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78화 - 수도의 왕 - 본문
볼버트 왕조 수도 파르나
왕궁을 갖추어 각처에 현란한 모습을 보이는 옛 도읍지
이제 이 도시에서 정밀하다고 부를 수 있는 시간은 잠시도 존재하지 않았다
낮에는 마수가 신나는 소리를 지르고
밤에는 마족들이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해 땅을 파헤쳤다
희생되는 것은 언제나 인간
그 중심지엔
마인이 거처하는 궁궐을 수호하도록 설치된 근위전이 있었다
"누토님! 누토님! 보고 입니다!"
누토
수도 파르나에 위치한 한 새는 그렇게 불렸다
언뜻 보기에는 새처럼 생겼지만
남들보다 더 큰 거구에 긴 날개와 부리를 보면
그가 마조류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푸른색 깃털을 걸친 그의 머리에는 황금관 같은 것이 보였다
마성에서 그 관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인간 왕이 쓴다는 말에 누토 그것을 즐겨 착용하곤 했다
까마귀가 광물을 좋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누토는 권세를 좋아했다
누군가를 지배한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생물을 도취시켰다
게다가 사실 누토는 수도 파르나에서 왕과 같았다
주 마인 쥬네르바를 거스르는 것은 아니지만
쥬네르바는 통치라는 면에 있어서는 거의 무관심했고
모든 전권을 누토에게만 맡겼다
마인 라브르는 얼굴조차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아마도 마인들은 대마 브리간트에 대한 관심은 있어도
수도의 마성이나 인간들에 대한 관심은 없을 것이다
그 때문에 주변 일대의 인류종의 관리는 옛 인간의 킬에게 일임하고
그리고 수도 파르나에 닥쳐오는 현상은 모두 누토에 맡겨져 있었다
누토에게는 수도의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좋았고
그는 쥬네르바의 영혼을 나누어 준 분령
순수한 힘에 있어서도 그를 당해낼 마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누토는 되풀이해서 보고를 가져오는 작은 새에게 큰 부리로 말했다.
"누토님! 누토님!"
"그렇게 몇 번이고 부를 필요 없어!
또 마수들이 날뛰고 있다는 거겠지, 좋을대로 내버려둬
그냥 얼마나 죽었는지 그 정도만 보고해!"
작은 새가 알겠습니다, 하고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로 날아가는가 하면,
또 몇 마리가 연달아 날아들었다
누토는 쿵하고 걸터앉은 의자의 팔걸이를 두드렸다
얼마나 초조했던지 팔걸이가 그대로 부서졌다
어쨌든 지난 며칠 동안 누토의 큰소리가 나지 않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마인의 엄청난 힘을 목적으로 모여드는 마성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며
그렇게 되면 다툼도 혼란도 얼마든지 일어나는 거였으니...
그런데도 여기에는 통치하기 위한 체제다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사람의 수도에서 무리하게 마의 수도로 변했으니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누토는 깃털 한 장 한 장에 쌓인 울분을 터뜨리듯 말했다
"만약 내 지휘를 못마땅해 하는 놈이 있으면 데려와!
아무리 강력한 마수라고 해도, 내가 다 삼켜주마!"
힘을 신봉하고, 힘을 쓰고, 지배하고, 힘에 의해 죽는다
누토는 그것이 마수임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마인 쥬네르바와 분령 누토의 사상은 아주 유사했다
다른 부분은 게으르냐, 근면성실하냐의 것일 것이다
그러므로 쥬네르바는 누토에게 전권을 위임 했을 것이다
"누토님! 누토님! 보고가 있습니다!
종속을 희망하는 마수가 인간을 거느리고 왔습니다!
그 수는 대체로 삼천으로 보입니다! 삼천!"
"마수가 인간을? 그래서 뭘 원하냐? 설마 그냥 온 건 아니겠지"
삼천이란 말에 누토는 가느다란 눈을 더욱 가늘게 떴고
보고를 가져온 새를 쏘아 떨어뜨리듯 매섭게 노려보았다
마성이 공물로서 인간이니 귀금속이니 하는 것을 가져오는 일은 드물지 않다
하지만 3천은 그런 적은 수가 아니었다
적어도 한낱 휘하에 대한 희망은 아닐 것이라고 누트는 판단했다
아마도 자기처럼 지위나 권력을 요구하는 성질인가
아니면 순수하게 투쟁을 요구하기 때문에 군을 갖고 싶은 성질인가
여하튼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새는 바쁘게 두 날개를 펄럭이며 대답했다
"마인님! 마인님! 알현희망!"
