 자이다.

그 역학관계가 역전 되어서는 안된다.

하인이 상위자에게 칼을 겨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녀석이 나타났다.

그 녀석은 대장인 헤르트에게 칼을 겨누고, 상처를 입혔다.

그것만은 칭찬 해주고 싶군

만약 그 젊은 놈이 죽는다면, 내가 대장이 될 수도 있고 말이야

아무튼 네놈은 이것으로 끝이다

 

현재 상대는 만신창이.

움직이는 것 조차 쉬워보이지 않는다

비겁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냥 쥐새끼하나 죽이는데 비겁하다 뭐다 말할게 있겠는가?

 

도마뱀이라 불리는 부대장이 다음에 본 것은

대검에 의해 목이 베인 루기스의 모습이 아니였다.

만전을 기했을 대검의 일격이 은빛에 가려지는 광경이였다

 

 

 

*

 

 

 

은빛의 검이 선율을 연주하는 지휘봉마냥

경쾌한 소리를 내며, 대검을 두동강 냈다.

 

대검을 두동강해 놓고도 카리아의 장검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도마뱀의 머리를 향해 검을 날렸다.

 

그것은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였다.

도마뱀의 머리는 장검에 격파당하며,

머리속의 뇌장을 흘러내렸다

 

그 뒤뚱거리는 눈동자가 카리아를 바라보며 절망의 목소리를 흘렸다.

 

"당신... 왜.... 어째서..."

 

카리아는 그에게 경멸의 얼굴을 띄며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싸움에 대한 경의도 모르는 병신에게는.

지옥의 문지기에 소개장을 써 준건데 왜?"

 

그 가는 손목을 비틀자

은장검이 머리 속을 휘저어 댔다.

 

그렇게 여기에 있는 것은

나와 카리아와 그냥 시체

이렇게 셋이 남았다

 

눈동자를 모멸에서 고양으로 바꾸면서

카리아는 루기스를 바라보았다.

 

"위험할 뻔 했네.

자 루기스, 이제 돌아가는 거야"

 

발밑에 드러누워 있는 시체를 피하며

카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전부 까발린 거였냐..."

 

그의 말에, 카리아는 등줄기를 약간 떨기 시작했다,

 

루기스의 의심이 어느 정도 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약간의 의심인지, 아니면 진실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적어도 루기스는 이번 사태에 대해 

내가 개입을 했다는 것에는 확신하고 있는 듯 했다.

 

게다가 진실에 얼마나 가까운지 몰라도 

자신의 개입이 사실인 이상 카리아는 그 질문을 부인할 수 없었다.

 

여기서 부인하는 것은, 그녀 자신의 긍지가 허락 하지 않는 거였고,

여기서 허언을 내뱉는 것은, 자신을 신뢰해준 루기스의 경의를

짓밟는게 되버린다. 

 

카리아는 말을 고르며, 입을 움직였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나는 우리가 최고가 되게 하겠다고 맹세했다.

아무튼 최상의 결과가 이루어진 것 아니느냐?

자, 내가 특별히 승리의 포옹을 해주겠노라"

 

살짝 떨리는 눈썹과 입술을 감추면서

카리아는 루기스의 몸을 꽉 껴안았다.

그의 온몸에 힘이 빠진 탓일까, 루기스의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카리아는 그것만으로도 매우 기분이 좋았다.

은발이 감정을 드러내듯 출렁였고,

그녀의 마음 속은 기쁨과 불안이 서로 녹아들며 마음속을 채워나갔다.

 

가늘고 하얀 손가락이 그의 등에 박힐 정도로

카리아는 강하게 루기스의 몸을 끌어안았다.

루기스가 다음 말을 할 때까지 말이다.

 

카리아는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을 이뤘다고 믿었다.

 

당초 예정대로 문장교도를 적으로 삼고 그 수괴를 베었다고 해도,

세계는 결코 루기스를 인정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소량의 영예를 얻을 지언정, 공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귀족도 기사도 아닌 그저 평범한 자에게

공을 바로 인정하는 곳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카리아는 그를 변혁의 소용돌이로 내던졌다.

 

지금도 카리아는 이 선택이 최선책이라고 믿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루기스가 영광의 길을 걷게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였다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루기스가 받아 들일지는, 별개의 이야기다.

 

카리아의 손가락 끝에 두려움이 엄습했다.

 

이런 일은 원치 않았다고 거절 당하지 않을까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를 설득할 수 있을까

그가 나를 부인할 때, 나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것이 카리아에겐 매우 두려웠다

 

얼마 남짓한 시간이

카리아에게는 매우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바람이 불면서 천천히 루기스가 입을 열었ㄷ다.

 

"에휴, 우리 기사님은 내 뜻대로 움직여 주질 않는군

하지만, 나쁘진 않아.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왔는 걸?

