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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신데마스 3화 - 아이 편 - 본문

웹소설/병든 이야기

병든 신데마스 3화 - 아이 편 -

개성공단 2020. 12. 7. 14:58

검은 머리가 토고 아이(23살)/하얀 머리는 류자키 카오루(9살)

치히로가 고백한지 며칠이 지났다

 

정작 그 당사자인 청년은 담당 아이돌인 아냐와 함께 무대 뒤에 있었다

 

넓은 무대를 빈틈없이 메운 팬들이 

그녀의 등장을 기대하는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반갑지면서도 무섭다

 

청년 앞의 그녀는 그의 옷소매를 잡고, 힘껏 놓지 않았다

 

아마 긴장했을 것이다

 

아냐는 이만큼의 사람들과 상대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

 

불안과 긴장 탓에 낯익은 청년의 소매를 잡는 것으로

안심할 수 있었겠지만, 무대에 서면 혼자

 

생각만 해도, 불안해서 무릎부터 무너질 것만 같았다

 

 

"아냐, Люблю тебя"

 

그녀는 귓가에 부드럽게 전해진

청년의 사랑의 말을 들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것은 그녀가 청년에게 속여서 알려준 말

 

"네! 저 열심히 하겠습니다!"

 

멋진 미소를 지으며

소매에서 손을 때고, 무대로 달려가는 아냐

 

그녀의 등이 멀어져 갔다

 

......아냐라면, 나 이외의 사람이 있어도 괜찮겠...지

 

청년은 가슴에 와 닿는 외로움을 달래기라도 하듯

무대 뒤로 황급히 빠져나갔다

 

동시에 그녀를 둘러싼 환호성을 듣고, 안도감을 느끼며 말이다

 

그리고 끝까지 곁에 두지 못한, 자신의 미숙함을 후회하며...

 

 

 

 

 

*

 

 

 

 

조금 전과는 달리 조용한 휴게실에서

청년은 눈 앞의 자판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차로 할까?

 

돈을 넣고, 페트병 차를 두 병 구입하는 청년

 

그는 자신의 아이돌이 무대를 마친 후

자신이 사온 음료수를 건네주던 것이 일상이였다

 

위로의 말과 함께 말이다

 

처음 맡은 아이돌에게 하던 일이

어느새 버릇이 되어버렸을 줄이야

 

두 개의 차를 꺼내면

입구 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프로듀서 잖아, 오랜만이야"

 

 

 

청년은 늠름한 목소리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황급히 입구로 시선을 옮기자

낯익은 아이돌이 천천히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아, 미안한데... 부탁할게 있어

쉬운 거야, 그 그리운 얼굴을 가까이서 보여주지 않겠어?"

 

"아, 아이!? 어째서 여기에!?

 

청년은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동요했다

 

 

 

토고 아이

 

 

그녀는 분명 이 무대에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장의 배려로 전에 맡았던 아이돌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그의 스케출과 겹치는 것을 피하도록, 일정을 짜주었을 텐데

 

청년은 만날 리 없다고 생각한

아이돌과의 갑작스러운 재회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여기서 도망치기엔, 조금 무례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에게 뭐라 우물주물할 기분 또한 아니엿다

 

그는 가벼운 고통과 함께

여기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에게 긴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고

어느새 그의 뺨에 얹힌 손이 타임 오버를 전달하는 것 같았다

 

 

 

"아, 요즘 사진으로만 봐서 서운했어

이렇게 당신을 직접 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매일매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어

네가 내 곁을 떠난 지, 벌써 1년이 지났내

.......외로웠어"

 

 

물기를 띤 눈동자는 청년을 곧게 응시하고 있었다

 

청년은 그 눈길에서 벗아나기 위해, 고개를 돌릴려고 해도

그의 뺨에 얹힌 손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여기서 만나다니, 정말로 행운이야

