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02화 - 기사된 자들 - 본문
어느 한 기사가 몸을 돌려
이리저리 창을 휘둘렀다
그 기사가 창을 휘두를 때마다
원숭이 모양의 마수의
살점이 파편이 되어 비산했다.
가자리아 성문으로 몰려들던
원숭이 마수들은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좋은 사냥감이 있다는 동료의 외침에 이끌려서
성문을 함락하기 위해 달려왔건만
어느 한 인간이
긴 창을 휘둘러서, 우리의 동료들을
하나하나 도륙해대고 있었다.
마수들은 도망치기 바빴지만,
그 기사의 눈에 걸려든 이상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었다.
마지막 원숭이 마수의 머리가
그 남자의 손에 의해 날라갔다.
대지는 마수에 의해 붉은 피로 적셔졌다.
"하하, 이거 너무나 끔찍한 광경인데?
하지만 덤벼든 네놈들이 나쁜거라고"
시체가 되어 소리 하나 내지 않는 마수에게
사내는 사납게 내빝듯이 말했다.
수 많은 마수를 죽이고도
숨 하나 안 차보이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동화책 속의 기사의 모습이였다.
"여전히 기운이 사납군,
성당 기사, 가르라스 가르간티아"
그에게 목소리를 던진 사람은
은발을 흔드는 한 여자였다.
성당 기사 가르라스 가르간티아는
말을 탄 채, 자신의 이름을 호명한 방향으로
고개를 매섭게 돌아보았다.
"어, 카리아 버드닉 아닌가?
기사단과의 합동훈련 이후로 본적이 없었군"
가르라스는 카리아를 본 적이 있었다
과거 성당기사와 기사단과의
합동훈련에서 본 것이 고작 한번 이였지만,
그녀의 모습은 가르라스의 머리 속에
선명하게 붙어 있었다
놀라운 검술솜씨, 견술이라고 할 수 없는
무기의 완성도, 그리고 기사라고 할 수 있는
그녀의 완고한 긍지
그 어느 것도, 진정한 기사를
증명하는 것들 중에 하나였기에
그는 그녀에게 경의를 느꼈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다음으로
카리아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가르라스를 조금 당황하게 했다.
"아, 몰랐겠지만..
기사는 이미 관두었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카리아다"
그 말을 그렇게 가볍게 하다니
그럼 기사가 아니면 다른 길을 택했다는 건가?
가르라스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않고
여전히 유쾌한 듯이 말했다
"너의 말에서 자유로워진 그런 기분이 드는군
부럽내, 나도 너처럼 가볍게 해방되고 싶은데"
가르라스는 혼잣말처럼 크게 중얼거렸다
그건 카리아를 조롱해서한 말이 아닌
그가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가르라스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왜 당신은 이 엘프의 나라에 있는 거지?
설마 여기서 눌러 살기로 결정한 건가?"
순간 공기가 흔들렸다
가르라스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입을 열어갈때마다, 원래의 험악함을 되찾아갔다
마치 짐승이 먹잇감을 위협하는 듯한
그런 음색과 눈빛을 숨기지 않고
가르라스는 이를 드러내고 볼을 치켜들었다
카리아는 그런 모습에 개의치않고
은빛 눈동자를 치켜세우며 말을 튕겼다
"알고 말하는 것이냐
아니면, 정말 모르고 묻는 것이냐?"
카리아는 상대의 가슴을 짓밟는 듯한 말투로
눈 밑의 상대에게 곧바로 내팽겨쳤다.
그래, 맞아
아군이라면 성문을 열고 영접하겠지
그렇지 않다면, 일부러 성문을 앞에 두고
말을 걸지는 않겠지...
지금 상황은 아군의 모습은 아니다...
그렇다면 카리아는...
"그렇군... 카리아 네놈...
문장교도에 붙어버린 건가?"
가르라스가 눈을 깜빡이며 중얼거렸다
그의 말투는 뭐라 말하기 복잡한 것이였다
붙잡혀 있을 문장교도가
지금은 성문 앞에서 당당하게 말솜씨를 뽐내고 있다니
"그래서 성당 기사가 여긴 어쩐 일이느냐?
일찌감치 인간이 쉽게 올 수 있는
나라는 아닐텐데?"
카리아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어조로
성문 앞의 남자에게 말했다
가르라스는 고개를 가볍게 내저으며
"카리아 버드닉, 고르게 해주겠다"
입술을 벌리며, 혀를 굴렸다
"명예로운 전사와
머리가 잘린 기사...
둘 중 어느 것이 좋겠는가?"
가르가스는 아주 자연스럽게 말을 내뱉었지만,
말 자체에는 목에 걸리는 듯한 험악함을 담고 있었다
성 안에 숨어 있던 엘프 병사들의
목이 겁에 질려 울렸다
카리아는 머리카락을 흔들면서
가르라스 처럼 볼을 큼지막하게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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