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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14화 - 시즈쿠의 눈동자 - 본문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제2장 썩어가는 사랑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14화 - 시즈쿠의 눈동자 -

개성공단 2020. 11. 1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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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까지 바래다 주는 것은 고맙지만

시즈쿠의 존재에 이렇게까지 민감하면

현관에 온 시점에서 들킬 것만 같았다

질서의 아군을 무서워하다니, 우스운 이야기지만

나는 사형수의 편을 든 악인이였다

 

"그런데 살해 대상에 피를 묻힌다는게 무슨 뜻이야?"

 

"그녀가 살해하는 인간에게는 두 가지가 있어요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 마음에 드는 인간

전자는 그냥 살해되지만, 후자는 쉽게 죽지 않아요

만약 그녀의 마음에 든 사람이, 위험에 처한다면 도와주기도 하지만

그녀는 단지 자기 손을 죽이고 싶을 뿐입니다"

 

"...무엇 때문에?"

 

"나나나기 시즈쿠는 사람의 절망하는 얼굴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처음엔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다간

어떤 사정으로 인해 조금 마음이 거칠어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먹잇감이 최고로 절망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살해하는 겁니다

말하자면, 살해당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는 그런 거 말입니다"

 

시즈쿠를 숨겨주는 입장상, 유우코의 이야기를 신용할 수는 없잖아

시즈쿠를 잘 아는 것은, 아마 유우코가 한 수 위였다

이유는 시즈쿠가 그녀의 본명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설마 유우코라는 이름이 가명일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치 않을 테고

즉, 그만큼 오래된 사이라고 생각해도 좋겠지

 

순식간에 내 안색이 나빠졌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그게 그녀의 방식이라면?

노예와 주인이라는 유사적인 주종관계에 몸을 담그고,

의존하게 만들어서, 그녀 이외의 모든 것을 의심하게 만드는 거라면?

 

나도 시즈쿠를 믿고 싶다... 라고 할까, 믿고 있을 생각이다

하지만 틀림없는 사실은 그녀는 사형수라는 것이였다

거짓말도 할 것이고, 아무렇지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시즈쿠는 그런 일 하지 않는다'라고는 단언할 수 없었다

 

유우코는 조종할 수 없는 것 같으므로

지금 여기서 사정을 이야기 하면

나는 이 고통에서 해방될 수도 잇을 것이다

아마 영웅으로 평가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가 사형수라도 나는 배신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배신할 바에야, 배신당하는 편이 낫겠어

허언벽이라고 판단당하든, 범죄자라고 매도당하든

나는 내가 보기엔 적어도 상냥한 인간이고 싶다

 

"...내가 제일 진하다고 했지?

나 뭔가 마음에 드는 시늉이라도 한 건가?"

 

"정확히 짚이는 게 없다면, 시즈쿠만이 알겠죠

저는 그녀가 더 이상 살인을 하지 않았으면 해요

아, 그리고 내일부터 마중을 나오겠어요"

 

"응? 마중?"

 

"네, 매일 아침 집 앞까지 데리러 가겠어요

적어도 당신이 살해당하지는 않을 겁니다. 어때요?"

 

유우코는 흐릿한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어떻게 되든 대답은 하나다.

절대 안돼!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서 도망칠 뻔했지만

유우코의 팔에 얽혀 있기 때문에 그렇게는 되지 않았다

그녀에게서 거리를 두려고 하면 힘이 빠졌다

마치 힘의 흐름이 바뀌는 것 같았다

 

"어... 저... 아니! 아니! 아니!

그럼 너도 힘들잖아!

매일 데리러 온다니... 그리고 오해받을지도 몰라"

 

"오해? 목숨과는 바꿀 수 없어요"

 

"그렇긴 하지만! 힘들지도 몰라"

 

"나나나기 시즈쿠를 잡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하잘것없는 노력입니다"

 

유우코는 내 얼굴을 마주보며

 

"그럼 무카이자카 씨는 죽어도 괜찮은 겁니까?"

