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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41화 - 둘 간의 모의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7장 성전 시대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41화 - 둘 간의 모의 -

개성공단 2021. 5. 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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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담화실이 아니라
사람들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피에르트의 방
발열이 있는 피에르트에게 무리를 주어서는 안 되지만
적어도 얘기는 해 놓을 필요가 있었다




"싫어! 죽어도 죽고 싶지 않아!"




그런데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전혀 말을 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

구릿빛 머리카락을 털고 샤드는 멋진 미소를 지었다

천진난만함을 남긴 생김새가 말하기엔
좀 청량하기 짝이 없는 말이였지만 말이다



"...샤드"


"아니 이거는 제멋대로인 행동이잖아!
당연히 할 수 있는 반박이잖아!
내가 왜 그 괴물 정령과 싸워야 하는 거야!"




레우의 지친 목소리에 흠칫 샤드는 반응하며
의자에 앉은 채 어깨를 비틀었다
생각하면, 레우가 존대를 붙여
부르지 않는 것은 샤드 정도의 것이 아닐까.

지금 이 때만 보이는 냉혹한 시선에
조금 겁을 먹으면서, 나는 정면에서 샤드를 향해 돌아섰다




"별로 싸워달라는 게 아니야
그냥 시간을 벌어주었으면 좋겠어
너도 제브릴리스를 죽이고 싶었잖아
게다가 이건 내가 가져온 방책이야
대등한 거래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거래만 하고 싶어
대등한 거래 따윈 뭔지 몰라!"


"...꽤 굉장한 걸 데리고 왔네 루기스."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단언하는 샤드에
그 자리 전원이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피에르트는 뭐라 말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내가 데려온 건 아니라고, 원래는 카리아가 데려왔단 말이야

레우는 레우대로
탁해진 눈동자로 경멸의 시선을 샤드에게 향하고 있었다

아직 어린 소녀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조용한 표정의 붉은 머리 미녀는 꽤 싫은 광경이었다
그들은 갖추어져 있는 것이 많지만 전혀 뜻이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잘 모르겠지만, 대체 왜 그렇게도 싫다는 거야?
너 용이잖아, 그렇다면 죽는 일은 없을 것이야"





나는 손가락으로 입 주위를 누르면서 말을 찾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보다 이렇게도 비관적인 사고의
소유자는 본 적이 없었기에
어떤 말을 걸어야 좋을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브릴리간트를 살해한 뒤
그의 육체를 산산조각으로 파괴한 구릿빛 용
그것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그녀... 샤드랩트

틀림없어 그때의 마력과 같은 색조가 그녀에게는 보였다
그 정도의 마력 용량과 열량을 가진 존재가
이렇게도 겁에 질린 것은 도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그 용이라서 괜찮지 않다는 거야!
정말이지 인간들은 아는게 아무것도 없다니까!"


"……뭔소린지 제대로 다시 말해 주세요"



조용한 표정인 채 레우가 나직이 말하자
샤드는 울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봐도 뭐가 나오는 건 없다고
근데 샤드는 왜 이리 레우에게 약한 탓일까?
뭔가 약점이라도 잡혀 있는 것일까




"인간들은 말야
50% 확률이라도 목숨을 거는 중독자잖아
나는 아무리 백만분의 1 확률의 패배라고 해도 싫어!"




한심한 말을 하는 부류였다
용이란 모두 이런 것일까

내 시선을 날려버리듯 샤드는 두 눈을 떴다




"사람은 기껏해야 백년이면 죽잖아, 너무 좋은데 그거!
우리 용은 수명 같은 것으로 죽지 않아, 애초에 본 적도 없어
그리고 오래 살면 살수록 불행한 확률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져
언젠가 불행이 겹쳐서 죽어버릴지도 모르지
그럼 위협을 피하고, 안전하게 사는게 제일이지 않을까?"





아마 그것은 임시방편으로 생각한 것은 아닐 것이다
샤드가 힘주어 말하는 것보다 항상 부드러운 말투다였기에

그러나 그것은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인생관이었다
나와 그녀의 종족이 다르다는 것을, 역력히 생각나게 해주었다

오히려 지금 이렇게 서로 다른 모습으로
대화하고 있다는 것은 기적적인 일인지도 모른다

샤드는 확실히 비겁할 정도로 겁이 많다
하지만 그건 무작정인 겁이 아니라
그녀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일찍이 하늘에 광대한 부유성을 갖고
군림했던 천성 용족도 이제는 멸종된 지경에 가깝다
지금 이 대지에서 용족은 어김없이 멸망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오히려 그녀의 비관적인 생각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와 레우가 당황한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자
샤드는 자랑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너희들이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어!
너희는 수명이 짧으니까, 불행도 그보다 더 적을거 아냐!"


