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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49화 - 내겐 의지가 있다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3장 대재해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49화 - 내겐 의지가 있다 -

개성공단 2020. 5. 2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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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이스트 왕국 호국관 제이스 브래켄베리는, 

신의 집무실에서 작은 흰연기를 뿜고 있었다.


담배를 입에 문 채, 그 영리함을 느끼는 눈은 눈 앞의 지도를 주시하고 있었다

호흡이 얕아지면서도 손가락 끝 하나 움직이지 않는 채,

시선만 바쁘게 지도를 살펴보고 있었다


이건 생각에 잠겼을 때 하는 그의 버릇이였다. 

그는 무언가를 사색할 때, 
다른 사소한 일들에 정신을 빼앗기는 것을 지독히 싫어했다. 

그것은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일 때도 있고
스스로 내는 소리도 마찬가지였다

 

고요함에 싸여 있으면서 

어떠한 일을 머릿속에서 회전시키는 것을 브래켄베리는 좋아했다.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부하도 이 집무실에는 좀처럼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고
필수불가결한 보고 이외에는 아무도 이곳의 문을 두드리려고 하지 않았다.


브래켄베리는 수 초간 숨조차 멈추며 눈을 가늘게 떴다

생각하는 것은, 저 북서쪽의 마수군에 대한 것뿐


아니, 더 이상 마수무리라는 호칭은 부적합하다

그 호칭은 듣는 사람의 생각을 왜곡시킬 뿐이다


그건 틀림없이 재해 그 자체. 마수재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브래켄베리는 지도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손가락을 기게 했다


갈라이스트 왕국 최북단, 

마수로부터 국가를 수호하는 방패였던 스위프 요새가
마수재해를 맞닥 뜨리고 함락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나려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라이스트 왕국은 재해에 대한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도 재해는 더욱 그 기세를 더해가고 있었다


마치 이동하며, 인간을 집어삼키는 것으로 

그 세력을 확대해가는 듯이
피해는 손으로 세는 것이 어리석을 정도였다.


물론, 일반적인 마물마수의 종류라면, 이러한 일은 없다.
모든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그 괴물 때문

 

요새 거대 괴수 제브릴리스, 대성당에 의해 이름 붙여진 살아있는 재해


하늘조차 관통하는 그 괴수는, 그저 기어가는 것만으로도 주위를 집어삼켰다.


먹고, 싸고, 또 먹는다

그것밖에 모르는 재해 그 자체

유일한 구원은 거구 때문인지, 그다지 속도를 못내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한부 인생이 조금 늘어났을 뿐. 

지금 이와중에도, 주거지를 빼앗겨, 식량을 약탈당해, 

왕도로 피난온 유민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었다.
그것에 대한 대응만으로도 정무는 마비되었다


이것은 자신의 실수라고, 브래켄베리는 속으로 가슴을 강하게 깨물었다.


자신은 마수재해의 위난을 적어도 인식했고, 

전병력을 동원해서라도 대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그것이 이루지 지지 못했다면, 다음 수단을 취했어야 했다.
반에도 못미치는 병력으로 사태에 임하고자 생각해선 안됬던 것이다.


상대를 얕봤다.  

과거 남방이나 동방에서 위기를 극복해봤던 때처럼, 

대처할 수 있다고 착각해버렸다.


이 얼마나 오만하고, 불손하단 말인가.  

스스로에게, 침을 뱉고 싶어질 정도의 무능함인게 분명하다.


그 무능함으로 나는 많은 군사들을 죽게했고, 유능한 부하를 죽게했다

브래켄베리는 최후까지 스위프 보루를 지켜냈던

남자의 얼굴을 눈꺼풀 위로 떠올렸다

 

그는, 국군 장병 중에선 드물 정도로 착한 남자였다. 

비굴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는 남자였다. 

과묵한 탓에, 다른 이와 언쟁을 벌리는 모습조차 본적이 없었다.

 

원래부터 얌전하고 본래 문관을 지원하려 했었으니, 

그러한 기질도 이상하진 않겠지


그런 그에게, 브래켄베리는 어떤 의미로 가치를 보았다.
그것은 순간의 분노에 휩쓸리지 않고, 

정확히 일을 판단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가슴을 기는 야심에 침범당하는 일도 없었고

겁에 휩쓸리는 것도 아닌, 할일을 할 줄 아는 사람

앞으로 나갈 적극성은 없지만, 수장으로선 충분한 소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를 스위프 요새로 향하게 했다. 

그리고 그는 죽었다

후퇴 명령을 무시하고, 꼭 필요한 일이라는 듯이 보루를 묘비로 삼아 죽었다

주위의 백성은 그의 죽음과 맞바꾸어 목숨을 건졌다

 

브래켄베리는 수중에 있는 한편의 양피지를 잡았다. 

