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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74화 - 그 날의 약속을 여기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7장 성전 시대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74화 - 그 날의 약속을 여기에 -

개성공단 2021. 5. 22. 01:20

 

 

 

"이런 젠장할! 아직도 낮이야?

이러면 땅 아래에 숨어있어야 하는 건가?"

 

 

 

 

엘디스는 자신도 모르게 투덜거렸다

엘프의 고운 피부에는 땀이, 푸른 눈에는 초조가 넘치고 있었다

그녀는 발로 몇번이고 땅을 밟으며 굴러 떨어지듯 앞으로 나아갔다

 

루기스는 중심부에, 엘디스는 최하층에

둘밖에 없는 귀중한 전력을 분산시키는 우책이었지만

이것이 취할 수 있는 선택 가운데 최선이었다

 

게다가 제브렐리스의 피인

검은 액체는 중심부에 집중해, 밖으로 향하며 분산하고 있었다

엘디스는 문제없이 최하층에 내려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터였다

 

적어도 예외가 나타나지 않으면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아서 말이야"

 

 

 

 

그렇게 말한 남자... 흡혈귀는 잔뜩 당긴 팔을

굉음과 함께 내밀어 허공을 관통했다

그 자체로 천장이 파도를 치면서

충격이 돼 등 뒤에서 엘디스를 덮쳤다

 

엘디스는 돌아보지 않았다

아마 고개를 돌려버린 시점에서 흡혈귀의 충격파는 

그녀를 반드시 꿰뚫어 죽일 터 였다

 

 

 

 

"......!"

 

 

 

 

그래서 엘디스는 두 손에 감싸며

주술을 가지고 자신의 발밑에 저주를 내렸다

 

그것만으로 발밑의 파편들은

썩을 정도로 열화되고 무너져 내렸다

마인 드래그만이 축복으로 대지를 융기시킨

응용이었는데, 대체로 잘된 것 같았다

 

엘디스는 스스로 아래로 떨어지며

흡혈귀의 추격을 필사적으로 따돌렸다

 

 

 

 

"도망가는 거냐, 아니면 떨어지는 게 목적인거냐

하지만 이쪽에서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흡혈귀는 어둠을 향해

낙하하는 엘디스를 유유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기량을 발휘했다

낙하 중인 엘디스에게 도망칠 길은 없을 것이다

 

충격의 소용돌이가 엘디스의 복부를 강타했다

그녀는 몸을 비비적거리며 벽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목적대로 내려갈 수는 있었다

최하층은 가깝다, 그러나 지불한 것은 컸다

흡혈귀의 근력으로 내리친 온몸의 뼈와 살이 부서진 것 같았으니까

 

입가에서 피가 쏟아졌다

날아갈 듯한 시야가 명멸하고 나서야

엘디스는 자신이 살아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의 눈앞에서 유유히 흡혈귀가 착지했다

빛이 통하지 않는 제브렐리스의 오지는

그에게 있어서 정원과 같았다

 

 

 

흡혈귀, 밤의 마족, 고귀한 혈족

이제 전설과 소문으로만 이름을 남길, 멸족한 자들

 

제브렐리스라고 하는 수많은 마의 안쪽에서는, 종의 멸망마저 없앴다

아니, 멸망이라는 말은 그녀가 있는 한 존재하지 않았다

 

설령 모든 종족이 자해로 죽더라도

제브렐리스는 반드시 그들을 낳아

자신의 자식으로 삼을 것이니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엘프는 우리는 이길 수 없다, 투항을 권장하지"

 

 

"......너와 궁합이 나쁜 것은 알겠지만, 싫어지내"

 

 

 

 

엘디스는 그가 이성적인 말투 덕분에

고귀한 혈족으로 불릴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저 덮쳐 먹기만 하는 마수 같은

하위 마족과 눈앞에 있는 흡혈귀의 사이에는 격절한 차이가 있었다

 

물론 그라고 본능적으로 마성의 충동을 가졌겠지만

그것을 억제할 만한 이성을 획득했다

마성 속에서도 종족 단위로 이성을 지닌 존재란 드물었다

 