 

그 질문의 방법은 교활했다

죽어도 좋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자살 지원자마냥 정신병자만 아니라면 다른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편을 반사하지 않는 그녀의 눈동자는

도망갈 길 따위 없다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듯 했다

 

"...아..아니, 그건 싫지만..."

 

"그렇죠? 안심하세요

무카이자카 씨는 제가 지키겠어요

절대 죽도록 하지 않겠어요"

 

감정을 배제한 로봇에 비유했지만, 일단 그건 취소하자

로봇이라 부르기엔 그저 자기주장이 강한 얘로군

...뭐랄까 협박적인 헌신이 강한 것 같군

 

집에 갈 때까지, 어떻게 그녀를 구슬릴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유우코는 역 쪽을 향해 우뚝 멈춰 섰다

경찰차가 두 세대 정도 보였다

시력의 한계로서 그 정도 밖애 모르지만

음? 갑자기 총 소리가 들렸다

 

이 나라에서 총은 최종 수단으로서의 측면이 강했다

그래도 일본은 대국이다 싶어서, 치안이 나쁘지 않나 싶었는데

이렇게까지 막장인 나라였을 줄이야

 

"...이...이건?"

 

"뭔가 생각나는게 있나요?"

 

"네, 이건 시즈쿠의 도발입니다

역시 이렇게 되어버렸군요...

그러나 이것으로 제 요구가 통하게 되었내요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또 자기 혼자 무슨 이야긴지 모를 말을 중얼거리는 그녀였다

주저없이 얘기하는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혼자서 납득하지 말고, 아까부터 무슨 소리야!?"

 

"일단 시즈쿠를 쫓는 경찰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이름이 알려지고 조종당할 겁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시겠지만, 일단 저 앞을 잘 보시죠"

 

그녀는 저 앞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 또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분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엔 경찰관 두 명이 권총을 들고 만담 같은 것을 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조니 파리데는 최고라고"

 

"이봐! 난 외국 사람에겐 관심없어

여기는 일본이야, 일본 배우를 말하라고!"

 

"누구한테 명령하는 거야!?"

 

두 경찰관은 하늘을 향해 실탄 세 발을 발사했다

이들에게 몰려드는 사람들은 구경군이라기보단 관객이였고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대며

만담이라고 부르기엔, 위험한 두 사람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오직 유우코 한 명 뿐

 

"...인터뷰로군요"

 

"...이름이 알려졋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일이 이렇게까지 됬다면, 어쩔 수 없군요

무카이자카 씨,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혼자서 돌아갈 주실 수 있겠습니까?"

 

또 갑작스러운 제의지만, 이번엔 사정이 좋았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혼자서 귀가길에 올랐다

왜 갑자기, 라고는 묻지 않았다

뭔가 저 만남의 끝이 어떻게 날지 상상이 갈 뿐이였다

나는 귀를 막으며, 집을 향해 달렸다

 

 

 

"감사합니다!

다들 어떤가요? 재밌었나요?"

 

"...재미없었대"

 

"아무도 웃지 않았군"

 

"우리들은 재능이 없는 건가"

 

"그럼 그만두자"

 

"응"

 

 

탕!

 

 

 

 

 

 

 

귀를 막은 채, 집에 도달했다

 

아무도 날 덮치지 않았고, 넘어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숨이 찼다

 

"돌아왔습니다"

 

응, 하고 동생의 무기력한 대답만 돌아왔다

황급히 신발을 벗고,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갔다

어리석은 행동을 한 그녀에게 약간의 화가 나있었다

아니... 엄밀하게는 굉장히 화가 나 있었다

 

"시...시즈쿠! 대체 뭐한 거에요?"