그것은 남자가 마지막으로 기록한 것이라고 부관에게서 전해받은 것

 

내용은 거대 재해의 규모와 특징을 적어

가능한 한 여러나라와 손을 잡은 대응을, 브래켄베리에게 보낸 것

마지막 편지이기 때문에 유서 같은 감정의 파편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런 것은 전혀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그 최후의 순간까지, 군인으로서의 임무를 완수했다.


결코 헛되게 하지 않을 것이다. 

헛된 죽음이였다고 그 누구도 말하지 못하게 할것이다. 
제이스 브래켄베리의 사고는 냉정함 그 자체였지만, 

그저 가슴 속 언저리만이 열을 띠고 있었다.


브래켄베리는 확신했다. 

요새 괴수 제브릴리스는 갈라이스트 왕국이 총력을 끌어올린다 해도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허세나 욕심만을 가지고 있다간, 머지않아 갈라이스트는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리고 곧 나라가 망하겠지

 

그렇다면 이젠, 수단을 고르고 있을 틈 따위 없다.

 


똑, 똑

 

상관의 버릇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몹시 조심스러운 노크가 들렸다


브래켄베리는 담뱃불을 끄면서, 입실을 권했다. 

그의 콧구멍에 조금 담뱃잎 냄새가 찔러왔다.
사무관 한명이 조심스럽게 얼굴을 보였다.

 

"브래켄베리 호국관. 대성당에서 사자가 왔습니다."

 

지도에서 시선을 들지 않은 채, 브래켄베리는 대답했다.


"병상이라고 해라, 지금 사제를 상대할 시간은 모래알만큼도 없다

게다가 용건은 알고 있다"

 

구교, 문장교로 자신이 사자를 보낸 건에 대해 왔겠지

그들은 문장교를 뱀과 전갈마냥 혐오하고 있다

그것은 다소 비정상적인 정도로 보였다


하지만, 그런 건 브래켄베리에겐 관계가 없었다. 

게다가, 자신이 비판당할 이유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확실히 사실상 갈라이스트 왕국과 문장교는 적대관계에 있다. 

결코 우호한 상대라곤 말할 수 없겠지
하지만, 그건 실질적인 이야기이며, 형식적으로는 별개였다.


형식상, 어디까지나 문장교와 창을 겨누고 있는 것은 대성교. 

표면상으론 갈라이스트 왕국은
그들의 전쟁에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서니오 평야에서 문장교와 서로 물어뜯고 싸웠던
병사들조차, 형식적으론 대성교의 병사들이란 것으로 되어있었다.


물론, 그런것들이 하찮은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브래켄베리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잘못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공격당할 이야긴 없다

 

그렇다면, 사자 한두명쯤 보낸다고 해서 문제는 안되겠지. 

게다가, 딱히 우호적인 사자를 보낸 것도 아닌 것이였다.


그저 감옥 벨라를 공격에 가한 것에 대한 항의와

재해 마수에 대한 것을 알아오라고 했을 뿐

그것은 국군의 통괄자로서 당연한 행동이였다


비슷한 일을, 남방국가 이리잘드,  동방의 왕국 호르바트 왕조에도 보냈다.

 

그것들이 어느 정도 의미를 가질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수수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취하고, 쓸 수 있는 것은 전부 사용해야만 한다.


"것보다 대성당의 움직임은 어떠한가, 아직도 가만히 있나?"

 

사무관은 일순 입술을 딱딱하게 만들며, 

목소리를 한층 올리면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고작해야, 사제들을 사자로서 각지에 파견하는 정도라고....


그 내용에 질린듯이 브래켄베리는 눈썹을 치켜들었다.


본래 이러한 때야말로, 

대성당이란 조직이 솔선해서 각국의 협력을 재촉해야 할텐데
대성당은 묘하게 그러한 움직임이 둔했다.

 

이교도나 재해같은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꺼려할 존재일 터인데
사실상, 문장교가 성벽도시 갈루아마리아를 함락되었을 때, 

어떤 국가, 지방도시보다도 반응이 빨랐던 건 그들이다.


아마도, 성녀가 문장교에게 습격을 받은 일에 대한 동요가 

아직 진정되지 않을 거겠지.
한번 함정에 빠져 겁을 먹은 짐승은, 

평상시에 먹던 먹이를 입에 담는 것조차 주저하는 법이였다.


브래켄베리는 지도에서 눈을 들고, 입술을 움직였다.


"각국, 각 세력이 반응을 보이면, 바로 나에게 알리도록 해라

나는 폐하에게 정확한 사태 보고를 하겠다"


사무관에게 그리 전하면서, 브래켄베리는 예장을 입었다. 

그리고, 왕에게 전할 말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그 때였다.

 

똑 똑

오늘 두 번째 방문객이 문을 두드렸다


그 자는 이렇게 이름을 소개했다.


올리비아 베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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