일단 내 분장실로 가도록 하자

갑자기 사람이라도 들이닥쳤다간, 곤란해질 테니까

모처럼 너와 함께 한 자리를 만에 하나라도 무너뜨릴 순 없어"

 

 

자, 가자

...하고 덧붙임과 동시에

그녀는 청년의 손을 잡고 분장실로 걷기 시작했다

 

청년은 차가운 페트병 차를 끌어안으며, 아이의 뒷모습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조금 길어진 머리가 보였고

그것을 본 청년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내 팔을 잡은 손은 이제까지 열심히 훈련해서인지, 단단해보였다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면서도

그것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함께 걷는 자신을 보고

나는 그저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자책하면서

청년은 과거 파트너의 손이 이끄는 대로 걸었다

 

 

 

 

*

 

 

 

 

안내된 분장실은 청년이 배정받은 방보다 더 넓었다

 

하지만 그것에 놀란 건 아니였다

 

청년이 보기에 이 방은 너무나도 눈에 익었다

 

그것은 눈 앞의 아이돌을 포함해

다양한 아이돌들과 이 분장실에서 보낸 적이 있었기 때문이였다

 

아이는 소파 구석에 걸터앉으며 손짓했다

 

청년은 아무 말 없이, 맞은 편에 앉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아, 거기 앉으면 테이블이 거추장스러워서 가까이서 얼굴을 못 보잖아"

 

"......지금은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이 정도가 딱 좋아"

 

"그런 슬픈 말 하지마, 아무 사이도 아니라니...

우리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말이야"

 

아이는 아무 사이도 아니란 말에, 화가 나 버렸다

 

그녀는 자신과의 관계를 알려주기 위해, 스스로 청년 곁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신의 행동에 아무렇지도 않고, 그저 고개만 숙이는 청년을 보고

그녀는 조금의 안도감을 느꼈다

 

미움 받고 있지는 않았구나

만에 하나라도 미움 받고 있었다면, 난 정말 자살할지도 몰라

 

그녀의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던 불안이 사라져갔다

 

정말 미움을 받았다면, 자신을 밀쳐냈을 테지만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 청년을 보며

역시 자신이 알고 있는 프로듀서라며, 안도감을 느끼는 그녀였다

 

 

"여기서 보면, 고개를 숙인 네 얼굴이 잘 보일거야"

 

 

그녀는 약간 새우등이 되어 들여다보듯이, 그의 눈동자를 보았다

 

청년은 시선이 마주치자, 무어라 고래를 돌렸다

 

 

쑥스러운가?

후훗, 귀엽내

 

 

"너와의 시간을 소중히 하고 싶지만... 나도 이제 곧 무대에 올라야 해서...

그래서 이 짧은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하고 싶어

협조해 줄 수 있겠어?"

 

"......아이는 왜 이 스테이지에 있는거야?

분명히, 무대에 오르는 사람은 네가 아니였는데"

 

 

질문을 질문으로 받아버려서

조금 기분나쁘게 할 수 있는 거였지만

그녀는 이것을 다른 뜻으로 받아버렸다

 

나에 대해 알고 싶어서 하는 질문일까?

 

그녀는 그렇게 해석하고선

스케줄 수첩을 가방에서 꺼내, 오늘의 예정을 보여주었다

 

거기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뭐야 그거?"

 

"사실 나 오늘 휴일인데 말야

다만 소속사 아이돌이 갑자기 열이 나서

내가 대신 뛰러 온 거야"

 

"아이만?"

 

"아, 다른 두 사람은 오늘 다른 일이 있어서..."

