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87화 - 전장의 수호자 - 본문
태양이 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할 무렵
모여든 엘프 병사들은 용맹을 갖춘 발걸음을 내딛었다.
가자리아의 도시 지역을 몰래 돌아다니며,
마음 한 켠에 살의를 띠고 걸음을 내딛었다.
그들의 숫자는 수백명을 헤아릴 정도였고,
각각 창과 활을 들고 있었다
이제 그들은 전쟁터로 나갈 것이다.
가자리아는 전란이라는 연극의 무대가 될 것이고,
그것이 희극일지, 비극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제 이 사태는 아무도 말릴 수 없게 되었다.
새로운 핀 라기아스의 통치에 불만을 품은 자와
엘프 공주, 엘디스에 충성을 맹세하는 자들이
꽉, 하고 창을 쥐었다
엘프 문관들은 저마다 군사를 거느리고
곳곳에서 모여들었다.
길고 미치도록 긴 평화가 있었다
전란과는 무관한 행복이 이어졌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늘 이 순간으로 무너질 것이다
그렇게 가자리아의 공중정원은
붕괴를 앞두고, 섬뜩한 고요를 유지하고 있었다.
*
"왕궁 주변과 성문 앞에 군사를 배치하고 있어"
엘디스의 보고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적군의 배치는 나름대로 예상을 하고 있던 형태였다.
성문 앞에 군사를 집중시킴으로서
적들이 왕궁으로 들어오면, 배후에서 협공한다...
샌드위치 처럼 싸먹는 전략이라 할까
당연히 그 계획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우리에겐 승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감이 적잖이 있는 병사들도 있다.
승기를 잡으려면, 적어도 진군이 멈추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쪽은 어떻게 병사를 운용하냐가 중요하다.
이쪽의 이점을 살리면서,
상대 곳곳의 목을 조른다...
상대의 이점은 지형와 숫자다.
그리고 그들은 조금만 기다리면
곧 들이 닥칠 갈라이스트의 병사들까지 있다.
갈라이스트 병사는 승부를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라기아스의 목을 베어야 할 것이다.
반면 이쪽의 이점은 어떠한가
우리는 고작 정찰 활동이 가능한
발리안느의 영혼술 뿐이다.
참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그러고보니 나는 왜 대장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일까?
나 같은 사람은 땅개 정도에 어울릴텐데
익숙지 않은 역할에
머리가 빙빙 돌면서 뱃속이 떨리기 시작했다.
"엘프 문관들은 정면으로 충돌해도
지지는 않을 거라고 하던데"
생각에 잠긴 나를 보다 못한
엘디스가 눈동자를 깜빡이며 중얼거렷다
"주군의 앞에서는 너나없이
자신의 허세를 부리는 거야, 그런 말은 믿지마"
평화는 병사를 썩게 만드는 가장 큰 독극물이다.
그런 평화가 몇백년을 유지해 왔다면,
틀림없이 병사는 매우 조직력이 떨어졌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상대도 마찬가지 였다.
전쟁터라는 것은 들어서기만 하면
현실의 세계가 아닌, 마의 세계로 변모해버린다.
누구든 그 자리에 서면, 자신의 역할을 잃어버린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이런 말을 반복하며, 다들 죽어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새끼쥐가 용이 되고, 용이 새끼쥐가 되는 곳...
전쟁터는 그런 것이 인정되는 특이한 장소란 것이다
엘디스는 나의 얼굴을
아래로 쳐다보며 말했다.
"마치 잘 아는 것처럼 말하내?
너는 전쟁터에 자주 서봤나 보지?"
호기심이 가득찬 목소리였다.
나도 모르게 눈썹을 들었다.
"아아, 전쟁터라는 곳은
원하지 않아도 강제로 참가하게 되는 곳이 라는거야"
특히 나 같은 서민들에겐,
그렇게 덧붙여 말했더니,
엘디스는 즐거운 듯이 볼을 치켜올렸다.
"강제로 참가하는 전쟁터라...
그렇군, 그럼 이번엔 루기스가 원해서 하는 거내?"
엘디스는 나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희색이 가득 찬 눈동자를 나에게 내밀며 말했다.
"이번에는 루기스가 전쟁을 가지고 온 거잖아
전장의 소유자는 나도, 라기어스도 아니야
바로 루기스 당신이야"
이야 참으로 고마워라
아아, 잠만... 그 말이 맞기도 한 건가?
왜 내가 전쟁터 같은 것에 머리를 쥐어짜고,
살을 에는 듯한 심정으로 대장 흉내를 내고 있는가
그래, 이 전쟁터는 내가 끌어온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위해서,
이 가자리아라는 토지의 평화를 갈라버렸기 때문이랄까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흘려내렸다
목구멍 깊은 곳에서 차가운 숨이 오르내렸다
"그래, 어떻게보면 그 말도 맞내
그런데 그 빈정거리는 말투는 어디서 나오는 거야?"
"글쎄? 여기서 뭘 가르칠 사람은
한 사람 밖에 없지 않을까?"
저런 아가리는 왕족의 습성인 것일까
탑의 창문 바깥으로, 여느 때와 다른 가자리아의 풍경이 보였다.
언뜻 보면 그 모습은, 매우 고요했다.
하지만 공기 속에는, 어딘가 이상한 차가움이 있었다.
전란이 다가오고 있었다.
주군인 공주를 구출하고,
가자리아의 평화를 교란시키기 위해서
"이봐 공주님,
내가 의뢰한 상황은 세세한 것도 포함해서
문제 없다는 것으로 괜찮은 거겠지?
"아, 말했잖아. 걱정 하지 말라고
그런데, 저 와인은 어디에 쓰려는 거야?"
엘디스는 이상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와인을 좋아하는 지인이 있어서 말이야.
예전에 여행할 때부터 잘 아는 놈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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