그런 너인줄 알고 나는 너에게 이 임무를 맡긴거야"

 

그 목소리는, 여태까지 루기스의 입에서

들어본 적이 없었던 목소리 였다,

지금까지 짊어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하나 내려놓은 것 같은, 해탈한 그런 목소리 였다.

 

"결과는 예상 밖이지만 괜찮아. 왠지 묘하게 상쾌한 기분이야"

 

루기스는 그 말을 끝마친 후, 온 몸에 힘이 빠진 듯

카리아에 몸을 기댔다.

 

카리아는 루기스가 자신에 몸을 기대자,

황홀한 표정에 빠진 듯, 표정이 풀리는 것을 막지 못했다.

오히려,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이 다행일 수도 있었다.

그녀의 가슴속은 환희를 일절 주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군, 역시 내 선택은 틀린 게 아니였어.

 

루기스가 결과가 뭐라하든 그녀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녀는 루기스가 자신에게 감사의 말을 행한 것에

매우 기쁘게 받아들였다.

카리아의 은빛 눈동자가 떨리면서 가늘어졌다.

 

네놈이 영광으로 이르는 길을 포장해주겠다.

하지만, 그 대가로 너도 합당한 것을 내놓는게 도리이겠지?

...하면서 그녀는 공기 마저도 떨게할

냉정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슥, 하며 

루기스의 손에서 좀처럼 멀어지려고 하지 않는 검으로 시선을 옮겼다.

헤르트 스탠리와의 결투 중에,

마치 공간에서 떠오르듯이, 루기스에 손에 나타난 그것

 

카리아에게는 이 물건에 조금 짐작이 갔다.

 

빈사의 루기스를 구하기 위해,

지하신전에서 그의 몸에 박은 선조 대대의 보검.

그 이외에는 추측할 수 없는 물건 이였다.

 

카리아는 그 아름다운 보라색 검에 

새겨진 이름에 무심코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더니,

다음 순간에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이름은 일찍이 새겨져 있지 않았을 것이다.

단정할 수 없지만, 이 이름은 루기스에 어울린다고 새겨진 것일까.

바보같은 생각이긴 하지만, 

허공에 뜬금없이 칼이 나타난 것보다는 현실감 있는 생각일 것이다.

 

거기에 새겨진 이름은...

 

'영웅을 죽이는 자'

 

정말, 네놈다운 불행한 이름이라고,

카리아는 은빛 눈동자를 가늘게 떴다.

 

그리고 그를 한층 강하게 몸을 끌어안았다.

이쪽으로 비뚤어진 표정을 붙이며 달려오는,

피에르트인가 뭔가 하는 마법사에게

나야말로 이 자의 소유자임을 보여주도록 말이다.

 

 

 

*

 

 

 

복음전쟁, 그 서막인 갈루아마리아 공방전의 승리는

문장교도의 손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함락이라고 존재하지 않았던 그 도시는

전설과 함께 이 떼부터 사라졌다.

 

이 함락이야말로 주변 국가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끌고 가는

악마의 사건이 되었다.

하나의 반란 또는 분쟁으로 끝나는 것으로 한정되었던 이 전투가

대반란 또는 대전쟁으로 이어질 줄 누가 알았을까

 

이제 아무도 막을 수 없다.

닻은 올려졌고, 배는 폭풍우 치는 대해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돛도 그물도 빼앗겼고, 가야 할 뱃길은 모두 잃어버렷다.

 

이제 이곳에는 악도 없고 정의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고통받는 

서민의 원성과 승리를 자축하는 병사들의 목소리가 울릴 뿐이다.

 

그렇게 역사가 폭풍에 휩쓸리는 가운데

대성교에 두 개의 이름이 새겨졌다.

 

하나는, 성녀 또는 마녀라고 불리는 여자, 마티아

복음전쟁의 상징적 인간

 

신의 대리인 또는 사람들을 속이는 마녀라고 불리는 여자였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

또 다른 젊은이의 존재가 드러났다.

그 때까진 정식 역사에 존재하지 않았던, 한 남자

 

그 남자는 대성교 측에서 마티아 보다 더 밉살스럽게 회자되었다.

 

갈루아마리아의 시민의 신분이면서,

문장교도와 편을 먹은 반역자.

빈민굴을 무너뜨리는 벼랑 끝으로 선동한 악한자

 

대죄인,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 악마와 손을 잡은 사람.

그 자는 틀림없이 악마외 계약을 했을 거라고

 

물론 그 이름은 문장교도의 기록에도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대성교 쪽처럼 거창하지 않고,

지혜와 진실을 추구하는 문장교도 답게

그저 사실만을 늘어놓았다.

 

성벽도시 갈루아마리아 공방전에서 큰 공을 세운 사람

그의 이름은 루기스

 

제3장 복음전쟁 편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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