 

"......그렇구나"

 

 

저 하나 밖에 이 자리에 없다

 

그것이 청년에겐 구원이기도 했다

 

만약 다른 2명도 함께 했다면...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청년이였다

 

 

"뭐, 일단 그 얘긴 접어두고

요전에 재미있었는 일이 있었는데 말이야"

 

쿡쿡 미소를 짓는 아이는 소악마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요염한 자세로 청년의 턱을 만졌다

 

그는 그 손을 뿌리치지 못한 채, 그저 그녀만을 응시할 뿐이였다

 

 

"너를 빼앗아 간 사장을 얼마 전에 만났어

그래서 네가 오늘 여기 오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어

그래서, 너를 보기 위해서 오늘 여기에 온 거야"

 

너를 위해서야, 하고 덧붙이는 그녀의 말에

청년은 다시 한 번,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그런 그의 몸짓이 사랑스러웠는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어서 본제로 이야기를 옮겨야지

 

 

"연락처 가르쳐 주지 않겠어?"

 

"......왜?"

 

"왜냐니, 너 전화번호 바꾸었잖아

전화도, 문자도 그 날 이후로 연결이 안되고 있어

서운했어, 너가 날 스스로 밀어낼 줄은..."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듣고

청년은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하긴 전화번호도, 이메일 주소도 모두 바꾸었다

그녀들과의 연락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니 그것을 가르쳐서는 의미가 없었기에

 

거절하자

 

그렇게 말할려고 했지만,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 때 청년의 머릿속에 치히로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상함만으로는 안 돼

 

그는 치히로의 얼굴을 떠올리며 용기를 얻었다

 

 

 

"안 돼, 알려줄 수 없어"

 

"......왜?"

 

"나는 이제, 너희들과는 관계없어"

 

"프로듀서가 아이돌과 관계없다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난 이제 너희들의 프로듀서가 아니야!!"

 

"내 프로듀서는 너 뿐이야"

 

 

청년은 두통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려고

한 손으로 머리를 짓눌렀다

 

아이는 그것을 보고, 테이블에 놓여 있던 페트병을 내밀었다

 

 

 

"자, 이거라도 마시고, 진정했으면 좋겠어"

 

"......고마워"

 

 

청년은 자신이 산 차를 천천히 마셔갔다

 

차가운 것을 마신 덕분인지, 머릿속이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았다

 

 

"너희들은 이제 새로운 프로듀서가 있잖아?"

 

"아, 우리 이름밖에 쓸 줄 모르는 프로듀서 말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지 마"

 

 

"어쩔 수 없지

무명시절 우리들을 위해 머리를 조아렸던 너를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상대방에게 고개를 숙이게 하는, 그를 프로듀서로 인정할 수 없어

뭐,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업무를 원활이 진행할 수 있는 정도의 사이는 되니까"

 

"...그래도 프로듀서 잖아?"

 

"나와 톱 아이돌을 향한 프로듀서는 너 뿐이야"

 

"......이젠 다 지난 일이야"

 

 

 

청년의 쌀쌀맞은 말은 아이의 역린을 건드렸다

 

"지난 일? 지난 일이라고!? 왜 우리 곁을 떠난 거야!!"

 

그녀는 테이블을 세게 두드렸지만

청년의 그저 외면하는 모습을 보고, 허탈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런 대응이 눈에 거슬렸는지

따지듯 얼굴을 가까이 대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얼굴을 고정했다

 

 

"왜 떠났어!?

나를 끝까지 봐주는게 아니였어!?

너는 그런 녀석이 아니였잖아!?

내가 아는 너는 그런 녀석이 아니야!!

누구냐, 누구의 꾐에 빠진 거야!!

나한테서 널 빼앗은게 누구냔 말이야!!"

 

분노로 가득 찬 말에도, 청년은 계속 외면했다

 

아니,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처음부터 그녀들의 곁에 서서 프로듀싱을 해온

그녀들의 목적인 톱 아이돌이 될 수 있는 순간에

입회하지 않는 것에 약간의 죄의식을 느꼈기 때문이였다

 

톱 아이돌이 되기 직전에 도망쳤다

 

그는 자신을 탓하듯이,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의 화를 몸에 받았다

 

 

"......약속 기억나?"

