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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73화 - 피의 주종 관계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7장 성전 시대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73화 - 피의 주종 관계 -

개성공단 2021. 5. 22. 00:55



구릿빛 용의 포효가 허공을 지배했다

불바람이 휘몰아치면서 눈을 흩날릴 먹구름마저 날려보냈다
대지에 마가 쏟아지면서 극대의 화구가
구릿빛 용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일찍이 온 하늘을 지배했던
5대룡 중유일한 생존자, 구릿빛의 여왕룡 샤드랩트

그것이 현현하는 순간, 전쟁의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간도, 마수까지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은 자기 것이라는 것과 날개를 펴는 거만함도
다른 사람을 돌아보지 않는 거만한 행동도
모든 것은 그녀의 것이였다



현실에 없어져 버린 신화의 전승이 지금 여기에 되살아나고 있다
그녀의 모습 자체가 전설이 모두 진실이고
둘도 없는 역사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허물어져라, 화구!"




찬란하고 자랑스러운 구리의 비늘을 펼치며 허공을 나는 그 위용
그녀 앞에 선다는 것이야말로 유리와 같은 파쇄를 의미했디

염룡의 증명인 극대화구가
제브렐리스의 거구를 거칠게 내리쳤다

그것은 물리적인 현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주위의 마력을 송두리째 빼앗는 것은
이미 단순한 불꽃이 아닌 마의 개념 중 하나에 가까우니까

화산 폭발과 같은 극대화구가
호쾌하게 제브렐리스 껍질을 부숴버렸다

그 광경은 인간과 마수에게 하나의 광경을 떠올리게 했다

과거, 그야말로 신화의 시대
이런 마성이 많이 존재해 패권을 다투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였다



정령신 제브렐리스는 신화시대의 유일한 단독 생존자

그녀는 거인왕 프리슬라트, 천성룡 브릴리간트를
신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며, 패권자로 군림했다




"...이래서 비록 지더라도 신을 상대하는 건, 피하고 싶었는데..."




제브렐리스 외곽이 붕괴음과 함께 깎여 내려갔다
이제껏 멈출 줄 모르던 그녀의 발걸음이 이때 처음 멈췄다

샤드랩트의 극대화구는
어김없이 정령신에게 심대한 상처를 안겨줬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파괴할 수 있다면
샤드랩트는 주저도 하지 않고, 단숨에 거구를 무너뜨렸을 것이다

그녀가 머뭇거릴 만한 이유가 눈앞에 있었으니...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제브렐리스가 준동했다
거구가 진동을 일으키고 그녀를 구성하는 유적 하나하나가
바람을 맞자 마치 온몸이 오열을 내는 듯했다

순간 마력이 솟아올랐고
제브렐리스의 체구 전체를 뒤덮을 듯 안개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농밀한 장기가 상처로 들어가 외곽을 재구성해 나갔다

이것이야말로, 제브렐리스의 가장 흉악하고, 손댈 수 없는 권능
그녀는 상처를 받으면 필요한 만큼의 마력을
대지에서 송두리째 빨아올려 즉석에서 재생을 해버리는 것이였다

그야말로 과거 마인 드래그만이 그 몸에 깃들었던 권능
그것이 제브렐리스에게 주어진 것이라면
그와 같은 권능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





"샤드랩트, 그녀가 내게 대적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무슨 변심이라도 한 건가? 그녀는 저래뵈도 이미 완성된 생물일텐데"





신전 내부
제브렐리스는 내게서 시선을 돌려 허공을 보며 말했다.
이 내부에도 흔들림은 전파돼
샤드랩트의 열기마저 느끼는 데도 동요는 보이지 않았다

샤드랩트의 반역이 있었으면서도
자신의 우위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한 모습이였다
믿기 어렵지만 그것이 그녀에게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예상이 하나 빗나간 것도 사실
그렇다면 역시 신이라고 해도 그 상정은 확실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샤드랩트의 폭위 때문에 신전 내부에 균열이 생겼다
이제 이곳은 완벽하지 않으며 그녀도 무적은 아닐 것이다

제브렐리스가 시선을 움직이기도 전에 땅을 박차고 뛰었다
스스로의 다리 힘만으로 허공을 달린다는 것은 처음 있는 경험이었다
인간의 몸이라면, 그대로 두 다리가 튕겨져 버릴 텐데 말이다

하지만 마성 덩어리가 된 체구는 부서지지 않았다
신경은 당연시하게 받아들였고
마검은 이 몸에 걸맞은 검선을 시야에 비춰 주었다




마검이 말하는 것 같았다
이 녀석은 이렇게 죽이는 거라고

도약의 성과는 대단했다
제브렐리스 옥좌에 이르는 계단을 뛰어넘어
단숨에 그녀 밑으로 마검을 도달시키는데 성공했다

아까처럼 함부로 칼을 휘두르는 것은 아니였다
지금의 그녀라면 죽일 수 있다는 예측이 있었다

보기에, 제브렐리스가 만들어 내는 소녀의 모습은
모두 그녀의 혈액... 검은 액체에 의한 현현인 것이다
이 혈액이 그의 거구 전체에 퍼져 있다면
일 부분만 증발시킨들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혈액과 상관없이
치명에 가까운 장소와 아마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제브렐리스의 중심부라고 해도 좋을
이 신전에 앉고 있는 그녀의 의자...
아마 약점과 관련 있을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죽여볼 만한 가치는 있다

마검이 신음하며 허공을 갈랐다

하지만 그 순간에, 제브렐리스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자세조차 보이지 않았는데, 그녀는 아주 자연스러운 듯이
자신의 손가락 끝을 마검 끝에 닿게 했다





"그걸 다루기엔, 당신은 아직 이른 걸?"