 

"뭐하고 있었냐니, 그건 이쪽 대사라구"

 

이불에서 두더지처럼 얼굴을 내밀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는

조용한 분노를 태우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라는 것은 내 망상이고

정확하게는 말할 수 있는 것은 일단 무섭다는 느낌이였다

 

"넌 뭐랄까, 속아넘어가기 쉬운 속성인가?

곁에서 보고 있었지만, 대담하다고 할까나, 멍청하다고 할까나

왜 그녀석에게 접근한거야?"

 

"그 쪽이 먼저 다가와서

시즈쿠가 내게 피로 마킹을 했다는 것을 알아챘..."

 

시즈쿠는 말을 막듯이 손짓을 했다

딱히 특별한 힘은 아니였지만, 본능이 그녀의 손짓을 따랐다

교수대의 계단을 오르는 듯, 무거운 발걸음으로 접근하자

순식간에 내 상체는 이불 속에 빨려 들어가 버렸다

 

"그건 거짓말이야

내가 사형수라고 해서

저쪽이 거짓말을 하지 않을 리 없잖아"

 

"수... 숨막혀요"

 

"안돼, 간단히 얽매여 버리는 느슨한 주인님은 혼날 필요가 있어

잠시 내 가슴에 묻힌 채 반성하라구

일단 유우코란 녀석은 말도 안되는 헛소리만 늘어 놓는 놈이야

사소한 착오로 허언벽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너와는 차원이 달라

나를 몰아붙이기 위해선 뭐든지 하는게, 오기와라 유우코야

내가 너한테 마킹이라니, 바로 얼마전까지 온몸이 구속됬었는데?"

 

"으응?"

 

"너에게는 쇳내가 나

완전히 찍힌거라구... 완전

일단 경계태세를 갖춰야 해"

 

"그... 그만 이제"

 

"뭐 당해버린 건 어쩔 수 없지

딱히 화낼 생각은 없어

그런데 말야, 뭐야 그 거리감은

계속 보고 있었지만, 데레데레 히죽히죽 해버려서 말야

나라는 노예가 있다면, 그런 태도는 필요 없는거 아니야?"

 

"죄... 죄송합니다"

 

"가슴은 얼마든지 주물러도 좋고, 뭣하면 처녀를 가져가도 좋아

물론 사령수를 상대로 사양할 필요는 없어.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아?

너한테 효과적인 대책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야, 잘 들어...

그 녀석은 자못 자신이 정의의 편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사실은 나와 본질이 다르지 않는 녀석이야

조만간 수단을 가리지 않고, 너를 농락하려 들 것이야

그리고 오늘의 너를 보는 한 항거한 힘을 없을 것 같아

대책이라면, 그 놈을 피해다녀, 그리고 나만 생각하는 거지"

 

이제야 상반신이 풀려났다

숨이 가쁜 나머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무..무슨 소리에요?

그러다간 의심받을지도 몰라요!"

 

시즈쿠는 내 말을 듣고, 이불 속에서 튀어나왔다

그녀의 감방옷은 이제 그냥 사복이 되어 있었다

 

"그러면, 주말에 데이트 하자"

 

"데...데이트!?"

 

반가움보다 먼저 찾아온 것은 경악이였다

그러니 그럴 것이, 그런 꼴로 어디를 나가려는 건가?

유치장인가, 교도소 인인가

 

나의 시선을 알아차린 시즈쿠는

자신의 옷차림을 둘러보면서

 

"옷은 걱정하지마, 어떻게든 구할테니까

그래서, 어때? 주말의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동안 같이 있자

억지로 떠밀지는 끌고다니지는 않을 테니까, 어때?"

 

"아...아니, 아니, 아니!! 너무나 위험해요

어떤 변장을 하더라도, 유우코가 냄새만으로 알아챌 거에요

나를 위한 건 기쁘지만, 앞으로의 리스크를 고려하면..."

 

"너랑 손잡으면서 데이트 하고 싶단 말야

가고싶어 데이트"

 

 

 

 

"...가...갑시다"

 

 

 

 

 

 

 

 

 

이젠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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