 

그녀는 말없이 경청만 하는 청년에게 다정하게 물었다

 

"......아"

 

"그래서 도망친 거야?"

 

"......아아"

 

"그렇구나, 후훗, 죄를 짓는 사나이네"

 

아이는 변함없이 시선을 돌리는 청년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것은 어린아이에게 하는 것 같은 다정한 입맞춤

 

그리고 몇 초뒤에, 살며시 때며

 

 

"자, 그럼 우선 한 발짝 약속에 가까워졌을까?"

 

청년은 장난스럽게 미소를 짓는, 아이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깊게 가라앉은 빛깔의 눈동자

거기엔 청년과 함께 했던 색은 없었다

 

 

"너는 착해

그래서 거짓말을 하는 걸 꺼야

누굴 감싸고 도는 걸까?

난 너를 잘 알아, 오랫 동안 너랑 붙어다녔으니까?

......알고 있어?

너는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눈을 돌리더라"

 

 

청년은 그 말을 듣고, 당황한 나머지 아이의 눈을 마주쳤다

 

자신의 생각되로 된 그녀는 즐거운 듯이 웃으며

 

 

"미안하지만, 거짓말이야

너는 거짓말 같은 거 안하니까, 거짓말하는 버릇 따윈 모르는 걸"

 

 

그녀는 자신이 한 의문에 확신을 가졌다

 

누군가를 감싸고 돌고 있는 거야...

그 녀석만, 사라진다면...

 

그런 행동을 내심 자제하면서, 겉으로 달콤한 미소를 짓는 그녀

그것은 마치 연인을 향한 듯한 미소였다

 

 

"뭐, 말하기 싫으면 됐어

휴대전화 번호만 알려준다면 당분간은 안나타날게"

 

"......말했잖아, 알려주지 않겠다고"

 

청년은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었기에

거세게 반발했지만, 왠지 모르게 아이는 초조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조금 전의 키스 덕인지

청년의 반발적인 행동마저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이였다

 

나도 의외로 싼 여자인걸

 

 

 

"괜찮겠어?"

 

그녀의 미소를 띤 질문에도, 청년은 동요를 감추지 못했다

 

뭔가 있는 것일까

 

그는 눈빛으로 이유를 캐물었다

 

아이는 그것을 알아보고

사랑스럽게 청년의 귓전에 대고 속삭였다

 

 

"내가 아이돌을 그만둬도?"

 

그 한마디에 청년의 머리가 하얗게 셌다

 

 

"아니면 너네 사무실로 옮길까?

어느 게 좋아?

전업주부, 아니면 함께 일하는 파트너?"

 

 

그녀는 즐거운 듯이 그의 인생설계를 하며, 그의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했다

 

 

"농담이라도, 그만둔다고 하지 마"

 

"농담이 아니야

나도 농담으로 할 수 있고, 없고 정도는 구별 할 수 있어"

 

"그렇다면 더더욱 하지 마"

 

"그만큼 너에 대한 진심인거야"

 

"너는 아이돌이고, 나는 프로듀서라고!"

 

"지금의 너는 내 프로듀서가 아니라는 거야?"

 

"다른 사무소의 프로듀서 잖아!!"

 

"그럼 같은 사무소면 되는 거야?"

 

"될 리가 없잖아!!"

 

"프로듀서......"

 

 

그녀는 청년을 진정시키려는 듯, 그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 갔다

나름대로 다듬은 머리의 촉감이 나쁘지 않아서, 왠지 중독해 버릴 것 같았다

 

 

"나 역시 여자야

사랑 정도는 할 수 있어

너 같은 멋진 남자가 옆에 있으면 더더욱"

 

"......그래서 떨어진 거야, 나는..."

 

"흐흐, 그래 나 때문에 떠난 거야?

이제야 의문이 풀리네

그러면 화를 낼 수가 없잖아?"

