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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06화 - 거인왕의 문답 - 본문
인간왕 메디크의 칼날이 마녀 바로누스의 살을 관통했다
치명적인 것은 아니였지만
그러나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상처였다
그것을 메디크가 노리고 해낼 수 있을 만큼의
실력차가 지금의 양자 사이에 있었다
지평에 죽음을 흩뿌리며
마법과 술식을 손발처럼 부린 바로누스
그러나 거꾸로 말하면 마력을 잃었다면
그녀는 손발을 떼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날 그때, 새로운 검은 머리의 마녀는
용의 송곳니를 가지고 바로누스의 마력을 탈취해 갔다
그림자 속에 송곳니를 삼킨 바로누스는
항상 마력의 고갈을 느끼고 있었다
주위에서 아무리 집어넣어도 항아리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마력이 흘러내리곤 했다
"바보 같으니, 넌 너무 어리석어
넌 완전무결한 왕이 될 수 없을 거야"
"그건 그래, 완벽한 인간이 어딨겠어?
교만하고, 건방지고, 거만할 뿐이지"
바로누스의 피가 눈 위에 떨어져 번져갔고
그대로 마력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현현시킨 거인도 조금 있으면
움직일 수 없게 되어 버릴 것이다
하지만, 아직 싸울 수 있다
나는 움직일 수 있다
바로누스는 부서질 것 같은 의지를 기력으로 꿰맸다
메디크의 말에 굴복하면 편할 것이고
그라면 모든 것을 이상대로 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었다
너무나 감미로운 유혹이였다
그래도, 아르티아가 패배하는 모습을
바로누스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메디크가 엉망이라면 아르티아는 절대적인 존재
또 한 번 메디크를 잃는 것을
바로누스는 절대로 허용할 수 없었다
그녀는 손가락 끝에 혼신의 마력을 쏟았다
갈증과 함께, 몸이 말라가는 느낌이 있었다
그녀는 칼에 찔린 채임에도 불구하고
거인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눈동자로 꿰뚫었다
거인과 단기로 상대하는 존재를 피부로 느끼니
바로누스는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그녀의 입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저게 자네가 말한 인간인가, 메디크?"
그렇다면 이제 사람과 마의 경계는 없다
그것을 진정으로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이미 메디크뿐
"그를 용기 있는 자라고 하는 거야?
장렬하고 대담하다고?
마성에 맞서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라고?
바보 같으니, 그럴리가 있겠어?
그것은 이미 잊어버렸을 뿐이야, 아픔도 공포도..."
거인과 인간의 싸움이
바로누스가 빛 없는 눈으로 바라본 끝에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눈동자만은 빛나고 있었다
거인은 여섯 개의 팔을 자유자재로 춤추게 해
그 충격만으로 대지를 떨게 하고 있었다
단순한 구타가 아닌
이제는 그 진동 한 번이 소규모 파괴의 원전 현현
거인의 재주란 그런 것이였고
그것에 정면으로 항거한 것은 용과 정령, 두 존재 뿐이였다
그리고 그는 세번째였으니
"아, 조금은 봐달라고
죽어서까지 싸우는 게 안쓰럽긴 하지만 말이야"
루기스의 가벼운 어조와 달리
보라색의 마검은 허공에 당당한 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의 검기와 마력의 모든 것에 응한 모습으로 칼끝이 하늘을 갈랐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망치를 향한 일격이였다
순간 소리가 멎더니
피가 하늘을 더럽혔다
아니, 시체에 흐르는 그것은 피가 아니라 진흙이라고 불러야 할까
뚝뚝 점성이 있는 것이 거인의 팔로부터 튕겨나가기 시작했다
거인에게 의식이 있었다면 바보 같은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훨씬 작은 녀석이 파괴의 충격을 베어 죽이고
그대로 자신의 망치째 팔을 끊었다
아니, 그걸로 끝난 것도 아니고
내리친 보라색의 칼날을 돌려주자
그는 시원스레 한 걸음 더 내디뎌 하늘에 선을 그렸다
또 하나, 거인의 팔이 문자 그대로 베어졌다
지금으로선 거구는 루기스에게 좋은 과녁에 불과할지 모른다
적어도 더 이상 시체로 죽일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바로누스가 무섭게 느낀 것은
그가 결코 거인의 일격을 피하려 한 것도
살아남기 위해 팔을 끊은 것도 아니라는 점
그는 틀림없이 거인을 끝내기 위해 앞으로 발을 내딛고 있었다
거인이라는 존재에게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죽이려는 자를 과연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바로누스에겐 의문이었다.
