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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51화 - 성녀와 황금 - 본문
올리비아 베르티는 대성당 안에 준비된 하나의 개인실에서
차에 입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차가 목구멍을 지나가자 따뜻한 감촉이 몸속에 펼쳐지고,
드디어 한숨 돌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긴장감으로 굳어있던 피부가 부드러움을 되찾았다.
그래, 최근 몇일동안 그녀의 나날은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었다.
정신을 놓을 수 있는 날 따위 하루도 없었다.
정기원에서의 일막, 호국관 제이스 블러켄베리와의 만남.
그 이외에도 몇가지 수를 쓰고 몇개는 성공해, 몇개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것 모두가 올리비아의 정신을 옥죄이는 것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거의 잠도 제대로 못잔 밤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어떻게든, 버텨냈다.
그녀는 강한 여자다.
귀족이라 불리기에 어울리는 심지를 몸에 꽂고 있았다.
히자만, 그렇다고 해서 공포도 긴장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였다.
그러한 감성은 분명 강자도 일반인도 마찬가지 인 것이다.
이루어냈던 갖은 일들은, 대성당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동시에 갈라이스트 왕국과 대성교와의 손을 연결시키기 위해
그리고 모두 베르티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
대성당과 베르티 가문의 연결고리는 타귀족보다 아득하게 강하다.
대성당은 베르트 가문을 통해서 갈라이스트 왕국의 간섭강화를 원하고
베르티 가문은 대성당 직할영지에서의 상업이권 확대를 원했다
대성당의 영향이 강해지면 베르티 가문의 번영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렇기에, 올리비아는 이 재해를 이용했다.
이 재해를 가지고서, 대성당의 갈라이스트 왕국을 향한
영향력을 증가시키도록 일을 도모했다.
조국에 대한 배신이라고 말하면 그럴지도 모른다.
자기이익을 위해서라고 말해온다면 그 말대로 일 것이다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귀족이란 자신의 세를 키우기 위해 야심을 항상 불태우는 망자니까.
게다가 아마도, 이걸로 그녀도 만족하겠지.
올리비아가 받침 접시에 컵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바로 그녀는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호위를 두 명 데리고 있었지만
올리비아에 대한 믿음이 없다기보다는
대성당에서는 당연하다고 봐야했다
올리비아는 친숙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요. 일은, 당연히 잘 진행되었겠지요?"
문에서 얼굴을 내비친 그녀 성녀 알류에노는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그 웃는 얼굴은, 과거로부터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응, 올리비아
아멜라이츠 국왕 폐하께서는 기꺼이 대마 제브릴리스의 대처를
대성교에게 일임해 주셨어"
알류에노는 미소를 지은채 맞은편에 허리를 내리고,
올리비아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것은 정말, 순진무구하다는 생각마저 드는 미소.
한 국가를 상대로, 성녀의 직함을 가지고 압력을 가한
일 따위 아무런 일도 아니라는 듯하다.
물론, 알류에노는 아직 성녀후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신으로부터 약정을 받은 시점에서
거의 성녀나 다름없었다.
그녀의 말은 평범한 상급 귀족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무거웠다.
이걸로, 갈라이스트 왕국은 대마 제브릴리스에 대해
적극적인 행동은 취하기 어려워졌다.
물론 자위책은 취하겠지만,
호국관 블러켄베리가 정면에 나설 수는 없게될 것이다.
그리고 대마 제브릴리스는 그 거구를 계속 움직이게 될 것이다
올리비아는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앞으로 대성당은 어떻게 할 까?...가 아니라, 당신은"
질문을 던지듯이 묻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올리비아는 대성교의 주권은 이미 눈 앞의 성녀의 손에 있다고 보고 있었다.
교황이 노쇠한 것은 아니지만,
그는 뼛속까지 대성교의 경도자인 것이였다.
맹신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도 모른다.
교황에게 있어서 성녀를 눈앞에서 보는 것만 해도
영광스러움의 극치임에 틀림없다.
신화를 목도하고 있는 것과 같은 표정을 하던 것을 올리비아는 한번 봤었다.
따라서, 알류에노가 무언가를 바라면
교황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 행동을 일으키겠지
그렇다면 사실상 알류에노에게 거역할 수 있는 자는 대성당에는 없다.