 

 

그녀는 천천히 어깨에 깃든 힘을 빼면서

청년의 등을 안으며, 등을 어루만져 갔다

 

그는 아이를 달래는 듯한 이 행동에 이상하게도 침착해졌다

 

 

"나는 화 같은 거 나지 않았으니까, 새롭게 다시 시작하자"

 

청년은 그 속삭이는 것 같은 말에 움찔했다

 

"괜찮아, 우리라면 몇 번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뭣하면 처음부터 다시 할래?

너의 사무소에 이적해서, 1부터... 아니 마이너스부터라고 해도 말이야

너와 둘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우리라면 뭐든 해쳐나갈 수 있을거야

잘 안되면, 그냥 너네 집으로 시집가면 되지"

 

 

청년은 달콤하게 속삭이는 그 말에, 반응할 기력조차 잃었다

 

이젠, 틀렸어......

 

 

아이는 나를 너무 사랑하고 있다

 

 

그래서 안 되는 거야

 

 

 

"아이, 이제 그만 좀 해줘"

 

"글쎄, 너를 오랜만에 보는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아, 그렇구나"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으면, 정말 내가 뭘 할지도 몰라

나 스스로도 나를 모르겠는걸, 어쩌면 자포자기할지도..."

 

"......알았어"

 

 

청년은 수첩에 전화번호를 기입하고, 테이블에 내동댕이쳤다

 

이러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그녀가 정말 어떤 행동을 벌일지 몰랐다

게다가 얼마전까지 내가 프로듀싱을 해온 아이돌이기도 했다

 

......이제, 실수 같은 건 일으키고 싶지 않아

 

 

 

문득 머릿속에 한 여인이 떠올랐다

 

'안녕히 계세요 프로듀서'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를 떠난 아이돌

 

 

청년은 축 늘어진 손에 고통이 오는 것을 느꼈다

 

무의식적으로 쥔 손 때문에

손톱이 손바닥에 닿아 통증을 느끼게 하는 것이였다

 

 

"자, 이번 목적은 달성했네"

 

그녀는 탁자에 놓인 수첩을 집어 들고

가방에 담겨 있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곧바로 두 사람의 귀에 익은 소리가 흘러나오니

아이는 기쁜 듯이 전화번호부에 등록을 했다

 

 

"한가할 때 걸어줘

나도 할가할 때 전화할테니깐"

 

그녀는 문득 시계를 보더니

자신의 차리가 다가오는 것을 지레짐작했다

 

촘촘히 자신의 물건을 챙기는 그녀

짐을 다 정리하자, 밝은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토고 씨, 이제 나갈 차례입니다"

 

 

방에 들어온 스태프는 무어라 할 수 없는 분위기에 놀란 나머지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

 

 

"자 갈까, 프로듀서"

 

"......난 이제 네 프로듀서가 아니야"

 

"네가 뭐라 하든 내 프로듀서는 너 뿐이야"

 

"......그만둬"

 

 

청년은 고개를 떨구며

소파에서 일어나 탁자에 놓인 페트병 두 개를 잡으려고 하다가

 

아, 이거 아까 다 마셨었지

 

......하며, 뻗은 손을 도로 품에 집어넣었다

 

 

그저 이 눈앞의 아이돌부터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간직 한채

청년은 방을 나섰다

 

그런 그에게 이끌리듯이 아이도 뒤를 따라갔다

 

두 사람이 가는 장소는 같았다

두 사람이 지향했던 것도 같았다

 

 

어디서부터 잘  됬을까

 

청년은 이 의문을 품고, 무대 뒤로 향했다

 

 

 

 

 

*

 

 

 

 

 

무대 뒤에 이르자

아냐는 관객들에게 깊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곁눈질로 청년이 돌아왔음을 확인하자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무대 뒤로 사랑하는 청년의 품으로 돌아갔다

 

 

"수고했어, 아냐"

 

"프로듀서, 오늘 내 무대 안 봐준거야?"

