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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29화 - 소용돌이 치는 의심과 떨리는 칼날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3장 대재해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29화 - 소용돌이 치는 의심과 떨리는 칼날 -

개성공단 2020. 5. 17.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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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장 팔로마 바사르를 호칭하는 말로 가장 많았던 것이, 

괴짜라는 두 이름이었다.


의심을 자주하고, 세상 모든 걸 믿지 않는 것이 올바르다고 

굳게 믿고 있는 듯한 인간.
회의의 신봉자. 저 인간은 분명 자기자신은 물론, 

신이나 악마 조차 믿지 않을 것이라고
그런식으로, 그는 그렇게 불리곤 했다

 


그리고 그것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 팔로마라는 자는 그런 인간이였다.
팔로마 또한 그런 소문을 듣고도, 정정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귀족 계급에 있어서 인간 관계란, 

한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이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상부상조라고 하면 듣기에는 좋지만,  

본질은 누군가를 이용해 머지않아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기 위한 것이였다

 

물론 실질적인 부분은 그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바사르 가문은 주로 이용되는 측에서

그러한 측면을 잘 볼 수 있었다


아버지도, 조부도, 

그리고 그간의 조상도 정직함이 최고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팔로마는 다르다.

정직이란 미덕이긴 하지만, 미덕은 곧 흠이 될 수 있다

 

타인을 믿다가, 이후 배신당한다.  

전장에서, 정계에서. 몇번이나 그러한 일들이 일어났던가.
귀족계급의 사이에 진정한 우정이란 것은 없다고, 왜 알지 못하는가


그런 성격이다보니, 바사르 가문은 정치의 중심에선 일찍이 손을 떼,
지방 귀족으로서 땀을 흘리는 것을 강요받고 있었다.


그런 과거로인해, 팔로마는 인간관계라는 것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
괴짜. 라는 소문이 도니, 더 이상 사람이 다가 오지 않게 되었고
사람이 다가오지 않으니, 그만큼 성가신 일도 줄어들었다

 

게다가, 그러한 일이 없었다해도 

로마는 무언가를 의심하는 일을 멈추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래부터 그러한 성격이었고, 

그것이야말로 진실을 이끌어내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파로마는 생각했기에


그는 마법의 얼음에 사지를 꿰뚤려서, 바닥에 엎드린 베스타리누를 보며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지에서 흘러넘치는 혈액의 양을 보건대, 충분히 살을 파고 들어간 듯 했다.
운이 좋으면 뼈도 부서졌을 것이다

 

위풍당당하던 전투 도끼를 바닥에 떨어트린 시점에서, 

아마도 그 추측은 진실에 가까웠다.
하지만, 절대적인 진실은 아닐 것이라고 팔로마는 의심했다

 

그래서 그 꼴을 보고도, 팔로마는 마법결계를 무너뜨리는 일 없이

쓰러져있는 베스타리누에게 다가가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꼭 그렇게 안하더라도, 충분한 승산은 있었다. 

팔로마는 종류와 술식을 따지지 않고,

수 많은 마법을 이 방 곳곳에 넣고 있었다


그것들은 무언가의 효과를 낳는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충만한 마법기구는 존재만으로도 사람의 체력을 깎아먹을 수 있다

그것은 마수의 사악한 기운을 피부에 닿은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쓸데없이 발목을 잡힐 바에, 병사들 또한 안으로 들이지 않았고
그런 것보다 혼자 있는 편이 충분히 승산이 높다고 팔로마는 판단했다

 

물론, 마법사인 팔로마라도 마술기구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다.
지금도 서서히 피부가 마비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일반인보다 충분한 내성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
같은 시간을 보낸다고 치면,  확실히 적이 먼저 비명을 지를 것이다.


그러니 팔로마는 움직이지 않았다. 

단지 적이 무력화 되기를 그저 잠자코 기다릴 뿐
그가 사냥감을 쳐다보는 모습은 영락없는 사냥꾼 그 자체였다 

팔로마치고는 불만스러울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시선의 끝에서, 베스타리누가 손끝을 바닥에 꽂았다 

거친 숨이 조금씩 힘을 잃어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팔로마는 그녀가 전투도끼를 향해 손끝을 뻗어가는 것을 보았다
아마도, 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무기겠지

허리춤에 있는 보검을 뽑을 힘은 없는 것인가


하지만, 이 무슨 집념인가  

팔로마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이를 깨물었다.


보아하니 눈 앞의 침입자는 아직 젊다. 

성인식은 치뤘겠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이일거라고 팔로마는 생각했다.


내가 그녀와 같은 나이였을 땐 뭐를 했었던가, 그저 애송이였을 뿐이다
의심이 많은 성격은 다를 바 없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해내려고 한 기억은 없었다.


대체, 무엇이 그녀를 이리도 처절하게 만드는 것인가. 

팔로마에겐 그것이 의문이었다.


그녀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는건가. 

그녀가 목표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젊은 그녀가 목숨을 내던져서까지 이루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팔로마는 이것들을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한가지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만은 알았다. 

이 여자는 경멸해야 마땅할 도적 따위가 아니다
오히려, 경의를 표해야 할 만큼, 명예로운 적인 것이다


그렇기에, 일말의 방심이나 자만심 따위 용납하지 않겠다


그런 생각이, 빙글 돌며 파로마의 가슴을 타고 내린 순간. 
신음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베스타리누가 바닥에 엎드린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갈라이스트 사람은, 적의 목숨 하나 끊지 못하는 건가?"


피를 사지에서 토해내면서, 아직도 그 눈은 의지로 가득차있었다. 

