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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71화 - 꽃 같은 미소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7장 성전 시대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71화 - 꽃 같은 미소 -

개성공단 2021. 5. 20. 02:42

 

 

 

감정을 억제해야 해

 

그러면서도 핀 엘디스는 오랜만에 마음속으로 웃었다

그것은 바로 꽃 같은 미소였다

숲, 식물과 더불어 사는 엘프의 여왕다운 표정

 

하지만 꽃이란 본래 가련한 것도, 덧없는 것도 아니다

꽃의 생태란 얼마나 다른 생물에 봉사할 것인가만을 생각한 것

 

벌레를 유인해 꽃가루를 날라주고

새나 사람의 손을 사용해 씨를 나른다

언뜻 보기에 아름다운 꽃잎도

예술가를 신음케 하는 향기도, 교활한 생체의 현현

 

 

 

 

"...후, 후"

 

 

 

 

하지만 압도적인 녹룡을 눈앞에 두고도

꽃의 미소를 짓게 되는 것은 여간한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숨기기 위해, 엘디스는 입술을 쓰다듬었다

 

본래 즐기는 기색도 루기스 앞에 감춰야 했다

그래도 샘솟는 기분을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생명의 위기는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죽음의 손톱은 건드리지 않더라도

엘디스의 피부를 찢고 피를 튀기게 할 것이다

만약 손톱 끝이 그녀의 비단결 같은 피부에 닿는다면

그것만으로 용은 내장째 엘디스 속을 꺼낼 것이다

 

 

용종이란 브릴리간트만이 강대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종족 자체가 강인무비했다

정령, 거인과 나란히 대륙 지배의 한 부분을 담당했던 것은

결코 운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용이 크게 입을 벌리면서 브레스를 뱉어내려고 호기를 부렸다

용의 브레스가 직격하면 엘디스는 티끌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질 것이다

 

비로소 엘디스는 웃음을 꾹 참고 루기스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용의 거동을 일순간 저주로 말렸다

 

그렇다면, 일부로 위기감을 목소리에 실어 보여 주자

슬슬 그것을 알아챈 기색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너와 이러고 있는 건 즐거워, 루기스

하지만 너의 그것은, 그런 거겠지"

 

 

 

하지만 루기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너도 알겠지만, 사소한 이야기는 다음에 해 두겠어?

나도 지금 여유 있는 형편이 아니라서 말이야"

 

 

 

 

목소리와 동시에 브레스를 토하기 직전이었던 용의 입이 다물었다

아니.... 그것은 닫힌 것이였다

루기스는 마검으로 강제로 위턱을 내리쳤다

 

루기스는 상단에서 마검을 유유히 휘두른 뒤 손목을 돌려놓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래에서 위로 검은 선을 그었다

다음에는 용의 턱을 세로로 찢어, 피를 펑펑 쏟아나게 했다

 

엘디스는 확신했다

예상했던 대로 그의 행동은... 이젠 인간의 그것이 아니였다

 

대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마검을

예비동작도 없이 빼내어 끝내는 강철보다

경도를 지닌 용의 비늘을 깨뜨려 보이고 있었다

 

그는 온몸에서 열기와 같이 마력을 뿜어내며

인간이라면 체구가 틀어져 관절이 무너질 수 있는

기술로 용의 아가리를 베어 쓰러뜨렸다

 

용에서 거리를 뗐다고 생각해도

그저 바닥을 살짝 걷어차는 것뿐

다음 용에 접적하기까지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 속도를 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엘디스는 루기스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드디어 그는 마성으로 변했다

오늘날 그는 태어나 자란 종족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

 

거인의 피를 몸에 담아

용의 마녀의 마력을 대량으로 축적해

대정령의 축복을 가지고 서 있는 그를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없을 것이다

다종의 마성, 혼돈한 자들의 주인

 

사람들은 반드시 그를 마인이라고 부를 것이다

본래는 꺼림칙한 이름이자 인류의 적

 

 

 

하지만 엘디스는 그것을 환영한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은가

엘프는 원래 인간보다는 마성에 가까운 존재

본질적으로 인간과 맺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였다

 

인간의 수명은 엘프 입장에서 보면 책을 한 권 읽는 정도의 짧은 것

마음에 남는 일은 있어도, 그 시작부터 끝까지 반드시 보고 마는 것이였다

 

엘디스로서는 루기스조차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다

손바닥에서 흘러내리는 물처럼 모든 것이

걷잡을 수 없는 날을 악몽으로 꾼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끝이다

 

이 얼마나 바랬던 일인가

얼마나 기도하고 그리하여 이 상황을 만들어내는 일에 고심했던가

피에르트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와 함께

이곳으로 발을 들여놓은 보람이 있었다

 

엘디스는 푸른 눈을 번쩍였다

 

 

 

 

 

".........!"

