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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90화 - 인간의 심오함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8장 영웅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90화 - 인간의 심오함 -

개성공단 2021. 5. 26.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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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무기란 어떤 것일까 하고 어릴 적 생각한 적이 있었다

칼이나 창 같은 건 아무나 휘두를 수 있고
부랑자 중에도 칼을 들고 있는 놈은 있었다
게다가 어떤 무기를 가진 인간도
뒤에서 찔리면 죽게 되는 것이였다

이야기의 영웅을 동경하는 반면
어린 시절의 나는 무기에 지독하고 담백했다고 생각한디
무기란 것은, 흔들어서 찌를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카리아를 포함한 많은 영웅들과 만나
무기의 진수, 그 조각을 간신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시궁창 생쥐가 휘두르는 검과
영웅이 휘두르는 검의 차이
그것은 단 하나의 호기심에서도 읽을 수 있다
무구를 들고 뿌리치기 전 한 호흡
그 예리함마저도 영웅은 평범함과는 차이가 나는 것이였다




인간왕 메디크가 창을 쳐들고 요동을 쳤다
툭하면 칼끝을 내밀었을 뿐인 모습이
등줄기를 조마조마하게 만들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나 또한 아울러 마검을 들고 반 걸음을 내딛었다
그곳은 전율할 정도로 메디크의 시야 각
뺨에 추위가 아닌 저림이 느껴졌다




"인간끼리 서로 죽이는 건
최저로 비참하고 수렁이다
꼴 보기 싫은 걸, 좀 더 분발해야겠어"


"그건 나도 동감이야
이왕이면 우리 편에 있었음 좋겠는데"




서로의 말 한마디가 전장의 시작을 알렸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무기가 허공을 날았다

찰나. 눈깜짝할 사이도 없이
은색의 화살이 허공을 도려냈다
그것은 분명 창이였지만, 화살처럼 날아오고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손목을 돌려 창끝을 칼로 내리쳤다
쇠와 쇠의 접합, 맞물리는 소리가 설원에 울려 퍼졌다

단 한 합
손바닥에 전해지는 충격을 교환하며 서로 한발 물러섰다

그것은 이제 하나의 동의나 다름없었다
나도, 그리고 메디크도 지금부터
해야할 것을 한순간에 이해한 것이였다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겹쳤다
메디크가 창을 다시 겨누고
나도 허리께에 마검을 겨누었다



그리고 시선을 마주보며 서로 동시에 한 걸음을 내딛었다

순간 창과 마검이 신음하며 서로를 잡아먹듯, 소리치기 시작했다

2합... 3합... 눈 깜빡이면 13합...




창이란 본래 창처럼 찌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베기 위한 것
이를테면 패도에 가까운 무기이지만
아무래도 메디크의 것은 찌르기 위해
가공도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찌르고, 휘두르고, 베고...
3가지 방식은 항상 나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고
하나하나의 거동이 모두 살의와 잔혹함을 내포하고 있었다

나는 이제서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메디크의 호흡도, 발걸음도, 무기를 다루는 데까지

인간을 초월한 것이였다
역시 인간의 왕이라는 소리인가?

헤르트 스탠리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세련된 무기는 아니다
이것은 영락없는 아류의 무기

어쩌면 메디크 시절에는 무기라는 말도
아류라는 말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원시적인 폭력
샤드랩트가 미친 놈이라는 말을 알 것 같았다

무서운 일이었다
나는 그저 마검으로 계속 창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였다
나는 막는 척 하면서, 메디크와 목과 심장과 급소를 노렸지만
그는 바로 창을 휘둘러, 도약하며 그 참격을 막아냈다

이런 난격의 와중에서
그를 죽이기 위해선
보다 깊게 발을 디딜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메디크가 참격을 받아 거리를 잡았다
서로 약간의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고 있음을 거기서 깨달았다




"강인하고, 경약하고, 위협적이군
지금은 완전히 마성이 되어버린 것 같지만
너도 원래는 인간이였군, 움직임으로 알 수 있어
용케도 거기까지 성장시킬 수 있었던 건가?
그런데 어째서 마성 쪽으로 넘어간거지?"



