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45화 - 발목을 잡는 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0장 혼란도시 필로스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45화 - 발목을 잡는 자 -

개성공단 2020. 5. 2. 17:36

첩의 왕녀

 

옛날에 그렇게 불렸던 그녀는

갈라이스트 왕국의 왕, 아멜라이츠 갈라이스트의 사생아였다

출신은 서민 신분이였던 하인이 낳았다는 말도 있었고

사랑에 빠진 하류 귀족들 사이의 자식이라는 말도 있기에

정확한 것은 누구도 판별할 수 없었다

 

여하튼 사실을 아는 사람은

국왕을 포함한 아주 적은 자들이며

그 사람들은 공주가 모습을 드러냈을 땐,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첩의 왕녀, 이전의 갈라이스트 왕국에서는

그 호칭을 필두로, 차례차례로 그녀를 헐뜯기 위한 

품평이 주위로부터 들끓어서

결과적으로 마지막에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말인지

그것조차 모르게 되어버렸다

 

본래라면 왕족이라는 존재에 악평이 붙을 리 없었다

왕가라는 핏줄에 국가라는 대검을 쥐락펴락하는

왕의 핏줄을 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럼 왜 공주에게는 쏟아질 정도의 악평이 따라다니게 된 것일까

그것은 실로 간단한 이야기 였다

 

그녀가 주위로부터 요구받은 것은

각본대로 이야기하고 춤을 추는 명 여배우였다

그러나 실제로 그녀가 한 일은, 각본을 찢어버리고

연극을 망치는 악녀였다는, 그럴 만한 이유

 

요컨대 대재해 후의 혼란기

사생아라고 해도, 아멜라이츠의 피를 이어받은 공주를 사용해

귀족들이 갈라이스트 왕국의 실권을 잠식하려고 한

그런 계획을 짜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귀족들은 사생아라고 생각하고 업신여겼던 여자에게

손목을 비틀리게 되고, 실권 전부를 빼앗겨 버렸다

 

그 심정은 헤아릴 만도 했다

귀족들의 가슴에 맺힌 것은 증오와 분노

 

국가라고 하는, 하나의 세계를 기울일 권능이 바로 앞에 있었는데

그것이 스르르, 손에서 미끄러지며 떨어진 그 감각

그런 것을 느낄 정도라면, 차라리 미쳐버리는 것이 편했을 수도 있다

 

결국 왕권을 손에 넣기까지의 비뚤어진 경위와

사생아라고 하는 입장에서

그녀는 귀족 패거리로부터 꺼려지게 되었다

 

여하튼 귀족이라는 무리들은 몸 안에 고귀한 피가

흐르고 있는지 없는지를 병적으로 걱정하는 무리들이다

분명 그들의 피에는 금화라도 섞여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서민의 피가 섞인 여자가 권력을 갖는 것은

견딜 수가 없다며, 그들은 외쳤다

그 결과 온갖 악평이 왕녀를 따라다녔다는 그저 그만한 이야기

 

악랄한 여자, 뱀, 여자의 가죽을 쓴 마수

그것이 지금은 필로스 트레이트라고 자칭하는 그녀가

등에 달라붙고 있었던 악명이였다

 

하지만, 그녀가 누군가의 적이였던 것은

옛날 쯤만은 아닌 것 같앗다

 

 

 

 

*

 

 

 

 

 

"이 동맹으로 필로스도 얼마간은 먹고 살 수 있겠지요

한랭기를 잘 넘겼으면 좋겠어요"

 

사무관 한 명이 자치도시 필로스가 시야에 들어갈 무렵에야

한숨을 내쉬면서 그렇게 소리를 질렀다

목소리에 이끌리듯 주위를 걷는 호위병의 분위기도

조금은 누그러진 듯 했다

 

통치자 필로스 트레이트는 사무관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입술을 풀었다

가슴 사이로 굳어 있던 돌이, 비로소 무게를 잃은 듯 했다

 

자치도시 필로스, 아니 정확히는 통치자 필로스 트레이트 개인과

문장교는 서로 동맹을 맺었다

협력관계를 구축해 서로 칼을 휘두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한 것이였다

 

물론 그런 동맹을 맺지 않았으면 멸망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문장교는 대성교의 윤리관이나 이치가 통하지 않을 것이며

우연한 날에 그들에게 창을 둘러싸느 날이 와도

아무런 이상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시간은 벌 수 있다

지금 시간이란 바로 돈이였기에

이 동맹으로 도시를 안정화하고, 최소한 시민들의 삶을 인도해야 한다

여하튼, 한랭은 이제 곧 다가오고 있는 것이였다

 

본격적인 냉풍이, 휘익 하고 필로스 트레이트의 뺨을 때렸다

 

이번 한랭기는 어느 정도 계속될까

필로스 트레이트는 눈을 가늘게 뜨고

햇빛을 잔뜩 찌푸린 태양을 바라보았다

 

