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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31화 - 연민의 살의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3장 대재해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31화 - 연민의 살의 -

개성공단 2020. 5. 17.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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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산 주인.  이성을 가진 마수. 남방 마안.


그러한 호칭은 전부 수백년이나 지난 옛날 어떤 마수에게 붙여진 두 이름 

그야말로 남방 사막지역의 대부분이 짙은 녹색으로 물들어 있을 무렵 

그저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존경하며 고개를 숙인 자가 지은 호칭이였다


지금, 도하스라는 그런 과거의 이명을 벗어던지고, 

그저 한명의 마수로서 적과 대면하고 있었다.


적은 배신자 오우후르의 권속, 루기스.  

그 흉포한 눈도,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점도
그는 오우후르과 많이 닮아있었다.  

게다가, 그 또한 대성교에게 있어서 배신자라고 불리고 있으니 말이였다

 

오우후르이 그를 자신의 수하로 들인 것은 그 비슷한 성질 탓일까. 

아니면 전혀 관계없는 무언가를 기대해서 그런 걸까.
거기까지 생각에 이르고 나서, 도하스라는 시선 끝을 일그러뜨리며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어차피, 자신은 오우후르의 머릿속을 읽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도 그럴게 과거 오우후르 또한 도저히 알 수 없는 인물이였기에

아득히 먼 시간이 지난 지금,  그가 조각만큼이라도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하지만 그 목표의 끝에 있는 것은

반드시 아르티우스의 손을 꺾기 위한 것일테지.
그녀의 사지를 속박하기 위한 일 일 것이다.


그렇다면 따로 생각하는 바는 있어도, 

이 루기스라는 적을 자신은 짓밟아야만 한다.
아르티우스가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아직 그녀의 아군으로 있을 생각이다.


마안은 크게 녹색의 극광을 울리며, 시야 전체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눈앞의 적을 응시하니
적은 백색검을 기울이며 한 발 앞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의 입술은 웃듯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러면, 네가 먼저 올래, 아님 내가 먼저 갈까?"

 

저렇게나 큰 부상을 입고도, 잘도 웃음이 나올 줄이야  

루기스라는 자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음에도
인간에게 있어야 할 주저하는 마음이 결여 있는 것 같았다.


망설이는 마음, 본능적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직감하는 정신 말이다

 

아마도 그러한 부분에 있어선 

그보다도, 자신이 더 인간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닌가하고 

도하스라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위태로움이, 그의 검을 지탱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였다.
자신의 목덜미미 상처를 입힌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 것이다 

저것은 평범한 자가 아닌, 앞으로 나아가려는 강자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패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정도의 강자라면, 자신은 예전에도 셀 수 없이 조우해왔고,  

그때마다 승리를 쟁취해 나갔었다.
이제와서 그리 쉽게 고배를 마실 정도로 

자신은 몰락하지 않았다고 도하스라는 자부하고 있었다.


적어도, 과거 자신의 머리를 땅에 조아리게 만들고, 

그리고 복종시킨 것은 단 한사람 뿐이였다.

 

"예전에 비슷한 말을 들은 것 같은 걸, 뭐 이미 그 사람은 죽어버렸지만"


적의 노림수는 뻔할 것이다 

애초에 선택지는 하나 밖에 없다. 

마법도 못 다루고, 기적도 일으킬 수 없는 자는 

우직하게 검을 휘두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검을 휘둘러 적에게 승리하기 위해선, 

적보다 빨리 움직이거나, 적의 일격을 능가할 정도로 강해야만 하는 것이다.


적이 노리고 있는 건, 십중팔구 전자겠지. 

놈에겐 내가 깎아낸 뼈와 이빨을 막아낼 방도가 없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 토해낸 피의 양을 보면

오랫동안 움직일 체력은 분명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하다. 

그것을 위한 길을 열어주는 척하고, 출구에서 목을 베어버리면 그만이다.
의외로 그러한 속임수에 넘어가는 인간은 꽤 많았다


참으로 성가신 일이긴 하지만, 

오우후르의 계략을 끌어내리기 위해서도, 이 시대의 주인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행동일 것이다


잠시만, 정적이 흘렀다


그로부터 몇번인가, 도하스라와 루기스의 호흡이 겹쳐졌있다. 