 

"......미안, 여러가지로 바빠서 말야"

 

"...나 오늘 힘냈다고"

 

"팬들 얼굴을 보니까, 잘 알 것 같아"

 

 

 

아냐는 그 말을 듣고는, 안기려는 마음을 억누르고

청년 앞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청년은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었지만

아냐는 곧 위화감을 깨달을 수 있었다

 

프로듀서... 언제나 기쁜듯이 쓰다듬어 줬는데... 오늘은 뭔가 착잡해 보여

 

아냐는 뭔가를 물으려고 하자

청년의 그림자에 가려있던 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가 지금 그의 파트너인가?"

 

"......아"

 

 

갑작스런 인물의 등장에 아냐는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

 

눈 앞의 아이돌은 자신이 아는 유명인이자, 톱 아이돌이였다

 

아까까지는 안보였는데, 어디서 나타난거지?

의문이 들더라도 묻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프로듀서를 곤란하게 해서는 안되었으니까

 

 

"잘 부탁해, 나는 그가 프로듀싱을 했었어"

 

"엣? 프로듀서가?"

 

"아"

 

 

눈 앞의 톱아이돌 프로듀서가 사랑하는 청년이라니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상하게도 기뻐지는 아냐였다

 

나도 그의 옆에 설 수 있을 만큼, 톱 아이돌이 되어야지

그렇게 재차 결의를 굳히면서, 아냐는 눈 앞의 선배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자, 나는 가볼께

이 무대에서 최고의 막을 올리는 인물로서 말이야"

 

그녀가 천천히 무대로 향하니, 관객들의 함성이 커졌다

 

오늘 대리로서 토고 아이가 출연한다고 들은

관객들은 톱 아이돌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다고 하니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였다

 

그 환성에 아냐는 놀라고 말았다

 

조금 전까지 자신이 받았던 함성과는 확연히 달랐으니까

 

이게 톱 아이돌이라는 건가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키는 아냐였다

 

 

하지만 아냐는 다음 순간에 듣고 싶지 않은 현실을 맞았다

 

 

"아, 나 요즘 러시아어 공부하고 있는데 말이야

프로듀서, 한 번 해보고 싶은 말이 있었거든"

 

아이는 프로듀서를 보면서

아냐에게 대놓고 들으란 듯이, 프로듀서를 보면서...

 

"Люблю тебя"

 

 

그 말을 남기고, 무대로 향하는 아이

아냐는 단지, 그 뒷모습을 노려볼 수 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프로듀서의 팔을 껴안고

노려보는 것만이, 그녀의 마지막 저항이였다

 

 

 

 

 

 

*

 

 

 

 

 

그 사건이 있고, 후일담의 이야기

 

저는 프로듀서 씨에게 토고 씨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딱히 가벼운 레슨만 가르쳤고, 지금은 아무 관계도 아니래요

 

......정말일까요?

 

 

조수석에 앉아서, 프로듀서 씨를 응시했습니다

그는 시선을 응시했는지,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아주었어요

 

......그때와는 달리, 상냥하게 말이에요

 

그 후로, 여느 때처럼 잡담을 하고

마지막으로 수고했다고 하면서 헤어졌습니다

 

 

.......프로듀서

당신만은 끝까지 제 곁에 있어줄꺼죠?

그런 생각을 문득하게 돼요

 

잠자리에 들어, 몸을 침대에 맡기면서 눈을 감으니

아까의 프로듀서가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어요

 

난 프로듀서를 곤란하게 하지 않을거야

프로듀서를 싫어할 행동은 하지 않아

그러니까 난 프로듀서의 곁에 있을 수 있어

 

 

프로듀서

나는 절때 떨어지지 않을거야

그러니까

프로듀서도 나를 떠나지 말아줘

 

 

그 날의 꿈은

프로듀서가 곁에 없는 무대에 서는 꿈

 

정말 최악의 악몽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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