조금 있으면 하얀 눈이 대지를 뒤덮을 것이다

모든 것이 하얗게 변한다면,

 더 이상 사람이 제대로 걸을 수 있는 곳이 아니게 된다

 

그렇다면 사람 대신에 얌전히 몸을 숲 속이나 대지 속에 파묻고 있던

마수들이 대지를 활보하기 시작하겠지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찬바람 부는 계절이 되면

놈들, 인류의 적은 그 어느 때보다 그 행동을 활발해하기 시작한다

예외라고 할 수 있다면, 신이 수호하는 대성당이나

신전 주변 정도일 것이다

 

눈 속을 활보하는 마수를 보고, 원래 그런 성질이라는 학자들도 있고

눈이 마력을 실어 나르는 것이라는 현자도 있었다

너도나도 무엇이 진짜인지는 모른 채, 가설만 난무할 뿐이였다

 

여기서 하나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한랭기가 오면 유통이라는 것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것

 

그래서 용병이나 모험자를 일정 수 고용하지 않으면

단지 늑대 안에 살조각을 던져 넣는 것 같은게 되어버린다

그렇게 되면, 상인도 빈번하게 거리에서 거리로

왕래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였다

 

그런 의미에서 말하면, 

용병이나 모험자 종류에게 있어선

한랭기는 환영할 만한 것일 것이다

그 자체로 계속 일이 날아오니 말이다

 

얼마나 비용을 들여야 하는 걸까

거기에 더해, 아직 온난함에도 불구하고

마수의 활동이 탐지된다는 정보까지 들어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모든게 눈으로 덮여버린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필로스 트레이트는 머리 속에 떠오르는 암담한 상상에

자신도 모르게 눈꺼풀을 몇 번 깜박거렷다

 

이번 한랭기는 얼마나 지속될까

몇 달 안에 끝나기만 하면, 더 이상 바랄게 없겠지만

과거엔 몇 년씩 지속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도시 필로스도 지금의 저축만으로는

입안을 적시는 것 조차 할 수 없게 되어 버릴 것이다

 

사람의 세계로부터, 마의 세계로

 

누군가 한랭기를 이렇게 부른 말이였다

 

마침내 도시 필로스에 도착하자

호위병 중 한명이, 성벽 위의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냈고

도시의 문이 천천히 무거운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필로스 트레이트는 입을 다물고, 눈을 가늘게 떴다

이제부터 행해야 하는 일, 치워야 할 안건이 산더미였다

 

한랭기에 대비한 도시시설 수리, 식량 보충, 연료 보급 등은 당연하고

주변의 촌락 시찰레도 발길을 돌려야 할 것이다

이번 전역으로 피해를 본 촌락과 시민들에 대해서는

응분의 보전이 필요할 것이다

 

필로스 트레이트는 때로 밉살스러운 역할이면서도

그래도 나름대로 자신의 시민들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민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것이

애정 표시라고는 그녀는 생각하지 않았다

 

올바른 길을 비추고, 거기에 백성을 인도한다

그것이 올바른 통치자의 본연의 자세이며

애정을 나타내는 방법이라고

필로스 트레이트는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비록 그 때문에 악평이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고 해서

힘겨워 할 필요는 없다

올바른 사람은 언제나 누구보다도, 강한 비바람을 맞는 버이다

그런 일로 기가 꺾여 있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 시민과 부딫힌다고 해서

필로스 트레이트는 눈썹 하나 올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부딫힌 것은 대화가 아닌, 은빛의 창 끝

 

"무슨 꿍꿍인것이냐, 이것은..."

 

도시문에 들어서자마자, 많은 시민들이 스스로와 호위병들에게 

들이대는 창을 보고, 통치자는 일절 동요하지 않았다

마치 이런 일을, 상상했다는 듯이...

 

자신이 사랑하고, 지켜야 할 존재인 시민이

스스로를 향해 창을 겨누고 있다

그런, 이상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을

필로스 트레이트는 단지 자신의 눈으로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얼마나 모여 있을까

이 순간에는 셀 수 없지만

아마 백이나 이백은 정도 밖에 안될 것이다

게다가 문전에서 버젓이 이런 난리가 벌어지고 잇다는 것은

이곳에 모인 사람들 이상으로, 그들을 지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런식으로 생각을 머리 속에 돌릴 무렵, 

사람의 인파가 반으로 갈라졌다

마치 하나의 길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한 사람이 유유히 그 길을 걸어서 오고 있었다

 

"간단한 일입니다

배덕자 필로스 트레이트

당신의 신병을 민회의 권한 아래 구속하겠다"

 

시민의 대변자, 민회의장이라 불린 남자

로조는 입가에 다 자란 수염을 흔들면서

휘황찬란한 눈빛으로 필로스 트레이트를 노려다보았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