 

 

 

 

 

주위를 파괴하는 용의 포효와 함께

루기스는 마검을 최상단에서 뽑아들었다

엄청난 혈류가 용에서 튀어 나와

제브렐리스의 몸 속을 휘젓고 다녔다

 

그의 뺨과 체구에도 피는 스며들었지만

어느 것도 치명상은 아니였다

용을 상대로 한 것이라 생각하면 기적에 가까운 경상이였다

 

아니, 그것도 당연할지도 모르지

어쨌든 그가 가진 마검은 용의 왕을 죽였다

그렇다면 용을 죽이는 법은 이미 익히 알고 있겠지

 

그래서 녹룡은 당연하게도 여기서 죽어버릴 것이다

 

소리마저 잃은 마검의 일격

마력의 덩어리인 용이 보다

강한 마력의 덩어리에 난폭하게 박살내면서 그 몸을 무너뜨렸다

 

남은 것은 오직 마인과 그 주인뿐

 

엘디스는 내심을 감추면서

고개를 숙이고 억지로 말을 비튼 것처럼 말했다

 

 

 

 

"루기스, 나는 혹시 자네에게 짐이 되어버린건 아니겠지?"

 

 

 

 

 

진정으로 그런 건 아니였다

그저 침통한 표정을 지어 보일 필요가 있었다

루기스에게는 자신이 마인이 되어 버린 것에 대해

충격과 동요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농담은 그만 해

네가 없었다면 어떻게 제브릴리스를 죽이겠어

나 혼자서는 짐이 무거운 법이야"

 

 

"그렇다고 해도

나 때문에 자넨 마인이 되어 버렸잖아"

 

 

 

 

 

마성의 빛을 떨어뜨린 푸른 눈이 루기스의 얼굴을 관통했다

순간 그가 말을 더듬는 것을 엘디스는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

인류에게 지금 이럴 상황이 아니겠지만

이제 그들은 인류가 아니였다

 

현재 엘디스가 실시하고 있는 것은

인류 구제등이 아닌 세력권 싸움이였다

 

 

 

 

 

"머지않아, 정식으로 너에게 사과를 하고 싶어

너를 마인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어

그런 선택지를 선택하게 해 버린 것은 나의 실수야

주인으로서 있을 수 없는 짓이겠지"

 

 

"엘디스, 그것은..."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지 마

그것은 나를 헐뜯는 거나 마찬가지야

엘프도 사람도 책임은 져야 하는 법이지"

 

 

 

 

 

루기스가 말을 삼켜버린 것을 엘디스는 보았다

그의 성격을 엘디스는 이미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을 터득한 상태에서 말을 가다듬은 것이였다

 

사실 엘디스가 없었다면

루기스는 마인이 되기를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의 이상은 언제나 인간의 몸이라는 데 의미가 있었다

자기 자신을 위해 그는 인간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키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그는 자신을 버릴 수 있었다

 

그는 너무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며

자신의 일을 타인을 위해 쉽게 내팽개칠 수 있는 사람이였으니까

 

게다가 그는 타인의 존엄성을 사랑한다

사례는 거절할 수 있어도

스스로를 일깨우는 자의 말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엘디스는 이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엘디스에게는 그를 묶어두는데 필요한 것은

은혜도 친애도 계약만으로는 부족하다

 

그에게 자발적인 행동을 요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에 대해 씻을 수 없는 죄를 짊어지는 일

 

발밑에 매달려 용서를 구하는 존재를

그는 결코 거절할 수 없기 때문이였다

 

 

 

 

"......가자, 루기스

제브릴리스를 죽여야지

난 네게 용서조차 구할 자격이 없어"

 

 

 

 

 

벌어졌던 미소를 모두 억누르며

엘디스는 루기스의 손을 잡았다

역시 즐겁다는 마음은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설령 이곳이 무덤에 가까운 곳이라고 해도

그것으로 좋다고 생각해 버릴 정도였다

 

 

 

◇◆◇◆

 

 

 

 

 

 

적동룡과 보석

하늘을 누르는 두 사람이 마주 보며 시선을 주고받았다

보석은 격정에 휩싸여 눈동자를 적시고 있었지만

구릿빛 용은 비정할 정도로 냉철했다

 

정령신 제브렐리스가 깨어난 이상 이를 드러낼 수는 없다

그녀는 문자 그대로 신이다

마인이나 용이 떼를 지어도 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막상막하로 싸우려면 그야말로

천성룡 브릴리간트와 거인왕 프리슬라트를

여기서 현현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비겁하다고? 비겁의 무엇이 나쁘단 말이야?