알류에노는 질문을 받고 차를 입에 머금은 뒤 말했다
"그러네. 대마라는 건, 마인을 통솔하는 것.
마수의 상위종인 그들 또한,
갈라이스트 왕국을 비롯해 각국으로 피해를 주겠지.
그 사이에, 서방을 향한 순례를 끝낼거야"
그렇다면 대성교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대성당의 지휘는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해질 것이고
그러면 교의가 이상으로 삼는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진심으로 그것을 믿고 있다는 신앙의 광기가, 눈에 깃들어 있었다.
호위의 한사람,
성당기사 가르라스 가르간티아는
조금 표정이 굳은 채 그 말을 듣고 있었다.
적어도, 그에겐 성녀의 말에 짐작가는 바가 있는 거겠지
"마인은 신화에 세계에만 있는 건데, 그게 각국에 영향을 미칠거라고?"
문득, 그 말에 긴 속눈썹을 올리비아는 세웠다.
대마, 그리고 마인에 의해 갈라이스트 왕국에 피해가 나온 것은 당연하겠지만
주변국가에도 피해가 나온다는 것, 그것은 무슨 뜻일까.
마인이라는 것은, 땅 속 밑바닥에서 기어나오는 것일까.
"마인이란, 적합한 자가 선정되어 만들어지는 거야
올리비아, 대마와 가깝거나 먼 것은 별다른 상관이 없어"
알류에노는 당연한 걸 말하듯이 그렇게 말했다.
마치 성서에는 그런개 써져있다는 듯이 말이다
올리비아는 작게 끄덕이면서, 알류에노의 커다란 눈동자를 보았다.
그 황금색 눈동자는 일체의 흐릿함 없이 이쪽을 바라본 채,
어딘가 친밀감마저 띄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말한 것 따위 잊어버린 것처럼...
올리비아와 알류에노는 대성당에서 함께 수도녀로서
나날을 함께 보낸 일이 잇었다.
그곳에선 일련의 다툼, 그리고 소동도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알류에노는 친하게 올리비아라고 부르게 되고,
올리비아도 마찬가지로 알류에노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올리비아에겐 생각하는 바가 있었다.
입술을 적시면서 사고의 끝자락에, 한가지 의념이 떠올랐다다.
그건 그렇고, 대체 누구지? 알류에노의 모습을 한 이 여자는...
입에 담진 않았다.
그러한 경솔함을 올리비아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표정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담소에 어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의심스럽게 생각해버렸다.
올리비아가 아는 알류에노는 씩씩하고 어디까지나 열심히 최선을 다했고,
그러면서도 의지가 강한 소녀였다.
그런 그녀가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이따금씩 알류에노가 지금의 그녀가 되버리는 일이 있었다
아무 먼 곳을 보고 있는 듯한,
마치 연극이라도 하는 듯이 말을 내뱉는 모습을 때때로 올리비아는 보았다.
그 모습은 알류에노라는 몸 속에,
두가지 영혼이 동거라고 있기라도 한 듯이
이것이, 성녀라는 것일까.
성녀라는 것은 그 몸에 신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신이 되어가는 것을 성녀라고 한다면, 이것이 올바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거기에 다소 회의감이나, 우려는 있지만.
그럼에도 올리비아는 알류에노와의 관계를 끊어내려하지 않았다.
지금 올리비아가 대성당과 우호적으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건
틀림없이 그녀와의 인연 덕분이었고
게다가 올리비아 스스로 알류에노에게 호감이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와 목소리
그리고 본래의 성질은, 그 누구보다도 좋아했다.
그렇기에 지금 이 모습은 조금, 불안했다.
호위가 붙어있는 이상 이상한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그리 생각하며, 문득, 올리비아는 시선을 들었다.
알류에노의 호위는 언제나 정해진 인간이 맡고 있었다.
성당기사 가르라스 가르간티아와, 그 부관되는 남자.
그러나 오늘은 가르라스와 낯선 인간이 그 곁에 붙어 있었다
그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 것은 둘째치고
지독하게 차가운 표정과 눈을 하고 있었다
마치 열이란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의연한 표정이라면 분명 그럴 것이다
뭔가 조금의 위화감이 올리비아의 목을 감쌌다
하지만 역시 말은 뱉지 않았다
그 호위는 알류에노와 같은 황금 눈동자와 머리칼을 하고 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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