호흡이 흐트러진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말 그냥 호기심에 메디크는 말을 고하는 듯했다
궁지에 몰린 초조도, 인간 특유의 고집도 없는 모습이
그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성에 넘어간 적은 없고, 지금도 인간이라고 생각하는데?
세계란 것이 워낙 엄격해서 말이야
인간인 채로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어
내가 재능이 없어서 미안하다"




그 앞에서 그다지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뭔가 그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그런 말을 하고 싶었다

사실 나같은 인간이 이 자리에 서려면 그냥 인간으로 있을 수 없었다
뛰어넘어야 할 것을 딛고 마력을 삼키고서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재능 없는 평범한 자에게 세계는 언제나 가혹했으니까

메디크는 굳어진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창을 고쳐들었다




"아니, 세계는 우리의 것
엄격한 것도, 상냥한 것도, 모두 우리들에게 달려있다
루기스여, 네가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잘못했을 뿐이지
우리가 네가 엄격하다고 생각되는 세계를 바꾸지 못했어
왕으로서 너를 구하지 못한 나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구나

    하지만 인간을 위해선 물러설 수 없다
그것은 절대적으로 확실하고 명확한 것, 적어도 괴로워하진 말거라"





순간 내 눈동자가 지고, 볼이 느슨해질 것 같았다
아, 그는 내가 알다시피 굉장히 영웅적이다
설령 시대가 변해도 그것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왕이면 적이 아니라 우리 편이기를 바랐다

창을 고쳐 든 순간 분위기가 바뀐 것을 느꼈다
메디크가 한발 더 간격을 둠으로써
우리는 서로간에 사이가 벌어진 것이였다
지금부터는 거리를 죽여 베어 쓰러뜨려도 그는 막을 것이다

하지만 등골을 도려낼 정도의 전율이 피부를 괴롭히고 말았다
내 목이 묘한 갈증을 호소하며 손끝이 언 것처럼 차가워지고 있었다

무언가가 오고 있다... 메디크의 존재가 그것을 실감케 했다

무섭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메디크가 강대하기 때문은 아니였다



지금까지 대마, 마인, 영웅. 많은 강자들을 상대할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의 이것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욨더

강자는 크든 작든 마를 지닌다
마성의 종류는 물론 영웅도 체내의 마력을 이용해
자연과 자신을 강인하게 단련하는 것
마법사도 엘프도 당연히 마력을 행사해 일을 이루는 것이였다

마는 모종의 힘의 상징이며
인간이 힘을 추구한다면 마에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눈앞에 보이는 인간왕에게는 마력다운 마력이 전혀 없었다

되살아났다면, 마의 기척이 있었을 텐데
무섭게도 그는 인간인 채로 있었던 것이였다

나는 그가 생전에도 이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수많은 대마, 마인들과 맞서 국토를 장악하고
그러면서도 누군가에게 죽음을 당하는 일은 없었다



인간의 왕이란 이런 것인가
마가 침범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

메디크가 고함을 치는 것이 보였다
창을 휘두르는 속도가 이젠 이상하게 느려 보였다

뭔가 어이없게 직감이 가는 것이 있었다
이로써 태고의 마성은 죽음을 당한 것이였다
마검이 순간적으로 칼끝을 위로 향해 내 몸을 보호하고 있었다




"초월 묘기, 정령 살해!"




내리치는 순간 창도 메디크도 시야에서 사라졌다
조그만 잔상조차 눈동자에 남지 않았다

그렇게 사고하는 것을 넘어서는 순간에
복부에 성대하게 피가 뿜어져 나왔다
입 안에도 피가 끓어 오른 걸 보면 분명히 내장이 다친 것일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는 데 몇 초가 걸렸다
사고는 항상 늦어지고 행동이 뒤따라오는 법
나는 순간적으로 상한 배를 지키려고 팔을 움직였다




"눈치가 빠르군, 심장과 목을 지킨건가"




등뒤에서 목소리를 듣고
메디크의 모습을 인식한 뒤에야
비로소 그의 창에 갈가리 찢긴 것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실감하면서도 정말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
방금까지 눈 앞에 있었음에도
어느새 자신의 등 뒤로 돌아서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고개를 돌렸을 때쯤엔, 벌써 다음 공격이 다가왔다




"나를 원망해라, 초월 묘기, 거인 살해"





소리가 파괴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을 말할 것이다
마검으로 방어조차 늦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한발짝 뒤로 뛰어오른 것이 유일하게 최고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도망칠 수 없었다

오른쪽 어깨가 통째로 부서지고 살이 튀어 뼈가 도려졌다
피는 이미 본래부터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그의 창은 나를 하늘로 솟구치게 하고, 땅으로 내던져 주었다