그런 건 모두 터무니 없어, 약한 자에겐 약한 자만의 섭리가 있는 법이야

생존이야말로 생물의 절대 목적, 거기에 비겁이라는 말은 없어

내 생각은 달라, 절대로 살 수 없는 선택지를 택하는 것이야말로 바보겠지"

 

 

 

 

구릿빛 용 샤드랩트에게 삶은

모든 것에 우선하는 투쟁

설령 욕을 처먹더라도

모함당하고 궁지에 빠진 쪽이 바보

투쟁에서 속고 속는 일은 일상이 아닌가

 

 

 

"그럴리가 없어요!

아가토스는 나에게 목숨을 맡겼어요

자신이 죽기 직전에도 나에게 잘 살라고 그랬어요

저는 당신의 말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어요!"

 

 

"그래, 그렇겠지

난 선대의 보석을 헐뜯을 생각은 없어

다만 나는 그저 죽고 싶지 않을 뿐이야

죽으면 고귀함이고 뭐고 모두 사라지는 거니까"

 

 

 

 

마인 레우는 눈동자에서 눈물까지 글썽이며 보석을 불러 모았다

과거 아가토스가 미려한 선을 허공에 그렸듯이

레우 또한 보석을 손발처럼 조종했다

 

샤드랩트는 눈을 크게 뜨고 양 날개를 펼쳤다

나와 그녀가 결코 상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말을 주고받는 것은 무의미하다

논의는 평행선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자신 답지 않은 일을 저질렀다고 샤드랩트는 생각했다

본래라면 애당초 그녀를 격앙시킬 필요가 없었다

협조하는 척하면서 안전한 곳에서 철수하면 될 뿐

 

그것을 이렇게도 자신의 논리를

곰곰이 주장해 버리는 등이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도 그녀에게 맞췄을지도 모른다고

샤드랩트는 눈살을 찌푸렸다

 

 

 

 

"필요 없나요, 아가토스의 보석"

 

 

 

 

레우가 가능한 한 낮게 말했다

그것은 아마도, 샤드랩트가 협력하는 조건으로

제시한 것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정확하게는 과거 아가토스가 자신의 보석으로 봉했던 것

그것이 샤드랩트가 유일하게 원하는 것이었다

 

 

 

 

"목숨과는 바꿀 수 없어

빼앗는다고 해도, 네가 마력을 들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그렇다면 다음 세대의 보석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겠군"

 

 

 

 

마인이 됐다고 해도 레우도 불멸은 아니다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 원전을 양도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까지 오래 살 수 있으면 좋을 뿐인 이야기

거기서부터 다시 교섭을 하자

용에게 그 정도의 세월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러나 레우의 대답은 샤드랩트의 예상 밖이었다

 

 

 

 

"그럼 여기서 부수겠습니다"

 

 

"응?"

 

 

 

 

 

레우는 눈물을 머금은 채 보석을 손에 들어 보였다

아가토스가 남긴 미려한 주홍빛 보석이 빛을 받아 반사를 남겼다

그것은 레우에게도 아가토스의 유품 중 하나와 같다

망가뜨린다는 건, 절대로 하기 싫었지만...

 

하지만 지금 이 용을

움직이는 것은 이 보석밖에 없다고 깨달았다

 

 

 

 

"당신이 지금 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겠다면

나는 이 보석을 파괴할 것이에요!

두 번 다시 내용물을 손에 넣을 수 없겠죠?"

 

 

"이 비겁한 녀석!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거야?"

 

 

"비겁이란 단어는 바보들이나 쓰는 거라면서요?"

 

 

 

 

 

샤드랩트는 오늘 처음으로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저것이 파괴되는 건 무엇보다 좋지 않다

그것만은 가장 피하고 싶은 선택사항이였다

하지만 죽기도 싫은데... 목을 으르렁거리며

샤드랩트는 시선을 두리번거렸다

 

울부짖고 짜증난 아이를 달래는 법 같은 거 샤드랩트는 알지 못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그녀는 이를 으드득 깨물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제브렐리스에게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하나의 마인 기색을 감지했다

그것은 바로 브릴리간트를 죽인 마인의 기색이였다


엘디스, 필로스, 안

3대 하라구로 탄생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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