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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44화 - 계획은 여기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7장 성전 시대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44화 - 계획은 여기에 -

개성공단 2021. 5. 10.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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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쪽에 마수군을 거느린 그 거수가 있었다

갈라이스트 왕국 최북단의 스지프 보루를 함락시킨 뒤
요새 거수 제브렐리스는 천천히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목표지는 남방 갈라이스트 왕국 왕도

이것만은 아르티아에 유도되어서가 아니었다
그는 존재의 중심에 있는 본능을 기억했다

일찍이 증오해야 할 적이, 거기에 있었음을
인류 통일제국의 잔재를 짓뭉개는 일만이
이제 이 거수에게 남은 마지막 의지와 다름없었다

그래서 제브렐리스는 대지를, 사람을, 가축을 잡아먹고 침공을 계속했다
하늘을 찌를 정도의 건물이 대지를 걷는 것은 압권이였고
단지 질량만으로 모든 것을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제브렐리스 주위를 꿈틀거리듯 따라다니는 마수군
이들은 지금 이때도 계속 늘고 있고 있었다
바로 대마의 손에 의해서 말이다

제브렐리스는 건물에 뚫린 구멍으로 대지를 잡아먹었고
그것들을 양식으로 마성을 잉태하고 계속 낳고 있었다

거인왕 프리슬라트가 부수는 자
용왕 브릴리간트가 빼앗는 자라면
정령신 제브렐리스의 본질은 이것이였다

그는 태어나는 모든 생물을 축복하며 세상에 토해냈다
타인을 잡아먹고 마성을 계속 낳는 모습은 굉장히 마적이었다

그 마수군 중 오직 하나 돌출된 자가 있었으니




갈색 피부, 청색 머리
아담하면서도 균형 잡힌 체격 작은 여성

인간과 다른 점은 머리에 난 이형의 쌍각

눈 속에서 살갗이 드러나는 가벼운 옷차림을 하면서
사지로 쇠사슬을 끌고 있는 점은 마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름은 바로누스

그녀의 사지에 연결된 사슬은
거구를 가진 마성이 이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성이 입을 열었다






"바로누스, 인간들의 무리가 왔어
네 차례야, 냉큼 가봐"


"귀찮아, 그냥 네가 할 수는 없어?"




아무래도 걸을 생각조차 거의 없는 듯
사슬이 당겨질 때마다 그녀의 양다리가 이끌려지고 있었다
투쟁 본능에 지배당하는 마성 속에서 그녀는 압도적으로 괴짜였다



"시끄러워, 대마께 거역한 네놈이
이제와서 무슨 소시를 지껄이고 있는 것이냐!"


"거역한 게 아니야
이상한 소리 안 했으면 좋겠어
난 그냥 죽여버리려고 한 거야"





바로누스의 무심한 한마디에
주위의 마성이 돌아보고 겁을 집어먹었다

이 자리의 마성은 누구나 대마에 항거한 바로누스를 멸시하고 있었다
간혹 쇠사슬에 묶여 땅에 이마를 문지르는 모습을 비웃는 이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 언동만은 누구나가 익숙해지지 않았다

마성은 상위권을 따르기 마련. 본능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본능이나 이치의 일체를 무시하고 행동했다

몸과 정신을 몇 번이고 조롱당해도 이건 바뀌지 않았다





"...대마님은 네게 약속해 주셨다
역할만 다한다면, 네놈의 동족을 되살려 주겠다고
그렇다면 네놈은 그것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 아닌가?"

"그렇긴 한데... 귀찮아서 그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갖고 싶어
생각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이 나타나길 바라는 것, 그것이 마성이야"


"시끄러워! 일일이 쓸데없는 말 지껄이지 마!"




거구를 자랑하는 외눈박이 마성이
바로누스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

압도적인 체격차가 나는데도
바로누스의 뺨에는 거의 상처가 나지 않았다
고작 조금 붉어진 정도

그녀는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고 온몸이 말하고 있었다

그것이 쓸데없이 주위의 마성의 반감을 산다고 해도
그녀가 태도를 고치지는 않을 것이다

마수군의 시야 끝에는 인간병 집단들이 있었다



국군이나 성당 기사치고는 장비가 빈약했다
아마도 주위 촌락을 지키고 있는 자위병이나 용병일 것이다

당연히 그들도 마수군 뒤에는
제브렐리스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철저히 항전할 생각은 없고
촌락 시민들이 피난하기 위한 시간벌기 같은 것일 것이다

그들은 북서쪽에서 줄곧 남쪽으로 도망쳐 왔지만 마침내 따라잡혔다
쏜살같이 도망친다 해도, 이젠 시간이 없을 것이다

끝이 없는 그들의 저항은 결사적
마수군이 지지는 않지만 피해가 날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대마 아르티우스의 칙령은
일체 흠잡을 데 없이 왕도에 도착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바로누스를 쓰기로 했다





"귀찮아"






전면에 나선 바로누스는 그저 한 마디만을 중얼거렸다

여전히 사지는 쇠사슬에 묶인 채
조금 전과의 차이는 눈가의 덮개 천이 벗겨지고
숨겨져 있던 두개의 뿔이 드러났을 뿐

그것은 바로누스로서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얘기였다

인간들이 우렁차게 외치며 달려왔다

말 그대로 죽기 살기
목숨을 내놓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인간을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안타깝게도 바로누스에게는
그들도, 그리고 그들이 놓아주려는 백성들도 시야의 안쪽이였다

그녀는 천천히, 두 눈을 떴다




"원전해제, 마안개안"