엘디스는 푸른 눈을 일그러뜨리고

벽가에 주저앉으며 흡혈귀를 바라봤다

그리고 주술을 억누르고 틈을 엿보았... 그런데

 

 

 

 

엘프가 의지하는 것은 축복과 저주, 해방과 속박, 그리고 성장과 열화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살아있는 자에게만 적용되는 것

살기 때문에 축복받고, 살기 때문에 저주받는다

죽은 자를 저주하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흡혈귀는 죽은 자의 왕

본질적으로 살아 있지 않는 것이였다

 

 

 

 

"엘프는 우리 종족을 이길 수 없듯이, 마인도 대마를 이길 수 없다

이것은 운명의 연속, 게다가 아무리 분투하더라도

지금의 너에게는 정령신의 마력이 묻혀있어, 머지않아 거역할 수 없을 것이다

투항하려면 스스로의 의지로 투항하는 것이 좋겠지

 

 운명에 순종하는 것은 결코 약한 일이 아니다

새로운 요정왕이여, 이 지경에 이른 것만으로도

너도 저 마인도 용사라고 불러도 좋은 것이다"

 

 

 

 

 

아무런 빈말도 없이, 노골적으로 흡혈귀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주저앉은 엘디스는 그를 똑바로 올려다보는 모습이였다

 

그녀는 냉정하면서도,  재빨리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신체 마디마디가 열을 올리며 이상을 외치고 있다

전쟁터의 흥분상태가 끊어지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의 아픔이 엄습할 게 틀림없다

 

뼈가 부러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방금 전처럼 달려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것은 아마도 어쩔 수 없겠지

올려다보면, 낙하한 거리는 건물의 3층분 정도는 되었다

그 낙하 중에 흡혈귀의 일격을 받아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운명? 넌 그런 것을 믿는 것인가?"

 

 

"그렇다, 운명이다

누구도 운명에 정해진 것은 피할 수 없다

우리 종족이 망한 것도 운명..."

 

 

 

 

엘디스는 흡혈귀의 말투에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가 왜 움직이기도 힘든

엘디스의 심장을 찌르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간결했다

 

이제 엘디스와 그 사이에는 절대적인 역학관계가 존재했다

설령 허를 찔린다 하더라도, 그가 죽는 일은 없다

그리고 엘프의 저주는 인간을 향하기 위한 것

본래 마성과 싸우기 위한 엘디스의 몸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였다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패를 찾다가

엘디스는 입안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운명이란 게 뭔지 알아

스스로는 어쩔 수 없는 것

손대지 못하는 흐름은 엘프에게 당연한 지식 중 하나지"

 

 

 

 

입안이 쑤시는 것을 느끼며 엘디스는 말을 흘렸다

눈꺼풀 속에 떠오르는 것은

공중정원 가자리아에서의 탑 안에서의 생활

 

엘디스는 탑에 유폐된 채 

그저 허송세월하는 삶을 살았다

시간의 개념은 희미해지고 정신은 찌그러지기 시작해

실신할 것 같았던 그 날들...

 

원래대로라면 그 탑에서 구해 준 그를

운명이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탑 안에서 그와 함께 지내는 감미로운 생활도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것은 운명의 만남이었으며

그것은 엘디스의 마음에 따뜻한, 그러면서 자랑스러운 감정을 주었다

 

그러나 엘디스의 본능적인 감촉이

이제 그 만남은 운명이 아니라고 부정했다

 

 

 

과거를 회상할 때마다, 운명이란 말을 쓸 때마다

오히려 탑 안에 유폐되어 있던 시기에야말로

운명의 숨결을 엘디스는 느끼고 마는 엘디스였다

그 탑에 있는 것이야말로 엘디스에게는 운명이며

필연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이상해, 하지만 생각하게 돼

 

엘디스에게 완성된 운명이란 그 탑에는 갇히는 것

 

그 운명은 이제 한 인간의 손에 의해 파괴됐다

엘디스는 운명이 아닌 그의 손을 들어주기로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결단을 내렸다

 

그러니까 이건 그때와 똑같은 일을 할 뿐

 

 

 

 

"이름 모를 흡혈귀

난 말야, 이미 오래전부터 운명에 갇혀 있었지

하지만 난 그것을 깼어, 남이 아닌 내 스스로 말이다!"