순간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검은 액체가 뿜어져 나오며 움직임을 멈춘 마검 위를 달렸다
그것을 억제할 틈도, 피할 수단도 없다
그대로 일체의 주저 없이 검은 액체는 칼자루와 내 손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살의 안쪽... 혈관 속으로 파고 들기 시작했다




"그.... 아아아아악!"





다가온 것은 대뜸 내뱉고 싶을 만큼의 한스러운 비명
자신의 몸 속에, 자신 이외의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최저의 감각

평소에는 의식도 하지 않던 전신의 혈류가
이제 괴한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땅에 납작 엎드리고 싶은 충격... 하지만...




"이얍!"




강제로 양팔을 흔들어, 제브렐리스의 손가락끝을 뿌리쳤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혐오해야 할 마인의 몸에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

마인의 체구에는 고통도 두려움도 없다
원하기만 한다면 죽을 때까지 그 역할을 다하는 것

한숨 돌릴 시간은 없었다
옥좌에 앉은 채로 있는 제브렐리스를 향해서, 두 번, 세 번 칼을 휘둘렀다
지금까지처럼 그저 마검을 몸에 받기만 하지 않았다
그녀는 반드시 손끝으로 받아들이고, 나의 칼날을 뿌리쳤다

결국 이것은 역시
지금의 그녀가 직접 베어질 수는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베려고 한 만큼의 의미는 있는 것이였다



그러나 대가는 어마어마했다
그녀는 일체의 사양을 하지 않고
내가 움직임을 멈추면 검은 액체를 육체에 스며들게 했다
그때마다 정신이 타들어가고 육체가 이상해져갔다

솔직히 말하면 무시무시한 공포가 있었다
사람의 몸에서 마를 받아들였을 때의 감각과는 또 다른 것
몸에 열을 갖게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빼앗긴다...
아니, 뭔지 몰라도, 무너져가는 촉감이랄까?

더구나 마검이 그린 선은 단 한 줄도 맞추지 못했고
마치 제브렐리스는 다 알고 있었다는 듯 그것을 쉽게 반응해갔다




"마인 루기스, 당신은 신에게 거역을 한 거야
예로부터 마인은 대마를 따르는 법
그 약정에 거역하는 것은 너무나도 큰 죄란 거지
신을 거스른 자가, 어떤 심판을 받을지는 당신도 잘 알겠지?"


"신화는 믿지 않는 성질이라서 말이야, 그리고 알고 싶지도 않아"





숨이 가빠졌다
제브렐리스는 옥좌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있는데
이미 내 몸은 반죽음의 상태였고
안구마저 불타는 듯한 맹렬한 통증에 휩싸여 있었다

제브렐리스는 내 상태를 알고 있다는 듯이
눈꺼풀을 감은 채 다리를 다시 꼬았다
그리고 나서 유유히 말했다




"죽을 때까지, 땅바닥에 무릎을 꿇도록 해, 자 어서"





그녀가 반짝이는 말을 한 순간 무릎이 떨어졌다
죽을 때까지 움직여야 할
마인의 체구가 어찌된 영문인지 말을 듣지 않았다
무릎이 어느새 땅과 접합해 버린 것 같았다

그렇다고 모든 체력, 마력을 쏟아낸 것은 아니였다
설사 호흡이 여의치 않아도
아직도 움직일 수 있다고 하는 실감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거 설마...





"그래, 맞아"




나의 생각을 읽고 난 것 마냥, 제브렐리스가 입술을 움직였다




"내 피를 계속 받아들일 줄이야
참으로 구식적인 싸움 방식이네?
예전부터 말이야, 내 말을 듣지 않는 마인과 마성은
이렇게 벌을 주며, 말을 듣게 했어"





제브렐리스가 가볍게 손가락을 움직이면
내장을 둘러싼 혈액이 역류한 것처럼 격통을 일으켰다
나도 모르게 목이 오열과 함께 많은 피를 토해냈다
빨갛기 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검은 색을 띠고 있는 피였다




"네가 마인인 이상, 대마의 피를 거스를 순 없어
절대적인 피의 복종관계라는 것이지
이것으로 너의 구상은 대부분 끝나 버린거내?
샤드랩트의 불꽃만으로는 난 죽지 않아
아, 물론 너 또한 나를 죽일 수는 없었지"




발끝으로 땅을 치며 제브렐리스가 쓰러진 나를 바라보았다

그 자체로 온몸의 피가 열을 올린 것처럼 날뛰고 근육이 찢어졌다
외부의 아픔은 익숙해졌지만 내부로부터의 통각은
그 이상으로 견디기 어려울 지경이였다

목구멍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가 몇 초 지나서야 나왔다





"혹시라도 새로운 요정왕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거야?"


"......!"





눈꺼풀이 꿈틀하고 움직였다
드래그만에게 요정 왕의 권능을 물려받은 엘디스
그녀만은 제브렐리스와 대면시키지 않고 다른 길을 택하게 했다

그것은 당연히, 내가 이렇게 되어 버렸을 경우의 대비이기도 하고
그것이 가장 형편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녀는 제브렐리스의 보다 멀리 갔어야 하는데...

제브렐리스는 옥좌에서 일어나더니 내 눈앞에서 땅을 깔아뭉갰다




"허튼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을거야
여기에 들어왔을 때, 그녀도 나의 마력을 받았었지?
설마 인사라고 생각했던 걸까?
요정왕은 늘 나의 휘하에 있던 마인
내 마력은 곧 익숙해질지도?"




입김이 새어 나왔다
머리 속에 불쾌한 생각이 덮어지는 것 같았다

제브렐리스는 모든 감정을 표정에서 잃게 만들며 말했다




"이제 그만하도록 해
너로는 제정신을 잃은 나도
아르티아도 이길 수 없으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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