"……"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보석 아가토스가 지금도 있었다면
분명 독을 뿜어댔을 것이다
적어도 그녀만큼은 어떤 자리에서든 의지할 수 있었다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를 후회할 만큼은 후회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일말의 고통이 마음에는 남아 있었던 것 같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봐요, 샤드"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 버린 나를 대신해
입을 연 것은 피에르트였다

그녀의 동공은 피로의 빛을 띠고 있었다
나아졌다고는 해도
아직 열이 완전하게 내려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대마 제브릴리스를 이기지 못했다면
당신이 두려워하는 아르티아가 세상에 재림하겠지요
그리고 아르티아는 당신을 이 세계에 허용할까요?"





반드시, 하지 않을 것이다
아르티아의 최대 목표는 신앙에 의한 대륙의 통일
놈에게 마성은 인간을 결속시키기 위한 무대장치일 뿐이였다

할을 끝낸 장치가 어떻게 될지, 정말 불 보듯 뻔했다

샤드는 앉은 채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의 소심해 보이던 눈동자의 색깔은
 사라졌다.




"너희들이 말하는 속셈은 치명적으로 드러났어
가령 내가 여기서 협력해서 제브릴리스를 어떻게든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렇다면 결국 아르티아는 누가 죽일 거야?"





거기서 모든 게 끝나는 한
이 도박에 분수 같은 건 없다고 샤드는 말했다

설령 아무리 유리하게 상황을 끌고 가도
그 괴물만 나오면 모든게 뒤집어 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대립하기보다 눈에 띄지 않게 도망다니는 것이 좋겠지

아무튼 브릴리간트를 막타 친 것은 나니까
어쩌면 나에게 두려움을 품고, 놔줄지도 모르지





"……그리고 제브릴리스도 어떻게 죽이겠다는 거야?
나는 적어도 개죽음만은 피하고 싶다고
그리고 아르티아는 여유 있게 이 상황을 바라보고 있음이 분명해"





샤드가 그렇게 말하자 피에르트도 레우도 참견이 어려워졌다

그녀의 말은 경험이 뒷받침되고 있다
지금처럼 얇고 가벼운 말은 아니였다
특히 피에르트는 프리슬라트의 대신전에서 그것을 본 적이 있으니 말이다

원래 근성이 착한 사람들인 그들에겐
누군가를 설득할 수는 있어도 속일 수는 없는 법이였다

하지만 나는 그녀들과는 정반대였다





"아니야, 여유는 없을 거야
지금 아르티아는 초조해 하고 있거든"


"응?"




나는 샤드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말을 짜내고 뺨을 치켜올렸다





"아르티아의 계획은 이럴테야
마성으로 인류를 몰아넣고, 그들이 혼란에 빠진 곳을 구제
신앙으로 지배하는 계획이겠지만, 지금을 보면 어때?
인류 다수가 단결햇고, 비탄에 잠기지 않았어
놈의 상정은 훨씬 전부터 비뚤어지기 시작한거야"




대성교 만세
그렇게 말하는 인간이 이 왕도에조차 얼마나 남아 있는가

대마, 마인이 나타나 인류가
속수무책으로 살육당하는 곳까지는 아르티아의 뜻대로
하지만 그 후의 일은 상정외일 것이다

과거, 미소 하나로 도시를 함락시켜
영웅 용자를 계속 파괴했던 마인들
통제자 드래그만, 독극물 쥬네르바, 톱니바퀴 라브르, 보석 아가토스

그들은 없어졌고 아직 인류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우리는 마성에 대항할 수 있다고 앞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대마 브릴리트까지 아르티아는 상실했다

인류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비참한 시기를 맞이하지 않고 있는 것이였다
이름난 국가가 모두 무너지고
대륙의 일부로 몰렸던 그때와는 딴판이였다




"대성교가 대마로 정한 제브릴리스 마저
문장교가 멸망시킨다면, 이쪽으로 들어오는 인간은 반드시 있을거야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야
이건 그녀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고
확률로 말한다면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있겠어?
네가 죽을 때까진,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거야"


 


샤드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손톱을 깨물었다

시선이, 내가 아닌 어딘가를 멀리 보고 있었다
어쩌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손톱과 이가 맞물린 소리를 내며
몇 초 생각에 잠긴 뒤 샤드가 말했다.





"그럼 거래를 한 가지 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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