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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06화 - 거인 신화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2장 신령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06화 - 거인 신화 -

개성공단 2020. 5. 1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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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대량의 혈액을 직접적으로 

체내에 삼켜지는 감촉이 카리아에게 있었다.

그것에 가까운 감각이 있다는 것이 아닌  

틀림없이, 지금 자신의 신체에는 새로운 피 같은
열기가 부어지고 있었다.


구역질이 목구멍을 쥐어 뜯고, 선열한 고통이 눈을 태웠다.


문득, 순간적으로 고통이 지나가면, 

그 다음 고통이 또다시 사지를 찢이발겼다.
몸의 기관 자체가 피를 토해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뭐지 이 감각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카리아는 묻고 싶을 정도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야에서는 대신전이 사라지고,  

소리조차 어둠 속으로 소멸해가는 이 상황.

 

그 안에서 들리고 있는 것은, 단 하나.  

절규라고 생각될 정도의 거인의 통곡

 

"내 살갖엔 이미 거미가 둥지를 틀었고

미래를 내다보았던 눈은 이제 텅 비게 되어버려

무엇 하나 내다 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고함 소리에 가까운 그것은 단어를 이해하는 것도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어째선지, 카리아는 그것을 들은 것만으로도 시

야 속에 수많은 정경이 떠올랐다.


썩은 고깃덩어리가 된 몸뚱이엔 벌레가 기어다니고. 

전신은 거의 앙상한 뼈만 남기면서도,
아직 생을 연명하며 누워있는 거인.  

고대의 거인들의 왕이 잠자는 모습. 

그의 영면은 세상이 멸망하는 그 날까지 끝나지 않는다.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어둠 속에서,  썩어가는 몸뚱이를 견뎌내며 살아간다.


시야에 들어오는 정경은 그야말로 신화 그 자체였다. 

아무리 떨쳐내려고 해도, 

분명하게 전해져오는 실감으로서 그 광경은은 눈꺼풀에 붙어있었다.

 

신화 속의 존재가, 지금도 땅바닥에서 잠든채로 숨쉬고 있다.
그런 상상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것만으로도, 

오싹한 감정을 카리아는 심장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과거 시절, 지평선 앞까지 닿았던 이 손도

이제는 아르티우스의 발끝도 잡지 못하겠지"

 

아르티우스. 그 단어에 카리아의 눈초리가 정동을 불태운다.


그것은, 루기스가 대성교의 성녀를 가리키며 말하던 이름.  

그리고 지금도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는 자의 이름.


그렇다, 루기스는 어떻게 된거지? 또한 그 마녀는 어떻게 된거지?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거지?
그런 사고가 빙글 돌며 카리아의 머리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그런 카리아의 곤혹 따위 알 바가 아니라는 마냥.  

거인의 목소리는 카리아의 전신을 떨게했다.


"우리의 작은 혈족이여, 만약 이 몸을 가엾게 여긴다면

그렇게 해서, 아르티우스 앞에 선다면..."

 


혈족의 총애를 내리겠다, 라고 거인은 말했다. 

그야말로 카리아의 몸을 짓뭉개버릴 압력을 가지고서 말이다


참으로 제멋대로인 언행이라고, 카리아는 생각했다.  

어조로 보아, 아마도 지금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참상도 

이 거인이 한 짓임에 틀림없다.


대마 프리슬라트. 오만하며, 힘을 신봉하고, 대지를 호령하던 고대의 패자.
인간은 한 주먹만큼도 범접하지 못했던 거인족의 왕

 

그리고, 아르티우스에게 패배한 자.


카리아는 비웃하듯이 코웃음을 쳤다.  허공에서는, 짙은 철의 냄새가 났다.


과연 사정은 어찌됬건 간에, 

요컨대 과거 자신을 짓밟았던 자에 대해, 자기 자손을 이용해 복수하겠다는,
그 뿐인 이야기란 것이다. 거인의 왕이나 되는 자가 말이다

 


어쩌면 그 배후에는 수많은 사상이 있을지도 모르고,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번뇌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건 카리아에게 있어선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중요한 것은, 한가지 뿐
잇몸을 달리는 찌릿함을 씹으며, 그녀는 말했다.  

손바닥에는 넘쳐 흐를 정도로 큰 열기가 있었다.

 

"말 뿐으로 무언가를 행하려 싶으면, 시인이라도 되라고

내가 신봉하는 것은 고작 그런게 아니니깐"

 

거인의 왕의 말, 그리고 손 바닥에 있는 열을 쥐어 부수며 

카리아는 입술을 움직였다.
손바닥의 열은 카리아의 말에 호응하듯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몸을 부르르떨며,  하나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순간,  귀를 비비는 소리가 카리아의 귀를 쓸어간다.  

그것은 방금전까지의 절규와는 달리, 존재가 소멸해가기 직전의 목소리였다.

 

"여기서 우리의 신화는 끝이 날 것이다

작은 거인이여, 바라건대, 당신이 결고 땅에 쓰러지지 않기를..."