바로누스에게 두 눈을 뜬다는 것은
그 눈앞의 생물은 죽음에 이르는 것을 의미했다

모든 것은 동시에 일어났다
눈 하나 깜짝할 유예조차 주지 않았다

병사도, 백성도, 하늘을 나는 새도, 땅을 기어다니는 벌레도

모두 평등하게 찰나의 시간에 죽음을 당했다
시야 속의 모든 것은 그렇게 죽었다
마인의 마안은 모든 것을 관통하니까 말이다

이것이 바로누스의 일상이었다






예전의 세계에서
영웅 발레리= 브리트니스가 목숨을 바꿔 죽인 마인이 있었다 

그녀는 12번이나 대마가 이끄는
마수군의 공세를 물리치며 스지프 보루를 방어했었다

열세 번째는 화려한 마인과의 맞대결이었다
마인의 이름은 마안 바로누스





 ◇◆◇◆





갈라이스트 신왕국, 왕도 북쪽 메드라우트 보루

왕도를 출발한 2만8천 군사는
한 번 이곳에 머물며 일부를 오륜평야
대마 제브렐리스와의 결전으로 준비해나갔다
그리고 지금 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지금까지의 여정은 매우 순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적군의 보고가 우리에게 올 때까지는 말이다

주변 일대 지도를 펼치며
성채 내 군의실 곳곳에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잇었다





"...베스타리누
네가 말하는 거야
틀림없다고 봐도 되겠지?"




군 의원실 안에는 카리아, 피에르트
엘디스. 리처드 할아범을 포함한 주요 면면이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전원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용병의 우두머리 베스탈리누의 말이 그 표정을 더욱 굳혀갔다





"네, 척후병 여러 명이 같은 정보를 가지고 오고 있습니다
정확도는 높은 것 같습니다, 북쪽으로부터 적군 6만이 오고 있으며
적장은 발레리 브리트니스, 부장으로 질루이 하노를 두고 있다 합니다
이 정도라면, 병사를 모두 동원했다 봐야겠죠"




이런 젠장할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아멜라이츠 선왕이 거느리고 있던 국군이, 약 5만
적군에게는 이것과 함께 성당 기사나
민병을 겸비한 정도의 병력밖에 없을 터였다

그로부터 6만을 소비한다는 것은 
베스타리누의 말대로 여력을 거의 토해내고 있을 정도
그들이 그만한 대담성이 있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호국관을 포함한
다른 장수들도 쏟아 부어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움직이는 것 같은 기색은 전혀 없었다
전력을 다한다는데, 장수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상하...

아니, 아니구나
나는 그제서야 냉정해졌다.



이 6만, 아마도 의용병 뿐만이 아니라
마성이 섞여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쯤 되면 대성교군은 
대부분 아르티아의 직할군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그렇다면 마성이나 가까운 사람들을
섞여들게 하는 것은 매우 간단할 것이다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오륜평야를 침공해오고 있는
제브릴리스도 마수 떼를 모아두고 있다고? 어느 정도 규모일까?






엘디스가 침묵을 이기지 못하고 내뱉듯이 말했다

이쪽은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전제한 다음, 베스타리누가 대답했다




"다소의 오차는 있겠지만
주위의 마성을 합친다면, 만은 족히 넘을 것 같습니다"





요컨대 적군은 총군 7, 8만은 갖추고 있다는 얘기였다

강렬한 기세로 적이 이쪽을 때려 부수려 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쪽은 총군 2만8천여로
압도적으로 병력이 뒤떨어지는데
여기서 몸을 던져 성채와 평야로 갈라야 하는 상황이였다

전쟁은 아직 시작도 안 됐는데, 반죽음 상황이라니

하지만 불리한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오산은 하나, 대성교군의 움직임이 너무 빨랐다는 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쪽의 움직임을 보고 나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지도를 보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는 비록 가냘프지만
어떻게든 승리의 선을 찾아 어떻게든 변통해 왔지만

이번에는 그게 전혀 보이지 않았다
최선의 수조차 보이지 않았다



대성교군의 적장은 발레리
아무리 할아범이라도 절반 이하의 병력으로는 제압할 수 없다
부장 질루이라는게 미지수지만
수호자로 임명됐다니 무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 대마 제브렐리스는 마인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구릿빛룡 샤드랩트를 충당한다고는 해도
어디까지 대항할 수 있는지는 불명료
마수군을 제압하기 위해
군대를 전혀 할애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모할 것이다

통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어떤 수를 써도 어딘가에 빈 곳이 생겨버렸다





"각하, 아까 말했던, 다른 방법으로 가보죠?"






모두가 입을 다문 가운데
느닷없이 그렇게 말하기 시작한 것은 리처드 할아범이였다

나는 늘 그렇듯 해학적인 미소를 뺨에 띄우며 얼굴을 들었다
잠자코 있던 면면이 할아범의 얼굴을 보고 나서
이번에는 나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나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이 상황을 듣고 나와 같은 실감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즉 이건 이길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할아범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나는 할아범과 똑바로 시선을 마주쳤다
꿈틀하며 눈꼬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 한순간에 알겠군, 그런 거구나

나는 억지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가볍게 내쉬고 나서 말했다
아니, 말할 수 박에 없었다





"별로 내키지 않는 선택이지만
이쯤 되면 어떤 수로든 동원할 수 밖에 없겠지
괜찮겠어, 할아범?"


"질문이 잘못됐잖아, 당장 시작해야지"



그것만을 말하고 할아범은 발길을 돌려 군의실을 빠져나갔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잠깐이나마 지켜보았다

그것은 예전의 할아범에게 배웠던 수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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