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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09화 - 가희와 신의 계시 - 본문
이제 눈이 쌓일 계절이 됬는 지,
북방을 거점으로 하는 대성당에
흰 담요가 덮었다.
마차에 오를 시간이 되어도
배웅하는 사람은 오직
나를 배려해주었던 수녀 하나 뿐이였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서
점점 작아지는 소녀에게 손을 흔들며
무심코 허리로 마차의 감촉을 살폈다
허리 밑에는 튼튼한 쿠션이 깔려 있었고
좌석 사이엔 흔들림을 막기 위한 완충재까지 있었다
심지어 추위를 달래기 위해
무척 고급스러워 보이는 담요도 있었다
알류에노는 그녀 자신도 모르게
황금색의 눈동자를 깜빡거렸다.
정말이지 자신이 이곳에 끌려왔을 때와는
엄청나게 대우가 달랐음을 기억하며
알류에노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물론 그건 어쩔 수 없기도 했다.
그 때의 자신은 그저 고아에 불과했었다.
대성당으로 향하는 마차는
일부러 그러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머리를 몇번이나 벽에 부딪혔던 기억이 났다
그때 여러번 생각했었다.
루기스와 함께 갈라이스트에 남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녀는 그런 상상을 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가희의 성녀, 그녀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였다.
그녀는 대성당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견딘 끝에
그녀의 마법소양을 인정받아서
성녀의 칭호를 얻었던 것이였다.
물론, 성녀라고 해도 아직 후보일 뿐이였다.
고로 가희의 성녀라고 하는 것은
아직 임시로 정한 칭호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후보에 이를 수 있는 것도
극 소수의 존재였기에
알류에노는 자신이 선택되었다는 것에 대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환희의 빛을 감출 수 없었다
가늘고 희던 손가락을 상처투성이로 만들고
미쳐버릴 정도의 고난을 받고서야
자신도 뭔가를 손에 쥘 수 있었다니...
그녀는 그것을 이 마차의 대우를 보고
겨우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가에 눈물이 맺힐 것만 같았다
그리고 지금 이 여정도
그 성과를 손에 넣기 위한 것이였다.
'순례의 길만이
사람을 성스러운 신체에 이르게 한다.'
그것이 대성당의 가르침이자
유일한 신 아르티우스의 계시이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가야할 길을 제시하고
사람들을 구제하는 신 아르티우스
성녀는 그 신에게 다가가는 역할이였다.
그 신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더라도
그 신비를 한 몸에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의식을 대성교에서는 순례라고 부른다.
그런 가르침과 의식의 존재야말로
오랜세월 성녀후보가 배출됬지만
성녀라는 존재가 나타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했다.
순례라는 것은 정해진 길을 그냥 걷는 의례적인 것이 아니라
그 여로조차도 신께서 내리시는 것임을...
역대 성녀들은 모두 아르티우스로부터
부여받은 계시에 의거해서
신변의 위험과 정신을 먹어버리는 위협을
모두 딛고, 순례를 성공시켰다.
성녀가 되기 위한 여정은
때로는 전란을 막거나, 풍요를 안겨주며,
절대적인 승리를 안겨주기도 했다.
즉, 순례란 곧 구원의 기적을 길으키는 여정이였다.
그러므로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만능적이여도
유일신 아르티우스의 계시가 없다면
성녀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계시를 받아 성녀가 된다면,
신에 가까운 권능을 얻는다고
...그렇게 전해졌다.
전해지고 있다 ...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였다
실제 성녀가 마지막으로 나타난 것은
이제 문헌상의 기록에 겨우 남아 있다는 정도였다.
현재의 사람들은
아무도 성녀를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 대성교와 문장교가
대립하는 혼돈의 시대 가운데,
신이 계시를 내려 왔다.
알류에노는 자신은 정말로 행운이였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계시를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알류에노는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담요와
넉넉한 마차의 흔들림을 느끼며
눈을 가늘게 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 좋은 감각이
자신의 눈꺼풀을 무겁게 하고 있었다
계시의 목적지로 고지받은 곳은
갈루아마리아 근처의 도시국가, 베르페인
알류에노는 그 곳에서의 수행을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편에선 다른 생각을 떠올렸다.
베르페인은 문장교도의 본거지인
갈루아마리아와 근처의 거리에서 있다.
혹시 우연이 겹친다면
나의 소꿉친구, 루기스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가슴을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직도 가슴속에는
문장교에 소속된 대죄인 루기스와
자신의 소꿉친구가 동일인물인지
많은 의문이 들었다.
전해지는 용모와 키의 모습은 확실히
자신이 아는 대로 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소꿉친구가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는
역시 생각되지 않았다.
늘 이러쿵저러쿵 이유를 대며
자신과 함께 있는 고집쟁이 그의 모습이
알류에노가 아는 루기스의 모습이였다.
게다가 만약 대죄인이라고 불리는 자가
나의 소꿉친구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알류에노는 크게 고개를 내저었다.
문장교도인 그가 소꿉친구라면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확실히, 그것은 기쁘겠지만...
루기스는 자신의 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굉장히 괴로운 사실일거야
아니, 괴롭다는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
알류에노는 꿈 속으로 미끄러질 뻔하면서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를 깜빡였다.
"루기스, 너는 내 편이지? 아니면 난..."
그 물음에 답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주위에 하얀 눈만 휘날릴 뿐이였다.
*
"허허, 이제야 자네도
그 묵직한 허리를 움직이려는 건가?"
그 말은 약간의 과장이 섞여져 있는 듯 했다.
그들의 모습은 어둠 속에 파묻힌
마치 그림자 같았다.
그 중 하나의 입이 열렸다
"뭐 어때, 아르티우스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아닌 사람들이야
고뇌하고 갈등을 겪어야만, 걸음을 옮길 수 있는가야"
그림자는 진동하며, 열을 내며 소리를 높였다
나머지 그림자 하나는 과장된 몸짓을 하며 말했다
"네놈은 한번도 양보하려 들지 않는 군"
그림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호탕하게 웃은 후,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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