 

 

 

 

 

 

*

 

 

 

 

 

 

 

 

그것은, 클레이모어*를 방불케 하는 하나의 대검

피와 같은 농밀한 검은 자국이 붙어 있는 색은

보는 사람의 눈을 예외없이 일그러뜨리게 했다


전체적으로 단단하게 도색되어,  

칼날이 진짜 있는지도 의심스러운 둔중한 모습.
얼핏보면 더이상 검이 아니라 철주를 연상시켰다

사람의 키를 가볍게 넘길 그 모습

 

검사는 말할 것이다, 이것은 검이 아니라고.

모험가는 말할 것이다, 이건 사람이 휘두를 무기가 아니라고
애시당초, 인간이 다룰 도구가 아니였다.


인간 지식의 틀에 맞추면, 어디까지나 이단스럽고. 

무기라고는 도저히 못 부를 그 한자루.

 

그렇기에 분명, 그걸 당연하게 휘두르는 카리아 버드닉이란 여자는, 

더이상 인간의 영역에 있지 않았다.
대검의 움직임에 호응하며 대기가 진동하고, 오열을 흘렸다.

 

그 대검의 기이함에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황금 눈동자였다.

 

아르티우스는 숨이 멎을 정도로 눈을 부릅뜨고, 

손끝에서 기어나온 황금실은 반사적으로 그 고개를 내렸다.

 

"프리.. 슬란트..."

 

순수한 경악으로 가득찬 목소리. 

그것은 아르티우스가 처음으로 들려준 소리였다.


시야에 비춰진 것은 이단의 대검. 

본 적도 없거니와 만들어낸 기억도 없다.
하지만 그 근원에 무엇이 있는지 모를 정도로 아르티우스는 멍청하지 않다.


거인의 왕 프리슬란트의 그 근원

 

잘못 볼 리가 없다.  

형태는 크게 달라도, 

과거 인간의 왕국들을 하룻밤안에 파쇄하던 거인의 왕의 상징.
자신을 마지막 순간까지 괴롭히던 세상을 파괴하는 철퇴

 

그리고 프리슬라트의 존재를 증명하는 단 하나의 존재. 

어째서 그걸, 카리아 버드닉이 가지고 있는건가.

 

원전은 대마, 마인의 힘의 근원이며,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것.


그것을 혈족이라곤 해도 다른 누군가에게 물려준다는 것은, 

즉 자신이 존재할 곳을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대마나 마인이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존재의 소실이다.


죽음조차 아닌, 허무의 끝.

 

그것을 그 오만함의 극치인 거인의 왕이 물려주었다.  

혈족에게 모든 것을 맡긴거다.
아르티우스는 그 생각에 이른 순간,  땅을 단단히 밟았다.


동요인가, 아니면 질색인가.  

일순, 황금실이 그 몸을 허공에 정지했다.
그야말로 한번 호흡할 정도의 시간.


하지만 재능 있는 자에게 있어서

그것은,  영원하게 느껴질 정도의 일순이었다.


보랏빛이 원을 그리며, 몇가닥이나 뻗어진 실을 깎아내리듯이 베어간다.
피범벅이 된 녹색의 군복이, 앞으로 한발자국 정도의 거리에 보였다.

 

루기스, 대악의 주인. 신령에게 검을 휘두르는 인간.

 

"......"

 

눈가에 피까지 묻혀가며,  그 남자가 입을 열고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언가를 알류에노에게 고하고 있는 듯했다.
그에 응해 일순 아르티우스의 입술이, 움직였다. 

아니 그것은, 분명 아뤼에노의 의지였겠지.


아르티우스는 눈을 가늘게 뜨며 손끝을 떨었다.


그의 힘은 아직 자신에게 닿지 못한다. 

아니, 닿을리가 만무하다.  그런 결과는 상정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하지만,  본래 그는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조차 불가능 했을 터였다. 

그것이 지금, 목소리까지 닿을 거리에 와있는 것이다.  

이 근본적인 근원이 되는 것은, 오우후르인가. 

아니 그게 아니면,  그 남자 자신인건가.

 

찰나의 순간 사색에 잠겨, 아르티우스는 눈을 뜬다.  

눈 앞에는 검붉은 섬광이 있었다.
카리아의 은발이 시야에 잘 들어온다.


거인의 왕. 그 근원은 주위의 공간을 휘몰아치며, 하늘을 향해 추켜올려진다.
거인의 성지인 이 대신전에서, 그것은 오래간만의 활력을 얻었다는 듯이, 

맹렬한 폭풍우가 되어 어금니를 드러냈다.

대신전 같은 건 아무렇지 않게 씹어먹을 것이다.

 

정말이지, 각본을 부수는 것도 정도가 있다.  아르티우스는 시선을 비틀었다.

 

프리슬라트의 근원은 파멸 그 자체. 대지조차 찢어발기는 의지. 
그것이 단 하나의 주저도 없이, 빼어들어진다.


'거인신화' 프리슬란트

 

고대의 신화가 검붉은 섬광이 되어, 대신전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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