◇◆◇◆
"나는 싫다고... 싫다고 말했었는데..."
"너무 이상한 말 하지마, 누가 들으면 어쩔려고"
나는 마치 울 것 같은 소리를 짜내면서, 가도를 나아가는 샤드를 향해 말했다
샤드는 지금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마물로만 보일 정도의 이무기로 변해 파르나의 도시로 들어가고 있었고
나와 카리아, 삼천의 군사들은 그 뒤를 이었다
주위를 살피며 병사들에게 작은 소리로 정해 놓은 지시를 내렸다
행진을 계속하는 동안 일부 병사들이 조금씩 도시 안으로 사라졌다
그 존재에 눈길이 가는 존재는 없었고
마수나 마성은 모두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그것만 보면 명랑했다
훌륭한 수도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인간의 시신이 그 근방에 쌓여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도시의 모습은 사전에 척후를 달리던 대로
아무 문제 없고, 내 생각에도 지장은 없을 것이다
샤드는 그 배어 나오는 존재감도 마력도 완전히 마성의 것이였다
그런 그가 대형 마수로 탈바꿈해 인간을 부하로 데려왔다고 하면
의심할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유일하게 문제점이라면
샤드가 중간에 세 번 정도 탈주하려고 했을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전부 카리아가 억눌렀다
카리아의 눈총에도 여러 차례 탈옥을 시도하는 것은
어쩌면 이 녀석 매우 용감한 녀석일지도?
산뜻하게 도시에 입문할 수 있었던 데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이 도시가 너무 혼란에 차 있다는 점이였다
전시라고 하는데도 문은 열어둔 채
문지기 역시 출입 관리를 잘 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었다
어쨌든 문지기니 망보기니
그런 부분의 대부분을 관리하에 둔 인간에게 시키고 있는 것 같았다
쓸 만한 것을 쓰겠다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만일 마성의 부류가 온다면 설마 열어주지 않을 순 없을 것이다
만약 마인에 가까운 자일 경우
즉시 자신의 목이 물리적으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갈라이스트 왕도 아르셰는 이렇지 않았다
감시의 눈이 세부에 퍼져 있었고
인간의 손을 쓰지 않고 모든 것은 마성의 손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다고 해도 좋았다
통제자 드래그만이었다면
설마 3천 사람이 당당하게 정문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적으로선 너무 귀찮은 상대였다
"의외군, 마인류란 드래그만처럼 통치와 통제가 있는 줄 알았는데"
드물게 투구를 쓰고 두개를 가린 카리아가 뒤에서 불쑥 말했다
나도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맞장구를 쳤다
"의외로 이 쪽이 마성으로서 옳은지도 모르겠군
놈들은 지금 우리 힘을 봐, 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거겠지"
마인이란, 마성이란, 원래 그러한 것이였다
힘을 과시하고, 힘으로 지배한다
게다가 사실은 3천의 인간은
마인이 보면 대단한 숫자가 아니였다
아니, 설령 마스티기오스가 이끄는 4만이라는 수라 한들
어느 정도 의미가 있겠는가
때때로 이쪽을 되돌아 보면서
그런데도 천천히 가도를 나아가는 샤드에게 말했다
"안심해, 마지막엔 도망가도 상관없어
하지만 지금 이 때만은 도와줘"
"...정말이지!? 들었으니까! 절대로 도망갈 거야!?"
귓가에 작은 목소리가 들려와 나도 모르게 뺨을 실룩거렸다
원래 이 놈이 무슨 마수인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겁이 많은 종이었던 것 같다
그 몸에 축적하는 마력량은 방대할 텐데
도대체 무슨 마수일까? 작은 뱀 같은 것일까?
문지기들이 시키는 대로 앞으로 나아가니
도내의 비참한 상황이 더 잘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원래 시장이었던 곳은 이미 물건이 제대로 놓여 있지 않았고
가게를 차리는 사람도 없었다
아니 인간의 모습 자체를 별로 보지 못했다
보는 것은 기껏, 마법사다운 복장을 한 패거리들
놈들은 사람인데 마치 마성의 동료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오만하다고 해야 할까, 순응성이 높다고 칭찬해야 할까
이 도시를 함락시키려면 반드시 그들을 상대해야 할 것이다
조금만 물러서면 조금 전부터 주위를 맴돌던 작은 새가
한 마리 가까이 다가가 샤드에게 말했다
"들어 가! 가! 가! 가! 누토님에게 가! 알현! 알현!
새소리는 우릴 유혹하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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