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51화 - 그녀들의 궤적 - 본문
다시 가도에 쇠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철과 철이 접합하여 스치는 냄새였다
전쟁도끼와 은검이 맞닿는 순간
카리아는 순간 손목을 돌려
은검을 옆으로 눕히면서
도끼를 위로 미끄러뜨리면서
그대로 받아 넘겨버렸다
받는 중압은 분명 밀어넘겼건만,
손가락 끝에서 스며나오는 듯한 저림이 있었다.
카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가슴속에 무언가의 감정이
끓어오르는 듯 했다.
그리고 카리아는 손목을 돌려놓은 채
전투자세를 위해 고개를 숙이며
몸을 회전시키며, 은검을 휘둘렀다
바람을 비트는 듯한 굉음이
가도에 울러 퍼졌다
강철공주 베스타리누
분명 그런 이름이였던 여자의
전쟁도끼가 땅바닥을 도려내었다
과연, 보통의 힘은 아닌것 같다
강철공주라는 칭호는 허세가 아니였던 것이다
이만한 근력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도시 제일의 용사가 될 만도 했다.
게다가 그녀는 커다란 도끼를
자유자래로 조종하는 기술도 있었기에
충분히 인재라고 부를 만 했다
하지만, 하고
카리아는 생각했다
공중도시 가자리아에서 보았던 원숭이는
그녀의 솜씨보다 훨씬 위였다.
그 원숭이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한때, 카리아의 등골을 서리게 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 여자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그 이상을 한번 잡아먹었기에
무릎을 꿇을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카리아는 은의 장검을 가로질러
도끼를 받아넘긴채, 다시 손목을 돌려서
칼끝을 베스타리누로 들이대었다
이제 베스타리누는 도끼를 떨어뜨린채,
자신을 지킬 방도가 없는 사냥감이 되었다
적은 용사다
틀림없이 쓰러뜨려야 할 인간
경의를 표해야 할 인간이다
그렇다면 업신여김이라는 수모를
주어서는 아니된다
여기서 그냥 못 본체하고
지나가는 것은 그녀의 정신을 짓밟는 것이다
이쯤에서 그녀의 머리를 깨버리자
그것이 전사에 대한 예의다
카리아의 은빛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그리고 그대로 은빛 칼끝이 하늘을 향했다
장검이 단두대 같은 향긋한 냄새를 풍기며
베스타리누의 머리 쪽으로 떨어졌다
피의 물방울이 모래먼지와 섞여서
바람에 흔들려 허공을 날았다
*
영주관의 약간 먼지 나는 한 방이
피에르트 볼고그라드에게 주어진 방이였다
아니, 그냥 연금시설로 부르는게 좋았다
그녀는 비치된 침대에 걸터앉으며
무심코 검은 눈동자를 깜빡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침대의 질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힐끗 눈을 흔들며, 문 쪽을 들여다보면
묘하게 단정한 자세를 보이는 병사가
이쪽을 응시하며 망을 보고 있었다
피에르트가 밖으로 나오려는 모습을
조금만 보여도 소리를 지를 것 같았다
그렇다면 창쪽을 주시한다고 해도
피에르트가 있는 방은
상당히 고층에 위치해 있었다
마법을 이용하면 어떻게든 탈출하겠으나
망을 보는 사람을 따돌리지 않고는 안되었다
솔직히 피에르트에게 지금의 사태는 의외였다
확실히, 영주인 모르도가 약간의 회의감을
가질 수 도 있는 것은 상정하고 있었고,
카리아와 떼어지는 것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기가 이렇게나
엄중한 감시를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대체 왜 이렇게 감시를 붙인걸까?
모르도가 엄청난 겁쟁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의심을 뼛속까지 쏟은 인간이라 그럴까
피에르트의 검은 눈동자가 약간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단지 여기에 머물러 도움을 기다릴 순 없다
언젠가는 루기스가 이곳에 올것이다
당연하다는 듯이 잠입해 올 수도 있고
어쩌면 정문에서 당당하게 들어 올 수도 있다
어떤 형태로든, 그가 어딘가에서 궁지에 몰린다면
머지않아, 이 곳에 도달하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루기스는 독특한 사고 회로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는 궁지에 몰릴 수록
사고가 마치 화염을 내뿜는
톱니바퀴처럼 세를 더 해갔다
간단히 해석하자면
주위에서 보면 극단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사고가 기울어진다
마치, 그 꼴은 저울 같았다
마지막 단계까지는
양 접시에, 무엇을 올려도
균형을 유지할 터였다
하지만, 마지막의 마지막에
계기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어떤 시점을 기점으로
루기스의 저울은 균형을 무너뜨리며
받침대를 끊어버린다
그것은 지하신전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변함없는 루기스의 성질이였다
그것 덕분에
우리들이 구원받아 온것은 확실하나
반면에, 걸핏하면
스스로 땅바닥에 몸을 던지려고 하기에
이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아무튼 루기스의 성질이 이번에도 작용한다면
틀림없이 이 영주관을 목표로 달려올 것이다.
그의 목적은 베르페인을 함락시키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자신도 맞이할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였다.
이런 곳에서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피에르트는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몸을 일으킨 후, 속눈썹을 깜빡였다
그리고 가는 손가락을 휙 돌렸다
그렇다,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찍이, 루기스가 자신에게 바라던 마법,
그것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그가 얼마나 실망했던가
그리고 나는 얼마나
나의 무능함을 저주했던가
이후 잠자는 시간마저 줄이며
연구를 계속했었고
마침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루기스가 알게 된다면,
그는 이를 드러낼 정도로 기뻐할거야
사고 유도의 마법, 우아한 꽃향기로
사람의 의식을 희미하게 빼앗는
그런 마법이였다.
피에르트가 가볍게 돌린 손가락에서
살짝 향긋한 꽃향기가 풍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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