모든 걸 내던져버리고, 그저 빨리 편해지고 싶어하는 눈은 아니였다.

 

그딴 도발에 넘어갈 성 싶은가. 

팔로마는 턱을 들며, 콧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럴 필요는 없다.

이제 곧 파수꾼이 네 동료의 목을 가지고 돌아올테니까 말이야"

 

마법결계를 유지하면서, 

또 하나의 마법을 행사한다는 것은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였다.
머릿속에서 두가지 사고를 동시에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법도 두가지를 동시에 기동시키게 되면 한쪽이 소홀해지는 것이였다.


방금전의 것은 완벽한 기습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녀도 반드시 기회를 엿보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얼음 마법을 기동시키려 한 순간, 

그녀가 도끼를 들고 자신에게 돌진 해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생각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그녀는 설령 사지가 관통당하더라도 그것을 분명 실행에 옮길 것이다.
팔로마는 자신의 무능을 믿어도, 적의 무능은 확신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파수꾼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 마인은 믿을 바는 못되지만,
그럼에도 그 놈이 패배하는 모습은 본적이 없었으니까


팔로마의 말에 반응하듯이, 베스타리누가 신음했다.

 

"...내 동료가 당신의 부하를 죽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팔로마는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저었다.  

그 시선은 어디까지나 날카로웠다


"너는 대홍수에 사람이 항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폭풍우에 날라가지 않는 오두막 따윈 없다. 그 놈은 바로 그런 존재야"

 

그것을 듣고, 베스타리누는 한탄하듯이 웃었다.

 

"상당히 믿으시나보군요, 그 부하를"

 

 

 

 

 

 

 

*

 

 

 

 

 

 

 

 

영웅을 죽이는자. 그렇게 이름이 새겨진 보검은, 

만약 자신이 인간이었다면 이를 삐죽거릴 정도로

울분을 쌓아놓고, 열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온갖 초조함을 칼날에 스며들게 하고 있었다


자신이 본래 있어야 할 장소에 없다는 위화감. 

자신의 반신으로 있어야 할 존재가 가까이 없다는 비탄


검에 대해 이러한 말을 쓰는 것은 이상하지만,  

거동이 수상하다고 해야할까, 분노, 비탄, 동요 등 

온갖 감정들이 보검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아아, 주인이여, 이건 너무하지 않는가


무심코 보검은 그런 푸념마저 꺼내고 싶어졌다.

주인 루기스는, 자신을 허리춤에서 빼어들어

누군지도 모를 어중이떠중이에게 던져버렸다


그리고 그 뿐만이 아니다, 

내가 아닌 다른 칼날, 저 백검을 휘두르기조차 하고 있다


용서할 수 없다. 용서할까보냐.  주인의 검은 나다. 

안그래도, 나와 똑같이 허리에 찬 일도 울분을 감출 수 없었는데.  

설마, 자신을 품에서 떼어놓다니. 보검은 칼날을 울리며 불만을 표했다.


젠장, 이럴거라면 직접 따져들었어야 했다. 

어떠한 형태로든 변해서, 주인에게 강력하게 주장했어야 한 것이다.
자신 이외의 것을 믿을 필요 따위 없다고 말이다.


그것은 보검에게 있어서 틀림없는 분노이며, 숨길 수 없는 울화였다. 

칼날은 열기를 띠고, 날뛰듯이 진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영웅을 죽이는 자의 이름을 한 보검은 

또 한가지, 감정과 같은 것이 생겨났다.
그것은 사람으로 따지면 불안에 가까운 것. 보랏빛이 차갑게 번쩍였다.


혹시 내가 허리에서 빠진 것은

주인이 더 이상 나 따위는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닐까

 

목숨이나 다름없다고 말해준 것은 위로가 되지만, 그게 사실이긴 한걸까.


주인이 그 백색검의 소유주였던 영웅을 동경해왔던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 동경하는 마음을 가지고서, 

백색검이야말로 자신의 무기라고 여기고 있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보검은 지금까지 그러한 불안감을 조금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무기를 주인이 어떻게 사용하든 자유이고,
무기고에 처박힌다 한들 그건 그거대로 주인 마음이였다

 

내버려진다면,  다음 영웅과의 만남을 기다리면 그만이다. 

과거, 그러한 생각을 무너뜨린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신 그리고 육체에 있어서도 있을 수 없는 동화를 이룬 탓일까.
최근엔 그것이, 지독히 무섭게 느껴졌다. 

주인과 뿔뿔이 흩어지는 것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게 되어버렸다


한시라도 빨리 이 불안감을 지워버리고 싶어

빨리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아
그런 마음만이 보검에 나돌기 시작했다


자신이 이리도 마음을 애태우고 있는데 이 여자는 뭘 하고 있는걸까. 

마법에 당해, 바닥을 기고 있는 베스타리누에 대해, 

보검은 칼날을 울리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런 건, 주인이라면 일도 아니다.  

아니 애초에 나 자체가 이런 꼴을 두고 볼 순 없다
이리도 쉽게 적에게 궁지에 내몰리는 추태를 보이다니 말이다


보검은 생각햤다. 

이 베스타리누 게르아라는 인간은, 용사이긴 하다. 

하지만 영웅의 그릇은 아니다. 적어도, 역사에 이름을 남길 존재는 아니겠지.

그렇기에, 보검이 조금이라도 손을 빌려줄 이유는 없었다.
그저, 보검의 안에서 맴도는 것은, 자신의 주인에 대한 생각뿐..

 

굳이, 한가지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아무래도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는데도

이 여자는 무엇하나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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