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79화 - 호박의 눈동자 - 본문
누토님이라고 작은 새가 그렇게 외친 존재는 거대한 푸른 백로였다
긴부리를 불쾌한듯 개폐하면서 작은 새 에게 활발하게 지시를 날리고 있었다
원래 근위장관이 앉았을 호사스러운 의자에
왕관을 쓴 새가 앉아 있는 것은 기상천외한 광경
그저 걸터앉아 있을 뿐이라면 몰라도
그 녀석은 말을 하고 눈동자에는 감정이 넘치고 있었다
짐승에 지성의 빛이 깃들어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익숙치 않다
폭설 이전에는 말을 하는 마수라는 것도 드문 존재였고
그들은 단지 여느 짐승보다 더 광포하고 힘이 강할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이성과 지혜, 인간을 노예처럼 대우하는 무리도 있다
이렇게 된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아득한 고대는 마수나 마족이 지성을 지녔고 인간은 무지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지금이 정상이고
인간이 말을 하는 것이 기분 나쁜 것인지도 모른다
작은 새 몇 마리를 보낸 뒤 누토라는 녀석은
가까이 있는 고깃덩어리를 한 입에 삼키고 나서 말했다
"오오, 네 녀석이 샤드인가? 인간을 꽤 사로잡았구나?
그것들은 네놈의 졸개냐? 아니면 먹이인거냐?
나는 누토, 이 수도의 대장을 맡고 있다
네놈이 비록 백만 무리의 우두머리일지라도
이 도시에선 날 거스르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새의 표정은 다소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목소리 톤만 듣기엔 강인한 전선 지휘관이라는 느낌이었다
앞뒷면이 있는 것 같은 음습함은 없지만
누군가에게 신경 쓸 만한 섬세함도 보이지 않았다
말하자면 아주 손쉬운 놈이라는 것
참으로 고마울 지경이군
구렁이가 된 샤드에게 눈짓을 하며 말을 재촉했다
이 놈은 잠시 말을 떠올리듯 신음하다가 크게 몸을 비틀며 소리를 질렀다
"샤드라고 합니다... 음... 마인님과 만나고 싶습니다"
샤드의 말에 누토라고 밝힌 백로는
한쪽 날개를 활짝 열어 눈동자 모양을 바꾸었다
샤드의 모습을 보고 그 가치의 모습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였다
마인을 만나게 할 만한 의미 있는 상대일까
아니면 어중이떠중이일 뿐인가
뭐 누트로서는
만나든 말든 별 상관은 아니였다
그저 빠르게 만나거나, 느리게 만나거나의 차이겠지
게다가, 마인과 면회하고 그 힘을 얻고 싶은 자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 안이한 생각을 하고, 여기에 들어 온 건 아니겠지
그것보다, 3천의 인간을 데려오다니, 능력은 좋군
저들의 무리가 얼마나 크든
여기는 이미 우리의 배 안
둘 수 있는 수는 얼마든지 있다
잠시 침묵 뒤에 누토는 부리를 올리며 말했다
"알겠다, 쥬네르바님께 연락해두지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안 돼
쥬네르바님은 지금 밖에 나가 계신다"
그것은 생각지도 않은 요염한 대답이기는 했지만, 생각대로의 말은 아니었다
오히려 별로 듣고 싶지 않았던 류였다
마인 쥬네르바가 밖에 있다
그 말만으로 불쾌한 예감이 뇌리를 스쳤다
마인은 오직 하나만으로도 재앙 그 자체
단 한 개체로 군을 궤멸시키기는 쉽다
그런 놈이 마냥 변덕을 부리며 밖으로 나왔을 까닭도 없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나선 것일 것이다
젠장할, 마스티기오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반면 기회였다
마인 중에 하나가 없다면 지금 이 곳에는 라브르밖에 없다
절호의 기회, 마인 두 개를 동시에 상대한다는
무리한 상황이 오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다
샤드가 거대한 뱀의 얼굴로 내 볼을 빙 바라보았다
누토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왠지 악인의 흉내를 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마인 라브르 님은?"
샤드가 입을 열고 그 이름을 말하자 누토의 얼굴이 변했다
자부심에 뒷받침된 너그러움으로 가득 찼던 눈동자가
경계를 드러낸 고양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라부르님은 아무나 뵈지 않으신다
네놈이 설령 만금과 마성의 무리를 거느리고 있었다고 해도 말이다
아무도... 아무도 만나지 않으신다!"