인간왕 메디크는 인간의 심오함을 가지고 인간을 넘어섰다
대영웅 아르티아는 마를 조종하는 기술로 인간을 넘어섰다
그럼 인간인 채로 마를 계속 삼킨 그는...?
바로누스는 손가락 끝에 집적된 마력을 주먹에 쥐었다
그녀에겐 생각할 겨를도 여유도 없었다
눈 앞에는 메디크가 있었고
그가 마력의 흐름을 모를 리는 없었다
"메디크,너도 나도 바보였군
몇백년 동안 생각한 사상을 이제 와서 바꿀 수도 없으니 말이야
난 여기서 끝나니, 너도 날 따라 같이 그만둬주겠어?"
"이 바보 녀석,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순간 손가락 소리가 들리더니
마력이 떨리며 대기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바로누스는 마법을 행사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신호를 했을 뿐, 이제는 그만한 마력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왜냐하면 수많은 마수들을 집어삼켜 만들어 낸 마력과
자기에게 남은 마력을 모두 거인에게 쏟아 부었으니까
거인 남은 네 팔을 하나로 모아 치켜든들었다
이제 목덜미나 체구는 참격의 흔적으로 산 자의 것이 아니였다
그리고 그 자를 정면에서 맞서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바로누스는 금기법을 쓰기로 했다
상대를 직접 죽일 수 없다면 이 지반 자체를 무너뜨리면 될 것이다
비록 인간으로 생각되지 않더라도
상대가 인간의 틀에 머물러 있다고
지반 아래에 떨어져 버린다면 죽을 것이다
이 일대가 완전히 붕괴되면서
더 이상 사람이 살 땅이 아니게 되겠지만, 그래도 좋다
바로누스는 이미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거인은 명령에 따를 뿐
"큭!"
거인에게의 방대한 마력의 집적을 느꼈을 것이다
메디크가 순간 바로누스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 사이 바로누스는 자신에게 꽂힌 칼을 받아들이듯
메디크의 체구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칼날이 살을 도려내는 소리가 났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바로누스... 네 놈!!!"
사실 바로누스에게 동반 자살할 생각은 없었다
바로누스는 자신의 체구가 망하든 말든 상관없다
오직 메디크 한 사람이 알아줬으면 되었다
내가 옳았다고
자신의 행동이 메디크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한때 유일한 이해자였던 메디크만이
자신의 죽음 이후라도 이해해 주면 그만이였다
비장하다고도 할 수 있는
마녀의 마지막 일격이 거인의 팔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느낌이 안좋군
샤드랩트 때문에 마력에 민감해진 것일까
지금 눈 앞의 상황을 이해해버린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거대한 팔 네 개를 한데 모아
방대한 마력으로 파괴의 망치를 만들어 내고 있었으니
이것이 그들의, 거인의 본래의 싸움 방법일 것이다
절대적인 파괴를 상대로 강요하는, 단말마만이 남는 한판 승부
빨간 망토가 떨고 있었고
날숨 하나하나가 기묘하게 신선한 느낌이였다
공포와 두려움이 내게 있었다
그 날 큰 나무숲에서 대형마수를 만난 날부터
나의 성품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일까
분명 영원히 나의 소심함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내 뒤에는 레우가 있었고
그녀가 지키고 있을 마티아와 안, 기병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반드시 이것은 죽여 버려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니까
마검을 움켜쥐고 수평으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칼끝을 끌어당겨 어깨에 바싹 붙였다
"자 그럼 가볼까?"
내가 누구한테 말을 건 거지? 마검인가?
어쨌든 지금까지 몇번이나 나에게 응해 주었기에
의지 정도는 있을 것이 분명해
그렇다면 지금도 대답해 주었겠지?