서로 정신의 한계를 노리고,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듯 숨을 내쉬었다


언제부턴지 심장 소리조차 멎어버리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하는 순간
멀리서부터 무언가를 내리치는 듯한 둔중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동시에 백색검이 하늘을 가로지르듯, 날라오기 시작했다.

 

딱히 그것이 신호였던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서로 어느 쪽이든, 둘 중 하나는 부딫쳐야만 했다


마인은 뼈창을 바닥과 벽에서 솟아오르게 해, 루기스를 향해 덮치게 했다


루기스는 그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스스로의 몸이 파열되기 바로 직전에
그러한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도하스라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것은 이른바 살의의 그물을 뚫고 들어가는 것 같은 위험천만한 짓이었다.

 

역시, 제정신이 아니다. 

도하스라는 조용히 속으로 중얼거리며, 루기스의 모습에 당황했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자신의 절대적인 죽음을 예상하면 다리가 마비되어 버린다. 

정신은 동요하고, 그 손끝은 평상시의 정밀함 같은 건 온데 간데 없어진다 

설령 검술에 익숙한 자라도, 그것은 생물의 당연한 행동이 된다


그러므로 사람은 가능한한 죽음으로부터 멀리 벗어나려고 하는 법이기에
위험한 선택은 하지 않고, 

용병 또한 보다 죽을 가능성이 적은 전장을 골라서 참가하는 법이였다.

 

하지만 그는, 피를 토해내면서 간단히 위협의 바로 지척까지 다가섰다.
마치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자신은 죽지 않을거라고 믿고 있는건지.

확실히 용감안 행동이긴 하지만...


역시 여기서 죽여버려야 겠어


그것은, 두번째 중얼거림.  

하지만 방금전과는 달리, 적의로만 가득찬 것이 아니였다.


도하스라는, 루기스라는 인간에 대해 강한 적의를 품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증오해 마땅한 오우후르의 권속이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동시에,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어째서 평범한 인간인 그가 

아르티우스와 오우후르의 계략에 휘말려야만 하는 건가

 

그것은 그가 본디 짊어질 인과는 아니겠지.


마인은 자연스레 상상했다  

만약 이대로 그가 살아남아서 계속 이 길을 걷는다면,  

언젠가 그는 인간이 아니게 될 것이다


그럼, 지금이라도 인간으로서 존엄을 가지고 죽게 해주는 게 나을 것이다.  

인정한다, 그는 강자이며, 존엄한 적이다
그렇다면 경의를 가지고 이 자리에서 죽일 것이다. 

나의 주인 또한 분명 그랬을테지.

 

도하스라는 두 눈을 일그러뜨리며, 

뼈창의 궤도를 천천히 수정했다. 

그리고 아주 조금, 루기스라면 당연히 눈치챌 구멍을 열어두었다.


아주 잠시동안의 대화이긴 했지만,  

그가 함정을 함정이라 알면서도 

다리를 앞으로 내딛을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유인해내는 건 간단했다.  

이쪽으로 최단거리로 도착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그곳으로 뼈창을 가지고 몰이를 하는 것이다. 

 

계속 피를 토해내서 그런지, 약간의 비틀림이 있긴 했지만

마인은 조금씩 뼈창을 움직이며, 길을 만들어냈다


루기스의 발이 앞으로 내딛었다

조그만 더 내딛는다면, 그에게 뼈창이 들이닥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끝이다


순간 도하스라는 눈을 번쩍 떴다

녹색의 빛이 두 눈에서 퍼져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도하스라가 가진 마안의 위력을 나타내는 것과 다름없었다.


한때 자신과 마주친 모든 강자를 무릎꿇게 만들고 

하루아침에 나라 하나를 사막화한 위광은 더 이상 발할 수 없었지만
하지만 그래도 바위 하나를 모래로 만들 수 잇는 힘 정돈 가지고 있었다

 

물론, 무한하게 힘을 짜낼 수는 없겠지만.

틈을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그 근소한 공백을 가지고 그를 찔러 죽일 것이다

 


이제 그를 유도해서, 사방에서 뼈창을 내밀면 될 것이였다

 

눈 앞이, 녹색에서 검붉은 색으로 물드는 일이 없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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