 

 

 

 

엘디스는 볼을 치켜올리며 다시 주술을 펼쳤다

아마도 땅을 무너뜨리려는 것일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흡혈귀는 더 이상 용서를 하지 않을 것이고

다음에 똑같이 떨어진다면 그는 어김없이 엘디스의 심장을 도려낼 것이다

그만한 실력이 이 마족에게는 있었다

 

 

 

 

"...흐음"

 

 

 

 

하지만 한순간의 동요가 흡혈귀에게로 흘려졌다

그리고 커다란 충격음이 붕괴 소리와 함께 울려 퍼졌다

 

엘디스가 무너뜨린 것은, 자신의 발밑 만이 아니였다

주위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있던 잔해

그 모든 것을 저주하고 붕괴시켰다

당연히 흡혈귀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러나 자신 또한 위험이 다가오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 또한 사실

이미 엘디스의 몸은 만신창이

이 낙하의 충격만으로 절명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흡혈귀는 낙하 따위로 죽지는 않는다

자살을 각오한 길동무치고는 너무 싼 방책이었다

 

그래서 흡혈귀는 초조하지도, 서두르지도 않았다

조금 전과 같이 팔을 끌어 모아, 허공을 향해 자세를 취했다

 

마족으로서의 도도함도 이때만은 사라졌다

그저 사냥감을 살육하기 위한 광포성만이

밤을 꿰뚫는 눈동자에 나타났다

 

엘디스를 확실하게 절명시키기 위해,

흡혈귀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내가 이겼어"

 

 

 

 

 

피에 젖은 입술이 그렇게 움직였다

 

동시에 엘디스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몸을 떼지 않고 지니고 다닌 창공의 잔을 건드렸다

왕도에서 엄청난 마력을 삼키며 형성된 통제자의 술잔

 

이제 이곳은 제브렐리스의 최하층

아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간신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흡혈귀가 팔을 휘두르기를 기다리지 않고 엘디스가 말했다

 

 

 

 

"약속을 지켰어, 고대의 위대한 요정왕이여

나는 여기까지 왔다, 원전해제 '요정향'"

 

 

 

 

그것은 통제자가 되기 이전

하나의 마인이 본질로 삼고

무엇을 잃어서라도 지키려 했던 세계의 일단

 

쏟아지는 마력의 소용돌이가 흡혈귀의 체구를 관통했다

 

 

 

 

 

 ◇◆◇◆

 

 

 

 

 

 

끝이 없어보이는 마력

술잔에서 여러 겹의 마력이 소용돌이치며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이 공간을 마의 세계로 채우려는 듯 했다

 

아니, 이미 이 소용돌이 속에 세계가 있었으니...

 

 

 

삼림이 펼쳐진 대지에서

요정은 달밤에 춤추며 자연 그대로 호흡을 하고 있었고

위협은 존재하지 않고 영원한 평온이 계속 퍼지는 요정향이였다

 

이것이야말로 이상세계

일찍이 탈취당한 모든 요정의 대지

빛과 채색이 하늘을 뒤덮는 세계

 

분명 낙하했던 엘디스는 지금 여기서 요정왕으로 있었다

 

아... 아.... 돌아온건가...

 

 

 

 

감미로우면서도 녹아버릴 것 같은 느낌

그것이 과연 엘디스의 생각인지

아니면 이곳의 왕이었던 그의 생각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생각은 같았다

 

과거 정령신에 침식돼 사랑하는 왕비도

수많은 백성들도 잃고, 살아남은 요정들도 대부분 몰락했다

 

그 꺼려야 할 적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동시에 사랑해야 할 사람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

 

요정왕 엘디스는 입술을 움직이며 말했다

 

 

 

 

 

"나의 사랑, 그 모든 것을 돌려받자

잃는 자의 아픔을 알게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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