그 창의 일격은, 맞서는 것이라면
지고의 마검일지라도 쳐부술 만한 심오함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살아남은 것은 순전히 행운 이외의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래, 심오하다
인간 그대로 왕이 되어 영웅이 된 그만이 가진 인류의 극기

대기이자 빛으로 일컬어지는 정령을 죽이려면
빛과 같은 속도가 필요하며, 만물을 파괴하는 거인에게는
똑같은 파괴로 맞서야 하는 것이였다

나는 세차게 대지에 내동댕이쳐졌다
충격으로 폐가 이상해졌는지 숨 한번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그....으, 그런 말이였군...."




나는 오열을 흘리면서
샤드랩트가 인간 왕의 위협에
특히 민감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왜 그녀가, 나와 합류했는지도...

인간왕 메디크는 영락없는 마의 대적이다
마를 무조건 압도하는 자

이를테면 인류 정의의 절대적인 자라고 할까
인류의 생존을 정의로 내세우는 것이라면
그라는 존재는 틀림없이 옳을 것이다



"...이젠 도망가기도 틀렸군"




나는 마검을 왼손에 든 채 억지로 일어섰다
땅에 떨어지면서 부러진 뼈가 살에 박힌 것인지
아니면 배의 상처가 퍼진 것인지 혈액이 손을 덮어갔다

메디크는 후련하게 날려버린 나를 따라잡고 있었다
그는 정면으로 날 응시하며, 양 다리를 강하게 짓밟았다.




"미안하다, 괴롭힌건가"


"괜찮아, 의외로 기분은 나쁘지 않아
역사의 영웅과의 일대일 대결이니까 말야
오히려 다치지 않는 것이 거짓말이겠지"




나는 피를 입속에서 뱉어내 눈을 더럽혔다
그리고 창을 든 채인 메디크를 향해 호통을 터뜨렸다
목이 상했는지 숨쉴 때마다 통렬한 감촉이 느껴졌다

온몸이 피와 아픔에 젖어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싸울 수 있는 것은
내 몸이 이미 인간으로부터 몇 걸음 떨어져 버렸다는 증거겠지
그게 나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메디크와 같이 인간인 채로
높은 곳에 이른 존재에, 가슴을 태우는 것도 사실이였다
사실 지금 여기서 무릎을 꿇고 싶은 심정도 있었다

나는 왼손으로 마검을 잡았다
악력은 이미 돌아와 있었다





"그럼 계속해볼까, 인간왕?
나는 아직 쓰러질 수 없단 말이야"


"경악이다... 경악....
그리고 안타깝다, 네가 인간이였다면"


"말했잖아, 머리만은 인간이라고, 예나 지금이나"


"그런가, 하지만 나도 질 수는 없고, 양보할 수도 없다!




메디크의 무위조차 담긴 말에 절로 뺨이 흔들린다
역시 그는 인간의 왕이다

하지만 아무리 애타는 마음이 있었다고 해도
나는 이제 여기서 무릎을 꿇을 수는 없다

많은 인간들이 이 지점에 이르기까지 나를 살려 주었다
나를 평범한 자로 알면서도 인도해 준 녀석도
내 목덜미를 잡고 부축해 준 녀석도
나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 녀석도 있었다

그러므로 메디크가 인간의 왕이듯이
나 또한 그들의 영웅이 아니면 안 될 것이다
난 이제 생쥐도 아니고 하나의 인간도 아닐테니까

쉬운 일이란 없군...




"인간왕, 네가 양보할 수 없는 것처럼
나도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아르티아가 말하는 행복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악이라면
나는 나를 믿는 인간을 위해서, 너를 죽이는 수 밖에 없다!
넌 이제부터 나의 적이다!"


뱃속에서 마력이 배어나오는 것을 깨달았다
영혼이 마력을 먹고 인간을 떠나 마인조차 벗어나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대마 제브렐리스와 맞섰을 때의 감촉이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솟아나오는 마와는 달리
나의 머리 안에 퍼져 있던 의지는 단지 하나뿐




"도무지 모르겠군, 기막힐 지경이야
왜 너 같은 게 나의 적이라는 것이냐"




미간을 찌푸리면서 메디크는 상대 창을 세웠다
다조금 전 이상으로 긴박한 공기가 주변을 덮고
서로의 시선이 곂친 것과 동시에...




용의 포효가 귓전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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