몸 안의 마력이 집적되고, 원전들이 마검에 겹쳐져 현현되기 시작했다
이미 죽어버린 거인은
이제 의지도 없이 떠밀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았고
끝났을 죽음에 모독을 당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끝내야 한다
천공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망치가 떨어져 내려왔다
귀청을 찢는 굉음은 시간의 감각마저 잃게 할 정도였다
단지 이때만, 겁이 많고 힘이 없던 시절의 기억을 버렸다
마력이란 의지라고 샤드랍트는 말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의지가 마법을 만들고
가능을 보편화하기 위해 술식이 만들어졌다
때때로 의지와 소망이 원전과 힘을 더해준다고도 했다
재주가 없기 때문에
나는 그 한점만은 누구에게도 져서는 안된다
그래, 마음먹었어, 꼭 죽여버리자
"원전해제, 원초의 악"
거대한 망치를 끌어당기듯이
나는 그것이 다가온 찰나에 마검을 가로로 휘둘렀다
양팔에 감각은 없었고, 사고도 안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죽이는 것에 대해서 둘 다 필요는 없었다
망치에 칼날을 갖다 대자, 마검이 웃은 느낌마저 들었다
손바닥에 있는 것은 살해의 감촉
파괴를 살해하고 거대한 망치를 뚫어 쏘아 죽이겠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관통하는 충격이 있었다
내가 죽인 것이 무엇인지, 그것만으로 알게 되는 것 같았다
벼락을 맞은 듯한 굉음이 온몸을 울리게 했고
그것은 죽인 물건의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투였다
그러나 그뿐
거인의 시체가 이뤄낸 일은 그것뿐이었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
거인의 포효가 폐촌을 뒤덮었다
그것은 바로 그의 단말마였음에 틀림없다
네 팔은 부서져 막대기처럼 되어버리고
마력을 응축시킨 망치는 사라졌다
그에게 남아있는 것은 이제 그 사라져가는 거구뿐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것마저도 위협이였다
역시 거인의 파괴는 그 자체가 신화
체내의 마력이 송두리째 상실되어 버린 감촉이 있었고
팔은 미련하게도 꿈쩍하지 않고 있었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
거인은 다리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고
부서진 주먹을 나를 향해 휘둘렀다
그것은 더 이상 마력도 가지지 않는 필사의 발버둥
그러나 인류라면 당연히 죽여 버릴 만한 포효를 지니고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마력의 대부분을 잃은 지금, 버틸 수 있을까
카리아 때문에 몸은 좀 튼튼해졌지만
그래도 산산조각이 나면 죽겠지
두 손으로 간신히 마검만을 겨누었다
호흡이 거칠어졌고, 거인의 팔이 바람 부는 소리를 동반하여 다가왔다
그것을 몸으로 받아 들이기 직전의 일이었다
"깝치지 말고, 꿇어라"
찰나, 거인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것은 그가 끝을 맞이한 것은 아니였다
그는 다만 절대자의 명령을 듣고
자신의 의지로 움직임을 멈춘 것이였다
"하나만 물어보겠다"
거구는 몸을 꿇고는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저 절대자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그 외의 사안은 모두 죽은 듯이 보였다
분명 귀에 익은 목소리일텐데
어딘가 멀게 느껴진 목소리에, 고개를 돌아보았다
"카리아?"
여느 때의 머리 모양이 아니라
하나가 된 은발을 흔들며 그녀가 있었다
생김새도 모두 내가 아는 카리아 그 자체
그 이외의 누구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난 어째서 의문을 품었던 것일까
"루기스"
응하는 목소리도, 카리아의 것
나를 부르는 태도도 변함없군
하지만 기묘한 위화감과 한기가 등골에 있었다
"넌.... 아니, 난 네 녀석의 무엇인가?"
지금까지도 들어 본 적이 있는 질문이었다
평소 같으면 카리아의 모습을 보면서 대답할 텐데
하지만 오늘따라 내 머리가 고민되는 일조차 없이
하나의 대답을 하고 말았다
아니, 실제로 답을 준 것은 뇌가 아니였다
피
내 온몸을 뛰어다니는 혈액이, 나에게 답했다
거인왕이 여기에 있다고...
거인에게 있어서의 절대자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고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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