푸른 백로는 강조하듯이 그렇게 되뇌어 말머리를 돌렸다
값을 매길 뿐이었던 시선이 의심스러운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이 경계심은 뭐지?
쥬네르바든 라브르든
마인이라고 하는 것만으로 만나고 싶은 자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라브르를 언급하자, 경계를 하다니
뭔가 숨겨야 할 이유라도 있는건가
나는 눈꺼풀을 살짝 감으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어쨌든, 여기서 무턱대고 대들 수는 없다
누토 같은 패거리는 그것이 정론이건 아니건 간에
자기 말에 다른 말대꾸를 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만큼 착지점을 주면 쉽게 유도할 수 있는 것이였다
샤드로 시선을 옮겨 눈꺼풀을 깜박였다
그것을 본 샤드가 내 뜻 그대로 누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이었다
순간 방울을 굴린 듯한 목소리가 울렸다
무기질로, 무감정으로, 그래도 예쁘다고 생각하게 되는 음색
쿵쿵 발소리를 내며 주위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지 않아요, 누토
나는필요할 때, 필요한 존재와 얼굴을 마주칩니다
즉시 정정하도록 부탁드릴게요"
호박색 눈동자
이질적인 분위기에 호사스럽게 차려입은 의복
아름답게 조형된 인형과 같은 몸짓을 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주위에 보고하러 왔을 작은 새는 물론
이 자리의 지배자였던 누트까지도 할 말을 잃었다
동시에 내 눈동자에도 열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 수 있었다
피에르트를 빼앗아간 마인 톱니바퀴 라브르는 여전히 무감정하게 말했다
조금도 감정 같은 건 띄울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그 손끝이나 섬세한 행동은, 싫을 정도로 여성적이였다
나도 모르게 몸이 기울었다
이 자리에서 움직여서는 안된다고 이해해도
다리가 놈에게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라브르님……어떻게 된 겁니까, 도대체 왜 이런 곳으로!
당신은 여기로 올 만한 몸이 아니지 않습니까!"
누토는 목구멍에서 억지로 짜낸 목소리로 말했다
새된 목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침착하게 라브르는 말을 받았다.
"누토... 말했잖아요, 즉각 판단을
나는 만나야 하는 사람을 만날 때, 움직인다고
저 사람은 나를 위해 달려왔습니다, 그렇다면 만나는 게 도리겠지요"
호박색 눈동자가 정면에 있는 샤드가 아니라
내 이마를 꿰뚫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녀석은 세세한 미소같은 것조차 띠고 있었다
이건 그 여자 나름의 도발인가
사람의 동료를, 내가 예전에 동경한 존재를 채갔으면서
용케도 그런대로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건가
눈이 무의식적으로 뜨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초리가 치켜 올라갔고, 왼손이 이미 보검에 걸려 있었다
시선 속에 라브르를 죽이기 위한 일격이 보이고 있었다
네놈의 심장을 이번에야말로 도려내고 말겠다
등뼈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어찌된 일인가?
라브르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 이상하게 몸이 상기돼 있었다
단지 놈에 대한 적의가 복받치고 있을 뿐 아니라
체구의 근간에 있는 무엇인가가 오열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것이 진동을 내포하면서 내게 뭔가를 말하니...
늦기 전에 저걸 죽여버려
카리아에게 한 손과 손끝으로 신호를 보냈다
삼천 군사 중 일부는 이미 거리에 침투시켰다
대부분은 나와 붙어있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다
언젠가 마인의 목을 끊지 않으면 우리는 비참하게 패배한다
비명을 지르더라도, 적의 목을 조를 수 있다면
죽음의 여정이든 뭐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 걸음을 나서니, 동시에 라브르가 소리를 질렀다
그것은 분명히 나를 향한 목소리였다
"그 행동은 똑똑하지 못해요, 즉각 판단을"
"뭐야, 한 번이라도 내가 똑똑해 보인 적이 있었어?
야, 그건 처음 들어보는 소리인데, 기분 좋네"
보검이 이제 나의 체구와 일체가 되어 칼자루를 울렸다
그리고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동료가 보고 싶지요? 안내 해드릴게요"
맞물린 이가 삐걱거리면서, 발이 멈추었다
라브르는 억지로 만든 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게 권유인지 아니면 함정인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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