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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28화 - 의심하는 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3장 대재해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28화 - 의심하는 자 -

개성공단 2020. 5. 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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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수들을 깔아뭉갠 끝에, 한 방이 있었다

그곳은 감옥장실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더이상 망설일 틈 따위 없다.

 


방으로 발을 들인 순간, 베스타리누는 등줄기가 차게 굳는 것을 느꼈다. 
급격히 공기가 무거워진 감촉이 폐부에 전해졌다.  

돌덩이가 된 오한을 삼켜버린 그런 기분이었다.


단순히 기온이 낮아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한기가 몸을 얼려버릴듯이 스며들어왔다.


이 앞부터는 공기가 다르다.  

뭔가 다른 세계에서 흘러들어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베스타리누는 들었다.


그런 이질적인 세계 속,  한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감옥장 팔로마 바사르
그는 홀로 방안의 의자에 앉은 채, 베스타리누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이곳에 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마법사 인가


베스타리누는 마음 속에서 혼란한 감정을 억누르면서 

그렇게 조용히 중얼거렸다
인간이면서 이 이질적인 것을 만들어낸 존재는, 

마성의 존재와 굳게 악수를 한 마법사 뿐... 


베스타리누는 조심스럽게 실내를 살폈다

벽 모양부터 바닥을 기는 천까지...

하지만 아무리 봐도 뭔가를 숨긴 구석은 없어 보인다

틀림없이 팔로마는 혼자 그곳에 있었다

 

그것이 또 실내의 공기와 어우리지니 이상했다 

이곳에 오기까지는 간수들이 그렇게나 많이 버티고 있었는데 

막상 그 수괴와 대면해 보니, 혼자서 기다리고 있어준다니?

 

그런 게 가능할리가 없다. 이건 함정이다.


들어가야 하나, 들어가지 말아야 하나.  

베스타리누의 가슴 속에 그런 물음이 굴러갔다.
그것만으로도 베스타리누는 자신의 마음이 냉정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수하게 눈 앞에 일어나고 있는 일만을 생각한다면, 

들어갈 이유는 무엇 하나 없었다.

 

"들어와라, 사양할 것 없다

분명 거미마냥 나를 잡으러 온 거겠지"


무거운 목소리였다.

귀족 특유의 고귀함 뿐만 아니라, 쌓아 올린 세월을 느끼게 하는 목소리

팔로마는 콧수염을 기른 채, 

집무 의자에 주저앉아, 험상궃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베스타리누는 민감하게 등골을 움찔하면서, 한순간의 침묵을 가졌다.

 

저 인간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

저자와 대면해선 안 된다. 

그런 불신감이 베스타리누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역시 쉽게 방에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직감은 옳다. 그러니까.


함정이라면, 그것이 기능하기 전에 일을 끝내버리자

베스타리누는 몸을 기울인 채, 손도끼를 팔로마 곁을 향해 흔들었다


그리고 기세를 몰아 방 안으로 온몸으로 뛰어들었다. 

아직 거리가 있기에.
손도끼로는 아마도 움직임 전부를 멈출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장소로 유도할 수는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과 시선을 옭아매야 한다

그럴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달리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법사가 가장 하게 내버려둬선 안되는 것은,  

상대의 보조에 맞추어 일을 진행시키는 것이다 

마법이라는 유일무구한 무기를 적을 만난 용병은 승산이 없으니까


따라서 해야할 일은, 적이 아무것도 못하게 막는 것.


세련된 영창도, 신에게 기도하는 축복도, 적을 저주해 녹이는 눈빛도

그 모든 것을 내세우지 않고, 의식을 잃게 해야 한다

그것이 최후의 수단임을, 베스타리누는 아주 잘 알고 잇었다


그래서 그녀는 호흡조차 잊은 채 달렸다.  

끈적하기 짝이 없는 공기를 베어넘기며, 눈을 부릅뜬다.  

한순간이다. 한순간만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한다


전쟁도끼가 씩씩한 소리를 내며, 팔로마의 한쪽 팔을 향해 날라갔다

거기에 일체의 주저나 우려란 없었다

허공이 단절되고, 비명을 짖으며 찢어졌다

 

죽이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는 그를 구할 수 없으니까

나는 그에게서 신용을 얻었다. 그렇다면 나는 그것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


베스타리누는 눈초리를 높게 들었다.  

머리 속은 어떤 의미로 상쾌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렇고말고.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수행한다.  

