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28화 - 성녀의 오열 - 본문
날카롭게 칼로 찌르는 듯한 두통이 왔다
그 두통은
맞에서 루기스를 보았을 때부터
멈추지 않았던 그 고통이였다.
알류에노는 주어진
영주관사에서 조금이라도
통증을 완화하려고
두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지금까지 이런 증상이 나타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고아원이든 대성당이든 가벼운 병이든
이번처럼 당돌한 두통을 겪는 일은 처음 있었다.
나의 뇌 속이 욱신욱신
도려내듯이 아파왔다.
아, 설마 아까의 광경이 원인일걸까
무의식적으로
알류에노의 눈꺼풀이
하나의 광경을 그려갔다.
루기스가 이름도 모르는 여자와
서로 껴안고 있는 광경을
물론 자신이 루기스의 삶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는것은 알고 있었다.
그가 어떤 인간을 좋아하든
누구를 싫어하든 알류에노는 칼날을
들이밀 자격이 없었다
게다가 알류에노는 자신의 기분조차
자세히 설명할 수도 없었다.
자신은 루기스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가
처음엔 소꿉친구 였다.
항상 옆에 있었고, 그것이 일상이였기에
특별한 감정을 가질 일이 없었다.
즉 가족 그 자체였다.
함께 있는 것이 당연했고,
루기스는 때론 악바리 동생으로,
때론 앞장서주는 오빠로
그런 가족 같은 존재 였던 것이다.
그것이 변화를 일으킨 것은
언제쯤이였을까
대성당에서의 가혹한 나날들이였나
고아원에서 보낸 둘도 없는 나날들이였나
아니다.
역시 그 마지막 날이였었다.
함께 약속을 나눈 날이
모두 바뀐 날이였음이 틀림없었다.
사람은 때때로 한 가지 추억만으로도
정신을 크게 변하시킨다고 알류에노는 생각했다.
적어도 내게 그 날이
바로 분기점이였다.
솔직히 당시 고아원을 나와서
모험자가 된 이후로, 전혀 돌아오지 않았던
루기스는 나를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었다.
모험자로서 찬란한 생활을 보내며
나 따위는 잊어버렸을거라고
하지만 그는 느닷없이 돌아왔다
나랑 떨어지게 서운하다고 말하며,
언젠가는 대성해서 나를 데리러 오겠다고
루기스는 그렇게 말해주었다.
어디까지나 제멋대로인 그 였기에
그 말을 들었을땐, 정말로 기쁜 감정이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 추억이 대성당에서의 버팀목이 되어주었고,
그 약속이 대성당에서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애,
루기스에 대한 또 다른 감정이
가슴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다는 것을
알류에노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흐물흐물하고 묘하게 점착질인
색으로 한다면, 확실히 검은색의 감정
그것은 따뜻하긴 커녕
얼어버릴 정도로 차갑고 어두웠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가슴속에 있었다
오히려 무서운 모습을 크게 만들어서
지금까지도 자라고 있었다
결국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니
다시금 두통이 밀려왔다.
이럴거면 그냥 대성당에서
도망쳐버리는게 나았을텐데
그렇게 했다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루기스와 만났을 지도 몰랐고,
어쩌면 함께 모험자로 지냈을지도 몰랐다.
그런 망상이 머리를 메우기
시작할 무렵,
한 가지 의심이 가슴을 스쳤다
정말 루기스가 문장교에 속해 있다고 가정할때,
내가 신의 계시에 의해 성녀 후보로 지목된 것은...
설마 대죄인 루기스를
이 손으로 벌하라고 보낸 것일까?
알류에노는 밀려오는 두통에
가는 손가락을 꽉 쥐었다.
그리고 그 아픔을 덮을 만큼,
아픔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검고 길쭉한 감정이 가슴을 찌르고 있는 것을
알류에노는 느끼고 있었다
*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지키는 것이라고
강철공주 베스타리느는 생각했다.
이를 위해 날마다 도끼를 휘두르며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훈련을 계속했으며
이 베르페인의 수호자로서
그녀는 군림해 왔었다.
때로는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며,
말을 듣지 않는 용병의 심장을 단번에 찌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경애하는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가 일군 베르페인의 영광을
지키기 위한 것이였다.
베스타리느는 자신의 방식이야말로 옳다고 믿었다.
베르페인을 지키는 것은 많은 백성과 용병을 지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행위가 많은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버님 실례하겠습니다"
베스타리느는 하루를 마치고
그 날의 성과를 보고하러
모르도에게 다가갔다
그것이 베스타리느의 일과였고
스스로에게 주는 포상이기도 했다.
항상 보고할때마다, 아버지는 무턱대고 칭찬했으며
그 칭찬이 있었기에
그녀 스스로가 이 길이 옳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였다.
이 부녀는 이 짓을 몇 년동안
계속하고 있었고, 오늘도 마찬가지 였다.
"오, 베스! 오늘도 잘했다. 역시 내 딸이야!"
아버지, 모르도의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가 울렸다.
부하에게는 들릴 수 없는 목소리이며,
오직 딸인 베스타리느에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 였다.
베스란, 베스타리느를 애칭으로 부르는 말
베스타리느는 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
무엇보다도 좋았다.
그 목소리로 애칭을 받는 것에 가슴이 뛰었고,
자신이 아버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에
너무나도 실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베스타리느가 철들 무렵에
이미 어머니는 유행병으로 죽고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지켜본 부모의 등은
늘 아버지의 몫이였다.
아버지는 용병 시절에 여러개의 상처를 만들면서,
반드시 베스타리느를 보러 왔었다.
용병들은 한치도 방심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간다
분명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는 수많은 고난을 이겨 냈을 것이다.
그런 그를 보며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언젠가 아버지께 도움이 되리라 하며,
그렇게 무언하에 맹세했다.
그 맹세의 결과가
지금 여기에 있는 베르페인의 강철공주였다.
몸에 걸친 강철은 수호의 증거였고,
그녀가 손에 쥔 도끼는
쳐들어오는 비열한 적을 타도하기 위한 것이였다.
"베스... 오늘은 부탁이 있어서 말이다
순찰은 조금 쉬었으면 하구나"
아버지의 그 말에
움찔, 하고 배스의 눈썹이 올라갓다.
아버지의 눈동자엔 비장하고도
할 수 있는 색이 떠올라 있었다.
무언가가 말을 신중하게 고르려는 눈치였다.
베스타리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혹시 내가 이상한 짓을 저질러 버린 걸까
내가 아버지께 민폐의 대상이 되어버린 건가
그 광경을 보다 못한
아버지의 측근이자
베스타리느의 감시역인 토르가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와서 입을 열었다.
"대화 중에 실례하겠습니다.
베스타리느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르도 님은 베르도님을 걱정해서 하신 말입니다.
어쨌든 지금 베르페인에는
모르도님의 골칫거리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토르가는 고개를 숙이며
우직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 솔직하고 정직한 말은 사람을 속일 수 없었고
때로는 사람의 마음을 두드리기도 했다.
모르도가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부녀 모두 토르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간단한 일입니다. 베스타리느님
모르도님의 고민거리는
낮에 당신에게 대든 부랑자...
그 놈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제 6 장『성녀 마티아』 편 완결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 > 제6장 성녀 마티아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27화 - 애타는 마음 - (0) | 2020.03.17 |
---|---|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26화 - 그 날의 약속 - (0) | 2020.03.17 |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25화 - 그의 거처 - (0) | 2020.03.17 |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24화 - 약탈자와 가희 - (0) | 2020.03.17 |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23화 - 나의 복음 - (0) | 2020.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