그것이 신용에 대한 대가다.
이것은 등가 교환의 계약일 뿐이다

결코 그 밖에 뭔가 수상한 것이 들어 있는게 아니다


혁혁한 의지로 베스타리누의 두 팔에서 뿜어져 나온

쇳덩이가 팔로마의 눈 앞에 다가왔다

그러면서도 팔로마는 험상궂은 표정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나는 신중한 성격이라서 말이다

너의 일격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할만큼 자만하고 있지는 않아

아마도 잡병이라도 나를 죽일 수 있겠지"

 


베스타리누는 너무나도 이상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그러한 여유를 보일 줄이야

그녀는 순간 내리치던 도끼를 멈추고 말았다


베스타리누의 등줄기에  차가운 무언가가 타고 내려갔다.


동시에, 끈적한 공기가 한기가 되어 몸과 사지에 들러붙었다
그제서야, 베스타리누는 자신이 도끼를 내려치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전쟁도끼가 허공에 휘둘린 채 고정된 듯, 눌러 앉아 있었다

베스타리누의 모든 체중을 실어도, 도끼는 어느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잘 보니, 아까 던진  손도끼도 허공을 멤돌고 있었다


...마법결계, 이 단어가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


그것도 한순간이 아니라,  의식에 의해 고정화시킨 것
베스타리누는 무심코 침을 삼켰다.

 

최악이다. 어떤 함정이든 간에, 이쪽을 공격해온다면 그래도 좀 나을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빈틈이라도 생길 수 잇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법결계라는 것은, 다르다. 

베스타리누도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경계마법 중 하나였다.


자신과 적을 멀리하고, 나머지 모두를 배제한다

폭력적인 요소는 없지만, 자신을 지킨다는 것에 관해서는

어느 것하나 그것에 비길 수가 없었다


팔로마는 신중하게 말을 고르며, 입을 움직였다

 

"나는 마법에 관해서는 무능해서 말이야... 이것 하나 밖엔 모르거든"

 

팔로마는 여전히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콧수염이 크게 움직이며, 

그의 단단한 눈은 여전히 베스타리누만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는 어떠한 색이 담겨져있었는데

그것은 안도도, 여유도 아닌
어떠한 알 수 없는 불안감을 감추고 있는 듯한 색이였다

 

"하지만 쉽게 깰 수도 잇는 것은 아니지

포기하거라, 너희들의 패배다

나는 너를 작을 수 없고, 네 동료는 나의 사역마를 이길 수 없다"

 

그 말을 듣고,  반사적으로 베스타리누는 억눌린 전투 도끼를 빼들었다.
맥이 빠질 정도로 곧바로 수중에 돌아왔고. 감촉도 이상한 부분은 없었다.


아무래도 이질화된 것은 이 방 그 자체이겠지만

세계가 격절되어 있는 곳은, 팔로마의 주위 뿐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패배한 것은 아니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나지 않았고,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고말고, 자신이 패배란 단어를 수용한다는 것은, 

자신을 믿고 보내준 그에 대한 배신이다.


있을 수 없다. 배신은, 자신이 무엇보다 혐오하는 말.

베스타리누는 얼어붙은 손가락 끝을 이빨로 깨물고 억지로 구부렸다.  

그리고 차가운 공기를 빨아들이며, 사고를 회전시켰다.

 

팔로마가 다루는 것은 통상적인 마법과 비교하면 

이질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마법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결국, 그 본질은 마법사의 정신성과 영혼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터


적을 순식간에 집어 삼켜버리는 포격마법과는 달리, 

이건 술식을 계속 유지해야만 하는 경계마법...
의식을 행하고 고정화 시켰다 해도, 

그걸 행사하는 것은 분명한 피로의 축적을 불러들인다.


그렇다면 충분히 승산은 있다.


베스타리누는 거칠어진 숨결을 신중히 가다듬으며, 

전쟁도끼를 굳게 움켜쥐었다.
가슴 속의 초조함은 조바심으로 뒤바뀌면서, 전신의 신경을 긴장시켰다.


그리고 그대로, 눈 앞의 마법결계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그래서 베스타리누는 착각하고 말았다

주위를 맴도는 마법의 기색은 경계 마법에 의한 것일 뿐이라고...


베스타리누는 도끼를 휘두르는 순간 다시 팔로마가 말을 흘린 것을 보았다.

 

"자네는 사람을 의심하는 것이 좋을거야, 나 또한 매일 그러니까 말야"


팔로마의 그런 말과 동시에, 

얼어붙는 무언가가, 베스타리누의 사지를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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